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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전중에 고전 호메로스(호머)의 <일리아스>는 10년에 걸친 그리스 군의 트로이 공격중 가장 극적인 50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렇게 시작된다. 이런 내용에는 여러 신들과 트로이 전쟁의 용맹한 영웅들이 등장하는데.. 고전의 영원한 주제인 신들의 존재와 한 여자로 인한 사랑과 전쟁, 그 속에서 시기와 우정과 용장의 결투 그리고 마지막 허를 찌른 전술로 멸망까지 가는 이야기는 고전떡밥 중에 단골메뉴라 할 수 있다. 결국, 후세의 동시대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수많은 작품들의 플롯이 되었으니.. 그런면에서 일리아스가 고전중에 고전으로 손꼽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신들과 영웅들이 함께 벌이는 트로이 전쟁의 줄거리를 보면 의외로 간단한데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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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피터슨 감독과 브래드 피트의 영화 <트로이>로도 유명할, 트로이 전쟁과 아킬레스와 헥토르,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영웅들의 명예를 건 결투과 기지, 자신이 편애하는 영웅을 위한 신들의 개입 등을 장대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숲에서 출간된 천병희 교수 번역이 호메로스의 의도인 서사시의 결을 오롯이 원전 번역으로 살려 낸 판이었다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판은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아우구스테 레히너의 품에서 소설화로 텍스트의 구조 자체가ㅡ즉 서사시에서 산문으로ㅡ변화되었다. 그리스와 트로이 양측으로 갈린 대규모 병력과 이들을 이끄는 영웅들, 전쟁에 개입하는 신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일리아스』는 서사시라는 명성에 걸맞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데 이 소설로 변화된 판은 분량이 축소된 편.
태어남과 동시에 필연적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즉 삶의 유한성을 지닌 인간은 그러하기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멸을 늘상 꿈꾸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삶을 영원히 누릴 순 없는 노릇이어서, 대신 인류가 존속하는 한 후대에게 영원히 계승될 그네들의 명성, 즉 우리나라 속담으로 치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가 적절할 듯싶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은 바로 이 '불멸의 영예'를 위해 죽음도 불사한다.
특기할 만한 게 있다면 그리스 신들의 성격은 마치 인간 같다는 점일 테다.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헤라와 아프로디테, 아테나의 아름다움 뽐내기는 필시 그네들에게 있어ㅡ인간에게도 있어 역시ㅡ명예와도 같은 것이었을 텐데, 파리스의 선택에서 탈락한 헤라와 아테나는 이러한 파리스의 결정에 질투와 분노를 머금는 등, (특히 아테나는 정의를 수호하는 신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성격을 보여 준다. 난봉꾼 제우스는 말할 것도 없다. 인간이 자신들을 숭배하면 축복과 풍요를 보장하는 신탁을 내려 주지만, 이에 반대되는 행동을 보이면 인간을 저주하거나 재앙, 혹은 전쟁마저 조장하는 등, 그리스 신들은 전지전능함과 동시에 유한한 인간의 성품과 희로애락 그리고 명예욕 역시 지녔다. 이러한 면은 비단 신들뿐 아니라 신들을 동경하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여서 트로이 전쟁 발발 시 여기에 참여했던 전사들의 최고 영예 역시 전쟁터에서 장렬히 싸우다 죽는 것, 자신의 기능을 최대치로 펼쳐내 보이는 것, 다시 말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한 게 최대 미덕이었던 듯하다.
초인적 영웅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호메로스는 신에 의해 미래가 예정된 인간의 운명도, 인간의 주도 하 인간 그 자신이 바로 삶의 주체라는 걸 보여 주려는 듯한, 더 나아가 이러한 수많은 인간의 삶과 희생이 모여 역사의 일부분을 이루는 것까지 포용하려는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동인은 인류 역사가 지속되는 한 결코 소멸하지 않는 가치를 획득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함에 있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고전의 지위를 획득함과 동시에 확대되고 재생산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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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 인형극을 본 적이 있는가? 인형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힘, 그 뒤에는 인형들의 손과 발을 꽁꽁 묶은 실이 인형을 조작하는 사람들의 손가락에 걸려있다. 한 사람의 손이 2~3개의 인형을 움직이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손가락이 튕겨져 오를 때마다 그들의 운명에 순응하듯이 삐걱삐걱 춤을 추는 꼭두각시 인형, 사람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작은 손가락의 움직임에 온 몸을 맡기고 삐거덕 거리는 그들의 모습과, 인형을 조작하는 사람들의 모습, 이들의 주종(主從)관계를 필연이라고 고집하며 가느다랗고 연약한 부드러움 속에 고무줄같이 끈질긴 집요함을 숨겨두어 결코 놓아주지 않는 꼭두각시 인형의 운명의 줄, 여기서 나는 『일리아스』를 쫓아본다. 마치 『일리아스』 속 영웅, 군사, 백성 등 수 많은 인간들은 자신의 의지와 패기대로 여생을 살아가는 듯하나, 이는 신(神)들의 한 마디 말로 생(生)과 사(死)를 오가는 인간의 부질없는 삶과 이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자신의 생명줄을 그들의 예언에 순종하듯 맥없이 따르며, 오히려 그 운명에 대단한 사명감을 부여하여 꿋꿋이 죽음을 맞이하는 등장인물들의 태도를 갑갑하게 지켜보아야만 했다. 이는 마치 神들의 손가락이 가벼이 튕기어 나가는 순간, 아가멤논이 이끄는 그리스군과 헥토르가 이끄는 트로이군의 수많은 손과 발이 神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거대하고 웅장한 한 편의 꼭두각시 인형극의 막을 향해 초조한 마음으로 함께 달려온 기분이었다. 수많은 결투와 승리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적장의 갑주 제구를 벗겨 돌아오며, 생명을 담보로 얻었기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능력에의 증거물이라 뿌듯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만족감을, 잔인하고 냉정하게 맺은 죽음 위에 뿌려놓고 오는 그들의 모습에서 더욱 거칠고 강렬한 비극의 꼭두각시 인형극으로 치달음에 전율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인간들 자신들에 의하기 보다는 神의 조종으로 전쟁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리아스』의 주역인 아킬레우스 역시 헥토르와 싸워 그를 무찌르고 그의 갑주 제구를 벗겨내는 것이 자신의 생(生)을 단축시키는 것을 알면서도 무용(武勇)을 갖고 당당히 맞서나간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비참함에 神들은 각기 자신들의 소중한 인간들에게 애착을 보이며 그들의 말로에 눈물짓기도 한다. 이처럼 비참한 인간에의 삶임에도 불구하고 神들은 영원불멸의 생존 권리에 만족하지 않고 이들을 부러워했기에 이러한 전쟁을 유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짧은 인간의 생명줄이나, 그토록 짧기에 신들이 내린 그들의 운명에 순응하고 자신의 죽음 앞에서 꿋꿋하고 당당한 여유를 부리는 그들만의 아름다움을 말이다. 그들의 삶은 장편의 詩가 되어 우리들의 곁에 여전히 살아갈 것임을 예측했는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인간과 같이 다투고 시기하고 사랑할 줄도 아는 神들에게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베어 나온 인간의 모습이 수북하게 쌓여 감을 神, 자신들도 당황스러워 하면서 말이다. 인간을 다스린다는 神, 그들이 인간을 닮아가고 있으니 이에 더 분노하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제우스의 막강한 힘과 여러 神들에 의한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는 면이 없지 않으나 말이다. 『일리아스』, 이 속에는 자연과 인간을 오묘하게 대립시켜 묘사하면서 이들의 전쟁에의 비극을 더욱 더 잔인하게 그려냄에도, 가슴 깊이 퍼져오는 잔잔한 아름다움이 있다.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 정해진 운명의 줄에 얽매여 있음에도 그들의 임무를 충실히 해내며 흥겹게 뱉어내는 그들의 詩, 그러한 역설적인 노래는 『일리아스』로부터 슬그머니 스며오는 색다른 감동일 것이다. 이러한 그들이 소극장으로 옮겨져 꼭두각시 인형들의 詩, 슬프면서도 웅장한 노래를 부르며, 과연 그들과 神은 주종(主從)관계에 갇힌 것인지, 우리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존재는 무엇인지, 자아(自我)의 부르짖음이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 인간(人間)의 존재를 뒤흔들어 인류에 물음표를 던짐에 『일리아스』, 이곳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듯 눈앞에 선하다. |
|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납치해간 라케다이몬의 왕비 헬레나를 되찾기 위해 아카이아 연합은 트로이를 총공격하고 이후 10년 동안 전쟁이 계속된다. 사랑이를 납치하고, 이 납치를 용납하지 못하는 이들 간의 전쟁. 인간 역사에 많은 전쟁이 있다. 전쟁의 요인들은 수 없이 많다. 아담의 아들 가인은 동생 아벨을 죽이면서 전쟁은 시작되었다. 전쟁의 역사 가운데, 사랑하는 이를 두고 전쟁을 치룬 경우들도 있지만 [일리아스]처럼 10년간 아카이아와 트로이의 전쟁은 고전 문학이 풍기는 맛이다. 사랑하는 이 때문에 결국 트로이는 망하고 만다. 자기와는 전혀 상관 없는 전쟁에 끼어든 에서 헥토르, 아켈레우스를 비롯한 숱한 이들이 죽었다. 사랑이 전쟁을 만들었지만, 남자들의 전쟁이었고, 그 전쟁에 신들이 개입한다. 신들도 갈래로 나누어져, 자기편을 위하여 싸운다. 재미있지 않는가? 최고의 신 제우스드 인간의 사랑 전쟁에 개입하여 어떤 때는 추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고전이 힘을 상실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일리아스가 아직 읽혀지고, 새롭게 번역되어 나오는 것을 보면 역시 우리 정신문명에 영향력을 아직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