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훌륭한 번역가의 게으른 번역과 아직 잊지 못한 여운을 찔러보는 캡처링. 소위 된장녀 붐을 일으켜 트렌디한 소비를 유발하려는 값싼 마케팅의 피해자가 된 보통과 독자들에게 충분히 사죄해야하는 책. 좀더 훌륭할 수 있었던, 좀더 신중했더라면 좋았었을, 좀더 기다려도 됐을 뻔 했다. happiness of architecture나 기다려야겠다. 보통이 서점에서 가장 어둡고 더러운 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때부터 지독한 팬이었던 나로서는 책 한 권이 커피 한 잔 쯤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이런 편집과 출판에 화가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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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글은 적지 않게 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동물원에 가기>는 처음 눈에 띄었습니다. 이 책은 펭귄출판사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선정한 70명의 문인들의 작품선집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합니다. 표제작 ‘동물원에 가기’를 비롯하여 모두 9편의 수필을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사유의 날개를 자유자재로 펼쳐내는 그의 글 솜씨는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첫 번째 글 ‘슬픔의 주는 기쁨’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대상으로 하여 쓴 글입니다. 호퍼의 그림을 보면 인간은 외롭고 쓸쓸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보통은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슬프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호퍼의 작품 가운데 기차 안의 풍경을 그린 것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야기는 호퍼의 그림으로부터 호퍼적인 공간으로 이어집니다. 리틀 셰프 식당처럼 소외된 장소를 호퍼적 공간이라고 설명합니다. 리틀 셰프 식당은 영국의 도로변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식당을 말한다고 합니다. 옛날 같으면 주막이 될 것이고, 요즘으로 치면 실비식당 정도가 될까요
두 번째 이야기 ‘공항에 가기’는 ‘히드로 다이어리’라는 부제가 붙은 <공항에서 일주일을>과 맥을 같이 하는 글입니다. 흔히 공항하면 멀리 떠나기 위하여 비행기를 타러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보통은 비행기를 타러 가는 것이 아니라 발레를 감상하듯 공항을 감상하러 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항에 앉아서 멀리서부터 날아온 비행기가 활주로에 앉는 모습, 어디론가 가기 위하여 이륙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그러다가는 이륙하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해봅니다. 비행기에서 굽어보거나 바라보는 구름의 모습은 땅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보통은 비행기에서 보는 구름이 꺼지기 쉬운 면도용 거품을 쌓아 만든 고대한 오벨리스크 같다고 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진정성’은 여성을 유혹하는 기술(?)을 소개합니다.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자신 있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다”라고 전제하는 것을 보면, 유혹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 기인하는 것임을 내비치는 대목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능란한 유혹 솜씨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유혹의 기술을 시전하려는 글로 보이기도 합니다.
직업과 행복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 ‘일과 행복’은 건너뛰고, ‘동물원에 가기’도 건너뛰려 했지만 표제작이라는 이유로 간단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보니 마지막으로 동물원에 가본 것이 10여년을 훌쩍 넘어가는 듯합니다. 아이들이 크고 보니 동물원에 가볼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 없이 동물원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라고 시작하는 대목이 십분 이해됩니다.
같이 가기로 한 조카가 마음을 바꾸었는데도 작가는 런던의 레전드파크 동물원에 가는 일정을 강행하였다고 합니다. 다양한 동물들을 돌아보면서 “동물원은 동물을 인간처럼 보이게 하는 동시에 인간을 동물처럼 보이게 하여 마음을 어지럽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동물원에 갔을 때 내가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인지, 아니면 동물이 나를 구경하는 것인지 헷갈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한폐렴 사태로 해외여행을 나서지 못한 것이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여행사들이 다시 해외여행 상품을 내놓았다고 해서, 올 가을에는 스위스를 가보려 예약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취리히가 세상의 위대한 부르주아 도시 가운데 하나라고 묘사하는 것은 내 고향 취리히에 바칠 수 있는 가장 진지한 찬사다”라고 시작하는 ‘따분한 장소의 매력’을 빠트릴 수 없습니다. 작가가 늘어놓은 취리히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취리히에 가볼 이유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냥 따분하고 부르주아적이기만해도 진정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는 것”이라는 마무리를 읽으면서 호기심이 일기도 했습니다. |
| 그동안 출판된 보통의 글에서 발췌한 짜집기다..''여행의 기술, 불안,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푸루스트를 좋아하세요''등등에서...이 책들을 연상시키는 내용이 아니라 내용이 거의 똑같다..왜 이런 편집 책을 출판하는건지...보통의 팬으로서 안타깝다.. 만약 알랭 드 보통을 막 읽기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맛보기 책이 될수도 있을 것 같다..입문서라고나 할까 짧게짧게 맛보기만 보여준..그렇지만 마치 신간인양 이렇게 약간씩 발췌해서 출판하는건 너무했다..새로운 책이 나오길 기다렸던 나같은 사람들은 사기당한 기분이다.. 적어도 이 책에 대한 서평에서 그런 책들에서 발췌한 구문들을 편집한 책이라는 걸 명확하게 밝혀줘야 할 의무가 있는것이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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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랭 드 보통 그리고 <동물원에 가기>에 대한 잡설
내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던가. 그가 어서 책을 쓰기를, 그의 책이 어서 번역되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의 짧은 에세이 묶음집을 접한건, 아직 번역되지 않은 <행복의 구조(?)> 를 읽고픈 - 사실 영어가 되면 원서를 보면 되는데 난 영어문맹이라 - 그에 대한 나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었다.
생각보다 매우 가볍고 짧은 글이었지만 그래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보고 싶었어요 보통씨. 제 사랑을 받아주세요. <동물원에 가기>는 2005년에 나온 원서
왜 출판사가 번역서의 제목을 <동물원에 가기>로 붙여놨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이 책 안에 담겨있는 아홉개의 에세이들 중 한 가지로부터 제목을 달았다고는 하지만 이 제목이 독자들에게 그다지 끌리는 제목은 아니라는 생각. 또한 그렇다고 이 제목이 이 책을 대변해줄 수도 없다는 생각. 그.래.도. 우얏건 그의 책이 너무나 기다려졌고, 기대됐고, 단숨에 읽었고, 너무나 좋았던 것은 사실. 알랭 드 보통의 책이 내게 주는 효과. 게으르고 지루해진 책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지난번에도 그랬다. 한참 <우리는 사랑일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등등 그의 책들을 해치우던(?) 그 때에 '독서침체증상'은 사라졌다. 역시나 이번에도 게으른 나의 책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그의 책을 읽고 나면 이 책 안에 언급된 온갖 철학자들과 화가와 작가들의 책들을 더불어 읽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고 다음 주문목록에 올려놓은 것만 해도 수두룩. 일단 플로베르의 책들, <부바르와 페퀴셰>, <통상관념사전>, <마담 보바리>, 또 에드워드 호퍼의 사진집, 레너드 코헨의 음반들. 보통씨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그림, 책이라면 나도 좋아 정도의 수준 쯤이면 심각한 보통 사랑 아닌가. 내가 그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객관적인 평가를 넘어서 별 다섯개를 모두 주고 만족스러워하는 것은 아닐런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그만큼 그가 좋다. - 본 리뷰 알랭 드 보통의 글은 철학적이지만 철학적이지 않다. 이런 범주에 드는 다른 분야의 예술가로는 레디오헤드나 신해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중심 주제는 삶이다. 보통의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삶의 괴로움과 슬픔을 안고 있다. 그들은 헤어진 남자친구를 기억에서 되살리며 이미 지나간 과거의 슬픔과 그리움을 떠올리기도 하며, 어떤 남자는 맘에 드는 여자에게 "말 한마디 붙여볼 기회도" 갖지 못하고, "사과 주스 팩과 내 머리 속의 결혼 계획만 뒤에 남겨놓은 채 다음 역에서 내려버린 여자 때문에 며칠씩 마음아파" 한다. 알랭 드 보통의 글은 여러가지 면에서 철학적이다. 첫째, 연애소설이건 에세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 사실 그의 글은 장르구분하기가 힘들다 - 그가 알고 있는 온갖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연애소설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마르크스가 등장하며, 스탕달, 세네카, 니체, 헤겔, 칸트, 아리스토텔레스, 콩트, 스피노자, 데카르트, 몽테뉴, 파스칼, 에피쿠로스, 쇼펜하우어 등등 등장철학자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나열하면 몇 줄이다. 둘째, 그의 글은 매우 철학적이다. 아주 조그마한 사건들, 사물들을 관찰함에 있어서도 그의 시선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가 매우 익숙해하는 침대, 기차, 터널, 사과 주스 등등의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에서 그는 많은 생각을 펼친다. 그의 머리 속엔 흰 구름 둥둥 떠다니며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그 무엇도 알랭 드 보통을 통하면 쉽게 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철학적이다. 그러나. 그의 글은 철학적이지 않다. 왜냐면, 그의 글은 너무나 쉽다. 대개의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이라는 것은 용어조차 쉽게 해석되지 않는, 자기들끼리의 언어세계를 가지고 있는 듯한, 어려운 말로 쓰여진 사색의 흔적들이다. 저 멀리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에서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푸코와 데리다, 하버마스에 이르기까지 도통 이해하기 쉽지 않다. 라깡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라깡만이 사용한 언어를 가지고 사전을 냈을 정도니깐. 그런데 보통의 글은 온갖 철학자들을 뒤집어 까놓고 버무리고 으깨지만 너무나 쉽다.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된다. 그의 책 첫문장을 읽는 순간 우리는 마법에 걸린 채 책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마지막 장을 덮어버린다. 왜 재밌으니까, 또 쉬우니까. 고로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서들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고로 철학적이지 않다. 맛배기 하나. "어쩌면 침묵과 어줍음은 욕망의 애처로운 증거로서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상대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능란한 유혹 솜씨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어줍게 유혹하는 사람이야말로 상대를 향한 진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관대하게 봐줄 수도 있다. 정확한 말을 찾지 못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확한 말을 의도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p48)(<진정성>中) "여자들은 홀로 있는 남자들의 절망에 감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미래의 충서와 이타심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로맨스라는 면에서 잘나가는 유형의 남자들을 의심할 만한 이유도 되겠다. 그런 남자들은 넘치는 매력 때문에 내가 겪었던 이런 희비극적 과정을 알지 못한다. 말 한마디 붙여볼 기회도 주지 않고, 사과 주스 팩과 내 머릿속의 결혼 계획만 뒤에 남겨놓은 채 다음 역에서 내려버린 여자 때문에 며칠씩 마음 아파하는 그 과정을. "(p99-100)(<독신남> 中) <슬픔이 주는 기쁨> <공항에 가기> <진정성> <일과 행복> <동물원에 가기> <독신남> <따분한 장소의 매력> <글쓰기와 송어> <희극> 의 아홉개의 에세이들은 모두 각각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껏 우리가 접해왔던 알랭 드 보통의 여러 책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고루 분배되어있어 일종의 종합판이라 말할 수 있다. 어떤 글은 그의 로맨스 3부작을 보는 듯 하고, 어떤 글은 <불안>을 연상시키며, 어떤 글은 <여행의 기술>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나머지 다른 글들 또한 어떤 특정한 전작을 떠올리게 하지 않더라도, 모두 지극히 '보통스럽다'. 보통은 첫 글 <슬픔이 주는 기쁨>에서 "에드워드 호퍼적인"이란 말을 쓰는데, 같은 차원에서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다보면 지극히 "보통적인" "보통스러운" 뭔가를 감지하게 된다. 내 머리에 돋아난 촉수가 그를 자연스럽게 알아본다고나 할까. 추상적인 것에 대해 혹은 사소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 다 톡 까놓고 얘기하자 하고, 한편으로 이런 저런 인용구와 비유를 들어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에 안착한다. 보통의 저서들이 줄줄히 번역되어 출간된지 시간이 꽤 흐른 지금, 그의 인기가 사그라들었다고 생각하면 이는 착각. 여전히 나와 같이 보통을 짝사랑하는 이들은 도처에 널려있으며 이 책이 그들의 사랑을 받을 것임은 '사.실.' 혹여 아직도 그를 모르는 이가 있다면 이 책 하나로 보통의 매력에 푹 빠질 기회가 다시 왔으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 것. 꽝은 절대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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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보통에게서 등을 돌렸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엄밀히 말하면 이때 보통과 헤어질 때가 된 걸 직감했고, 서서히 마음이 옅어지다가『행복의 건축』을 이후로 다시는 보통의 글을 안 읽게 되었다. 싫어진 건 아니고... 그냥 마음이 멀어졌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144쪽에 8500원이라는 책값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너무 작고 가볍고 얇다!), 딱히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성을 느끼지 못해서였을 수도 있겠다.
암튼... 그것이 보통에 대한 배신감이었든 출판사에 대한 배신감이었든지 간에 이 책을 계기로 보통과 멀어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동물원에 가기』는 처음 읽었을 때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는데, 두 번, 세 번 읽을수록 진가를 발견하게 된 케이스라고 할까? 물론 이 책에 실린 모든 글들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몇몇 글들은 읽을 때마다 새롭고 신선하고 좋다.
예를 들어 첫번째 실린 '슬픔이 주는 기쁨' 혹시 나처럼 이 책을 보고(외형적인 부분) 분노 내지는 실망했던 사람이라도 맨 처음에 실린 이 에세이를 읽으면 그냥 그대로 용서가 될거라 생각한다.
이 짧은 글은 언제 읽든, 어디에서 읽든, 어느 상황에서 읽든 참 좋다. 호퍼와 보통이 주는 위로라고 할까?
너무 정신 없이 바쁘게 살아서 내가 누구인지, 삶이라는 걸 어떻게 사는 건지도 잊을 지경이 되어서도 이 짧은 글을 읽으면 '아, 이런 거였지' 싶어지는 거다. 그리고 그냥 그대로 위로가 된다. 아주 깊은 위로.
이 짧은 글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보통과 호퍼가 주는 이 위로를 참 좋아한다.
'동물원에 가기'는 어떤가?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들고 혼자 동물원에 가는 '다 큰 남자'. 난 이 글의 첫 장면을 읽을 때마다 항상 혼자서 웃는다. 내가 아는 어떤 남자가 생각나기 때문이다(이 남자가 누군지는 다들 짐작할 것이다. 그 남자가 맞다. 이 남자, 캘리포니아에 있는 두 동물원의 연회원권을 끊고 싶어 시간만 나면 동물원 홈페이지에 들어간다. 그냥은 와이프가 허락을 안 해줄 것 같으니깐 혹시 이벤트로 싸게 팔 때가 없나 해서. 동물원에 있는 수많은 동물 중 거북이를 제일 좋아하고 아무도 안 말린다면 거북이 앞에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있을 남자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을 때마다 보통이라는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냐만은... 나 같은 경우는 누군가에게 끌릴 때 '동질감'보다는 '친밀감'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보통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이 바로 이 글에서 보여준 이런 보통의 모습이다.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물론 이 친밀감은 위에서 언급한 '그 남자'와의 유사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동물원의 1년치 자유입장권을 끊을까 고민하는 마지막 문장까지 다 읽고 나면 뭐랄까? 김병욱표 시트콤을 본 느낌이랄까? 딱 그런 기분이다.
내가 김병욱이라는 사람에게서 친밀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통이나 호퍼에게서 친밀감을 느끼는 것처럼, 그의 짧은 글 역시 그런 친밀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시간에 아주 쫓길 때, 정신적 여유가 없을 때, 그래도 뭔가가 너무 읽고 싶을 때 습관처럼 보통을 꺼내 드는 것 같다. 특히나 바로 이 책.
'아, 맞다. 이런 거였지.' 다시 삶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주는. 잃어버렸던 균형을 찾게 해주는. 그래서 나는 보통이 고맙고, 한 때는 나를 실망하게까지 했던 이 책이 고맙다.
지금은 책값도 많이 내렸고... 생각해 보면 분량 대비 책값으로 따지면 시집은 절대 살 수 없는 거다. '가격 대비 양'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작가나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고...
사실 이 책도... 보통의 모든 작품들을 섭렵한 사람이라면 실망할 법하지만, 이 책만 뚝 떼놓고 본다면, 나름 괜찮은 책이다. 특히나 오랜만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보통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괜찮겠군.'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읽은 옮긴이의 말을 보니 이 책의 원서가 펭귄 출판사가 창립 7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70인의 문인들의 작품 선집 중 한 권이란다. 그러니 보통의 에세이의 맛을 느끼고 싶은 입문자라면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나같은 경우는 너무 늦게(?) 이 책을 만난 게 불운이었다고 하겠는데(사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지 않나? 전작을 다 읽다보면 어느 순간, '아, 이젠 떠날 때가 됐구나.'하는 시기가 오는 것 같다)... 계속 만나면서 좋아진 케이스고.
너무 바빠서 '사는 것' 자체를 어떻게 하는 거였는지 까먹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잃었던 삶에 대한 감각을 깨워줄 그런 책이다. (너무 바빠서 이 얇은 책마저도 읽은 시간이 없다면 '슬픔이 주는 기쁨'만이라도 읽어보길. 조금더 시간이 있다면 '동물원에 가기'도 읽어보구.)
* 그동안 포스팅했던 에드워드 호퍼 관련 글들.
Edward Hopper: 01/27/2009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03/28/2010 ⇒ 『여행의 기술』에도 에드워드 호퍼에 대해 언급한다. 사실 여기엔 그림까지 실렸고 글도 훨씬 긴데 왜 이 글은 별 감동을 못 받았었는지 모르겠다. 암튼 koogi님 덕분에 다시 찾아 읽고 포스팅을 했었다.
슬프지만 슬프게 하지는 않는다: 03/24/2010 ⇒ 사실 이건 2008년 경에 포스팅했던 글인데, 이번에 새로 리뷰를 쓰면서 이전 글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뭐?: 03/23/2010 ⇒ 이 리뷰의 발단은 바로 이 작은 사건에서 시작됐다. 정말정말 힘들었었는데, 바늘만 살짝 갖다대도 뻥! 하고 터질 풍선처럼 위태위태할 정도로 스트레스풀하고 힘든 상황이었는데, 너무나 시의적절하게 이 책을 만나게 됐다. 여러모로 고마울 따름. 보통에게도, 호퍼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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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책만 있는 봉언니 도서관에서 집어든 첫번째 책이다. 알랭드보통 책이 모여있는 곳에서 파란 표지를 한 가장 얇은 이 책을 집어들어 한 시간만에 다 읽었던 것 같다. 최근 읽은 책 중에 최고로 재밌다(더불어 yes24의 리뷰들이 왜 이렇게 짠지 모르겠다.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은 독자의 몫이기도 한데 좀 더 마음을 열고 읽어도 좋지 않을까??).
보통 글의 매력은 사소한 일상을 논문처럼 설득력 있고 있어보이게 포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일상을 지루해하지 않고 관찰한다. 종종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문장도 반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제목과 내용은 긴밀하게 연결되고 문장들에는 개그본능이 넘친다. 보통은 아마도 이 짧은 수필들을 기반으로 더 긴 책을 쓰기도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일, 사랑과 같은 일상은 우리 인생을 차지하는 중요한 것들인데 우리는 갑갑해하며 벗어나고 싶어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중요하게 만들고 재미없는 일상에서 재미를 찾아내는 그의 능력에 항상 감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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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장에 고이 모셔져있던 책들과 만나는 기회가 늘어가고 있다.2007년 5월 15일 구입했는데,이제서야 만났네. 9편의 단편들 중 <공항에 가기>란 글부터 읽기시작했다.얼마전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해서일까? 공항에 관한 단상들이 어찌나 이렇게 정확하고 명쾌한지. 이렇게 글을 잘 쓰 는 사람이었나? 새로운 시점은 풍경에 질서와 논리를 부여한다.(중략) 사실 우리 삶은 저렇게 작았다는 것.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우리가 살고는 있지만 실제로 볼 기회는 드문 세상이다.그러나매나 신에게는 우리가 늘 그렇게 보일 것이다. p35~36 <독신남>에서 남자의 시선과 생각또한 너무나 예리해서 감탄.맘에 드는 남자를 만났을 때,여자의 생각도 꼭 저렇지 않을까? <슬픔이 주는 기쁨>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에 대한 해석조차 굿.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 대한 많은 글을 읽었지만 가장 명쾌한 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다보니 알랭 드 보통에게 아주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것같다.그의 다른 작품 <영혼의 미술관>을 읽는동안에는 커다란 감동을 느끼진 못했는데.다시 차근 차근 읽어봐야겠다.내가 놓친 부분들이 있는 지. 가지고 있는 얘네들도 다 읽는다는 목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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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을 가장 쉽게 읽는 법?
아주 쉽다. 『동물원에 가기』의 첫 장을 편다.
그리고?
계속 읽는다.
끝까지 읽는다.
마지막 장을 덮는다.
이제 우리는, 알랭 드 보통을 조금 더 알게 됐다 ^^
ⓒ Hyang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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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는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어 술술 풀려나가곤 한다. 정신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생각뿐일 때는 제대로 그 일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마치 남의 요구에 따라 농담을 하거나 다른 사람 말투를 흉내 내야 할 때처럼 몸이 굳어버린다. 그러나 정신의 일부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외려 생각도 쉬워진다 –p18~19
며칠 전 중고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했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이로써 알랭 드 보통의 모든 책이 내 책장에 꼽혔다. 오래 전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을 읽고,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의아했는데, 어느새 중독이 되어가고 있다. 그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내 삶의 사각지대가 눈앞에 드러나는 느낌이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황량한 도시의 풍경이 로맨틱하다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
| 보통의 장편 두 권으로 이미 그의 글 솜씨에 푹 빠져서 <동물원에 가기="">도 선뜻 잡았는데, 사실 이 책은 그가 냈던 여러 책들에서 인용문으로 발췌해 만든 책이기 때문에 이미 읽었던 내용도 있었다. 이미 책 속에서 읽었던 부분들은 장편 속에 끼어있을 때보다 느낌이 별로였지만 새로 되새김질하는 마음으로 읽었고, 새로 읽은 부분은 역시나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은 장편을 읽으며 그와 함께 긴 길을 걸으며 그의 사고를 천천히 관찰했을 때보다, 마치 짧게 짧게 그와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눈 느낌이었다. 목차는 단편이라고 하기에도 짧은 단편들이다. 슬픔이 주는 기쁨 공항에 가기 진정성 일과 행복 동물원에 가기 독신 남 따분한 장소의 매력 글쓰기(와 송어) 희극 <성심성의껏 소외를="" 시켜놓은="" 환경에="" 나="" 자신의="" 소외를="" 풍덩="" 빠뜨리는="" 것은="" 실로="" 위안이="" 되었다.=""> - “슬픔이 주는 기쁨”에서 <이제 휴가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면,="" 일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쪽이="" 일을="" 견디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우리의="" 슬픔을="" 그나마="" 다독일="" 수="" 있을="" 테니까.=""> - “일과 행복” 가운데에서 “글쓰기(와 송어)” 보통 사람들의 글쓰기와 작가의 글쓰기를 비교하여 그 다름이 뭔지를 설명해준다. 책을 내고 싶거나 글을 예술적으로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짧은 글이지만 많은 도움이 될 만하겠다. <삶을 붙잡아두는="" 데에는="" 감각="" 경험을=""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는="" 것을="" 나열한="" 자료는="" 예술이="" 되지="" 못한다.="" 오직="" 선별을="" 할="" 때에만,="" 선택과="" 생각이="" 적용될="" 때에만="" 사물들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마지막의 <희극>에서는 왜 책표지가 모두 배 모양인지 이해하게 해준다. 진실을 살짝 꼬집으면서도 아주 유쾌한 글이다. 유머와 농담이 즐거움을 주면서도 비판의 한 방법이라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우리 자신에 대한 씁쓸한 진실을 받아들이게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한="" 일이지만,="" 유머="" 가운데="" 많은="" 부분은="" 지위에="" 대한="" 불안에="" 이름을="" 붙이고,="" 그럼으로써="" 그것을="" 억제하려는="" 시도다.="" 우리는="" 그런="" 유머를="" 보고="" 들으면서="" 세상에는="" 나만큼이나="" 질투심="" 많고="" 사회적으로="" 허약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처럼="" 돈="" 문제="" 때문에="" 고민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처럼="" 겉으로는="" 멀쩡한=""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심한다.="" 그러다보면="" 나처럼=""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보통, 그의 위대함은 범인을 이해하고 그의 고민과 생각, 현실에 대한 이해를 동반하는데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면 그가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늘 우리에 대한 따스한 위로가 담겨있다. 고맙다, 보통...따라서>희극>삶을>이제>성심성의껏>동물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