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에서 새책소개란을 죽 훑어보다가 눈에 띄었다. 기존 평론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80년대가 아니라 90년대가 우리 대중음악의 전성기라고 주장한다''는 조금은 발칙한(?) 저자들의 우리가요 사랑기 라는 설명이 부연되어 있었다. 검색으로 찾아본 목차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낯선 사람들]의 음반이 수록되어있음을 보고는 망설임없이 구입하게 된 책이다. 나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처럼 늘 그자리에 있으되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으나 누군가 그 곁에서 변함없는 애정으로 전문적인 지식과 열정을 담보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글들을 좋아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네명의 공동 저자들은 대부분 나보다 일곱살이나 어리다. 80년대의 마지막 학번인 나와는 달리 그들은 90년대 학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내가 음악적 세대로서는 동일하다는 것은 입시지옥으로 상징되는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생과 미혼시절에서야 음악에 빠진 나와는 달리 참교육 1세대, 이해찬 세대로 불리우는 그들의 청소년기가 나보다 훨씬 풍요로왔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야할까. 그들은 1990년부터 1999년 까지 연도별로 발매된 음반들 가운데 그들이 생각하는 베스트 명반 50장을 선정하여 각 음반마다 수록곡과 주요멤버의 인터뷰를 곁들여 좋은 곡들을 설명하고 얽힌 비화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연도별로 발매된 모든 음반들을 각 연도별 들어가는 말 앞머리에 소개함으로써 그 해의 분위기를 세세하게 전해준다. 그들의 책에서 드러나듯 그들이 선정한 음반들은 소위 ''망한 음반들''이 많고 구하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대중적인 인기나 상업적인 성공과는 달리 그들은 철저히 음악성, 즉 그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음반만을 골라 선정하였다. 나도 소장한 음반이 있나 수납장을 뒤지다가 CD 보다 Tape 가 더 많음을 보고는 나의 나이먹음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반들이 빠져있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빠져있지만 난 이 책을 사랑한다. 내가 사랑한 음악들을 함께 사랑한 시간들을, 그 음악과 함께 보낸 시절들을, 그 음악을 사랑하고 지켜내는 열정들을 사랑한다. 우리 가요의 구석구석을 뒤지며 그곳에서 음악이라는 이름아래 열정을 바쳤던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 연주가들을 골고루 소개하는 따뜻한 시선도 사랑한다. 우리 가요를 즐겨듣고 애창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다가 그 가수의 노래를 찾아 다시 듣게 되고 가물거리는 기억때문에 뭐였더라 찾아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단, 끝까지 읽기도 전에 표지 안쪽 속지가 떨어져 나왔다. 세로로 짜여진 표지글씨와 함께 책 외형적으로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다. |
| 미국에 출장 가기 전날 발견한 책이다. 긴 비행시간을 대비해서 이 책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YES24에서 주문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두군데의 서점을 뒤져서 겨우 마지막 남은(가져다놓은?) 이책을 발견 했다. 미리 저자들은 이야기를 했다. 그래, 나의 20대가 바로 90년대 이거든! 그래서 나는 이 때의 감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추천한 명반들은 그 감수성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고민하고 따져 보았더니 꼭 우리의 감수성 뿐만이 아니란 증거들이 나왔어. 그 이야기를 좀 할까 해.... 라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그러니까 정말 90년대 대중음악의 토양이자 씨앗이었던 어떤날...정확히는 조동익이라는 편곡 스페셜리스트의 힘을 그간존중 해 왔던 나로서는 많은 부분 공감 할 수밖에 없었던 내용이었다. 50장의 명반을 1년에 5장씩이 아니라 그해 수확에 따라 선정하고 분석한 내용들, 그리고 영향력에 대한 의견들, 노래 내면에 지닌 가치들을 이 책은 말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노래 하나하나에 대한 마치 시를 분석 하듯 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가 지닌 사회성, 시인의 마음...그래서 우리가 읽어야 할 노래의 의미를 말한것이라 더욱 재미있고 아울러 유익하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평론이 아니라 자신들의 시각을 주장 하는 것이기에 글은 잘 읽히고 공감하게 되고 갸웃하게 되며 호흡하게 된다. 아울러 어쩌면 조금은 불편한 듯한 영원한 숙제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대중과 호흡이 중요한가? 아니면 나만의 길이 더 중요한가? 많은 가수들이 대중에게 먹히는! 노래를 만든뒤에 고민에 빠지고 결국에는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다가 망하고! 했다. - 적어도 필자들의 논리에는 그렇다. 그렇다면 2000년대, 그 경계가 모호해 지고 있는 지극히 파편화- 프래그멘티드 - 되고 있는 이 시대의 대안은 무엇인가? 본질적인 대중음악의 기능과 대안을 모색하기에는 분석에 비해 고민은 더 시간이 필요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책은 정리의 책이 아니다. 토양의 책, 시작의 책이다. 그래서 책은 유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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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사할 때 가장 먼저 버릴 물건 리스트에 책이 많이 포함되어 있잖아요. 지금까지 많은 책들을 버리고, 팔기도 했지만, 이 책 만큼은 아직까지 책장에 잘 간직되어 있답니다. 90년대는 제 학창시절이기도 해서 더욱 애착이 가기도 하지만, 정말 객관적으로 90년대 가요가 GOAT 였는지, 앞으로도 그렇게 되게 되는건지 지켜보기 위해서 이 책, 이 자료가 꼭 필요하거든요. 2025.12.31 수정 : 고인이 되신 저자를 기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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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하다..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나는 90년대까지 명백한 10대였으므로, 글을 쓴 이들과는 약간의 세대차이가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적 별밤, 유영석의 FM인기가요(였나?), 김현철 디스크쇼(였나?;), 유희열의 음악도시 등등 정말 멋진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많았고, 나 역시 라디오를 들으며 꿈을 키웠던 수많은 10대중 하나로서, 90년대에 들었던 음악들이 좋은 기억들로 남아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잊고 지냈던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책에서도 얘기하고 있듯이, 김현철, 김동률, 이적 등 예전에 무척 좋아했던 90년대 가수들의 음반들은 예전만큼 선전하고 있지 못하다. (부인할 이들도 있겠으나..) 그런 모습들을 보며 왠지 모를 씁쓸함에 그냥 외면해버리곤 했는데.. 너무 쉽게 이들을 버린게(?) 아닌가 싶어서 한편으로 미안함이 들기도 했다.
가수 음반 발매일이 되면 몇번씩 동네 레코드가게를 찾아가고 4천원짜리 테이프를 늘어질때까지 들으며 가사집을 펴보았던 기억이 문득 그립다. 너무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음악듣는 습관이 나빠진 것 같아 아쉽다. 지금도 좋은 음악은 곳곳에 숨어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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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이 책은 지금까지 나왔던 여느 평론과 다른 점이 부각된다. 늘 무언가를 평론한다는 사람들은, 특히 한국 대중음악을 평론한다는 사람들은 늘 한국 대중음악을 한국 대중음악 그 자체로 보려하지 않고 시대를 달리 하여 전개된 서구 대중음악의 한 지류로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했다.(이러한 경향은 기존의 대중음악 평론계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그들이 주로 평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미국, 영국 혹은 일본의 음악이 대종을 이루었고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평론을 할라치면 열에 아홉은 앨범의 서구적 영향에 대한 근원을 파헤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고 고압적이고 시니컬한 태도로 일관하는 경향을 보였다. 굳이 실명을 거론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그러한 평론의 자세는 물론, 그 음악을 만든 뮤지션에게 강한 자극이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한국 대중음악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대중이 알아야 할 '그 음악이 지닌 장점과 아름다움'은 가려진 채 평론이라는 단서를 다는 글은 그저 자신 속에 내재된 '쾌락의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글쟁이의 글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신선하다. 소위 'PC통신 1세대'로서 이들은 온라인 상(나우누리 음악 비평 동호회 Muse)에서 순수하게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애정만으로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러한 애정이 진지한 음악 듣기와 의견 교류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대중음악 평론의 한 지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들은 정말이지 마니아적인 열정으로 앨범 하나하나를 접근했으며 그만큼 앨범에 있는 곡들의 장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그러한 모습 속에서 결코 음악적인 거만함이나 고압적이며 시니컬한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내게 "이 앨범 한번 들어봐. 진짜 좋다니까. 정말이야." 하며 말을 건네는 친구같은 인상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이 책은 91년에 발매된 조용필의 13집 앨범을 리뷰하면서 조용필의 '음악하는 태도'에 대해 논하고 있다. 태도와 음악성이 무슨 상관이랴마는 책 속의 글은 자연스럽게 두 변인 간의 상관관계를 풀어낸다. "라틴 리듬을 차용한 [장미꽃 불을 켜요]를 들어보라. 10장이 넘는 음반을 발표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고 온갖 영욕을 다 맛본 이 거장이 댄스 음악에 갖는 태도를. 거드름을 피우는 고압적 자세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댄스 음악에 대한 거부감도, 편견도 없이 아무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은 채 그저 신나는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64 p.) 이러한 서술은 일견 음악 자체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나 적어도 앨범 속 한곡한곡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없이는 읽을 수 없는 부분임은 분명하다. 순전히 곡의 작사, 작곡, 편곡, 세션, 사운드 퀄리티, 영향받은 인물 혹은 음악 등의 결과물에만 천착하는 여느 평론과는 다른 지점에서 서술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대중음악 평론은 마치 '식품영양학'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음악이란 결코 나쁜 것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중음악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지닌 '해악'보다는 우리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영양가' 분석에 좀더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한 음식이 얼마나 몸에 해롭고 맛없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맛있는지 아는 것을 통해 그 음식에 젓가락을 가져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