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요점. 언론이 아주 복잡미묘한 함수라는 것. 뉴스y가 더이상 진실x가 아니라는 것.
요즘엔 누구나 다 안다. 포탈사이트 뉴스의 댓글을 보면 초등학생들까지 이런 현실을 알고 있는 듯.
진실은 제보자와 기자, 편집인을 거쳐 갖은 양념을 버무린 맛깔스런 음식으로 '재현'된다. 아...잊을 뻔 했네. 사주와 광고주라는 아주 특별한 드레싱은 요리의 맛을 전적으로 좌우하기도 한다.
그나마 기자 본인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가미되면 귀엽게라도 봐 줄 수 있지만... '기자의 이데올로기'란 이미 전설이 되어 버렸다.
이 프랙탈의 세계 속에선 언론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주의 이데올로기(..라기보단 정신상태란 말이 더 맞겠다.)를 핵심으로 펼쳐진 구조 속에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달콤한 '권력'의 아성에 남아있길 원하는 한 기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주와 같은 방식의 정신세계를 갖게 된다. 물론 기자 본인은 끊임없이 '독립된 지성'임을 주장하겠지만 장담하건대 그딴 게 있을 리 없다.
뭐 하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다.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뭉텅이들이 몇개나마 있다는 건 아직 재미도 있다는 얘기니까.
더 나쁜 건 표면상으론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가장하고 있는 이 모든 언론사들이 다 한통속일 수 있다는 거. 눈에 띄게 그렇게 되어 간다는 거. 더이상 이데올로기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 그래서 난 정말 무섭다는 거...--...
휴고보스를 빼입은 한겨레 기자를 씹어대고, 날이 갈수록 광고지쪼가리로 변신하는 시사저널에 눈물을 삼키고, (난 시사저널에 일종의 판타지를 갖고 있었거든...) 오연호씨를 장사꾼이라 비난하면서도, '기자'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수많은 의미들을 한번도 부정한 적이 없었다. 어쩌면 성스러움마저 느껴왔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어설프게 매달려왔던 그 '성스러운' 기자노릇도 못하게 된 지금에 와선, 끊임없이 메이저에 편입되길 바라던 내 열망이 어디에서 기인한 건지도 모르겠다. 순수한 열정인지, 권력에의 불순한 욕망인지, 단지 아무 생각없이 돌진할 꿈이라는 허상이 필요했던 건지, 아니면...그냥 그런 척 해왔던 건지.
하지만 분명한 건 그중 무엇도 더이상 내게 가솔린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거다. 물론 더이상 눈꼽만큼도 성스럽지 않다는 거다. 역겹기까지 하다는 거다.
이 책이 아니었더라도 실체는 진작 알고 있었다. 그걸 인정함으로써 내 인생 최대의 로망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
길지 않은 인생.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유턴이 두려워 끌려가고 싶진 않다. 삼류로 남아 일류를 열망하는 대신 그냥 타자가 되어 실컷 비웃어주겠다.
그러므로 '제 4의 권력'이여, 굿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