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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마을에 사는 절뚝이는 약한 자의 대변인이다. 친구들이 모두 놀고 있어도 절뚝이만큼은 놀 수 없었다. 놀고 싶은 마음이야 똑같겠지만, 생활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돼지를 먹일 음식찌거기를 얻으러 다녀야 했다.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지만 절뚝이에게는 염소 ''메돌이''가 있었다. 메돌이는 절뚝이의 정신적 지주인 김상이 군에 가면서 주고간 염소였다.
코우, 가메, 겐, 자코 등의 일당과 도요히사, 다이스케 등의 일당으로 나뉜다. 소위 말하면 못사는 애들과 잘 사는 애들이다. 잘사는 애들 뒤에는 ''맑은 물 골'' 마을의 재산 대부분을 차지하고있는 도요히사의 아빠 전무가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이 해적놀이를 하면서 놀고 있는 ''돼지 연못''을 차지하기 위한 또래집단들의 갈등이 천친난만한 어린 시절을 말해 주는 것 같지만,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태어나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나누고 자본에 따른 신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중일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가 되어 조선에 살아도 조선인이 안 되는 현실을 비관하고 일본인이 되고자 했던 김상아버지는 결국 개명을 통해, 그리고 김상을 히데키치라고 고치고 군에 입대함으로써 일본인이 되는 듯 하나 김상은 탈영이라는 죄를 짓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군대 속에서의 차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김상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 고향은 조선이지만, 조선에 없어. 이 곳 맑은 물 골이 나의 고향이야.''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이 책은 전쟁의 무의미, 그리고 그 속에서 평화로워 보이지만, 평화롭지 않는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희망이 주는 용기''다.
메돌이가 도요히사 일당에게 당하자 음식찌꺼기를 구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기어다니던 나약함은 없어지고, 오히려 가슴을 공격하던 절뚝이에게서 용기를 배운다. 절뚝이에게 메돌이는 희망이자 삶이고, 자존심이다.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욕기가 도요히사 일당에게 덤빌 용기를 주는 것이다.
희망이 주는 용기. [인상깊은구절] 절뚝이는 도요시하를 보지도 않고 다이스케한테 다가가 단호하게 명령했다. "목줄 이리 내!" 절뚝이 목소리가 너무 당당해서 다이스케는 깜짝 놀라 엉겁결에 목줄을 건네주었다. 절뚝이는 메돌이를 단단히 끌어안고 다이스케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메돌이를 괴롭히면 가만 있지 않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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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이가 기르는 돼지랑 오리랑 닭들은 몽땅 전무네 거다. 하지만 염소만은 절뚝이 거다. 절뚝이가 가진 단 하나의 재산이다.(P.33)
히코타라고 불리는 아이가 있다. 다른 아이들은 이름을 놔두고 그냥 절뚝이라고 놀린다. 다리 하나가 부실해서 걸을 때 절뚝거리는데, 이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별명을 붙인 것이다. 누더기 옷에 늘 돼지 냄새를 풍기다 보니 바보가 아닌데 바보 취급을 당한다. 학교가 끝나고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다른 아이들은 뭘하며 놀까 들떠있지만 절뚝이는 먹고 사는 일로 바쁘다. 어머니를 도와 돼지를 돌보고 닭과 오리를 거둬야 한다. 한 여름 찌는 더위에도 들러붙는 파리를 쫓으며 돼지에게 먹일 음식 찌꺼기를 얻으러 다녀야 한다. 외톨이 절뚝이에게 유일한 보물은 염소 메돌이뿐이다. 친형처럼 따르던 조선인 김상이 군대 가기 전에 주고간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맑은 물 골'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마을인데도 불구하고 '돼지마을'이라고 불리는 마을에 절뚝이가 산다. 마을에 도살장이 있고, 돼지우리도 많아서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라 그렇다. 이곳에 있는 연못 이름도 '돼지 연못'이라 불리고 지저분하기 그지없다. 도살장에서 흘러나오는 더러운 물과 쓰레기로 오염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곳이 동네아이들이 해적놀이를 하며 노는 놀이터다. 잿빛의 배경 그림들과 묘사들이 더럽고 냄새나는 마을의 느낌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서로 다투고 갈등하는 상황들은 아이들의 편가르기 놀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중일전쟁 당시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들이 사는 모습과 그대로 닮아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낯설 뿐이지 그 시절 우리들의 삶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단지 한국인 부모를 둔 김상이 그들로부터 차별받고 고통받는 것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선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김상은 자신을 일본인으로 키우고 싶어한 아버지 때문에 군대에 지원하게 된다. 아버지의 바램대로 일본군으로 전쟁에 참가하지만 군에서 조선인이란 이유로 더 심한 차별을 받게 되자 탙영하게 된다. 가난을 이유로 차별받는 절뚝이와 조선인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는 김상은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면서 친형제처럼 가까워졌는지 모른다.
메돌이는 절뚝이가 김상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는 보물이다. 주눅들고 소심하기만했던 절뚝이는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메돌이를 괴롭히자 순간 다른 아이로 돌변해 여태 본적이 없는 공격성을 드러내 친구들까지 깜짝놀라게 만든다. 김상이 주고 간 보물 메돌이가 잘못되면 김상에게도 나쁜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던 절뚝이. 절뚝이에게 메돌이는 곧 김상과 같은 상징적인 존재였다. 절뚝이가 돌변한 것은 군대에서 탈영해 다시 동네로 숨어들어왔던 김상이 안전한 곳으로 피해나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며 가슴이 터질 것 같았던 절뚝이에게는 아주 자연스런 반응이었다.
삭막한 회색빛이 감도는 동네 '돼지마을'. 아이들끼리 패를 지어 대립하 듯, 가진 자와 가기지 못한 자로 양분된 마을. 그 속에서 꽃 핀 절뚝이와 김상의 우정은 더욱 온기를 느끼게 한다. 사랑과 우정이 얼마나 강한 힘을 발휘하는지 절뚝이의 변화된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김상은 소식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리고 절뚝이네도 이사를 가게 되면서 둘의 만남은 더 이상 기약할 수 없게 됐지만 절뚝이는 메돌이가 곁에 있는 한 이전과는 달리 더욱 강인한 아이로 성장해갈 것이다. 중국 대륙에서의 전쟁이 더욱 심해지면서 일상의 먹구름은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지만 절뚝이의 미래는 이전과는 달라질거란 기대를 갖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