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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자동차 운전도 하기 싫어하고 여행 다니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로하신 부모님이 더 노경에 접어드시기 전에 주말에 여행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동차 운전을 서둘러 배워 운전한지 6개월이 되어 간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40대중반의 늦깎이 초보운전자가 서울 근교부터 시작해 경기도, 지지난주에는 강원도 동해안 등을 여행했는데 조금씩 주행능력이 향상하면서 지리 공간 감각을 익혀 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부모님도 주말나들이를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왜 진작 철이 들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마저 들 정도이다. 우물안 개구리가 여행을 하며 놀란 것을 두가지만 꼽으라면 먼저, 서울 경기의 웬만한 국도변이 온통 음식점들로 도배가 되어 있을 정도로 세속화되어 있어 흥미가 반감되고 있다는 사실이었고, 또다른 하나는 웬만한 강원도 오지의 촌락조차 단정하게 정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20-30년 전의 <궁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좋게 봐서 우리네 삶이 그만큼 균질화되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도회지를 벗어 시골의 고즈넉한 모습을 보려면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 더 내려가도 마찬가지겠지). 아무튼 여행을 시작하면서 먼저 구입한 것이 <서울 수도권 1:10,000 정밀지도책> 그리고 <전국 1:50000 지도책>이었는데 나로서는 아주 유용한 책이다. 군더더기 없이 지도만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은 간명할수록 좋을 것이라는 신조가 점점 굳어가는 듯 하는 요즈음, 여행서적으로는 지도책만한 것이 없다. 외국출장을 가도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현지시내 대형서점을 방문해 지도 책을 사는 일이다. 단 한 장짜리 지도 말고 도로와 건물이 정황하게 표기된 두툼한 <지도책>을 사는 이유는, 내가 방문하고자 하는 곳이 관광지가 아니라 현지 회사와 공단이기에 관공지도상에는 누락된 탓이다. 그러나 보다 큰 이유는, 출장 기간내내 그 <지도책>을 끼고 되풀이해서 사용하다보면, 어느덧 현지인 된 것처럼 공간감각이 부쩍 향상하게 되어, 출장을 다녀온지 몇 년이 지나서도 현지 풍경을 쉽사리 머리 속에서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현지 관광을 위한 <어디어디 100배 즐기기>하는 책자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다. 쇼핑점, 음식점, 유흥단지 등등 세속화 된 공간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할 뿐이지, 저자의 공감을 공유할 있는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여행이 자신의 실존을 내면화하고 고양하는 기회로 보는 측면에서 말하자면, 그 정도의 정보는 인터넷으로도 찾아볼 수 있기에 여행서로는 역부족이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에는 정보보다 <느낌>을 중시하는 여행서적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많은 곳을 여행하기보다 한곳에 머물며 뭔가 자신만의 시각만으로 본 사물을 풀어내는 느낌은 시간이 지나서 되풀이해서 아무쪽이나 읽어도 좋을 내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행서는 궁극적으로 기행서적이 될 수밖에 없는데, 기행서가 시효는 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오늘 내가 구입한 책 <해천추범>이란 <1986년 민영환의 세계일주>만 해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당시의 풍물과 정세를 그대로 재현될 것만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시중에 나와 있는 여행서는 (비록 여행에 관심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서울근교 국도변을 도배질 하고 있는 가든 음식점처럼 <세속화>된 도서라고 하겠는데, 그래도 남들 다 아는 곳을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서 꽤 여러권을 구입해놓고 있다. <없어지기 전에 꼭 가야 할 여행지 맛집 967>도 그런 책중에 하나이다. 노부모를 모시고 여행하자면 우선 맛집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라면 놀이시설이 있는 여행지를 우선하겠지만, 어르신들은 우선 뭔가 제대로 먹어야 여행한 기분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엉뚱한 데 들어가 모처럼의 주말나들이를 어색하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아버지는 민감한 미각의 소유자인데 특히 이북출신이라 냉면에 대한 평가는 웬만한 미식가의 수준을 넘어선다. 어머니는 나를 나으신 후 산후조리를 잘 못한 탓으로 평생 매운 것을 드시지 못해 드실 수 있는 것이 무척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괜찮은 현지 음식점을 찾는 것이 항상 관건이 되고 있는데, 이 책을 구입한 연유가 된다. 이 책은 <한국여행작가협회추천도서>라고 하고 저자는 10여년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작가>라고 한다. 이런 여행안내서들은 대부분 천편일률적이라 서평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내가 굳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여행초보자의 입장에서 뭔가 지적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이다. 저자가 선택한 맛집의 기준이 잘못 되었다거나 하는 측면이 아니라 아주 기초적인 문제를 거론하려는 것이다. 먼저 매 지역의 맛집을 소개하고는 지도를 부기하고 있는데 대부분 지도가 정확하지 않다. 그것도 멋을 부리려고 했는지 반듯한 지도가 아니라 컴퓨터로 그린 듯한 것인데 지도의 방위도 부정확하고 맛집의 위치도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져 있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저자가 지리에 둔감한 것 같은 추측이 가능해지는데 이런 증거는 또 있다. 매 챕터 끝머리에 <이 집도 들러보세요>라고 맛집 몇군데가 더 소개되어 있는데, 전화번호가 표기 되어 있더라도 어차피 지도가 부정확해서 일일이 전화를 해보지 않으면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가고 싶으면 알아서 가라는 말인가? 한마디로 들고 다니기에는 짜증이 날 정도였다. 나는 이 책의 지도는 다시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목을 <없어지기 전에 꼭 가야 할 여행지 맛집 967>이라고 해놓고, 맛집 소개에는 <한 끼 식사로는 충분하다>, <맛이 괜찮은 곳>, <여러 사람이 추천했으나 xxx에 가느라 들르지는 못했다> 등등 어처구니 없는 코멘트가 나온다. <없어지기 전에 꼭 가야 할>여행지 맛집이라기 보다 <없어져도 별로 관계가 없는 맛집> 같은데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발품이 아까워 지면에 소개했단 말인가? 서문에서는 <15년의 공력을 담으려 애쓴 만큰 힘들게 엮은 책이므로 평가도 쉽사리 내리지 말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까지 한 이 책은 <자화자찬 같지만, 인터넷의 '낚시글'과는 차별화되며, 독자의 조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알짜 정보들이므로 본전 생각 안 날 이 책 한 권이면 어디 가서든 실망스러운 한 끼로 여행 기분을 망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했다. 사실 여행서적은 책상에 앉아 상상력으로 쓰는 책보다 공이 많이 갈 것이다. 또 사진도 많이 게재 되어 있기에 글쓰는 공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평생을 맛집 여행을 한 미식가라도 없어지기 전에 꼭 가야할 여행지 맛집이 1천여군데가 될 수는 없는 법이라는 사실이다. 제목이나 지도 같은 기본적인 데에서 진실함이 있어야 저자의 체험도 독자에게 전이될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에게 겸손해지고 진실해지는 과정이다. 나는 저자에게 <현대정보문화사>간 김형렬지음 <한국사람 일본가기>라는 1995년판 여행가이드북을 이따금 들춰본다. 절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요즘 도색이 화려하고 정보가 업그레이드된 책도 많으면서 일본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내가 이 책에 애정을 갖는 이유는 진실하고 정직하고 겸손이 묻어있기 때이다. 한번 보고 마는 이 여행안내서가 적어도 내 서가에서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말이 나온 김에 맛집 안내서라면, 김영사간 유광선저 <오래된 식당 100곳>, 리스컴간 유지상저 <잘 나가는 그들은 여기서 먹는다>가 자주 들쳐보는 책이다. 친구들과 한잔 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서나 접대를 위해서. <없어지기 전에 꼭 가야 할 여행지 맛집 967>의 <원조집을 취재하면서부터 알게 된 곳이다. 매스컴에 소개가 많이 되어서인지 사람이 많을 때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식으로 달랑 두줄짜리 문구로 맛집을 소개하는 법이 없으니까 꽤 유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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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여행이 더 행복해 지지요...
이 책에서 추천해준 맛집을 찾아가면 후회없어요...
요즘은 아무나 방송출연했다고 붙여있고.. 택도 없는 맛집을 추천하는 책도 많은데... 맛집에 관해서는 참 깨끗합니다.
강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