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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저자는 벌을 키우는 양봉업자, 자연속에서 삶 속에서 시가 만들어지고 시가 흘러나온다. 가까운 분이 양봉업자인데, 이 시를 읽으면서 그 분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표현도 재미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시에서 인생을 배우고 자연을 배운 것 같다. 저자의 시집이 이 책 한권만 소개 된 것이 아쉽다. 또 다른 시집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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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이종만 시인의 여주 양봉장엘 다녀왔다. 다음날 그의 시집을 읽었다.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라는 제목은 그의 생활에 너무도 잘 어울린다. 꿀을 찾아 꽃을 찾아 항시 그는 산에서 산다. 여름에는 강원도에서 겨울에는 경상도에서 그는 꽃의 연애를 돕는다. 꽃의 연애를 돕는다는 것은 우리의 땅에 나무와 풀이 살게 하는 것이다. 그를 만나면서 양봉이야말로 사람과 동물이 공생하는 산업임을 깨달았다. 그의 꿀을 먹는 아침은 행복하다.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꿀이어서, 그 꿀로 빚은 시도 참으로 맛있다.
꿀은 하늘이다 -양봉일지8
이종만
벌이 금방 따온 꿀은 방금 낳은 계란같이 따뜻하다 꿀 한 되 집으로 들어가면 집안이 따뜻해진다 집안 사람들이 달콤해진다
꿀 한 되에는 지구를 몇 바퀴 돈 길이만큼 길고 긴 벌의 길이 들어 있다 길고 긴 비행시간이 담겨 있다
한 숟가락 꿀을 머금으면 입안 가득 하늘의 향기가 고인다 아무리 꽃이 피어도 하늘이 내려주지 않으면 꿀 한 방울 딸 수 없다 꿀은 하늘이다
꿀 한 모금 다시 삼킨다 종소리처럼 꿀이 몸 속으로 퍼진다 하늘이 몸 속으로 들어간다
(이종만 시집,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 문학세계사, 2006, 68~69쪽)
꽃은 지지 않는다 -양봉일지9
이종만
아카시아 꽃이 시드는 비애를 벌은 헛되지 않게 한다
벌이 따온 아카시아 꿀 감기가 걸려 한 술 머금으면 따끔한 목 안이 어느새 편해진다
나는 눈보라처럼 날리는 아카시아 꽃잎 사이를 가는 사람 꽃보라처럼 날리는 생을 괴로워하지 않는다
아카시아 꽃 시들어도 벌이 있어 꿀이 있어 꽃은 지지 않는다 꿀 먹은 사람 속에서 아카시아 꽃 다시 환하게 핀다
(이종만 시집,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 문학세계사, 2006,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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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눈이 부신 산 속 물결 피라미 떼가 푸른 하늘을 헤엄치고 있다 처음 뭍으로 오른 개구리 한 마리 훌쩍 저승처럼 먼 버들가지를 건너뛸 때 눈부신 물줄기가 빼앗듯 껴안는다 산 속이 산 속 물 속이 모두 웃는다
아직 인적이 뜸한 계곡이다
인적이 없는 깊은 산 속 계곡 풍경이 수채화로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시에서 눈길이 오래 머문 곳은 ‘아직’이라는 부사어입니다. 처음에는 이른 시각을 나타내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이른 시각이 지나면 사람들이 왁자하게 떠들며 계곡으로 들어오겠지요.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인적이 없는 깊디깊은 곳, 사람의 발길이 ‘아직’ 닿지 않는 원시의 계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의미가 더 확연해지거니와 시인이 하는 일이 명료해집니다. 시인은 ‘벌 치는 사람’(「꿈 속에 피는 꽃」)입니다. ‘점심 먹다가도 꽃 피었다는 소식이 오면 / 첫 별 머리에 이고 / 어둠 속으로 스미듯 달려’가 ‘벌통을 옮’깁니다. 시인은 ‘꽃 속에 사는 사람 / 꽃 속으로 떠나야 하는 사람’(「야반도주하듯이」)인 것입니다. 꽃과 함께 지내다 보니 ‘동이 트기가 무섭게 / 낯선 숲으로 들로 나가는 / 벌들을 보면 왕이 부럽지 않’(「벌통을 옮겨놓으면」)습니다. 벌들은 달콤한 꿀을 모아올 것이니 말입니다.
꿀은 시인에게 밥이 되고 목숨이 되지만 그에 머물지 않습니다. ‘꿀 한 되에는 / 지구를 몇 바퀴 돈 길이만큼 / 길고 긴 벌의 길이 들어 있’음을 알기에, 그리고 ‘아무리 꽃이 피어도 / 하늘이 내려주지 않으면 / 꿀 한 방울 딸 수 없’음을 알기에 시인에게 ‘꿀은 하늘’입니다. 그리하여 ‘꿀 한 모금’을 삼키면 ‘종소리처럼 꿀이 / 몸 속으로 퍼’지며 ‘하늘이 몸 속으로 들어’(「꿀은 하늘이다」)오는 것을 온몸으로 겪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시인을 산 속 꽃과 벌과 꿀의 시인으로만 한정짓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생각하기보다 기도하기로 한다 / 기도하기보다 미소짓기로 한다 / 미소짓기보다 손을 잡아주기로 한다’(「별」 전문)를 보면 적극적인 현실 의지도 엿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역시 시인의 자리는 꽃과 벌과 꿀의 자리입니다. ‘벌과 함께 꽃을 좇’는 그 자리에는 ‘하나님이 있’(「하나님이 있다」)고, 시인은 그리하여 천진한 어린이가 되어 세상을 바라봅니다.
섬
바다가 내놓은 엄지발가락 하나
누가 밤새 발톱에다 빨간 매니큐어를 칠했나
통통배 타고 가까이 가보니 동백섬이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