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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단편] 맥베스 살인 미스터리 - 제임스 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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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술집에서 만났다가 책 얘기가 나왔는데, 여자가 추리물 매니아인데 어제 책방에서 추리소설인줄 알고 잘못사서 읽은 게 맥베스라고 하면서 불만을 토로한다. 중고딩들이나 읽는 고리타분한 책을 왜 추리소설 문고판과 같은 사이즈로 만들었느냐는 거다. 재미있었냐고 남자가 묻는데, 여자가 딱 잘라 재미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엉뚱하고 기발하다.“전 잠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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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술집에서 만났다가 책 얘기가 나왔는데, 여자가 추리물 매니아인데 어제 책방에서 추리소설인줄 알고 잘못사서 읽은 게 맥베스라고 하면서 불만을 토로한다. 중고딩들이나 읽는 고리타분한 책을 왜 추리소설 문고판과 같은 사이즈로 만들었느냐는 거다. 재미있었냐고 남자가 묻는데, 여자가 딱 잘라 재미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엉뚱하고 기발하다.


“전 잠깐이라도 맥베스가 왕을 죽였다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요.”


아무리 단편이지만 이야기가 시작되자 마자 몇 줄 안지나 황당하고 당황해 하는 사람은 여자와 술을 마시던 책 속의 남자 뿐만 아니다. 여자의 확신에 찬 대답에 독자 역시 황당스럽다.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여자는 한 마디 덧붙인다. 아내도 그 일에 연루되지 않았을 거라고. 물론 그 두 사람이 가장 의심스럽기는 하겠지만 그 둘은 덩컨 왕을 죽인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여자의 말이다.


탐정소설의 매니아인 이 여인은 탐정 소설의 규칙을 잘 알고 있다. 남자는 황당해서, 그럼 누 누 누가,..  이러고 있는 사이 여자는 아 정말 모르겠느냐고, 세계적 대작가인 셰익스피어가 누가 그랬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도록,  재미없는 그런 책을 썼겠느냐는 거다. 세계적으로 햄릿이란 인물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거의 없으니 맥베스 역시 파악하기 쉬운 인물일 리가 없을 거란다.


맙소사. 탐정 소설만 읽는 여성은 맥베스를 덩컨 왕 살인 사건과 그 이후에 계속되는 연쇄 살인 사건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리뷰에도 썼지만, 대본에는 맥베스가 직접 덩컨 왕을 찌르는 장면이 명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셰익스피어는 살인 전의 심리와 살인 후의 심리를 대사와 암시를 통해 그의 살인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으므로 독자가 그것을 모를 수는 없다. 더욱이 대부분의 독자는 책을 읽기도 전에 맥베스의 내용을 대략 알고 있기 때문에 과정과 대사의 디테일에만 관심이 있지 누가 어떻게 죽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다시 맥베스 희곡으로 뒤져보고, 어떻게 이 여인이 덩컨왕의 살인이 맥베스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믿을 수 있는 게 가능한지 살펴보자.


마녀들의 왕이 될거라는 예언을 전하는 남편의 편지를 읽으며 동시에,  살해를 결심하는 맥베스 부인은 ‘사악한 생각을 돕는 악령이여, 이리 와서 나의 여성성을 제거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무시무시한 잔인함으로 채워 다오.’라고 결심을 굳히고, 자신의 집에서 열린 연회에 마실 술에 약을 탄다. 모두들 깊이 잠든 밤, 홀로 깨어 있는 맥베스는 부인이 준비해둔 단도를 발견한다. 셰익스피어는 피묻은 칼을 보고, 자신이 해야 할 살해와 양심 사이의 갈등과 두려움, 그리고 불안에만 촛점을 맞출 뿐이어서 직접 찌르는 장면이 언제였는지 기억하기 힘든데, 사실상 찾아보면 없다. 그러니까 칼로 찌르는 장면은 없다. 칼을 대하는 그의 독백에 자신이 저지르려는 잔인한 행위에 대한 불길한 예감과 한탄으로 가득차 있을 뿐이다. 독백이 끝나면 바로 장면이 바뀌고 2막 2장에서 부인에게 돌아온 맥베스가 해치웠다고 말한다. 영어로 해치웠다가 어떻게 쓰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술집에서 맥베스를 토론하는 두 사람의 대화에서 이 해치웠다는 것에 대한 해석은 없다. 맥베스는 모든 일을 주관하는 아내에게 내가 직접 죽였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에 대해서 말한다. 자기가 본 환영들과 불안감. 아내가 보기에 남편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손에는 피가 묻어있고, 찌른 단도가 들려있었을 것이다. 아내는 손에 묻은 증거를 물로 씻으라고 시킨다. 게다가 단도들을 도로 가져가서 피를 잠든 신하들 손에 묻혀놓으라고 시키는데, 오 무서워 나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야 하니 , 저런 한심한 인간이 왕이 어찌되나 싶어서 쯧쯧거리며 단도를 가지고 나간다. 돌아와서 독백에는 이제 자신의 손도 붉어졌지만 남편만큼 두려움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지는 않았다고 손을 씻자고 얘기한다.(그녀는 후에도 손을 반복해서 씻는다.)


이게 다다. 머리 속으로는 분명 맥베스가 찌르고 부인이 피를 바르고 하는 장면이 마치 본 것처럼 떠오르는데, 이것은 모두 대사 속에만 있을 뿐 실제로 장면으로 나타나지는 않은 것이다. 음모론자들은 믿을 수 밖에 없는 수천 개의 증거보다는 확실하지 않은 의심 몇 가지로도 세상 사람들을 현혹할 수 있는데, 이 명백한 맥베스의 살해 계획과 이후에 계속되는 암시와 대사로도, 의심을 해소할 수 있는 물리적 증거가 없는 틈을 제임스 서버는 발견한 것이다. 여자가 의심하는 사람은 맥더프다. 처음엔 뱅코우를 의심했는데, 이야기 속에서 뱅코우는 맥베스와 함께 무훈을 세우고 마녀가 예언하는 걸 함께 목격한 자로서, 훗날 그의 아들들이 왕권을 이어갈 거라는 예언도 함께 했기 때문에 역시 광기에 휩싸인 맥베스의 다음 희생물이 된다. 이 일을 두고 여자는 교묘한 대목이었다고, 추리법칙상,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은 언제나 두 번째 희생자가 된다는 점을 치켜세운다.


아버지가 살해된 것을 알고 자신들의 안위마저 위태로움을 직감한 두 왕자 맬컴과 도널베인이 아버지의 살해자로 지목되어 도망가는데, 남자는 혹시 이들이 의심스럽지는 않냐고 묻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여성은 이론이 있다. 극중 비중있는 사람이 살인을 맡아야만 하는 거라는 거다. 나 역시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는데,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 였던가 어떤 장편 소설을 읽는데, 범인이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서 마무리된 경우가 있었다. 이 여성이 말하는 잡배다. 물론 중간 중간에 한두번 언급이 있기야 했겠지만, 스토리 전체에 녹아있지 않고 비중이 없던 사람이 범인인 경우, 독자들은 이야기의 핵에서 소외된다.


놀란 남자는 다시 책을 읽겠다고 하고 그녀와 헤어진다. 다음 날 새로운 시각으로 그러니까 추리 소설의 시각으로 맥베스를 다시 읽은 남자는 그녀를 찾아와 더욱 황당한 주장을 한다. 나 역시 주의깊게 보지 않을 수 없었던 조금 뚱딴지 같은 대목이 있었는데, 2막 2장에서 맥베스 부인이 남편의 살인을 돕기 위해 잠든 사람들 옆에 단검을 빼놓아두었다고 독백하는 장면에 있다. 맥베스의 부인은 잠든 모습이 아버님을 닮지 않았던들 자기가 틀림없이 그 일을 직접 했을 거라는 거였는데, 이 남성은 이 대사를 보고, 이 잠든 남자가 사실은 덩컨왕이 아니라 의 아버지(맥베스의 아버지 혹은 맥베스 부인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아버님을 닮은 게 아니라 아버지였다는 것이다. 즉, 잠든 덩컨 왕이 ‘아버지’를 닮은 이유는 그가 덩컨 왕이 아니라 아버지였기 때문이며, 덩컨 왕을 죽인 사람은 딸을 왕비로 만들고 싶은 아버지였음에 틀림이 없다는 것이다. 여성은 놀랄만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면서도 반박한다. 이야기에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 범인이 될 수는 없다는 건데, 여기에 대해서도 남자는 설명이 있다. 2막 4장에 로스가 늙은 남자와 등장이라는 지문이 있는데, 이 노인이 누구인지는 책에서 한 번도 밝혀진 바가 없지만 바로 이 사람이 딸을 왕비로 만들고 싶어 하는 늙은 맥베스라는 것이다. 이걸로도 충분치 않다고 여성이 반박하자, 남자는 예언을 한 세 명의 마녀들 중 한 명이 변장한 사람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밀고, 여성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둘은 다음 번엔 햄릿을 분석해볼 작정이다.


현대 문학에서 선정한 세계 문학 단편집들이  대부분 그런 것 같은데, 제임스 서버의 단편들 역시 개성이 뚜렷하다. 카투니스트로도 활동했던 그의 단편 중 월터의 상상이 현실이 되다는 2번이나 영화화 되었다. 카툰 그리는 사람들은 어떤 사물의 특징을 포착하고, 그것을 조금 과장되게 그림으로써 익살과 유머를 전달한다. 서버의 단편들에서는 물체의 시각적 특징 대신 캐릭터의 특징을 행동과 대화로 생생하게 포착하였다. 단편이 전달하는 건 이야기 자체라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이 가진 개성 때문에 생기는 특별한 상황을 주로 그린다. 이 소설에서는 추리소설 매니아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지만, 다른 소설들 역시 짧지만 굉장히 인상적인 캐릭터의 특징들 때문에 잘 읽히고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져서 헤어지기 아쉬운 인물들이 된다.


35개의 단편 중 첫번째 [에마 인치, 떠나다]부터, [맥베스 살인 미스터리]까지 총 18개 정도 읽었는데, 따로 1단편으로 다루고 싶은 단편이 [쏙독새, Whip-poor-will], [아홉 개의 바늘], [윈십 부부의 결별], [에마 인치, 떠나다], [햄버거 몇개] 등이다. 특히 쏙독새는 라임이랑 이런 게 잘 맞아떨어지고, 웃픈 내용의 결말이 충격적 비극으로 끝나기에 잊기 전에 다시 한 번 리뷰를 하고 싶다.



g******1 2018.05.02. 신고 공감 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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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서버: 윈십 부부의 결별 외 35편 (by 제임스 서버)
"제임스 서버: 윈십 부부의 결별 외 35편 (by 제임스 서버)" 내용보기
제임스 서버는 "재담가는 타인을 희화화하고, 풍자가는 사회를 희화화하며, 유머 작가는 자신을 희화화한다"는 말을 남겼다던데, 그의 말을 인용하여 그를 평가하자면 그는 훌륭한 재담가이자 풍자가이자 유머 작가이다. 이 책은 재담가이자 풍자가이자 유머 작가인 제임스 서버의 원맨쇼를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미국식 유머의 극치이자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짧은 글들이라,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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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서버는 "재담가는 타인을 희화화하고, 풍자가는 사회를 희화화하며, 유머 작가는 자신을 희화화한다"는 말을 남겼다던데, 그의 말을 인용하여 그를 평가하자면 그는 훌륭한 재담가이자 풍자가이자 유머 작가이다. 이 책은 재담가이자 풍자가이자 유머 작가인 제임스 서버의 원맨쇼를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미국식 유머의 극치이자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짧은 글들이라, 일상이 팍팍하고 웃을 일이 없을 때 킬킬 대며 읽어도 좋을 만한 책들이다. 그렇게 책을 읽다보면 미국의 공황기에 이 작가가 왜 유명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 웃을 일 없는 일상이 반복된다면 이 책을 읽으시길. 다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제임스 서버의 유머는 철저히 미국식이나, 평소 미국식 유머가 자신과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생각보다 허들이 높을 수도 있으니 유의하기 바란다.
s*****n 2025.08.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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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서버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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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만화가인 제임스 서버는 수많은 작품을 통해 웃음을 준 20세기 유머의 대가 중 하나다. 다양한 단편들이 담긴 이 단편집은 제임스 서버 특유의 재기 넘치는 힘으로 가득채워진 선물 같은 단편집으로 누구에나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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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만화가인 제임스 서버는 수많은 작품을 통해 웃음을 준 20세기 유머의 대가 중 하나다. 다양한 단편들이 담긴 이 단편집은 제임스 서버 특유의 재기 넘치는 힘으로 가득채워진 선물 같은 단편집으로 누구에나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d****n 2024.12.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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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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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작 소설 작가 제임스 서버의 단편 모음집이다 라디오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듣고 흥미로워서 바로 구입했다 각각의 단편들이 전부 재미있있는데 그 중에서도 쏙독새라는 단편이 아주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시작해서 마지막에 충격을 안겨준다 약간 스티븐 킹의 샤이닝이 떠올랐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분위기가 그렇다 단편을 즐겨 읽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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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작 소설 작가 제임스 서버의 단편 모음집이다 라디오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듣고 흥미로워서 바로 구입했다 각각의 단편들이 전부 재미있있는데 그 중에서도 쏙독새라는 단편이 아주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시작해서 마지막에 충격을 안겨준다 약간 스티븐 킹의 샤이닝이 떠올랐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분위기가 그렇다 단편을 즐겨 읽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5*****h 2022.09.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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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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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마크 트웨인이라 불렸던 제임스 서버의 단편집이 현대문학 단편선으로 출간되었다.벤 스틸러 주연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작자이기도  한 그는 미국 중고교 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릴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작가다.그는 스스로를 단편작가로 칭했을만큼 단편작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재기발랄하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많이 수록해 놓아 읽으면서도 만족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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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마크 트웨인이라 불렸던 제임스 서버의 단편집이 현대문학 단편선으로 출간되었다.

벤 스틸러 주연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작자이기도  한 그는 미국 중고교 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릴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작가다.

그는 스스로를 단편작가로 칭했을만큼 단편작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재기발랄하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많이 수록해 놓아 읽으면서도 만족도가 높았다.

s*****i 2020.06.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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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행복의 정보들로 가득찬 서버(server), 제임스 서버의 단편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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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깨닫게 된 사실인데, 나는 생각보다 훨씬 미국 소설들을 읽지 않고 살아 왔다. 이것은 미술 작품에도 비슷한 상황인데, 아무래도 나는 ‘미국 문화 = 팝(pop) 문화’ 라는 고정된 관념 속에 살았던 것 같다. 미국의 록음악과 팝음악에는 좋아함의 수준을 넘어 매혹되듯 지내왔는데도 그들의 땅에 존재했던 문학에 대해서는 참 무관심했다.몇 권의 헤밍웨이, 마크 트웨인, 스콧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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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깨닫게 된 사실인데, 나는 생각보다 훨씬 미국 소설들을 읽지 않고 살아 왔다. 이것은 미술 작품에도 비슷한 상황인데, 아무래도 나는 ‘미국 문화 = 팝(pop) 문화’ 라는 고정된 관념 속에 살았던 것 같다. 미국의 록음악과 팝음악에는 좋아함의 수준을 넘어 매혹되듯 지내왔는데도 그들의 땅에 존재했던 문학에 대해서는 참 무관심했다.몇 권의 헤밍웨이, 마크 트웨인, 스콧 피츠제럴드 정도가 내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미국 소설이다. 프랑스와 독일 문학과 러시아, 일본까지 돌고 난 후에야 미국 문학에 슬며시 관심이 찾아 왔다. 지금은 1900년~ 비트 세대까지의 미국 문학을 부지런히 즐기며 그 특유의 향기를 점점 좋아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나에게 <현대문학>에서 출간되고 있는 『세계문학단편선』은 보고(寶庫)처럼 느껴진다. 유럽의 잘 알려진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미국 작가들의 구색이 멋지게 보인다. 이 책의 주인공 제임스 서버와 같은 작가는 자칫 나와 만나지 못하고 지나쳐버릴 작가였을 수도 있다. 유머와 페이소스가 잘 버무려진 한 편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을 때마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이런 작품들을 만나지 못한 채로 지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하다. 멋진 작가를 한 사람 새로 알게 되는 일은 새로운 시작이다. 그와 그의 작품을 기점으로 나의 관심과 정보는 새로 가지를 치게 될 테니까. 그 가지에서 뻗어날 줄기가 몇 번의 굴절과 변모를 통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지금 누구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 행복은 쉽게만 보여도, 실은 보이는 것보다는 멀리 있고 아무나 가질 수도 없는 것이다. 스스로 읽고, 흠뻑 젖고, 발굴하지 못한다면 말이다. 내게 제임스 서버의 그 이름은 이제, 새로운 모험으로 가득찬 행복의 ‘서버(server)’라는 듯이 들린다. 

g******l 2018.12.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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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쾌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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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서버를 알게 된 것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영화 덕분이었다. 크리스마스 즈음 개봉해 봤던 영화는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약간의 위로가 되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데이빗 보위의 목소리를 포함한 뛰어난 사운드트랙….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차원이동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일상에 치이는 직장인에게는 월터의 상상, 이른바 멍 때리기(zone out)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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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서버를 알게 된 것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영화 덕분이었다. 크리스마스 즈음 개봉해 봤던 영화는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약간의 위로가 되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데이빗 보위의 목소리를 포함한 뛰어난 사운드트랙….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차원이동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일상에 치이는 직장인에게는 월터의 상상, 이른바 멍 때리기(zone out)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월터의 상상과 일상의 경계가 무너질 정도로 과하게 표현되긴 하지만 말이다.

수록된 단편들은 상당히 짧고 유머러스해서 줄곧 킥킥거리며 웃었다. 현대문학에서 나온 단편선들을 여럿 읽었지만 제임스 서버의 작품 길이가 가장 짧다. A4 용지 반페이지라도 채울까 싶은 글도 있다. 나는 단편 읽기를 상당히 곤욕스러워하는 편인데 그 이유가 ‘왜 이렇게 끝나는지’를 한번에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관련 없어 보이던 요소들이 합쳐지며 후반부에서 기다리는 쾌감과 놀라움을 주는, 작가의 뚝심과 내공을 짐작하게 하는 장편을 더 좋아한다. 그렇지만 제임스 서버 단편들은 좀 쉬이 읽혔다.

한 편, 한 편이 스케치 같은 느낌이었다. 약간 모놀로그 같기도 하고. 작품 속 인물이 생생히 움직이는 느낌, 마치 어딘가에 실존하는 인물 같았다. 제임스 서버가 카투니스트이기도 했으니 짧은 글에 촌철살인을 담는데 노련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운 좋은 사나이, 재드 피터스」는 우리네 허풍선이 오촌 당숙처럼, 명절 때 마다 늘어놓는 레퍼토리가 이제는 사실인지 허풍인지 구별도 안되고 그러려니 배경음악처럼 흘러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말이야, 아주 기냥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말이야, 어…?

카툰 같았던 「레밍과의 인터뷰」와 편집증과 소외감을 다루는 「쏙독새」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맥베스 살인 미스터리」는 추리소설 독자가 추적하는 『맥베스』인데 발상이 재밌었고 공감되는 면도 있었다. 여성들이 추리소설을 좋아했었나? 그런 생각도 들고 일종의 패스티시로 봐도 좋을 듯 하다. 가장 재밌는 것은 마지막에 실린 『제임스 서버의 고단한 생활』이다. 서버는 자기 주변의 일들을 글로 옮겼다는데, 그의 신랄한 유머가 어디서 나왔을지는 이 가족들을 보면 된다. 하나같이 골 때리고 재밌다.

전기에 기절초풍하는 할머니 얘기나 자동차나 기술 같은 이야기들에서는 새삼 제임스 서버가 옛날 사람이었구나 깨닫는다. 백여 년 동안 이룩한 인류의 발전에 감탄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요소들을 빼면 작품들은 하나같이 현대적이다. 제임스 서버가 포착해낸 인간과 삶의 속성 때문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풍자의 대상이 되는 인간이란 그다지 변하지 않기 때문일까. 서버가 그린 삽화들과 함께 짧막한 기분해소를 통해 생기를, 상쾌함을 되찾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b*******2 2018.03.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