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고등학생이 조용히 국가를 경청하도록 정해진 시간에 콧노래로 국가를 흥얼거립니다. 어떤 선생님은 별로 개의치 않고, 또 어떤 선생님은 규칙 위반이라며 그만하라고 합니다. 규칙에 엄격한 나중의 선생님은 평소 고전문학에 경도되어 재미없게 가르치며, 융통성 없고, 원리원칙만 지키며, 아이들의 장난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녀는 그것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선생님의 시험에 장난 답안지를 써 내고 D를 받아, 육상부 가입이 좌절된 아이는 보란 듯이 더 콧노래를 부릅니다. 선생님은 아이가 왜 그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아이를 교감선생님께 보내서 훈육을 부탁합니다. 그게 이 학교 교감의 역할입니다. 교감선생님은 두 차례나 자신에게 보내진 아이를 교칙에 따라 이틀 정학시킵니다. 영어선생님은 정학은 과하다고 학교 측에 건의합니다만, 아이가 사과하기를 거부하여 결국 정학이 집행됩니다. 이를 선거를 앞둔 교육위원회 출마자가 전해 듣습니다. 그가 전해들은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느 고등학교가 아이들에게 국가를 부르지 못하게 하는 교칙을 만들고, 국가를 부른 아이를 정학시켰다.’
이제 이 이야기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이 선생님을 비난하는 원성이 빗발칩니다. 결국 선생님은 학교를 떠나고, 20년간 봉직하면서 공정하기로 정평 나 있던 이 선생님에 대한 심한 처사에 분개한 친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낀 아이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갑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마음껏 국가를 부르라고 박수해 줍니다. 아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사를 몰라.” 그렇습니다. 아이는 흥얼거렸을 뿐, 가사를 제대로 하여 노래를 부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1. 소통의 문제.
앞뒤 잘라먹고, 툭 내뱉는 말이 얼마나 많은 오해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이런저런 경우에 숱하게 경험해 왔습니다. 하물며 두 사람 사이의 소통이 그럴진대 수많은 사람들이 그물처럼 얽히고설키어 있는 이 사회의 소통이 얼마나 오류투성이이겠는가는 불문가지입니다.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것은 인간의 고질병입니다. 열린 마음, 열린 귀를 얼마나 지니고 있는지 자문해 보게 되는 지점입니다.
2. 집단에 의한 개인의 매몰
천 명이 한 마디씩 해대면 듣는 사람에게는 천 마디의 쇄도입니다. 그의 고막은 쉽게 파열되고, 그의 마음은 금세 상처투성이가 됩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상기됩니다. 혹여 나도 집단의 한 알갱이로 숨어 누구에게 돌을 던진 적이 없었나. 그러고는 돌아서서 그저 돌 하나였을 뿐인데, 라고 자위한 적은 없었나. 돌아보게 되는 지점입니다. 내가 천 마디를 듣는 한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기는 끔찍해서 싫습니다.
3.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나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잘라 말한 뒤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의 제자가 나중에 한 말이라는 일설이 있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모든 규칙은 정당한가? 물론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규칙이 정당하거나 공정하지 않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어기고 볼 것인가(반항), 아니면 규칙이 정당해질 때까지 공인된 루트로 투쟁할 것인가(개혁), 그도 아니면 극단적인 방법으로라도 바로잡을 것인가(혁명)? 사실 섣부른 대답을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논술시간에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때린 사람’과 ‘시킨 사람’의 문제를 토론해 본 적이 있습니다. 군대의 하급병사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데, 시키는 사람이 잘못 된 행동, 예를 들어 무고한 사람을 학살하는 명령을 내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지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반란을 일으켜서라도 잘못된 명령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글쎄요. 그럴 때 “그래,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라는 이야기가 선뜻 나오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분명히 죄악과 죄 아닌 일이 판별되지 않고, 이 책의 내용처럼 수많은 진실이 가려져 빙산의 일각 또는 다른 색깔이 드러나는 일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규칙, 잘못된 명령을 판별할 기준이 너무도 혼란스러운 시대여서 말입니다. 어찌 보면 지금이야말로 그리스신화의 카오스, 그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기준이나 규범이 새로이 정립되어야 하는 시작의 시대. 그렇다면 오히려 다행이게요?
이 책은 뭔가 충격적입니다. 표지 디자인이나 내지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한참 망설이다가 읽었습니다. 그런데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화가 나고, 뭔가 마음에서 풀리지 않고,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누구와 한참 토론할 거리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러고도 별 뾰족한 답변을 얻을 수는 없을 거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한 번씩 읽어보기를 권해야 할 책이라고 여겼습니다. ♠ |
|
해리슨고등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조회를 선다.그리고 국가를 경청해야 한다. 어느날 학생(필립 맬로이)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렀다. 국가를 경청해야 하는 시간에. 그리고 나윈선생님은 그렇게 하지 말것을 학생에게 지시했다.노래를 부르면 안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