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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하게 터져나온 내면의 돌연변이
"가혹하게 터져나온 내면의 돌연변이" 내용보기
스릴러 장르 소설을 읽으며 이토록 머리를 굴려보긴 처음이다.‘헤드크러셔’라는 제목을 접하고, 출판사의 작품 추천사를 읽어본 후, 어느 정도 머릿속에 대강의 윤곽을 그려보았다. 「파이트 클럽」과 「아메리칸 사이코」의 조합이라니 뻔하군. 다중인격 환자나 부르주아 콤플렉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반사회주의자의 일탈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전형적인 흐름을 짐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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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르 소설을 읽으며 이토록 머리를 굴려보긴 처음이다.‘헤드크러셔’라는 제목을 접하고, 출판사의 작품 추천사를 읽어본 후, 어느 정도 머릿속에 대강의 윤곽을 그려보았다. 「파이트 클럽」과 「아메리칸 사이코」의 조합이라니 뻔하군. 다중인격 환자나 부르주아 콤플렉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반사회주의자의 일탈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전형적인 흐름을 짐작했었다. 그러나 초반부부터 난황이 예상되었다. 러시아 소설답게 뭔가 웅장하면서 지나칠 정도로 기교를 부리는 문장의 조합. 한 페이지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 철저한 압력이 가미된 예사롭지 않은 흐름에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허무한 문장들 속에서 당황하면서도 어찌 된 일인지 감정몰입만은 단연 최고였던 듯 하다. 한 때 잘나가던 칼럼니스트가 은행의 평범한 회사원으로 전락하면서 느껴가는 내면의 싸움들이 치밀하게 묘사된다. 시대적 배경을 처음에는 알 수 없었는데, 이미 한물간 연예인이나 음악, 잡지, 영화 등에서 은근하게 드러난다. 90년대 초를 배경으로 복잡하게 펼쳐지는 한 인간의 황폐화가 변화하는 사회상과 더불어 암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늘 그렇듯, 가진 자의 권력 아래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말단 직원의 과격한 일탈 행위는, 아주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불거져 나오게 된다. 살인도 한 번 하고나면 익숙해지는지 한 번 살인을 저지른 이후는 무분별하고 거침없는 분노의 살인 파라다이스가 펼쳐진다. 여기에서 굉장히 놀랐던 점은 바로, ‘살인의 묘사’ 장면이다. 한 인간이 다른 누군가를 살인하는 과정을 이토록 상세하고 주도면밀하게 기록하고 있는 소설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획기적이었다. 기껏해야 대여섯 페이지에 걸쳐 있어야 할 살인의 장면을 ‘헤드크러셔’ 에서는 수십 페이지에 걸쳐 기록되는데, 그 장면 하나 하나가 그토록 상세할 수가 없다. 살인자만이 느끼는 살기와 시체의 처리과정의 은밀함, 그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흥분, 말 할 수 없는 원인불명 한 두려움의 실체. 인간 뇌리 깊숙이 박혀 있던 온 몸에 피가, 마치 거꾸로 솟는 듯한 아드레날린이 분수처럼 폭발하며 끔찍한 그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실제로 작가들 중 누군가는 살인은 저질러본 경험이 있는 게 아닐까, 라는 무서운 상상도 잠시 했었다.;;) 난해함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후반부는 어지러운 나의 머릿속을 끝내 수습할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죽었던 주인공이 다시 살아나고, 알지 못했던 인물이나 예상 밖의 인물들이 갑자기 튀어 나오고, 게임‘헤드크러셔’와 현실‘헤드크러셔’간의 간극을 가늠할 수 없었기에 결론은 나름대로의 판단으로 마침표를 찍었는데,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 없어서 다소 답답한 심정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어렵다는 것 또한 매끄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데 한 몫 단단히 했다. 두 작가가 어떠한 결론을 내렸건 간에,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내린 하나의 결과는, 어지러운 사회 속에 조용히 주둔해 있던 어느 사소한 무리 안에 있던 한 인간의 타락과정과, 특정한 인물에 대한 분노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환멸이 점점 강도가 높아가며 쌓이고 쌓였던 본성의 폭발. 그리고 ‘도플갱어’로 대변되는 변질된 또 다른 자아가 저지르는 파렴치한 행위의 수용성이다. 「헤드크러셔」작품 소개 글처럼, 영화「파이트 클럽」「아메리칸 사이코」와 매우 흡사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반전에 집착한 물량공세의 여느 소설들과 차별감이 강하며, 어지럽고도 복잡한 구성으로 독자의 진을 빼놓긴 하지만, 뭔가 생각할 거리를 잔뜩 심어주는 진중함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영상으로는 절대 표현 못할 ‘그 남자’ 내면의 중얼거림을 마음껏 엿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스케일 큰 덩치를 자랑하는 영화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중요한 요소이다. 작품이든 작가이든 독자이든 모든 이의 머리를 철저하게 깨부수는 신선한 소설 Headcrusher 는 어느 정도 절충된 실험성과 일반적인 통념을 무시하는 진지함으로 인간 내면의 악마 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m*****5 2006.10.2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