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동안 연주되는 [박쥐] 서곡은 누구나 좋아하는 곡이다. 왈츠의 황제이자 독일 오페레타의 최고봉에 빛나는 요한 시트라우스를 모르는 이도 없을 것이다. 학창시절 음악교과서에 등장한 시트라우스덕분에 화려한 무도회의 그림도 그려보았다. 드레스 한쪽을 붙잡고 돌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물결에 왈츠는 즐겁고 흥겨운 분위기를 선사했고 우리 귀에도 쉽게 들리는 선율은 편안함마저 안겨준다. 새해가 밝아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음악도 바로 왈츠이다. 독일어권, 특히나 오스트리아 비인에서는 연초 무도회의 초대가 방송을 타고 선남선녀들의 아름답게 차려입은 모습을 어김없이 보여주며 이에 어울리는 요한 시트라우스 음악은 독점적으로 울려퍼진다. 아무래도 그들만의 새해맞이 의식이라 하겠다.
오페레타(희가극 또는 경가극)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설이 등장하는데 이 쟝르의 기본적인 형태를 완성시킨 사람은 [지옥의 오르페우스]의 작곡가 오펜바흐라는 주장이 정설이다. 왈츠의 황제였던 요한 시트라우스는 50세 가까이 되어서야 이 오페레타에 창작의 지평을 넓혔는데 이는 바로 오펜바흐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시트라우스의 오페레타 작품은 총 16곡이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박쥐]이다. 다소 경박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도 오페라극장에서 순순히 그 자리를 내어주는 이유는 기품있는 예술적 향기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전막에 일관성을 갖추어 구성적인 통일성이 작품 전체에 짜임새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넘겨서는 안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음반은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 헤르만 프라이, 루치아 포프등 대가들의 연주로 독일어가 얼마나 아름답고 기품있으며 때로는 경박하고 웃기기까지 하는지 확연히 드러나는 대조적인 느낌을 눈치챌 수 있다. 알아듣지 못한다고 포기해버리기보다는 음악이라는 쟝르와 드라마라는 쟝르를 감안한다면 나름의 음악감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혹 오페라무대에서 작곡가가 정한 언어외에 편한 언어, 예를 들면 영어랄지 그 나라의 언어로 바꿔서 연주할 때가 있는데 특히나 독일어 작품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 아주 오래전에 한국에서 [마술피리]를 봤는데 이게 모조리 한국어였다. 뭐랄까. 와인에 오징어를 씹는 맛이랄까. 드셔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이게 뭔 맛인지.. 편리성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음악은 그런게 아닌듯하다. 오페레타가 오페라보다 자유로운 이유는 연출면에서 대사부분에 시대적인 감각을 가미할 수 있다는 재미요소가 한몫한다. 예를 들면 정치적인 풍자나 대중적인 열풍을 감안한 유행어를 넣을 수도 있다.(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궁금하면 500원, 강남스타일등이 이에 해당하겠다.) 이렇듯 가사의 번역이나 제목마저도 탈바꿈하여 전혀 맛이 다른 느낌으로 다양하게 상연되었던 쟝르이기도 했다고 한다.
새해들어 보는 첫 작품으로 오페레타 [박쥐 Die Fledermaus]를 선택하려고 한다. 내년 1월 2일의 무대를 기대하며 음반을 듣는다.
Carlos Kleiber, Die Fledermaus Overture 19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