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시대와 소재를 바꾸어 웃음을 가장한 진지함을 이야기하는 감독이 있다. 어이없는 상황이나 슬랩스틱 코미디 요소에 웃다보면 그냥 지나칠 만한 인물을 통해 사회현상에 대해 한마디 짚고 가는 것. 그러면서,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해서 말한다. 코미디로 생각하고 봤는데 심오함과 진지함, 재미와 웃음의 두 저울을 잘 맞췄다. 큰 이야기 속에 상징적인 영상과 대사를 적절하게 배치해서 촘촘한 코미디를 본 느낌이다. 건물외벽의 시계관리인 모세의 말, 탐욕덩어리의 그들을 보며 자본주의의 형성과 시계관리의 유사점을 이야기하며 신분을 위장한 에이미에게 인상쓰고 살면 좋을 게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 부분. 불과 5분도 안 되는 시간의 의미전달과 정색하며 영화보는 사람들을 위해 앞뒤로 웃음을 주는 예의가 있다. 1958년, 허드서커 회장이 44층 회의실에서 경영성과가 좋아서 돈잔치를 하게 되었다는 호재에도 뛰어내려 자살한다. 사장이 바깥 창문으로 무엇을 보는지 궁금하면서, 이미 마음속으로 그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이사들의 연속적으로 쏟아내는 말들 속에서 웃음보다 '왜?'라는 의문만 남겨놓는다. 머스버거를 중심으로 회사 이사진들은 새해에 풀릴 회장의 주식을 저가매수하기 위해 공석인 사장자리에 바보인 누군가를 앉히려 하고, 그 자리는 먼시 출신으로 회사 우편국에서 일하는 노빌 반스가 앉는다. 그가 아동용 원이라며 그려놓은 원을 알아주는 사람은 모세 뿐이며, 회사의 누구도 그를 사장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바보 혹은 천치로 볼 뿐. 여기에 신문기자인 에이미 아처가 그의 정보를 얻기 위해 접근한다. 식당에서 두 택시기사의 대화를 통해 화면을 진행하는 것, 상황과 말이 주는 웃음으로 뻔한 이야기가 식상하지 않다. 노빌이 그린 원이 '훌라후프'였고, 회사를 망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큰 성공에 당황한다. 이 원에 대한 이름을 짓고, 성능과 가격을 말하는 과정, 대량생산되는 과정, 실패로 빨간 훌라후프가 인도를 굴러가는 장면은 과장되어 웃음을 주면서도 편하지만은 않다. 게다가 관심도 없던 대상이 사회의 큰 흐름이 되었을 때 여기저기서 따라하는 현상에 대한 코엔 형제의 일침 역시 재미있는 심각함으로 나타난다. 인간성의 상실에 대해 노빌과 머스버거를 통해 완벽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동그란 원이 비웃음거리였을 때를 잊고 성공에 도취되어 엘리베이터 안내인인 버즈의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아이디어를 쓰레기로 취급하는 것. 자신의 더 많은 탐욕을 위해서라면 언론과 회사와 정신과 의사 등 관련된 모든 사람들까지도 수단으로 사용하고 한 사람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사람. 성과급과 주식 거래를 통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보이지 않는 비판, 무직자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실업자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노빌의 변화, 탐욕이 인간을 어떤 길로 인도하는지 웃으면서 보고 싶다면, "The Future is Now."가 회사가치인 허드서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실패했다고 절망하지 말고, 일이든 사랑이든 다시 일어서고 실패롤 통해 배우라고" 마지막 7분이 감정선 잡기 어려운 이 영화의 백미다.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음악, 코미디에 조용한 클래식 선율을 배합해서 차분한 느낌을 준다. |
|
제목부터 심상찮은 '허드서커 대리인'. 이런 요상한 제목이니 누가 알아서 찾아 보리오?
처음 이 영화를 본 것은 MBC 주말의 명화였는데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끝가지 보고 난 후에야 코엔 감독이라는 것을 알았다. -_-
많은 사람들이 코엔 형제의 영화에 대해 얘기하라고 하면 '바톤 핑크'나 '파고'와 같은 유명한 영화들을 먼저 언급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가벼운 '허드서커 대리인'과 '아리조나 유괴사건'이 가장 코엔 형제다운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마치 왕가위 감독이 개인적으로 습작으로 만든 '중경삼림'이 '동사서독'보다 더 팬이 많은 것과 같이...
어렵고 심각한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Fairy Tale에 가까운 우화같은 영화이므로 부담갖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코엔 형제 영화의 입문작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스트레스가 쌓일 때, 세상에서 나만 뒤로 쳐졌다고 생각들 때 추천하고 싶다.
추천 코엔 형제 영화라면 무조건 OK! 주성치 스타일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의외로 먹힐듯...
비추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스토리 전개를 희망하는 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