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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사이클 1부 퀵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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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부자가 있었는데, 그에게 도움을 구하러 온 한 가난한 학자는 문전박대했습니다. 그런데 소경에 귀머거리인 사람이 찾아오자 후히 대접하고 돈을 주어 보낸 겁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이 랍비에게 물었습니다. "저 부자는 왜 학자는 박대하고 소경에게는 도움을 주었을까요?" 그러자 랍비가 대답했습니다. "저 부자는 자기가 소경이나 귀머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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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부자가 있었는데, 그에게 도움을 구하러 온 한 가난한 학자는 문전박대했습니다. 그런데 소경에 귀머거리인 사람이 찾아오자 후히 대접하고 돈을 주어 보낸 겁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이 랍비에게 물었습니다. "저 부자는 왜 학자는 박대하고 소경에게는 도움을 주었을까요?" 그러자 랍비가 대답했습니다. "저 부자는 자기가 소경이나 귀머거리가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가난한 학자가 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게다" 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의 모습과 흡사하거나, 적어도 미래에 갈지도 모르는 모습에만 동질감을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닐 스티븐슨의 바로크 사이클 3부작 중 제1부 퀵실버의 시작은, 그때까지의 작품들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닐 스티븐슨의 데뷔작(에 가까운 초기작) '스노 크래시'에서, 작가는 피자 배달부이자 해커인 히로와, 쿠리에(도둑 비스무리한 직업)인 와이티, 그리고 핵을 가지고 다니는 괴물 레이븐을 시작부터 등장시키면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셋 모두 완전 밑바닥 인생이죠. 그리고 동시에, 이 괴물 레이븐을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하는 이 이야기의 목적지도 동시에 제시합니다.


 그 다음 휴고 네뷸러 상에 빛나는 '다이아몬드 시대'를 봅시다. 이 이야기는 어느 엔지니어와 그가 만든 나노 로봇으로 된 인터랙티브한 교육 시스템인 '책'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순식간에 어떤 찢어지게 가난한 집 여자아이 손에 이 책이 들어가게 합니다. 그리고 이 아이가, 책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며, 궁극적으로 그 교육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목적지도 동시에 제시되죠.


 하층민 계층의 아이 혹은 젊은이가 등장하면서 동시에 이야기의 지향점도 등장하다 보니, 마음 붙일 곳도 있고 갈 곳도 보이니 계속 끌려들어 보게 됩니다. 그런 기대를 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두가지가 틀립니다. 첫째, 캐릭터에 마음이 안 갑니다. 둘째, 어디로 갈 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일단 초반에 어지럽게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쭉 보다 보니, 처음 등장한 빨간색의 에녹은 영원히 사는 사람 같은 느낌이고, 대니얼 워터하우스란 사람이 주인공으로 보이는데, 뉴턴과 라이프니쯔 사이의 살리에리 포지션인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살리에리도 굉장히 멀단 말이죠. 대체 뭐에 대해 고민하는지도 모르겠고, 워터하우스 등장하기 전에 에녹이 여덟살짜리 아이들과 이야기하는데 이 아이들은 1700년대의 미국땅에 있으면서 유럽에 대한 식견이 오늘날의 성인을 뛰어넘습니다 --; 즉 우리가 마음 붙일, 평범한 사람이 안 나오는 거죠.


 그렇지만 2권에 가니까 나옵니다. 부랑자들의 왕, 잭이죠. 이때쯤 가면 신나집니다. 부랑자들의 왕, 또는 르 앙메르디외, 그리고 스스로 칭하는 공공연히 말할 수 없는 별명을 가진 잭 샤프토라는 부랑자 출신 용병, 사기꾼, 장사꾼, 부랑자가 2권의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그가 우연히 구해낸 터키 술탄의 시녀 일라이저가 2권의 두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앞에서 말한 인상에 부합합니다. 하층민 출신이면서도 명민한 머리로 상류 계급을 엿먹이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죠. 


 그리고 3권에서, 잭 샤프토가 등장하지 않아 저처럼 아쉬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니얼 워터하우스와 일라이자가 만나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정작 캐릭터 이야기하면서 내용 이야기는 안 하고 있었는데, 1권은 대니얼 워터하우스가 케임브리지에서 아이작 뉴턴과 만나고, 그외 중요한 여러 귀족들, 업노어 백작, 몬머스 공작, 제프리스들과 만나며, 윌킨스, 로버트 훅, 보일, 기타등등 왕립학회의 중요 인사들을 만나며, 찰스2세와 제임스2세 치하에서 비국교도로서 (성공회가 아닌 프로테스탄트) 살아가는 내용이고, 2권에서는 유럽 본토에서의 네덜란드와 프랑스 간의 긴장 틈바구니에 잭 샤프토와 일라이자가 독일에서 라이프니쯔를 만나고 네덜란드로 향하는 내용인데, 3권에서는 음모가 절정으로 치달아서 프랑스와 전쟁 압력에 시달리던 네덜란드의 윌리엄공이 잉글랜드로 향하면서 명예 혁명이 발생하는데, 네덜란드의 첩자로 일라이자가, 명예 혁명의 주모자로 대니얼이 활약하며 등장인물들이 중요 사건 근처에서 모인다는 닐 스티븐슨의 특기가 발휘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이야기가 3부작 중 제1부에 해당된다는 것이지요. 명예 혁명으로 1부가 마무리 되며, 이후에는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대립, 명예혁명 이후 윌리엄공 이후 앤 여왕과 조지 1세, 특히 아마도 조지 1세의 며느리이며 조지 2세의 부인이지만 일찍 죽어서 왕후가 되지 못한 캐롤라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데, (3부 마지막에 일라이저가 뜬금 없이 캐롤라인이라는 공주를 구출하는데 이 이야기가 무척 영리하다는 복선을 펼치는데 찾아보니 이리도 중요 인물이 되는군요.) 문제는, 2부 3부가 국내에 번역이 안 됐다는 겁니다. 사실 그럴만도 한게 지루하고 어려운 내용이 한참을 펼쳐지는데 판매량이 좋았을 것 같지는 않군요. 그렇지만 역사적인 사실은 찾아보면 되지만, 1권에서 워터하우스가 탄 배 미네르바의 운명과 (2권 3권은 과거로 돌아가서 그 이후 역사가 안 나옴) 2권에서 바르바리 해적의 갤리선 노예가 된 잭 샤프토의 운명, 3권에 갑자기 등장한 밥 샤프토와 중간중간 등장하여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는 존 처칠 (제1대 말버러 공작) 같은 너무나도 흥미로운 인물들의 후일담을 들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 책의 인기는 위키가 만들어질 정도라 바로크 사이클 위키를 검색하면 대충의 내용은 알 수 있습니다만. (http://baroquecycle.wikia.com/wiki/Jack_Shaftoe) 그래도 번역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군요.


 아, 그리고 이 책 초반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저 위키를 보면서 알았지만, 여기 나오는 중요 인물들은 전작 크립토노미콘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조상이 되기 때문에, 사실 이미 캐릭터들은 제시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살짝만 나오는 빨간색의 에녹도 마찬가지구요. 윌킨스의 저작 크립토노미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으로 봐서 진작 눈치챘어야 하는 이야기였지만 말입니다. 

e****e 2018.10.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