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수업, 인생수업》은 필자가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인물들을 엄선하여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인물에게서 본받을 점을 간략하게 글로 적었다. 인물을 직접 만나서 스케치한 것이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사진을 발췌하여 그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사람마다 사진을 대하는 취향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웃는 표정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권위 있고 강단있는 모습을 좋아하는 분도 있다. 필자는 인물들의 표정 중에서 가장 멋있는 웃음이 담긴 표정을 종이에 담아 그렸다. 그리고 본인이 그 표정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간디>를 그리고 난 뒤 필자는 '어른질'을 하지 않는 순수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교훈적인 말을 하는 어른은 많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말한 대로 사는 어른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세상은 옳은 말이 부족해서 엉망이 되는 것이 아니고 옳은 것인 줄 알면서도 따르지 않고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무질서해지는 것입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놓고 있다. 최고의 싸움꾼으로 표현한 <처칠>은 위기에서 국가를 건져 낸 뒤 근엄한 표정을 지은 모습을 종이에 담아냈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웃지 않는 표정을 그렸다. 그 이유는 당시 풍전등화와 같은 영국을 독일로부터 구해 낸 역사적 의미를 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 같다. 국가의 리더는 신중할 때는 처칠처럼 누가 뭐라고 비아냥 거려도 중심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설명하면서, "타인을 개종하려 하지 말고 다른 이의 신앙을 존중하라"라는 교황의 행복한 삶 열가지 지침을 소개하고 있다. "교회는 개종이 아니라 교회가 보여 줄 수 있는 매력을 통해 사람들이 동참함으로써 성장하는 것이다"라는 필자의 생각을 표현한다. <헬렌 켈러>를 스케치하고 " 한 사람의 성장과 발전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함께 노력하는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념을 강조한다. 설리반 선생님과 헬렌 켈러의 관계가 바로 이런 관계였으리라. 저자는 재미나게도 자신의 아내의 결혼 할 때의 모습과 딸 자식을 결혼 보낼 때의 아내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존경하는 인물을 소개하는 자신의 책에서 글의 뒷부분에 갑자기 독자들이 화들짝 놀랄 정도로 반전을 만들어낸다. 책이 만들어지까지 곁에서 묵묵히 내조한 가족들의 고마움을 책 서두에 언급해 놓은 것은 많이 보았지만 직접적으로 책 내용에 등장시킨 책은 처음으로 본다. 웅진싱크빅 대표이사로 한 기업을 이끌었던 저자가 이제는 미술 초보생으로 3년간 배우고 익힌 그림 실력을 책으로 승화시킨 점이 남다른 점인 것 같다. 이렇게도 책을 낼 수 있구나! 라는 힌트를 얻게 된다. |
<그림수업 인생수업> 사람에게서 위안과 희망을 찾게 해주는 책
요즘 뉴스 보기가 싫었다. 뉴스에 나오는 인물들 때문이다. “저 사람이 과연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면서 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일까?”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람들뿐이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심 가득한 정치인,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소유하려고 불법과 편법을 일삼는 경영인. 시대착오적 발언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꽉 막힌 공공기관장.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암담했다. 아니 당장, 내 인생도 걱정이었다. 이제 백 세까지 산다는데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저런 무리들이 활개치는 세상을 어떻게 버티나…. 그런 고민과 불만이 가득하던 중에 <그림수업 인생수업>을 만났다. 오랫동안 기업의 CEO로 일했던 저자가 퇴직 후 삼 년 동안 화실에 다니면서 그린 열 여덟의 인물화가 이 책에 등장한다. 우선 저자가 선정한 인물 리스트가 마음을 채워주었다. “감옥 문을 나선 뒤에도 계속 그들을 증오한다면, 나는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유롭고 싶어서 나는 증오심을 내려놓았습니다.” –만델라 “지금은 내가 너의 희망이겠지만, 조금 지나면 네가 나의 희망이란다.” –오드리 헵번 “대단한 사업 아이디어, 능력과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는 시각을 알려 주지만, 영속하는 기업의 경영자나 위대한 기업가는 자신이 없어도 남은 사람들이 시간을 볼 수 있는 시계를 만들어 준다.” –짐 콜린스 저자가 정한 인물의 기준은 ‘진정성’이다. 진정성 있는 사람이란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있고, 영성과 통찰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자기가 맡은 일이나 함께한 사람들에게 무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만델라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 법륜 스팀, 마더 테레사 수녀 등 진정성에 있어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분들이다. 여기에 저우언라이 총리, 이재철 목사, 장기려 박사,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처럼 일반인이 제대로 알기 어려웠던 인물의 진정성을 저자의 시선으로 설명해 준다. 그 설명이 따뜻하고 진심 어리다. 그렇다면 왜 그림일까? 저자는 고등학교 미술 시간 이후 한 번도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고 한다. 더구나 사진으로 보아왔던 유명인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잘 그렸다는 소리 듣기 어려울 것이 뻔하다. <그림수업 인생수업>을 읽다 보면 그 해답을 자연스레 얻게 된다. 저자 김준희는 이 인물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림이었던 것이다. 군대간 남자친구를 생각하며 뜨개질을 하는 스무 살의 여학생처럼, 저자는 그림을 그리면서 인물을 더 많이 생각하고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얼굴을 표현하면서, 자료를 읽으면서 열여덟 명의 인물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 책의 곳곳에 드러난다. 김준희 작가가 그린 인물화는 그린 이의 애정이 덧칠해져 있어 그림의 완성도를 높인다. 저자의 그림을 보면서 인물에 대한 설명을 읽는 것은 잘 지은 밥과 정갈한 반찬으로 차린 밥상을 받는 것처럼 품위가 있다. 눈에 착착 감기고,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의사가 되려는 딸이 실력이 부족해서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바쁘더라도 환자와 가족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 좋겠습니다. 돈과 사람이 부딪힐 때 최종적으로 사람을 선택하는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준희 “저는 나이롱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제 신념과 신앙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믿고 있는 것을 100% 옳다고 주장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틀렸다고 말하지도 않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한두 번 이야기해서 듣지 않으면 더 권하지 않겠습니다. 그 상대가 비록 제 자식들이라도 말입니다.” –김준희 “교훈적인 말을 하는 어른은 많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말한 대로 사는 어른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세상은 옳은 말이 부족해서 엉망이 되는 것이 아니고 옳은 것인 줄 알면서도 따르지 않고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무질서해지는 것입니다. 간디는 어른질 하지 않는 순수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 속의 위인이 되었습니다.” –김준희 이 책에 등장하는 유명인 중 몰랐던 인물은 거의 없다. 늘 언론을 통해, 책을 통해 만났던 인물이다. <그림수업 인생수업>을 읽고 나니 그 분들이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저자가 말하는 진정성이 요근래 어디서도 찾기 힘든 멸종식물처럼 되어 버려서인지, 그 분들이 격하게 그립다. 여기 계신 분들 중 서너 명만 지금 우리 사회로 와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에 중학교 때 미술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인물화를 그리라고 하면 자신을 닮게 그린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책을 읽다 보니 김준희 작가도 자기 닮게 인물화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진정성을 갖겠다고 약속을 하지 않으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없었을 것이다. 임원 시절 사장님으로 팔 년을 모셨던 상사, 스물네 살에 결혼해 평생을 함께하고 있는 아내의 그림과 글에 작가 자신의 진정성이 투영되어 있다. “나는 이 사람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 그들이 살았던 방식, 추구했던 이상, 느꼈던 감정, 타인과 맺었던 관계를 간접 경험했다. 그들의 얼굴을 그리면서 다시 만난 그 감정과 생각들을 되새김하면서 내게 남은 삶의 시간을 맞아들일 것이다." 유시민
저자의 대학 후배라고 하는 유시민 작가가 추천사에서 저자를 대신해 이런 대답을 해주셨다. 논리와 통찰로 똘똘 뭉친 유시민 작가님, 족집게 선생님처럼 정답을 콕 찝어주시네! <그림수업 인생수업>에 등장하는 열여덟 분을 따라 하기는 힘들어도, 적어도 이 분들을 생각하면서는 살아야겠다. CEO로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도 4B 연필로 세 시간 동안 줄긋기부터 시작해 삼 년을 그렸다고 하니 그 겸손과 성실을 배워야지.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낡아서 잊혀졌던 꿈이 있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바이올린으로 멋지게 연주하는 것.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김준희 작가가 친절하게 조언해주셨다. “너무 많은 것을 염려하지 마시고 지금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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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한 잃어버린 꿈을 불러일으키는 책] 초등학교 시절에 가장 싫었던 과목이 미술이었습니다. 재주도 없었거니와, 저자의 경험처럼 아버지가 사 주신 툭하면 부러지는 크레용도, 거칠거칠한 스케치북도 썩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그리는 미술시간은 정말 싫었고 그나마 집에서 해 가면 되는 숙제도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큰누나에게 부탁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기에 대한 혐오(?)는 고등학교때까지 이어져서 고등학교 1학년때 미술 시간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그림을 눈여겨 보게 된 건 화랑이 많은 인사동 근처의 회사에 근무하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그림이 주는 매력은 움직이는 영상이 주는 힘과 또 달랐습니다. 그림은 그저 그자리에서 움직임이 없이 나를 기다리고, 나 자신도 움직이지 않고 바라볼수 있게 합니다. 둘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사유할 여백을 확보한다는 것이고 그림을 보면서 통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래서 음악이나 영상이 동물이라면 그림은 어찌보면 나무와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김대표님을 다시 만난 것도 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인사동에서였습니다. 김대표님의 그림책은, 그림을 통해 인간의 진정성을, 인물을 통해 세상을 통찰하는 눈을 따르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한다는 걸 알수 있습니다. 소통과 통찰, 늘 던져 주신 화두였습니다. 그림이라는 정적 대상을 마주하면서 우리가 세상을 보는 지혜를 떠올릴수 있는 건 어쩌면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것이 진리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르게 가도 서울 갈 수 있다는 좁은문의 위대함을 설파하시는 그러다 그런 길을 갔다고 믿는 분들의 인물화를 그리며 공부를 계속하시는 이 시대에 보기드문 경영자이자 선생님이십니다. 그분을 따라 평생을 바쳐 천착해 볼만한, 바른 경영이라는 화두의 '기간'적 궤적을, 인물화를 통해 한번 '시점적' 화두로 찍어준 이 책이 우리 후배들의 삶에 작지 않은 귀감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