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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2인자를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 그러나 1인자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2인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 바로 이 그늘속의 참모들이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솔직하게 부러운 것이다. 19세기 서양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손을 뻗쳐올 때 이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그 지배를 피할 뿐 아니라 그들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나라는 일본뿐이었다.
지금까지는 속으로 '흥, 우리나라도 흥선대원군이 엉망으로 하지 않았으면 할 수 있었어' 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았었으나 이 책을 읽고서 그것이 얼마나 오만불손하고도 경솔한 생각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일본과 우리 나라는 틀리다. 계급제도도, 생활방식도, 사회구조도 다르고 또 과거와 현재도 틀리다. 하지만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게 있다. 바로 사람들의 의식구조의 흐름이다.
개혁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의 우리들도 구조조정과 세대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지혜, 결단력, 융통성 등 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큰일난다. 더군다나 단순한 혁명이 아니다. 근대와 현대를 가로짓는 한 획이라고 할 수 있는 19세기 제국주의 팽창의 시대. 우리는 단순한 역사로서 배우지만 그들로서는 직면한 현실이다. 결코 미래의 해답이 주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모험과도 다름없는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 일본의 각 지방마다 하나의 지방자치정부와도 같은 번(藩).그리고 그 번의 주인인 번주를 뒷받침하는 가로들. 이 가로들이 개혁에 앞장을 섰다.
단순히 말로 앞장을 선게 아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번주의 밑에서 번주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건 우리들의 시각이고, 그들로서는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자기 주위의 사람들을 위한 험난한 길에 뛰어든 것이다. 게다가 일이 잘못되어 크나큰 손해가 발생하거나 전쟁에 말려드는 등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도망가지도 않았다. 스스로 자리를 내어놓고 물러가기도 했으며 자기 목숨으로서 책임을 지기도 했다.
개혁에는 의당 그러한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이 책에 적혀있는 4명들은 어찌보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들의 실행한 일에 대하여 충분히 보상받지도 못했다. 오히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를 각오하고 비장하게 개혁을 실행했다.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목숨을 바쳐 메이지 유신에 공헌한 사람들인 것이다.
이런 사정들을 파악하지도 못한채, 일본을 무작정 과거 우리 나라를 괴롭혔던 나라로서 미워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열등감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우리로서도 그만한 출혈을 감수하고 개혁을 실행했더라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 고통받는 수치 따위를 겪기 보다는 일본보다 훌륭한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했으리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고 기존의 체제를 고수하며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책임을 미루며 전진보다 후퇴를 선택한 것이다. 지금의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정치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이것이 옳을 수도 있겠지만 덕분에 우리는 국치라는 역사적 사실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의(義)를 위해서 삶(生)을 버리는 옛 사람들의 의협심이 그립다. [인상깊은구절] 나라야마 사도에게는 지난 번의 아픈 경험이 있다. 거기에다 만약 지금 히가시 나카쓰카사와 교체하여 가로의 자리에 돌아온다 해도 히가시를 그냥 둘 수는 없다. 실정의 책임을 물어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내 고난을 대신해 준 친구인 히가시에게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이런 소리가 나라야마 사도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 말을 듣자 나라야마는 "뭐야!"하며 눈을 치뜨고 발끈했다. "그런 놈들은 내 본심을 전혀 모르고 있어. 게다가 나와 히가시와의 우정을 이해 못하고 있어"라고 반론했다. 그러나 히가시 파의 비판은 그 뒤로도 그치지 않았다. 이것이 가슴에 걸린 가시가 되어 사도를 괴롭혔다. 가시가 때로는 큰 말뚝이 되었고 그 때마다 사도는 노여움으로 치를 떨었다. 노여움이라기보다 분함이었다. 노여움은 산뜻하고 통통한 통나무 같은 것이지만 분함은 습기가 있다. 젖어서 누굴누굴하게 비틀어진다. 그런 만큼 산뜻한 마무리가 안 된다. 나라야마 사도는 노여움과 분함의 차이를 알고 있다. "노여움은 공심에 비롯되는 것이고, 분함은 사심에서 비롯된다." |
| 우연히 신문 문화면을 읽다가 도몬 후유지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고 우연히 그 때가 그의 소설인 '불씨'를 읽고 난 바로 직후였다. '불씨'는 그다지 재미있게 읽은 소설은 아니지만 일본에 관심이 많은 난 '그늘 속의 참모들'이란 제목에 호기심을 느끼고 책을 구입했다. 이 책은 일본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인 메이지 유신을 이끌어낸 음지 속의 참모들 4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내 자신이 정작 '양지' 속의 참모들도 제대로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이 책을 잡은 것이 조금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일본 역사 이야기이지만 그런 대로 술술 읽혀서 읽는 데 전혀 부담이 없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