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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의 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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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날이었는데, 그때는 근처 교보문고로 가는 게 나한테 위로였다. 버스로 30분 쯤 가는 그 거리가 맘에 들었고 그 시간 쯤이면 서점에 사람이 많지 않을 거였기 때문에 꼭 가고 싶었다. 가야만 했다.   이 책 저 책 뒤적거려보다가 잡지코너로 갔다. 어쩌다가 월간 샘터을 집어들게되었다. 사실 나는 좋은생각이라든가 샘터라든가. 그런 잡지를 잘 안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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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날이었는데,

그때는 근처 교보문고로 가는 게 나한테 위로였다.

버스로 30분 쯤 가는 그 거리가 맘에 들었고

그 시간 쯤이면 서점에 사람이 많지 않을 거였기 때문에

꼭 가고 싶었다. 가야만 했다.

 

이 책 저 책 뒤적거려보다가 잡지코너로 갔다.

어쩌다가 월간 샘터을 집어들게되었다.

사실 나는 좋은생각이라든가 샘터라든가.

그런 잡지를 잘 안 읽는 편이므로

그날 그 잡지를 집어든 건 나도 왜인지는 알 수 없다. 

 

여러 글들 사이에서 정영 시인의 짧은 글을 읽게 되었고

이제는 정영 시인의 시집까지 들게 만들었다.

 

따뜻한 위로가 되는 글들은 매일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꼭 펼쳐보게 된다.

마음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는,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든 그런 때에는.

 

도무지 위로랑 상관이 없는 글을 읽고 있는데도

마음이 잔잔해지고 뭔가 다 괜찮아 질 것 같은.

 

정영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그렇다.

b*****7 2010.01.0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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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탐하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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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의 어느 날, 의도된 바는 아니었지만 나는 하나의 숨쉬는 물건이 되어 이 땅을 찾았다. 눈을 뜨면 아침이고, 여느 아침이 그러했듯 오늘도 24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라는, 철저히 나를 위해 준비된 시간을 나는 살고 있다. 생물학적 어머니와 아버지, 나름대로 잘 가꾸어진 가정의 울타리의 보호를 지금껏 나는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존재가 어디로부터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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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의 어느 날, 의도된 바는 아니었지만 나는 하나의 숨쉬는 물건이 되어 이 땅을 찾았다. 눈을 뜨면 아침이고, 여느 아침이 그러했듯 오늘도 24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라는, 철저히 나를 위해 준비된 시간을 나는 살고 있다. 생물학적 어머니와 아버지, 나름대로 잘 가꾸어진 가정의 울타리의 보호를 지금껏 나는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존재가 어디로부터 어떻게 비롯되었는지를 묻는 불경함(?)으로부터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출생이 있으면 사망이 있고, 아직 경험치 못한 사망을 소멸로 보아야 하는지 혹은 또 다른 시작이라 해석해야 되는지 알지 못하는 우리인지라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부모의 사랑 혹은 욕망, 이도 아니라면 신의 뜻. 태초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 또 있을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낱낱이 고하는 그 자리는 마치 누군가가 내 몸을 탐하는 듯 에로틱하기도 하고 동시에 사소한 잘잘못마저도 모두 들킨 듯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서 시인은 이를 위해 ‘고해’라는 단어를 준비했던 것 같다. 이보다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녀의 시는 짜릿하다. 온몸 가득 정체를 알 수 없는 벌레들이 기어오르는 듯한 기분이 그녀의 시를 읽는 내내 들었다. 사랑을 갈망하고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은 사람들, 그들의 이름은 남자 그리고 여자였다. 세상 모든 곳을 빼곡히 차지한 그들에게선 인간 냄새가 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인간 냄새를 가능케 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내 눈 그대 발톱에 박혀 뽑히질 않고, 내 허파 도려내 부풀리고 그대 새빨간 거짓말 끝없이 부풀고, 그대 나 찢어, 버린다 하고, 나, 괜찮다 하고, … (중략) … , 죽어도 여한없다 하고, 심장에 땀 맺히도록 그대 안는다면, 나, 좋다 하고, 그대 늑골, 그대 등줄기, 그대 구멍에 침을 발라 침을 발라 흥건히’ 이보다 더 강렬할 수 있을까. 서로를 탐하는 이와 같은 시선을 두고 세상 사람들은 ‘사랑’이라 말한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것은 ‘성(性)’이어라. 하지만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획득하기까지 그들은 슬픈 정액냄새였고 비린 젖이었으며 동시에 눈이 멀 것마냥 울어야만 했다. 그렇게 탄생한 그들은 잘못 배달된 피자였고, ‘아차’하는 소리와 함께 죽음을 예약한 사람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꿈꾸는 존재였다. 사랑이 무엇이길래, 사랑으로 인해 태어난 이들은 사랑을 통해 또 다른 삶을 낳는다. 탄생을 이야기하는 시인의 입에서 죽음의 노래가 흘러 나오는 것이 그리 당혹스럽게 느껴지지 않음은, 사람이라는 존재가 죽음 앞에서 무기력함을 잘 알기 때문이리라. 책의 뒷부분에 실린 해설은 그녀의 시에 ‘불온한 고해성사’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었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어쩌면 그 자체가 하나의 ‘불온한’ 과정이 아닐지… 그렇기에, 정처 없이 떠도는 바람마저도 목적이 있다면 하나의 일가를 이루는 것이라는 시인의 시선은 불온하다기 보단 솔직한 것이라 말하고 싶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제 아무리 제 삶을 부인하려 들지라도 스스로 포기하기 전까지 이 삶은 나로부터 멀어지지 않고, 살아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사랑 앞에 나약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달의 사락 q*****2 2006.09.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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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영혼의 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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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들의 시를 읽는 일은 즐겁다. 원숙한 노시인의 시도 물론 좋지만 날것대로의 생채기와 혼란, 열정과 슬픔이 뒤섞여 있는 강렬한 느낌은 역시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느껴진다. 정영은 이제 막 등단한 젊은 시인이다. 그녀의 시는 인간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우연히 세계속에 내던져진 존재로 보면서 삶의 고통을 치열하게 응시한다. 시집을 읽다보면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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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들의 시를 읽는 일은 즐겁다. 원숙한 노시인의 시도 물론 좋지만 날것대로의 생채기와 혼란, 열정과 슬픔이 뒤섞여 있는 강렬한 느낌은 역시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느껴진다. 정영은 이제 막 등단한 젊은 시인이다. 그녀의 시는 인간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우연히 세계속에 내던져진 존재로 보면서 삶의 고통을 치열하게 응시한다. 시집을 읽다보면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 상실과 열망, 고통과 사랑의 이미지들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삶에 대한 강렬한 감수성을 환기시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영의 시는 치열하지만 삶과 인간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부둥켜 안으려 한다. 잘못 배달된 피자와 같은 생이지만 배불리 먹고 행복하게 잠든다는! 기발한 표현은 그녀가 생을 어떠한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고통스럽지만 쉽게 버리지 못할, 아니 결코 버리지 않을 생. 시인 정영은 그녀와 같이 젊은 시인이었던 기형도처럼 너무 일찍 떠나버리지 않고 우리 곁에서 오랫동안 평일의 고해를 대신해 줄 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인상깊은구절]
나는 생애 여러번 주문한 적 없는 피자를 배불리 먹었고 행복했고 아무 생각 없이 잠들었다 잘못 배달된 나여!
y****o 2006.09.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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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街柳巷 혹은 告解所-정영시집 평일의 고해
"花街柳巷 혹은 告解所-정영시집 평일의 고해 " 내용보기
여행가방에 옷가지 등을 차곡차곡 싸면서 책 한권을 덤으로 넣는다. 여행지에서 지기(知己)들과 쌓인 이야기들이 끓기고 혼자 고즈넉할 때 펼쳐든 그저 여정의 ‘덤’으로 묻어 온 책은 정영의 시집 『평일의 고해』였다. 문화유산 답사처럼 기초적인 역사지식으로 무장하여 쉽게 이해하려는 의식의 근저에 이 시집이 놓여있었다. 시집을 펼쳐 읽었을 때 나의 심사와 달리 시어 하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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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가방에 옷가지 등을 차곡차곡 싸면서 책 한권을 덤으로 넣는다. 여행지에서 지기(知己)들과 쌓인 이야기들이 끓기고 혼자 고즈넉할 때 펼쳐든 그저 여정의 ‘덤’으로 묻어 온 책은 정영의 시집 『평일의 고해』였다. 문화유산 답사처럼 기초적인 역사지식으로 무장하여 쉽게 이해하려는 의식의 근저에 이 시집이 놓여있었다. 시집을 펼쳐 읽었을 때 나의 심사와 달리 시어 하나하나가 수풀에 덮여 있는 늪이었다. 길을 찾아 발걸음을 내디딜 때 마다 일순 사늘한 깊이로 빠져들어 머리카락이 쭈뼛 솟아올랐다. 이 지독한 고해는 ‘블리자드’처럼 청청한 하늘을 꿈처럼 보여주고는 모진 칼바람이 불어 에는 벌판으로 나를 내몬다.


 정영의 시에 나타나는 화자들은 불온한 태생들이지만, 현실을 감내하며 신산한 삶을 영위하는 질경이 같은 생명력을 가졌다. 표제작인「평일의 고해」는 이러한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하는데, 모든 의미소가 응결되어 있는 듯 하다. 절두산 순교성지의 고해소에 적힌 "중요한 것만 짧게 간추려 고해하시오” 라는 문구의 결정(結晶)은 ‘인간은 피곤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것을 받아 줄 것 같은 장소인 고해소마저 ‘요건이 뭔데?’ 라는 불용(不用)의 그릇이라면 할말이 없지 않은가! “이생에선 독한 향내가 나를 치유해요/인간의 냄새만큼 독한 게 있으려고요, 늘 피곤하거든요/그들이 날 흉터 없이 치유해요” 인간관계는 기쁨만 잉태하는 난소(卵巢)만은 아니다. 좌절과 슬픔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독소(毒巢)이기도하다. ‘독한 인간의 냄새’가 상흔도 없이 치유하다니, 시인은 극약의 처방전이라도 받았다는 말인가. 인간유대가 흔들리면서 인간에게서 이상한 냄새만 솔솔 풍긴다. 도저히 다가 갈 수 없을 것 같은 인간의 독특한 냄새가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나를 고치는 약이며, 도규(刀圭)라고 시인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자신의 산파였던 산부인과 의사 ‘권오준씨’는 나를 세상에 내놓은 사람이며, 수인사를 나누는 사람, 낭패를 준 사람, 피붙이 같은 사람, 적수인 사람, 사랑하는 사람 등 독특한 인간냄새를 자욱이 피어 올리는 전형들이다. “알몸인 나를 거리에 내팽개친 권오준씨/권오준씨! 하고 불렀을 때/저 저 수많은 권오준씨들” 여기서 권오준씨는 ‘흉터 없이 치유해주는’ 인간의 동일체이리라.


 또한, 화가유항의 자식인 듯 “슬픈 정액냄새 속에서 태어났고/비린 젖을 먹고 자랐노라”고, 그래서, ‘잘못 배달된 피자’ 였음을 고해(告解)한다. 주문자에게 배달되지 않은 수취인 불명의 피자지만, ‘모래구름이 내려와 심장의 봉분’을 만들어 준 까닭에 ‘붉은 상자’를 가진다. 붉은 상자는 삶의 외피이며, 중심이 되고 싶은 ‘붉은 운명’을 상징하는 듯하다. 피자는 구워져서 붉은 심장처럼 배달된다. 뜨거운 몸의 실체를 외장을 통해서 느껴야 하는 붉은 운명은 어쩌면 타고 난 것이 아닐까. 잘못 배달 된 피자 같은 자아, 시인의 페르소나를 느끼게 한다. 정영의 시에는 어둠과 검음, 끝과 종점, 낡음과 썩음과 같은 시어들과 붉음이라는 대칭어가 등장한다. 이는 전자에 말했듯이, 삶의 모든 부분을 구성하는 외피들로 콩닥거리는 심장을 생생하게 감싸주는 장치로 보여 진다. “나는 검은 주머니/산 정상에서 아주 붉게 아주 붉게 소리쳤죠” 에서 느끼듯 '검음'과 '붉음'의 대칭을 엿볼 수 있다. ‘검은 주머니’는 낮게 엎드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며, 붉게 소리치는 바람(願望)의 난소(卵巢)인 것이다. “세상에 온갖 쓸모없는 온기들/심장을 너무 싼 값에 팔았나?” 세상에는 팔색조처럼 치장하며 본새 없이 드미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온갖 유사상표의 화려한 포장지가 심장을 감싸는 세태, 협심증(狹心症)을 앓고 있다.


 고해소에서 무명(無明)한 자신을 들추고 화가유항 속으로 홀연 길을 떠나는 자의 뒷모습에 햇빛 한 올 깃든다. 길은 머무는 곳이 아니어서 길의 끝자락이 항상 그리울 때가 있다. 정영의 『평일의 고해』를 읽고 난 후 숙사(宿舍)의 창문을 열어보았다. 가등(街燈)이 붉은 심장을 내게 주었다


 

h***n 2009.03.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