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림 홈페이지에서 신간코너에 <햄릿>이 올라 있는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더랬다. 소위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이 얼마나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지 많이도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곧 ‘보림에서 내는 건데’ 하며 맘을 다독였고 옮긴이가 김경연씨라는 대목에서는 자못 기대가 되었다. 김경연씨는 우리나라의 독문학 번역에 있어서는 가히 손꼽을 만한 어린이 문학가가 아닌가? 그렇게 자못 설레는 마음으로 미리부터 기다리고 있다가 <햄릿>을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한 감동과 울림을 주는 아주 특별한 책이었다. 그림책을 읽어보며 내 가슴이 뛰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많은 책들에 감동 받고 웃음지으며 때로는 깔깔거리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책을 보는 가운데 내 가슴의 쿵쿵 뛰는 심장소리를 들은 기억은 사실 이제까지 없다. 그런데 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라는 생소하기만 한 위대한 독일 작가의 그림책을 보는 내내 가슴이 마구 뛰며 긴장감으로 온 몸이 굳어지는 것이다. 어찌 보면 고전만이 담을 수 있는 삶과 죽음, 시기와 음모, 질투와 살인, 미움과 사랑 등 인간의 총체적인 삶을 망라한 내용들이 이 짧고 대담한 형식의 그림책에 들어 있다는 것이 놀라웠을 것이다. 거기에 주인공뿐 아니라 등장 인물들을 새로 각색하고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설정한 구성도 무척 흥미로웠다. 눈에 뛰는 새로운 인물은 어릿광대와 곰이다. 첫 장에 내려진 무대 막이 오르면서 등장하는 어릿광대와 곰은 책의 맨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며 햄릿의 마음을 읽어주기도 하며 오필리어의 사랑을 전해주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선왕의 죽음을 알려주는 매개자가 되기도 한다. 희곡의 해설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광대와 곰의 등장은 ‘작업을 할 때 원칙적으로 어린이와 어른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를 위해 쓰고 그린다’는 베히터 작가 자신의 말을 생각해 볼 때 어찌 보면 당연히 등장해야 할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베이터의 <햄릿>은 나에게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서가에서 다시 뽑아 보게 만들었다. 얼마 전 꽤나 뜸을 들여 맘 속으로 헤아리며 고전 전집 일부를 구비해 놓았다. 헌데 고전은 역시 고전인지라 새로 샀어도 역시 맘 잡고 손에 들기가 쉽지 않았는데 베이터는 내게 불을 지른 격이다. 밀레이의 그림 <오필리어>가 화관과 함께 냇가에 떠 있는 그림이 여전히 인상적인 책이다. 오필리어는 입을 반쯤 벌리고 시선을 하늘로 향한 채 팔은 양쪽으로 벌려 무언가를 잡고 있었던 듯, 아니면 잡은 무언가를 모두 놓아버리려는 듯한 모습이다. 원본의 오릴리어는 그렇게 물에 빠져 삶을 달리하지만 베히터의 오필리어는 한편으로 좀 더 역동적인 인물이라 할 수도 있겠다. “왕자님. 저는 누구인가요? 당신이 이토록 숭배하는 저는?” 자신의 자아에 대한 물음을 하면서 오필리어는 스스로 대답한다. “봄이 일곱 번 거듭된다 해도 이토록 나를 달라지게 할 순 없을 거예요. 당신은 나를 새롭게 만들었어요.” 이렇게 사랑에 빠진 오필리어는 햄릿이 탑에 갇히자 곰과 어릿광대와 함께 햄릿의 쇠사슬을풀어 주며 이렇게 읊조린다. “쇠사슬에 묶인 나의 새는 이제 날지 않네.” 오필리어는 햄릿의 목을 죄고 있는 쇠사슬을 풀어주고 날아가갈 바라면서 이성을 잃고 만다. 연인의 손에 아버지를 잃은 어떤 여인이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 햄릿은 여전히 지하실에서 웅크리고 앉아 깊은 상념에 빠져 있다. 선왕의 죽음과 죽은 아버지의 동생과 결혼한 어머니에 대한 미움, 아버지를 독살한 새 왕에 대한 복수로 불타오르는 마음, 연인의 아버지를 칼로 찌르는 비극. 이를 견딜 수는 없을 것이다. 지하실에 있던 오필리어가 건네준 해골은 어떤 의미를 잦는 걸까? 선왕의 유물일 수도 있겠고 어쩌면 햄릿의 죽음을 연상할 수 있는 상징물일수도 있겠다. 오필리어는 햄릿에게 해골을 건네며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누군지 알지. 하지만 우리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 받아요, 별거 아니지만.” 그렇다면 오필리어의 죽음을 예견하는 상징물일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론 두 사람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죽음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란 추측도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오필리어는 탑에서 춤추며 나간다. 곰과 어릿광대는 그녀가 잃을 것을 찾으러 나가는 것이라며 그녀를 도와주러 간다. 춤추는 오필리어와 그 뒤를 쫒는 곰과 어릿광대. 책은 그렇게 거울 같은 타원형 속의 공간에 세 인물을 그려 넣으며 마무리한다. 곰과 어릿광대의 도움을 받아 햄릿의 쇠사슬을 푼 것처럼 오필리어도 자신의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책을 읽은 사람은 모두 궁금해진다. 하여 새롭게 원전까지 뒤적여보게 하는 것이다. 희곡의 원작을 그대로 재현해 내면서도 독특한 인물 창조로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베히터를 만나게 되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카툰 작가의 이력을 충분히 도드라지게 한 카툰 풍의 그림, 콜라주 형식의 표현기법도 이채롭다. 한동안 고전의 바다에 넘실거릴 내 마음을 생각하니 자못 즐거워진다.오필리어>햄릿>햄릿>햄릿>햄릿> |
| 셰익스피어의 고전인 "햄릿"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그림책. 독일에서 인정 받는 풍자화가이자 카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책 분야에서도 많은 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가 특이한 형식과 해석으로 햄릿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어릿광대와 곰 인형을 화자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야기로 풀어서 들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원작처럼 희곡의 형식을 살린 점이 돋보인다. 사각의 테두리 속에 든 그림은 공연 무대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앞뒤 속지가 무대를 가린 붉은 커튼 그림으로 채워져 있는 점도 이런 형식을 강조하기 위함인 듯... 각 장면의 윗부분에 상황 설명을 위한 짤막한 지문이 한 줄 정도 실려 있으며, 두 화자의 대화와 등장 인물들의 대사는 그림 속에-배경과 다른 색으로 줄 처리- 배치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어릿광대와 곰 인형은 독일 아이들에게 매우 친숙한 존재로, 이 둘을 작품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햄릿>이라는 고전과 아이들의 거리를 좁혀주고 있다. 카툰 느낌을 주는 간결한 그림으로 등장인물을 묘사하기도 하고 콜라주 기법을 도입한 장면도 있는 이 그림책은 간결한 형식과 최소한의 등장인물들만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화자로 극을 이끌어 가는 어릿광대와 곰은 햄릿의 친구이자, 연극단원, 관찰자, 사랑의 전령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극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고 햄릿의 고뇌와 슬픔, 절망을 대신 말해주기도 하고,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스치듯 전해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열망, 자식(오필리어)을 염려하여 가로막는 재상의 단호함,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로 인해 절망감에 휩싸인 햄릿, 자신의 죽음에 대해 밝히는 아버지의 유령, 선왕의 죽음을 재현한 연극과 예기치 않은 살인, 고뇌와 절망에 휩싸인 한 젊은이와 그를 사랑한 한 여인의 어긋난 운명과 사랑... 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의 마지막 작품인 <햄릿>은 초등학생에서 성인을 아우르는 독자층으로 하고 있는데, 그림책 형식의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만한 것들이 아니다. 죽음, 배신, 절망, 사랑, 광기, 복수... "햄릿"이라는 작품에 담긴 주제들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아이들에게 선뜻 접해주기가 꺼려지는 주제들이다. 그래서 ''과연 아이들에게 보여 줄만한가?'' 하는 망설임이 생기고 아이들은 이런 주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점을 궁금해 할지, 이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염려도 하게 된다. 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기 전에 나름대로 고민을 안고 몇 번을 보고 또 보았다. 늘 그렇듯 이 책 역시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때로는 한 줄의 문장이 가슴을 울리기도 하고, 햄릿을 두고 너울너울 춤을 추며 떠나가는 오필리어의 모습을 볼 때면 한 쪽 가슴이 아릿하게 아파오기도 한다. 발목에 묶인 쇠사슬은 풀렸으나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묶인 여전히 묶여 있는 햄릿과 현실의 괴리 앞에서 더 이상 견디어 내지 못하고 이성이 무너져 내린 오필리어.. 그 둘의 비극적인 결말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있게 된다. 베히터는 오필리어에게 죽음 대신 잃은 것을 찾아 떠나게 한다. 그 뒤를 따르는 어릿광대와 곰이 진정으로 그녀를 도울 수 있기를!! 커다란 판형의, 묵직한 느낌을 주는 이 그림책은 볼 때마다 다양한 느낌의 조각들을 분출시키는 작품이다.햄릿>햄릿> |
| 처음 이책을 받고 책의 크기에 놀라고, 어 햄릿이네 하면서 책 제목을 보고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냈을까 궁금해하다 책을 다 읽고 또 놀랐답니다. 우선 햄릿이라하면 세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비극이자 고전인 책 과연 그 책을 아이들이 볼수 있는 그림책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에서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답니다. 늘 그렇듯이 명작을 줄여 만든 작품이겠거니 했다가 옮긴이 김경연 님의 글을 보고 다시금 책을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그림책치고 제법 분량이 두꺼운 편이고 그림이 화면에 꽉 찹니다. 게다가 원작인 희곡의 형식을 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책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곰과 어릿광대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입니다. 햄릿의 원작에 작가의 새로운 해석을 가미해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모두 볼수 있게끔 만든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초등 저학년이 읽을수는 있으나 그렇게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 책의 내용을 깊이 음미하기에는 아무래도 고학년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책의 큰 특징은 주인공 햄릿이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햄릿은 곰인형과 어릿광대의 눈으로 보여지고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때로는 오필리어를 통해서 때로는 왕과 왕비와 오필리어의 아버지의 목소리를 통해서 햄릿은 보여지고 있습니다. 햄릿과 오필리어의 사랑,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를 독살하고 왕이 된 숙부에의 복수에 대한 번뇌와 연민을 아이들이 얼마나 잘 간파해낼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른인 나는 이 그림책을 보며 다시한번 햄릿을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아, 햄릿이 이런 그림책으로도 다시 탄생할수 있구나하는 감탄과 함께 정말 무대위에서 어릿광대와 곰이 하는 한편의 연극을 보는듯 그렇게 빨려듭니다. 이책에서 두드러진 캐릭터는 오필리어입니다. 오필리어가 햄릿을 사랑하는 마음과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아주 역동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읽고 묻어 두었던 햄릿이라는 작품이 다시한번 나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리게 해준 아주 멋진 책입니다. 그 그림과 형식만으로도 이전에 보아왔던 그림책이랑 차별화되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단순히 아이들 그림책의 재미만을 쫓는게 아니라면 한번쯤 읽어보라고 하고 싶네요. 아마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