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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당대에도 잘 알려진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을 뿐 아니라, 이 시점에서 무명에 가깝다가 나중에 확 뜬 배우들도 여럿 보여서 무척 흥미롭다. 후자로는 이 극에서 아주 중요한 악역인 제이슨 스테이썸인데, 물론 이보다 2년 전에 <트랜스포터> 1편을 찍었지만 아직까지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고 조단역을 더 자주 맡을 무렵이다. 또 제시카 비엘이 영화 처음과 마지막에 살짝 얼굴을 비추는데, 스테이섬이나 비엘이나 이후 그 숱한 출연작에서 자신만의 장기, 개성을 완전히 굳힌 매력이 아직은 설익은 채 어색한 면을 팍팍 풍기는 모습이 너무도 재미있다. 지금이야 뭐 좀 지겨울 만큼, 혹은 닳고닳았다고나 할 노숙한 연기 테크닉들이지만.
영화의 두 주연은 크리스 에반스와 배신자 누나인데, 크리스 에반스 역시 이 무렵이면 아직 대중이 그를 많이는 못 알아보고 다만 일부 소녀팬층 사이에서 아이돌처럼 인기를 끌 무렵이다. 벌써 크리스 에반스, 비엘, 스테이섬의 상대적 무명기(아주 열심히들 함)를 구경하는 재미가 어디란 말인가. 한편 이 영화는 특이한 게, 아직 CDMA 도입 초창기라서 끊어지는 곳, 통화권 이탈 지점이 많기도 했던 당시의 실정을 또 향수와 함께 담아내었고, 무엇보다 악당들에게 쫓기는 어느 가정 주부(과학 선생이라고 함. 산산조각난 유선전화기를 얼기설기 이어 간신히 외부와 접촉을 이어가는 스토리를 위한 억지 설정임)의 기막힌 분투 과정을 진땀나게 잘 뽑아냈다. 요즘 같으면 더 확립된, 더 타이트한 박자로 진행했을 텐데 옛날 영화라서 빈 구석도 많고 유머러스한(의도적이었겠음) 장면도 곳곳에 끼어들어 오히려 더 정감이 배어난다.
두 주연이 배신자 누나와 크리스 에반스라고 했는데, 앞에서 말했듯 납치당한 가정주부(신자 누님 扮)가 우연히 연결된 무작위 셀폰과 필사적으로 연락을 이어가는 줄거리이므로, 두 주연이 극 말미에 가서야 비로소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점도 재미있고 의미심장하다. 요즘 같으면 핸드폰이란 소재 하나에 이처럼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끌어갈 분위기가 아니므로, 셀폰이 안 나왔던 그 이전은 물론 앞으로도 다뤄지기 힘든 내용이라고 하겠다.
일단 이 스릴러는 시작부터 관객을 깜짝 놀래키는 센스가 돋보이는데, 예의 그 스테이섬이 머리를 빡빡 밀고 느닷 한 가정집의 exterior door(그냥 백도어라고 해도 되며, 미국 단독주택에서 흔히 보는 구조처럼 이걸 열고 집 뒤편의 주방으로 통하는 좁은 복도로 들어오곤 한다)의 유리를 산산조각 내고 무단 침입한 후 가사도우미를 쏴 죽이고 주부(선생이니까 주부라고 하기엔 좀)를 납치해 간다. 이런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 미국인들의 이런 가옥 구조는 치안 방범에 특히 취약한 면이 있다.
<쥬라기 공원 3>에 철물점 주인이면서 기업체 회장이라고 사기치는 코믹한 가장 역이었던 윌리엄 H 메이시가 여기서 직업에 환멸을 느껴 아내와 함께 데이스파를 창업하려는 경찰관 역으로 나온다. 한편 여친과 잘 안 되어서(여친 역이 바로 제시카 비엘) 막 헤어지고 어디서 비전을 찾아야할지 몰라 방황 중인 청년 역이 크리스 에반스인데, 서로 전혀 모르는 이 세 사람(아줌마, 청년, 경찰)이 희한한 지점에서 서로 엮여 끔찍한 범죄에 휘말리는 과정, 또 이의 해결을 위한 촌극 등이 밀도 있게 잘 버무려졌다.
배신자 누나의 남편 역은, 공포영화 <호스텔 II>에서 소심한 월급쟁이 가장한테 인간 사냥 클럽에 가입해서 재미 좀 보자고 꼬드기는 친구로 나온 바로 그 사람이다. 애 이름을 왜 그리 지었냐고 물어 보는 청년에게, 리키 마틴이 뜨기 전에 태어난 애라고 해명(이런 해명을 여태 얼마나 많이 되풀이했을까. 애 나이와 이 영화 제작 연도를 따져 보면 맞는 설명이긴 하다)할 때의 신자 누나는 정말 웃기지만, 이때로부터 6년 전 <LA 컨피덴셜>에서 삶과 운명에 처절히 절망하며 오만상을 찌푸리는 연기로 오스카 조연상을 받기도 했던 그 관록을, 이 작품 다른 시퀀스에서 여지없이 또 보여 주시기도 한다.
약간의 반전이 있으나 사실 쉽게 예측 가능하고, 그런 잔재주보다는 정직하게, 어깨힘빼고 할 얘기는 다 해 가며 깔끔하게 찍힌 스릴러로서의 플롯이 더 돋보이는 작품이다. 도로에서 잠시 마주쳐 그 고급 승용차를 사용절도당한 변호사 역은 릭 호프먼인데, 이 사람은 <호스텔> 1편 후반부에 주인공한테 '어떻디? 끝내주지?'라며 막 호들갑떠는 고객으로 나온 바로 그 배우이며, 이 사람은 백인이지만 7월 17일에 리뷰한 <키아누>의 주연인 조던 필과 진짜 비슷한 이목구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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