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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내용보기
표지를 보면 한 사람이 까만 옷을 입고 오른쪽 위에 서 있다. 그 사람이 니체인가 궁금했다. 제목이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니까. 그런데 그는 니체가 아니다. 루 살로메다. 이 작품은 루 살로메로 시작해서 루 살로메로 끝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루 살로메가 니체의 치료를 브로이어 의사에게 부탁함으로 해서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루 살로메라는 여인이 니체의 병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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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 한 사람이 까만 옷을 입고 오른쪽 위에 서 있다. 그 사람이 니체인가 궁금했다. 제목이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니까. 그런데 그는 니체가 아니다. 루 살로메다. 이 작품은 루 살로메로 시작해서 루 살로메로 끝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루 살로메가 니체의 치료를 브로이어 의사에게 부탁함으로 해서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루 살로메라는 여인이 니체의 병의 원인이라 생각한 브로이어 의사가 니체에게서 그 고백을 듣기 위해, 아니 자신에게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 자신도 똑같은 고통을 겪었다고 하면서 니체를 만나게 된 간접적인 의학 사례보고에서 가명으로 얘기한 환자 안나 O에 대한 욕망을 고백하며 자신의 고통을 철학적으로 치유해주기를 바라면서 대화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그 시대 존재했던 인물들이다. 작가는 그들을 만약 이들이 만났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제대로 조우시켰다. 니체를 브로이어의 안나 O처럼 만들고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르는 브로이어의 생각을 니체의 철학으로 풀어내고 또한 프로이트를 등장시켜 꿈과 최면요법으로 치료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은 니체의 철학이 아니다. 그의 저서 제목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을 빌려 말하자면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단순한 욕망을 어떻게 스스로 극복할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브로이어의 안나 O에 대한 욕망과 니체의 루 살로메에 대한 욕망을... 내가 니체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조건 읽으려고 했더니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철학적 내용은 이해할 수 없지만 인간이 산다는 게 어차피 개똥철학 하나쯤 가지고 사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지극히 단순하고 간단하게 그들의 삶의 한 조각을 들여다본다고 생각을 하니 의외로 쉬웠다. 그렇다. 니체는 니체답게 차라투스트라를 머리에 잉태하고 출산하며 살다 간 것이고 브로이어는 브로이어답게, 루 살로메는 그녀답게, 안나 O로 불린 베르타 파펜하임까지 그 일을 극복하고 잘 살다 갔다. 그러니 나도 그저 나답게 살다 가면 그뿐이다. 니체가 말했듯이. “나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그리고 “너 자신이 돼라.” 그리고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무엇이든지 결국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내 병은 축복이다.'' 이 말에 공감하며 살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134p "진실은 의심과 회의를 통해 도달하는 것이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어린애 같은 소망을 통해 도달되는 게 아닙니다! 신의 손에 모든 걸 맡기겠다는 환자의 소망은 진실이 아닙니다. 그건 단지 유치한 아이의 소망에 불과합니다. 그 이상은 아니거든요. 죽지 않으려는 소망이자, 우리가 ''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영원히 부풀어 있는 젖꼭지일 따름이지요. 진화론은 과학적으로 신의 불필요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다윈 스스로 자기가 내놓은 증거에 따라 결론을 내릴 만한 용기가 없었다 해도 말입니다. 우리가 신을 창조했다, 지금은 우리 모두 합심해서 신을 죽여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167p "너무 가까워져서 우리의 우정과 우애에 장애요인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때가 우리 인생에도 있었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작은 다리 하나밖에 없었다. 당신이 그 다리 이에 막 올라서려고 하는 찰나, 내가 당신에게 요구했다. 다리를 건너 내게로 오고 싶어? 그 순간 당신은 더 이상 다리를 건너고 싶지 않게 된다. 내가 다시 한 번 요구하자 당신은 침묵을 지켰다. 그때 이후로 산과 세차게 흐르는 강물이 우리 두 사람을 가로막고 서로를 떨어뜨려놓았다. 심지어 우리는 함께 있고 싶은데도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 작은 다리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북받쳐 할 말을 잃고 눈물 흘리면서 놀란다." 188p "수요일에 내가 말했던 문장, 화강암 문장 기억하십니까? ''너 자신이 돼라.''는 문장 말입니다. 오늘은 두번째 화강암 문장을 말해드리지요.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무엇이든지 결국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내 병은 축복이다.''라고 고쳐 말할 수 있겠군요." 373p "물론 고통을 겪어야지요. 그건 통찰의 대가를 지불하는 겁니다. 물론 두렵겠지요. 산다는 것은 위험에 처한다는 뜻이니까요. 강해져야죠! 당신은 소가 아닙니다. 나 또한 되새김질하는 소의 사도가 아닙니다." 418p "...... 시간이란 깨부술 수 있는 게 아니잖소. 그것은 인간의 가장 큰 짐이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도전은 시간이란 짐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 짐을 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d*****g 2006.11.14.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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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두 공간사이에서 터지는 불꽃같은...
"텅 빈 두 공간사이에서 터지는 불꽃같은..." 내용보기
상담이 예술이라고 하는 이유는 어느 내담자에게나 혹은 특정 증상에 일관되게 처음부터 끝까지 적용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인 듯 합니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매뉴얼이 없으므로 내담자에게 맞춰진 치료는 예술가가 혼신을 다해 창조해내는 작품처럼 세상에 한번밖에 없는 경험일테고 요즘 표현으로 1:1 맞춤이 되기에 ‘상담은 예술’이란 표현에 많은 학자들이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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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 예술이라고 하는 이유는 어느 내담자에게나 혹은 특정 증상에 일관되게 처음부터 끝까지 적용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인 듯 합니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매뉴얼이 없으므로 내담자에게 맞춰진 치료는 예술가가 혼신을 다해 창조해내는 작품처럼 세상에 한번밖에 없는 경험일테고 요즘 표현으로 1:1 맞춤이 되기에 상담은 예술이란 표현에 많은 학자들이 동의한다고 생각됩니다.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하고 또 변덕스러운 인간의 내면을 탐색하며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은 상담자 또한 그 아픔을 느끼며 그 근원과 과정을 탐색하면서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고 내담자의 문제와 함께 움직이는 상담자 자신의 역동을 상담장면에서 매순간 경험하며 끊임없이 내담자의 상담목표에 집중해 최선을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최면기법으로 유명한 브로이어 박사와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를 통해 이러한 상담이 극적인 예술작품으로 태어납니다. 초보상담자인 저에게 한 내담자를 치료하는 전 과정으로서의 상담은 모호하고 막막하게 느껴졌었는데, 아마 상담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가 실제 상담으로 이어지는 시점이라 더 막연하고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유능한 상담자인 브로이어 박사가 상담과정에 겪는 내면의 갈등과 깨달음 그리고 내담자를 위한 방법들을 선택하는 등 상담의 전 과정을 간접적으로 상담자로서 체험해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갈등을 겪지만 상담자로서 여러 고비를 잘 넘긴 브로이어 박사의 관점에서 상담을 크게 5가지의 단계로 요약하며 느낀 점을 적어보았습니다.

 

1.     불안과 두려움을 견디다.

브로이어 박사는 초반에 두명의 여성으로부터 두려움을 느낍니다. 한 여성은 그에게 강력한 힘을 행사하고 다른 여성은 그가 그녀에게 행사할지도 모를 힘 때문입니다. 처음 대면하는 사람에게서 약간의 불안과 긴장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이런 감정의 기저에 숨은 힘의 통제는 아마 인간이라는 한계를 지닌 상담자가 갖게 되는 영원한 딜레마가 아닐까 합니다. 어떤 관계에서나 힘욕구가 있게 마련인데, 그것을 상담자가 내담자를 위해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담 초기에 두려움은 어떤 내담자일지, 상담이 잘 진행될지, 상담 중에 겪게 될 역동을 잘 소화해낼지, 혹은 이런 힘 욕구를 스스로 경계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것 등 입니다.

 

2.     한계를 인정한다.

훈계조의 루 살로메에게 불쑥 화가 치밀지만, 내담자인 니체를 잘 아는 사람이라 여기면서 브로이어 박사는 화를 참아냅니다. 자신이 상담자이고 그녀보다 나이도 많지만 그녀보다 니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녀의 오지랖을 견딥니다. 상담중에 브로이어는 중대한 사건과 변화의 성격에 관해 물어봐야 할지, 감정이입에 의한 의사와 환자의 신뢰감을 강화시키는 방향을 따라야할지를 갈등하기도 합니다. 어느 하나를 놓는 것은 그것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충분히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악질적인 야밤의 생각에 관해 물어보지 못하고 어떤 약을 먹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금방 자신의 적절치 못한 질문을 깨닫고 인정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한계를 알아차리고 인정한다는 것은 상담자에게 가장 중요한 윤리적인 책임이자 성공적인 상담으로 이끄는 열쇠가 아닐까 합니다.

 

3.     내담자를 돕는 선택을 한다

상담과정에서 상담자는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선택의 귀로에 서게 됩니다. 표리부동을 싫어하지만 브로이어는 인생의 딜레마를 푸는 자연스러운 해결책으로서 정직성과 성실성은 사태를 악화시킬 것임을 알아차립니다. 상담자로서 가장 중요한 진실성마저 차후로 미루는 순간인데, 그가 하는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내담자를 돕는 것입니다. 잠깐 초보인 저에겐 참 어려운 과정일 것이라 여겨지지만, ‘상담장면이라는 한계를 상상해보니 충분히 해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4.     문제에 깊이 있게 다가간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역설적으로 보입니다. 내담자를 도우려 시작한 상담에서 브로이어는 니체의 문제와 비슷한 자신의 문제에 푹 빠져 버립니다. 이해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설정이기도 합니다만, 그는 정말로 니체가 시키는대로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내버리고 베르타와 에바를 만나러 떠납니다. 하지만 그 자유를 통해 그는 예상치 않게 자유롭고 싶지 않은 자기 자신을 발견합니다. 최면에서 깨어나던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놀랍고 기발한 반전이었습니다. 이처럼 내담자의 문제에 내담자만큼 혹은 내담자보다 더 깊이 있게 다가가서 마주볼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내담자를 잘 도울 수 있을지요! 아마 그런 용기는 브로이어처럼 자신의 문제를 그렇게 볼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고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5.     올바른 적을 선택한다(직면한다)

아마 이 표현은 상담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어느 장면에서나 적용되는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상담에 가져온 온갖 문제들, 우리는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평생을 허비하기도 하고 황금 같았던 젊은 시절을 바치기도 하고 또 니체처럼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고 살기도 할 것입니다. 그 고통은 중요한 관계 속의 누군가 제공했다거나 혹은 공평하지 않은 이 사회, 불행한 내 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기겠지만 그 근원은 다름아닌 바로 우리의 운명이라는 것입니다. 상담은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적을 그리고 배웠지만 그 대처 방법을 잠시 잊고 헤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올바른 적을 만났을 때, 피하지 말고 대면하고 맞서고 사랑하게 된다면 아마 상담은 성공적으로 마치게 될 것입니다.

 

인생, 상담, 문제 이 세가지가 함께 평행을 이루며 많은 은유를 내포하고 그 많은 비유와 상상 속에서 19세기 말 유명한 학자들을 책 속에서 만나는 것은 얼마나 즐겁고 유쾌하고 흥미로왔던지요! 니체가 내면 깊숙히 숨겨두었던 고독을 드러내며 타인이 자신에게 접촉하도록 허용했던 그 순간 니체와 함께 저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자가 마음 놓고 울라고 장치해놓은 소설의 클라이막스에 부응하는 것이겠지만, 또 한편으로 불안하고 초조하고 걱정되고 욕심나는 초보 상담자로서 부족하고 잘 하기에 역부족인 제 자신을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이게 됩니다.

 

브로이어가 인생을 텅 빈 공간 사이에서 터지는 불꽃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상담자와 내담자의 만남도 한시적이지만 따뜻하게 서로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어루만져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렵게만 느껴지던 상담에 조금은 자신감이 생깁니다. 갈등하고 실수하는 브로이어 박사에게 위로를 받으며 언젠가 저도 이렇게 누군가를 돕고 그 기쁨과 보람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날이 있을 거라고 기대해봅니다.

 

** 굵은 글씨는 책 본문에서 인용한 문구입니다.

 

a******t 2012.12.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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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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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살로메가 브로이어 박사에게 니체의 치료를 부탁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물론 실제로 니체와 브로이어 박사가 만난적은 없지만.그러나 워낙 편두통과 온갖 질명들로 힘겨워 했다는 니체의 이력은 이런 재미난 설정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실제로도 수많은 의사들의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으니, 그가운데는 브로이어 박사 같은 이도 한명쯤 있지 않았을까? 니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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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살로메가 브로이어 박사에게 니체의 치료를 부탁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물론 실제로 니체와 브로이어 박사가 만난적은 없지만.그러나 워낙 편두통과 온갖 질명들로 힘겨워 했다는 니체의 이력은 이런 재미난 설정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실제로도 수많은 의사들의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으니, 그가운데는 브로이어 박사 같은 이도 한명쯤 있지 않았을까? 니체에 대한 평가는 워낙 극과 극이다 보니,나 역시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솔직히 거의 없었다. '차라투스..' 정도가 읽은 책이긴 하나 이 역시 오래전 읽은 책이라,기억에도 가물하고..그러니까.결론적으로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를 읽은 덕분에 나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니체를 보게 된 것 같다.소설에서도 종종 언급되어지지만,니체의 논점을 따라가다 보면 그 역시 위대한,혹은 괴팍한 철학자이기전에 평범한 사람으로서,인간적인,너무나 인간적이였다는 거다.물론 니체의 저서들을 읽게 된다면 또다른 시선 혹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적어도 소설에서 만난,눈물을 흘리게 되는 니체의 모습은 인간적이였고,오히려 안쓰러웠다.자신이 가진 천재성이 원망스러워 신을 원망했던 것은 아니였을까? 평범하게 살고 싶었으나,그렇게 살 수 없는 자의 고통이라고 해야 할까.물론 픽션과 팩트가 결합되였기 때문에 눈물을 흐리는 니체의 모습은 저자의 시선이었을 게다.그러나 자신 속의 고통 혹은 절망을 누군가에게 들어내는 순간이 오게 된다면 니체가 아닌 누가 되여도 눈물을 흘리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 소설이 더 재미났던 점은 사실 니체라는 인물 자체에만 중심을 둔 것이 아니라,브로이어 박사와 프로이트를 통해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심리상담에 대한 연구의 대화들을 만났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그러니까 이 소설은 궁극적으로 심리상담서 정도로 봐도 될 것 같다는 느낌.결국 니체까지 울게 만들수 있는 힘이,심리학에는 있다는 것이 되고,그것이 어떤 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가를 보게 된다는 것 등.결말은 뭔가 급히 매듭지어지는 듯한 싱거움이 있었지만,니체와 브로이어 박사의 대화를 통한 심리 치교과정은 어디까지가 팩트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모를만큼 흥미로웠다.이 책 덕분에 이제는 니체를 조금씩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으니까 말이다.

w*******i 2015.04.02.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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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가까워진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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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유럽의 지성사에 우뚝선 신경생리학자 겸 의사 요제프 브로이어,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간 존재하지않았던 교류를 픽션으로 구성하여 정신의학과 니체철학을 보여준다.   스탠포드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명예교수인 저자 어빈 얄롬은, 동시대를 살았지만 안타깝게 만나지않은 두 대가가 만났음을 가정하였는데 이는 어쩜 다음과 같은 교집합의 힌트때문이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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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유럽의 지성사에 우뚝선 신경생리학자 겸 의사 요제프 브로이어,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간 존재하지않았던 교류를 픽션으로 구성하여 정신의학과 니체철학을 보여준다.

 

스탠포드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명예교수인 저자 어빈 얄롬은, 동시대를 살았지만 안타깝게 만나지않은 두 대가가 만났음을 가정하였는데 이는 어쩜 다음과 같은 교집합의 힌트때문이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 그는 잠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책장을 넘겼다.'진실을 추구하는 자는 개인적인 심리 분석을 해야만 한다'. 그 사람 용어로는 '윤리적인 해부'를 한다는 걸세. 심지어 그는 가장 위대한 철학자의 오류 또한 자자기 자신의 동기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말할 정도라네. 그러므로 진리를 발견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을 충분히 알아야만 한다. 그런 다음 습관적인 관점에서 물러나야 한다. 심지어 자기 시대와 자기나라로부터도. 그처럼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세밀히 성찰해야 한다고 했네..자신의 정신을 분석한다....하지만 객관적이고 지식이 있는 안내자가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p.169

 

 

건강상과 기타 등등의 이유로 연금을 받는 조건으로 바젤대학을 사임한 프리드리히 니체과 바젤대학의 동료 파울 레, 그리고 루 살로메간의 삼각연애를 시작으로 도발적으로 시작되었으나, 브로이어와 니체간의 정신적 교류가 중심이 된다. 매혹적인 루 살로메의 강압적 요청이었으나 브로이어는 니체를 만나면서 그의 강한 개성과 자신의 철학을 생활에서 실천하며, 거의 모든 주제에 있어 거침없이 사고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가진 니체에게 매혹당하며, 거의 빈사상태에 빠지곤 하는 그를 진심으로 염려하며 나름의 치료계략을 짠다. 자신은 니체의 육체를 치료할 터이니 그더러는 절망에 빠진 자신의 정신을 치료해달라는 것. 실상 브로이어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의 공동연구에서 가장 유명한 한 예인 안나 O.의 치료를 통해 오히려 끔찍한 정신적 고통의 후유증을 앓고있었다. 육신의 병이 정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니체의 은밀한 비밀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브로이어의 고백은 감추고 있었던 절망을 강렬하게 끄집어내게 하고 절망한다. 이제 치료하고자 하는 이와 그 대상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당신이 불편을 느낀다는데 있는게 아니라는 걸 깨닫지못했나요? 당신 가슴에 있는 긴장과 압력이 뭐 그렇게 중요합니까? 누가 당신에게 위안을 주겠다고 약속했던가요? 그래서 잠을 제대로 못잔다! 그래서요? 누가 충분한 잠을 당신에게 약속했던가요? 아뇨, 문제는 불편이 아니예요. 문제는 잘못된 대상에 관해 불편을 느낀다는 거지요!...p.344

 

...물론 고통을 겪어야지요. 그건 통찰의 대가를 지불하는 겁니다...산다는 것은 위험에 처한다는 뜻이니까요. 강해져야죠! 당신은 소가 아닙니다. 나 또한되새김질하는 소의 사도가 아닙니다..p.373

 

..살아있을때 살아라! 삶을 최대로 누릴때 죽는다면 죽음이 두렵지않다. 올바른 떄에 살지못하면 올바른 때 죽지도 못한다...p.461

 

 

픽션의 이야기 속에서 저자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성애와 신경증, 상담치료의 시작, 대화요법, 최면기법, 그리고 차라투스투라를 구상하기전 [즐거운 학문]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발표한 때의 그의 철학, 응용철학 등을 성실히 이야기 속에 구현한다. 가까이 하기엔 멀어보였던 인물들이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다가옴에 따라 더욱 더 감탄스럽게 매혹되기도 하며, 신비감이 사라지기도 한다. 관계에서의 '권력'에 대한 니체의 말에는 100% 공감할 수 있었지만 그 존재감을 새삼스레 느끼기도 한다. 그리하여, 이 둘간의 동화처럼 서로간에 해피엔딩으로 끝날 시술과 우정을 기대하기엔 전반부의 밀고땡김이 다소 지루하였다. 하지만, 브로이어의 인간성과 호의, 그의 개인적인 절망을 맛보면서 점점 그에게 공감함에 따라, 그의 절망과 극한의 노력과 치유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해주었다. 나도 어쩜 최근에 느꼈던 감정이 잘못된 대상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충분히 도와주지않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의 상사에 대한 불만은 실상 어쩜 과거보다 더 느리게 반응하고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는 게 투영된게 아니었을까.

 

지극히 강한 모습의 니체가 눈물을 흘릴때, 그리고 고독을 나누어 이를 사라지게 했을때,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에 다소 실망하였으나 그것또한 브로이어가 베르타에게, 니체가 살로메에게 인간이상의 의미를 투영하고 집착한 그릇된 거리감과 기대였을 것이다.  

 

 

...니체 교수의 인상은 어땠소?

박사님, 가꾼 신사가 아니라 타고난 신사던데요. 수줍어하는 것같았고요. 겸손하다고 해야겠죠. 온화한 태도...P.100

 

..내병은 내 육체에 속한 것이지 내게 속한 것은 아니거든요. 내가 내 병이고 내 육체지만, 그런건 내가 아닙니다. 그 두가지 모두 극복해야만 합니다...p.114

 

 

..진실은 의심과 회의를 통해 도달하는 것이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어린애 같은 소망을 통해 도달되는 게 아닙니다..

....거룩한 것은 진실 자체가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입니다. 자기를 탐구하는 것보다 더욱 신성한 행위가 있습니까? 제 철학적인 작업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반박하겠지요. 제 입장은 지속적으로 바뀌니까요. 그렇지만 화강암처럼 단단한 문장이 하나 있어요. 바로 '너자신이 되라'는 겁니다. 진실없이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신을 신뢰하는 것 또한 그의 선택이 아닌가요?

그건 인간을 위한 선택이 아닙니다. 그건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자기 바깥에있는 환상에 매달리는것이지요. 그런 선택은 타자를 위한 선택이며 초자연적인 선택이어서 언제나 인간을 나약하게 만듭니다. 그건 언제나 인간을 실재보다 작게 만들지요. 난 우리가 실재 이상으로 커지기를 바랍니다....p.134~135

 

 

..희망이라고 하셨나요? 희망이야말로 최후의 악입니다...나의 책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떄 제우스가 넣어두었던 악의 세력들이 인간세상으로 달아났는데 거기에 아직 남아있는 것이 그러니까 누구에게도 알려지지않는 최후의 악이 바로 희망이라고 했지요. 그떄 이후로 인간은 판도라의 상자와 그 안에 담긴 희망을 행운이 담긴 귀중품 금고쯤으로 오해하게되었지요. 그러나 우리가 잊고있었던 것은 제우스가 뭘 소망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제우스는 인간이 스스로 끝없이 고통받기를 원했으니까요. 희망은 악중에서도 최악입니다. 왜냐면 고통을 끝없이 연장하니까요...죽음은 각 개인에게 고유한 것이지요. 각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죽음을 실해해야합니다. 우리에게는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권리는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죽음을 앗아갈 수 있는 권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다는 건 위안이 아닙니다. 그것은 잔인한 겁니다...죽는다는 건 가혹하지요. 죽은 자의 최후의 보상은 더 이상 죽지않는다는 겁니다!...p.136~138

 

 

...너무 가까워져서 우리의 우정과 우애에 장애요인이라고는 전혀없는 것처럼 보이는 때가 우리인생에도 있었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작은 다리 하나밖에 없었다. 당신이 그 다리위에 막 올라서려고 하는 찰라, 내가 당신에게 요구했다. 다리를 건너 내게로 오고싶어? 그 순간 당신은 더 이상 다리를 건너고싶지않게 된다. 내가 다시 한번 요구하자 당신은 침묵을 지켰다. 그떄 이후로 산과 세차게 흐르는 강물이 우리 두사람을 가로막고 서로를 떨어뜨려놓았다. 심지어 우리는 함께 있고 싶은데도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 작은 다리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북받쳐 할말을 잃고 눈물을 흘리면서 놀란다....p.167, [즐거운 학문]중에서

 

 

...우리는 우리의 비밀을 아는 사람에게 증오를 느끼게 된다. 그들이 따스한 감정으로 우리를 사로잡으려 들기 떄문이다. 그순간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감정 위에 군림하는 권력을 다시 획득하는 것이다...p.168, [즐거운 학문]중에서

 

.. 이런 비참함으로부터 어떤 이익을 얻어냐는 거지요?..발병이 스트레스로 야기된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도 사실입니다. 발병이 스트레스를 쫓아버리기도 하니까요. 내 작업은 긴장이 많은 작업이거든요. 실종의 어두은 측면을 들여다보기를 요구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끔찍하기는 하지만 편두통이 발작하면 오히려 작업을 계속하도록 해주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나쁜 시력으로부터 이익을 얻은셈이지요. 지금까지 몇년동안 다른 사상가들의 생각들을 읽을 수가 없었어요. 따라서..독창적인 생각..정직한 철학자...내경험에 의거해 글을 씁니다. 내 필와 살로 말입니다. 최선의 진실은 독한 법입니다..P.185

 

 

...병원이사회에서 알트만 가문을 대표하는 브로이어가 니체를 위해 요구한 것이 바로 이 여섯개 병실 중 하나였다. 로종 클리닉에서 브로이어의 영향력은 단지 병원 이사회 이사라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다. ..브로이어와 그의 환자가 클리닉에 도착했을때 엄청난대접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병원장과 수간호사가 몸소 병실로 안내해주었다. 브로이어는 첫번쨰 병실을 본뒤 말했다. "너무 어둡군요. 뭘러씨는 독서하고 편지도 써야하니까 밝은 빛이 필요합니다"...두번째 방은 작고 밝았다. 니체가 말했다. 이방이 좋겠군요. 빛이 훨씬 많이 들어오는 군요. 그러나 브로이어는 니체의 의견을 묵살해버렸다...니체는 세번째 방 또한 좋아했다...그러나 브로이어는 여기에도 만족하지 않았다...그다음 방으로 들어갔을때, 니체는 브로이어가 의견을 말하기도 전에 즉시 자기 서류가방을 벽장에 넣고 신발을 멋고는 침대에 드러누워버렸다. 더 이상 가타부타하지않았다.....p.280~281

 

 

...내가 그를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를 칭찬한다. 내가 선물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있을까? 선물이 내 살갗을 할퀴고 내 잠을 파괴한다는 걸 알고있을까? 그 역시 주려고 하는 척하는 자들 중 하나일까? 오루지 선물을 되돌려받기 위해 주는 자일까?...p.321

 

..'모든 관계는 권력에 기초해서 이해되어야 한다'...자기를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도록 설득함으로써 이런 악습을 시정하려 합니다. 일단 남들이 자기를 좋게 봐주면, 자기 자신을 좋게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러나 이건 잘못된 해결책이죠. 타인의 권유에 굴복하는 것이니까요...궁극적인 목표는 타인의 의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만, 목표에 이르는 길, 그러니까 당신에게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이르는 길에 체면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나 자신을 알고있다는 거지요.p.328~330

 

...'모든 사람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진실을 선택해야한다'...p.516

 

 

 

 

p.s: 영원회겁 (eternal return)에 대한 부분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다. 작품 속에서도 니체는 브로이어에게 맛을 보여줄 뿐이었다. (다음 영화는 2007년에 개봉되었지만,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추천을 거부하는 작품이다. 원작을 살려내지 못한 얍삽하고 허황된 캐릭터 모습에). 그건 아마도 [즐거운 학문]에서 쓸때만 해도 어떤 개념이 아니라 질문으로 던져진 상태였기 때문이었을지도. 여하간, 그 영원회귀의 상황에선 일종의 정답은 p.461의 그말. 어쩜 내가 이걸 완전히는 몰라도 가슴으로 이해한다면, 어쩜....

 

 

 

 

 

What if some day or night a demon were to steal after you in your loneliest loneliness and say to you:

"This life as you now live it and have lived it, you will have to live once more and innumerable times more; and there will be nothing new in it, but every pain and every joy and every thought and sigh and everything unutterably small or great in your life will have to return to you, all in the same succession and sequence—even this spider and this moonlight between the trees, and even this moment and I myself. The eternal hourglass of existence is turned upside down again and again—and you with it, speck of dust!"

Would you not throw yourself down and gnash your teeth and curse the demon who spoke thus?

Or have you once experienced a tremendous moment when you would have answered him: "You are a god and never have I heard anything more divine!"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k*****k 2010.08.30.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정신분석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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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 어빈 얄롬 / 리더스북   정신분석학의 시작.. 누가 한 인간을 판단할 수 있고, 정의할 수 있을까? 자기 스스로 하지 못하면 아무도 할 수 없는 것이 절망에서의 구출이다. 뭔가.. 아련하게.. 과거 어디선가 일어났을 법한.. 너무나 지적인 활동. 요즘에는 좀 흔해져버린 정신분석학이.. 이렇게 시작되었을 수도 있겠다.   ..희망은 악 중에서도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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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 어빈 얄롬 / 리더스북

 

정신분석학의 시작..

누가 한 인간을 판단할 수 있고, 정의할 수 있을까?

자기 스스로 하지 못하면 아무도 할 수 없는 것이 절망에서의 구출이다.

뭔가.. 아련하게..

과거 어디선가 일어났을 법한..

너무나 지적인 활동.

요즘에는 좀 흔해져버린 정신분석학이.. 이렇게 시작되었을 수도 있겠다.

 

..희망은 악 중에서도 최악입니다. 왜냐하면 고통을 끊없이 연장하니까요.

..죽은 자의 최후의 보상은 더 이상 죽지 않는 것이라!"

k****8 2008.04.0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난 이십여 년 전 기억 속의 시간을 걷는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난 이십여 년 전 기억 속의 시간을 걷는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 내용보기
느닷없이 선배가 전화를 하여 책을 한 권 선물하겠다고 했고, 나는 의아해 하면서도 감사하게 그 책을 선물받았다. 배달된 책은 이제나 저제나 읽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렇게 훌쩍 한 달여가 흘렀다. 그 사이 나는 이사를 하였고 뜬금없는 술집 출입으로 조금은 황폐해졌다. 술에 취해 기억은 못할지언정 그 중 어느 날은 달조차 뜨지 않은 하늘을 향해 검은 입을 벌려 알아들을
"난 이십여 년 전 기억 속의 시간을 걷는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 내용보기

  느닷없이 선배가 전화를 하여 책을 한 권 선물하겠다고 했고, 나는 의아해 하면서도 감사하게 그 책을 선물받았다. 배달된 책은 이제나 저제나 읽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렇게 훌쩍 한 달여가 흘렀다. 그 사이 나는 이사를 하였고 뜬금없는 술집 출입으로 조금은 황폐해졌다. 술에 취해 기억은 못할지언정 그 중 어느 날은 달조차 뜨지 않은 하늘을 향해 검은 입을 벌려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소리도 냈을 법하다.


  우여곡절 끝에 집어든 책을 주섬주섬 펼치자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주옥같은 이십여 년 전의 추억만 새록새록 떠올랐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프리드리히 니체와 숨막히는 심리전을 펼치는 의사 요제프 브로이어인데도 나는 계속 요제프에게 니체를 소개하는 짧은 순간의 루 살로메에게만 시신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 내게 책을 선물한 이는 대학 일학년 시절 루 살로메의 현현인 듯 여겼던 누나였다.


  1988년 가을, 루 살로메와 니체, 그리고 파울 레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야말로 파괴적이지만 가장 전위적인 관계라고 생각했던 나는 착하디 착한 동기를 꼬셔 석계역 근처로 달려갔고, 그때마다 누나는 잠옷인지 외출복이지 모를 옷을 입은 채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묘한 눈빛으로 우리의 호출을 받아들였으며, 역 앞의 포장마차에서 우리를 대신하여 술값을 지불하였고, 우리는 누나네집 근처의 놀이터에서 밤새 이슬을 맞으면서도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십여년이 흘렀고, 언제나 느닷없었던 나는 느닷없는 누나의 책 선물을 얌전하게 받아들였다는.... 그런...


  “... 니체의 모습은 살로메의 얘기를 듣고 추측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키는 대략 175센티미터, 몸무게는 68에서 72킬로그램 정도 되어 보였다. 그의 몸은 기이하리만큼 실체가 없어서 마치 손으로 꾹 누르면 관통할 것만 같았다...”


  소설은 1882년 극심한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프리드리히 니체, 그리고 이러한 니체를 루 살로메로부터 소개받아 치료하고자 하였던 심리학 혹은 정신병리학의 선구자였던 요제프 브로이어 사이에 벌어진 밀고 당기는 치료하기 혹은 치료받기의 이야기이다. (사실 책의 앞부분 루 살로메가 등장할 때 살짝 흥분하였는데, 웬걸 소설에서 루 살로메는 저저저저저 먼 곁가지일 뿐이다.)


  “거룩한 것은 진실자체가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입니다! 자기를 탐구하는 것보다 더욱 신성한 행위가 있습니까? 제 철학적인 작업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반박하겠지요. 제 입장은 지속적으로 바뀌니까요. 그렇지만 화강암처럼 단단한 문장이 하나 있어요. 바로 ‘너 자신이 돼라.’는 겁니다. 진실 없이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세상을 향하여 철저하게 문을 닫은 듯한 니체에게 강한 호기심을 느낀 요제프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그를 치료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지만 여의치 않다. 오히려 니체로부터 내침을 당한 요제프가 좌절하려는 찰나 니체에게 다시 한 번 극심한 고통의 경련이 찾아오고,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그때까지는 아무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시도를 하게 된다.


  “살아 있을 때 살아라! 삶을 최대한 누릴 때 죽는다면 죽음이 두렵지 않다. 올바른 때에 살지 못하면 올바른 때 죽지도 못한다.”


  그리고 아무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을 두 사람은 서서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굴레 (요제프 보로이어에게는 베르타라는 여성 혹은 아내인 마틸더라는 굴레, 프리드리히 니체에게는 루 살로메라는 여성 혹은 여동생인 엘리자베스라는 굴레) 를 극복해간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철학자와 정신분석학자가 펼치는 심리전은 나긋나긋하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몇 년 전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에 관한 글을 쓰면서 나는 앙드레 지드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역사는 일어났던 허구다. 반면 허구는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역사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 나는 이렇게 적었다.
  허구는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역사다. 그렇다!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런 허구다. 내 소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는 실제로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 심리치료 분야에서 일어나는 있을 법하지 않은 내력들을 참조해보건대, 이 책에 나온 모든 사건들은 역사가 역사의 축으로부터 약간만 회전했다면 현실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얄롬 리더》, BasicBooks, NY, 1998).』


  세계 최고의 전기작가인 츠바이크에 필적하는 것처럼 보이는 (어빈 얄롬은 니체에 대한 츠바이크의 전기의 도움도 받았다고 한다)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밝히고 있듯 알려진 역사와 역사 그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우리들이 알고자 하여도 알 수 없는 그 미지의 틈으로 사색의 펜을 들이미는 작가는, 그 틈을 벌리고 또 벌리는 고단한 작업을 통해 안에서 화려한 허구로서의 소설을 활짝 건져 올렸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08.05.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