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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바다에서 진실의 자락을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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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야에 대한 책을 읽다가, 스페인 종교재판소의 악명이 많이 과장되고 곡해되었다는 내용을 읽고 꽤 놀란 적이 있었다. 그 때에는 그것으로 끝이었는데, 우연히 이 책의 표지를 보고 호기심이 다시 동하여 이 책을 읽었다.   <스페인 종교재판소>라는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스페인의 종교재판소가 어떤 규모로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를 총괄하고 있다. 동시에 스페인 종교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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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야에 대한 책을 읽다가, 스페인 종교재판소의 악명이 많이 과장되고 곡해되었다는 내용을 읽고 꽤 놀란 적이 있었다. 그 때에는 그것으로 끝이었는데, 우연히 이 책의 표지를 보고 호기심이 다시 동하여 이 책을 읽었다.

 

<스페인 종교재판소>라는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스페인의 종교재판소가 어떤 규모로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를 총괄하고 있다. 동시에 스페인 종교재판소에 관한 '일반상식'이 실제 기록이나 학계 연구 결과와 얼마나 다른지를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 종교재판소에 대해 잘 알려진 사실을 대강 정리하면 이렇다. 중세 시대 잔인한 마녀 사냥을 비롯하여 수많은 종교재판소가 세워졌는데,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를 거쳐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스페인에만은 종교재판소가 대대적으로 잔존했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을 화형에 처하고 심문 과정에서 잔인한 고문을 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극심하게 탄압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재판소의 희생자가 되었으며, 고당하고 사형당한 국민이 숱하게 많다고들 한다. 종교재판소가 스페인에만 있었던 것은 아닌데, 근대 스페인이 종교탄압의 동의어처럼 여겨지는 데에는 이 이미지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고야>에서도 잠깐 언급했고 <스페인 종교재판소>가 이야기하는 바에 따르면, 이런 이미지는 많이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다. 결혼세를 풍자하기 위해 생겨난 가상의 관습인 '초야권'이 중세의 대표적 악습처럼 알려진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계몽주의 사조가 생겨나고 옛날의 악습은 타파하자는 움직임이 일자, 종교재판소가 옛 악습의 '아이콘'이 된 것이 종교재판소 악명 전설의 시작이었다. 그 다음은 언제나 그렇듯이, 온갖 뜬소문과 과장된 수치가 사실인 양 덧붙여지고 전해졌다.

 

그러나 엄밀하게 당대의 자료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스페인 종교재판소는 혹심하고 무조건적인 종교 탄압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컨대 종교재판소의 극심한 탄압은 당대 일반 사법 재판소의 그것과 혼동되어 전해지는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사법 재판소에 회부된 사안은 정치적인 일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재판소를 이용한 것일 때가 많았고, 칼자루를 쥔 쪽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일이 잦았다. 막상 종교재판소는 '교리'라는 기준이 있었기에, 일반 사법재판소에 비하면 상당히 체계적이고 공정하게 재판이 집행되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이런 오해들은 많이 있고, 이 책은 그런 오해들이 어째서 진실이 아닌지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상식'이 언제나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책이다. 그러고보니 서양 역사에서 상식이나 아이콘으로 잘 알려진 것 중, 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졌다. 유럽 역사 전체를 포괄하는 것도 아니고 스페인, 그것도 스페인의 종교재판소만 다루고 있는데도 이 정도이다.  프란스 혁명만 해도, 마리 앙투아네트는 실제로는 꽤 수수하고 동정심 강한 성격이었다거나 바스티유 감옥이 귀족만을 수감하다 보니 일류호텔급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고, 수감자가 외출도 할 수 있었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간결한 상징은 언제나 복잡한 진실을 묻어버리고, 더욱 강렬하게 남기 마련인 모양이다.

p*******1 2010.06.0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