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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까지 읽고, 2권 중반까지의 단서를 보면, 현실에서 프라다 미술관의 동료 안토니오 네브리하를 과거 보쉬 시대의 유태인이자 아담파의 수장 반 알마헤딘과 결부시켜서 후반부에 엄청난 반전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그런 거 없다.'
또, 1권 처음부터 그림을 파괴하려는 현실의 바에를러 신부와 관련해서 배후에 거대한 카톨릭 수구조직이 있음이 예상되게 독자의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그런 거 없다.' 이렇게 되면 반동인물이 너무 약해진다. 자연스럽게 주동인물 마하엘 카이에가 별 활약한 거 없이 사건이 싱겁게 풀려버린다.
구성은 어떤가? 페트로니우스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뜬금없이 주변 인물들이 나타나 구해준다. 우연성의 남발도 유분수! 게다가 주변 인물들이 사건에 얽힌 이야기를 술술 다 말해 버린다. 주인공이 단서를 찾아 추적하는 맛, '그런거 없다.'
주제면은? 알마헤딘이 사실은 여자였고, 그림을 통해 가부장제의 종말을 말하고자 했다고? 이건 성배와 막달레나의 전설과 관련해서 서구의 책들이 여러 번 우려 먹었던 이야기 아닌가?
허술하다, 허술해!
결정적으로, <쾌락의 정원> 그림에 대한 정보가 없다. 이렇게 허술한 이야기마저 떠오를 정도로 그림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며, 정설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유일한 소득이다. 책에 자주 나온 문장인 "Natura Mutatur Veritas Extinguit - 자연은 변하고 진실은 소멸한다"를 적용하여, 그림에 대한 해석은 변하고 보쉬가 그릴 당시의 진실은 소멸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말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몇몇 문장은 매혹적이며, 반종교개혁 당시 도시와 인물 군상 묘사는 생생하다.
2권 157쪽 그림은 마치 비밀 많은 여인처럼 그를 서서히 사로잡았고, 그에게 자신의 비밀을 천천히 부드럽게 털어놓고 있었다. 그는 매혹과 거부감을 동시에 느끼며 그림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이성은 지독하게 혹사당하고 있었고, 그림의 세부들이 자신을 끝없는 구덩이 속으로 빨아들이는 듯 느껴졌다.
위의 문장은 멋지나, 그림 도판이 충실한 편이 아니어서 충분히 느끼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