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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趙嘏)는 “장적일성인의루(長笛一聖人倚樓), 피리 소리 한 곡조가 아련하게 울리니 나그네는 말없이 누각에 기대선다.” 라고 하였다. 2008년 나는 바늘이 구멍을 찌르듯 현실의 구멍을 찌르는 이 책의 글귀 하나하나에 스며든 통쾌함을 잊지 못해 이렇게 글을 쓰려 한다.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은 태평한 시대에 한가한 때 주고받은 우스갯소리이다. 진부한 말 따위는 던져 버리고 간단히 소개하자면 개그 모음집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지금의 개그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태평한화골계전’은 독자들을 한정시킨다. 즉 이것은 조선 전기 고급 지식을 습득하고 있었던 관리들만의 유머이다. “난 그런 고전에 대한 지식이 없어. 이 책을 못 읽을꺼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걱정일랑 버려두어라. 앞서 말하지 않았던가. ‘개그 모음집’이라고. 조선시대나 2008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나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요소는 변함없다. 오늘도 옹고집인 직장 상사 때문에 진절머리가 난 당신이여,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맘고생에 시달리는 당신이여, 학점관리에 지친 당신이여. 잠시 그 고통을 잊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집어 들길 바란다. 수 백년 동안 숙성된 개그는 당신을 적어도 쓴 미소라도 짓게 할 것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불후한 가치를 지닌 명작’ 이러한 화려한 정의를 가진 고전은 우리가 읽고, 읽고, 끊임없이 읽어서 삶의 조언을 구하도록 돕는다. ‘태평한화골계전’에서는 작가와 독자가 모두 관리라는 지배층이지만 그들이 속한 지배층의 비리와 횡포를 은폐하지 않는다. 오히려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여유까지 보여준다. 탐관오리의 치하에 있는 고을에 사는 한 중은 타지방의 관리가 절에 폭포가 있느냐 물어보자 징세를 당할까 두려워 “저희 절의 폭포는 올 여름에 돼지들이 다 먹어 버렸나이다.”라고 말한다. 정치인들이여. 도망간 민심을 붙잡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가슴으로 느끼기를 바란다. 그 중이 그렇게 둘러댈 수밖에 없던 이유를. 지금 어느 서민이 이 일화를 읽고 웃고 있다면 그것은 어느 노래가사에서처럼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라는 것을.
하지만 이러한 고전에 대한 통념이 전부는 아니다. 자극적이며 일분일초를 앞 다투어 사는 요즘 시대에 고전은 옛날이야기에 불과한 것이며, 그것을 이해하는 과정은 고전(苦戰), 즉 괴로운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태평한화골계전’은 그 해석이 어떻든 간에 저자인 서거정이 밝힌 대로 태평한 시대에 한가한 때 주고받은 우스갯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우스갯소리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이 가진 특징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 특징을 조화롭게 사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의 삶의 길에 이정표가 되어줄 깨달음이 필요한 사람 혹은 따분한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고 싶은 사람 모두 ‘태평한화골계전’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분명한건 우리에게 고전은 주어졌지만 그 텍스트를 통해 얻어야 할 점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말했다. “고전은 누구나 아는 책이다. 그러나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다.” ‘누구도’라는 범주에서 나오려는 당신들의 도전을 스피노자에게 보여주어라. 그리고 그 첫걸음을 ‘태평한화골계전’과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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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덩덩 신선비. 이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왜 지금까지 구전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해답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지닌 상상력의 심연에 집단무의식에 바탕을 둔 보편적 원형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해답을 주며 시작되는 이야기의 내용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혼자 사는 할머니의 구렁이 출산, 구렁이를 인정해 주는 이웃집 막내딸과의 혼인, 어떤 과정을 통한 왕자님의 출현과 자매들의 시기에 의한 남편의 떠남, 다시 되찾아오기까지의 부인의 힘든 여정, 마지막으로 결합하여 행복해지기까지. 이를 보다가 놀란 것은 내가 알던 개구리 왕자와 비슷해서였다. 가끔 전래동화나 옛날이야기를 읽어보면 우리나라의 것과 다른 타 지역의 것이 비슷하다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 왕래가 없었을 머나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비슷한 이야기들이 공존한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 답이 보편적 원형성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 이야기가 어떤 현실을 반영하여 그렇게 구전되어 졌는지 하나하나 분석 한 것을 읽으니 오래전 단군신화의 현실적 해석을 읽었던 것처럼 좀 더 상세하게 이해 할 수 있었다. 또한 셋째 딸의 행동에서 전통적 여성의 인내와 지성스러운 마음가짐을 한 번 더 엿볼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그 속에 숨겨진 현실을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파악하기보단 추운 겨울날에 화롯가 주변에 앉아 전래동화를 들려주시는 할머니와 매우 주의 깊게 듣는 귀여운 손자의 모습, 그리고 순수함이 전래동화에는 더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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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자 소개] [역자 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아쿠다가와상, 나오키상, 기쿠치상에 이름을 빌려 준 세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다. 이들 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번역되어 나왔고 수상작가의 작품들도 여럿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이들 세 작가의 작품은 그러고보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재미가 있는 책이다. 세 작가가 동시대 사람들이고 서로가 단순한 친분 이상의 인연이 있었다는 것이 의외라면 의외. 각각 두세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인상만 정리하자면 우울한 아쿠다가와, 괴이한 나오키, 인상은 좀 약한 기쿠치라고 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