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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철학연구 발표 때문에 엄청난 두께와 난이도의 "존재와 무"를 읽기 시작했는데 머리글 읽고 넉다운 되어버렸다. 한 문장을 세 번은 읽으면 이해가 될락 말락 하다. 아, 일단 "존재와 무"를 구하는 것 조차도 쉽지 않았다. 광화문 교보에 사러 갔는데 없었다. 사르트르에 대해 아는 바도 전혀 없는지라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보자 싶어서 충동적으로 구매한 책이다. 30분 시리즈는 사상가의 생애에 따른 사상들을 꼭꼭 씹어서 쉽게 소개해주어서 좋다. 헬스로 치자면 보충제 같은 느낌이랄까, 내 힘으로 열심히 근육을 키우는 것이 가장 건강한 방법이겠지만 약간은 도움 받고 싶을 때가 있다.
사르트르는 전혀 반기독교적인 인본주의, 사회주의 철학자이다. 인류가 지금껏 토대로 여기고 쌓아왔던 역사에서의 신이라는 존재를 완전히 부정한채 인간과 의식의 문제를 탐구한다. 결론은 '인간의 본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의하면 존재는 무에서 나온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그는 처음부터 '신을 위해 존재하는 인간'이라는 토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무에서 나온 실존하는 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해 선택하고 책임을 진다. 사르트르가 실제로 그렇게 살았듯 자유를 위해 행동하고 참여한다. 기독교적인 세계관으로 보는 인본주의와 실존주의는 난해하고 공허한 느낌이다. 신을 위해 존재하는 인간의 처지가 불만이었던 것 같은데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고 선택해서 책임지게 했다. 철학보다는 종교에 가깝긴 하지만 인간은 그런 신 안에서 자유를 누린다.
이 책은 사르트르의 생애와 작품, 사상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개관하고 있다. '개념파일' 부분은 마치 문제집의 요점정리처럼 명쾌해서 이해를 돕는다. 사르트르가 어떤 생애를 살고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는지 알았으니 어렵디 어려운 "존재와 무"가 조금은 이해가 될런지 모르겠다.
4.19 혁명 50주기인 오늘 읽는 사르트르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무차별적으로 폭력 당하는 학생들과 러시아에 공격 당한 체코인들이 오버랩된다. 민주주의든 사회주의든 끝이 정해져버리면 폭력이 된다고 사르트르는 말하는듯 하다. 요즘 미래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수 십 년 후 우리는 복지주의와 결합한 신사회주의의 세상에서 살게될 것이란다. 또한 인간의 삶은 점점 개인화 된다는데 사르트르의 발명품인 개인의 실존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