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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친구 중에 누나와 남동생 쌍둥이가 있었다. 누나는 몸집이 매우 크고 씩씩했는데 남동생은 몸이 가냘프고 얌전한 성격이었다. 남녀 쌍둥이인 데다가 먼저 태어난 아이가 여자아이라 이 누나도 가족과 떨어져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당시에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도 그런 아이들이 있나? 하긴, 젊은 부모들은 그렇지 않지만 여전히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자식들이 아들 낳기를 바라는 것을 보면 세상이 이렇게 바뀌어도 사람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솔이도 쌍둥이 누나인지라 몸이 약한 동생 학이를 위해 외할머니가 사는 먼 소리섬으로 떠나게 된다. 소리섬의 외할머니는 솔이를 극진히 위해주고, 소리섬의 아름다운 자연이 가족과 떨어진 솔이를 위로해준다. 그러나 작은 소리섬에도 솔이나 마찬가지로 여자아이라서 차별받는 아이들이 살고 있다. 오빠처럼 육지에 가서 공부하고 싶지만 여자아이라서 가지 못한 길남이, 엄마가 딸을 줄줄이 낳아 ‘아들 낳을 때까지’ 계속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야 하는 일숙이의 엄마.
하지만 이 차별받는 여자아이들은 그 속에서도 씩씩하고 다정하다.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는 대신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면서 희망을 찾아낸다. 이 여자아이들에게는 역시 평생을 차별 속에서 살았을 할머니들이 있다. 손자 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갓난할매는 끝내 손자의 탄생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지만 그것이 비극으로 보이지 않는다. 집에 돌아온 솔이는 학이 탓도, 할머니 탓도 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그러나 애교 넘치게 주장한다. 이 아이들이 만들어갈 앞으로의 세상은 더 밝고 더 평등한 세상일 거라는 희망이 넘친다. 여자아이들이 자라면서 은연중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차별을 넘어서, 어떻게 희망을 일구고 아름다운 인간으로 성장하게 될 것인지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소리섬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풍어제를 올리는 광경, 장례를 치르는 광경 등이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경하겠지만 전혀 낯설지 않고 조화롭게 묘사되어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아이들 개개인이 처한 상황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힘은 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말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일숙이 엄마는 결국 아들을 낳게 되어 일숙이와 친구들이 매우 기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행복하긴 하지만 ‘꼭 아들을 낳아야 행복이 완성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아이들이 아기를 보러 가는 장면에 일숙이 아빠 국회 아저씨가 딸 넷 모두를 복덩이라고 귀하게 여겼다는 서술은 어째 뒤늦은 변명이나 사족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시 집에 돌아온 솔이가 할머니 앞에서 당당하게 ‘할머니도 여자이면서 왜 여자를 차별하냐?’고 따져 물어도 할머니는 예전처럼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몇 달 사이에 할머니도 많이 늙으셨다는 솔이의 연민은 왠지 억지 화해를 이끌어내는 장치 같아 좀 불편하다. 할머니가 솔이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겠지만 한 사람이 평생 갖고 있던 생각이 순식간에 달라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역시 아름답고 의미있는 책이다. 딸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더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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