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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 「칼 한 자루 말 한 필로 천 리를 닫다」의 등장인물들
이희재 화백이 그리고 이문열 작가가 평역한『만화 삼국지』 10권 세트를 4권까지 읽었다. 4권은 「칼 한 자루 말 한 필로 천 리를 닫다」라는 부제가 암시하듯이 관우의 활약이 돋보이는 장면이 담겨 있다. 4권을 읽고 느낀 인상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관우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관우는 삼국지의 용장 중에 한 명이지만 단기 대결에서 승리한 장면은 많지 않다. 1권에서 여포와의 대결이 나오지만 당시 유비·관우·장비 세 명이 합세하고도 굴복시키지 못했다. 동탁의 맹장 화웅을 단칼에 베기는 했지만, 화웅의 실력은 검증되기 이전이었다. 그러나 4권에서는 조조와 자웅을 겨루던 원소의 맹장인 안량과 문추와의 대결에서 쉽게 승리함으로써 그의 명성을 떨쳤다. 또한 유비의 생사를 모르는 상태에서 조조에게 일시 항복했다가 5관6참의 일화를 남기며 탈출하는 장면은 그의 충성심과 용맹을 전하게 한 일화일 것이다. 용맹과 의리와 충성을 고루 갖춘 그는 삼국지 전편을 통해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일 지도 모르겠다. 둘째, 조조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전통적인 삼국지의 평자들은 촉한의 유비를 정통으로 보면서 조조를 간웅으로 폄하했으나, 최근에는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나라 태종과 청나라 강희제와 함께 중국의 3대 명군으로까지 일컬어지기도 하고, 마오쩌둥이 가장 존경한 인물이 조조라는 글도 읽은 적이 있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서 다시 읽으니 조조의 힘이 느껴지는 듯하다. 가문이나 힘으로 보아서 자신보다 월등했던 원소를 제압한 것은 그의 밑에 뛰어난 재사들이 찾아왔고, 그가 그들을 잘 활용했기 때문인 듯하다. 인재와 힘에서는 조조를 압도하던 원소가 끝내 무너진 것은 그릇의 크기가 조조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비는 어떨까? 인물의 크기로는 조조를 따를 수 없는 듯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에서도 역시 그런 듯하다. 셋째, 권말 해설은 역시 좋았다. 한나라의 군현제도, 황실 종친에 대한 관리, 조조가 원소를 결정적으로 몰락시킨 관소대전, 관우의 의협 정신, 요동을 지배하고 있던 공손씨, 조조의 리더십을 집중하여 조망하고 있다. 유비가 자랑으로 여기는 한실 종친의 실상도 이 책에서 처음으로 알았다. 조상이 전한 경제의 아들인 중산정왕 유승의 후손이라는 것이 유비가 종친임을 주장하는 자존심인데 유승은 아들이 120명이었다고 한다. 유비가 120명의 아들 중에 한 명이라도 존재감이 없을 텐데, 그들의 몇 대 후손이니 신빙성이 있을까? 이는 자신의 성이 경주김씨라는 것을 내세워서 신라의 왕족이니 신라를 건설하겠다거나, 전주이씨라는 사실만으로 조선의 황족이라고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촉한 정통론도 혈통으로 보면 거의 의미가 없다는 실상을 깨달았다. 4권은 조조에게 패한 유비가 형주의 유표에게 의탁하는 장면에서 멈춘다. 5권에서 삼국지 최고의 참모인 제갈공명이 등장할 테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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