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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굉장히 얇다. 금방 읽을 수 있는 짧은 단편 2개가 실려 있다.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이라는 처음 듣는 대회의 수상작이라서 이 책을 골랐다기 보다는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실려있을 듯한 낭만적인 책 제목 때문에 읽기 시작하였다. 음.. 하지만 내가 기대하던 사랑이야기는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 두편이 실려있을 뿐....
첫번째 이야기, 바다에서 기다리다
내가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평범한 일상처럼 풀어쓰는 힘이 있기 때문이고, 그런 평범한 듯한 글이 내 마음에 와닿기 때문이다. 이 단편 역시 그러하다.
후토짱은 주인공의 입사동기이자 둘도 없는 친구이다. 그들은 어느날 약속을 한다. 누군가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난다면 상대방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없애주자고. 이게 왠 쌩뚱맞은 이야기?!냐고 생각이 들수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럴듯 하기도 하다. 요즘은 누가 볼까봐 비밀 일기장을 만들어두는 것도 조심스러운 시대. 당연히 자신의 숨겨둔 이야기, 비밀들은 개인 컴퓨터 깊숙한 곳에 숨겨두겠지.. 여하튼 그들은 그런 약속을 한다. 그런데 후토짱이 갑작스럽게 죽고 만다. 그것도 투신자살하는 윗집 아저씨의 몸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뇌진탕으로..- _-;; 친구가 죽자 주인공은 약속했던 대로 그의 하드디스크를 제거한다. 어느날, 주인공은 후토짱을 생각하며 그의 예전 원룸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곳에 유령 후토짱이 있다. 주인공은 섬뜩한 마음을 갖으면서도 그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마치 그가 죽기 이전처럼...
이게 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이해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소설 속의 분위기가 나의 온 몸을 휘감는 듯한 요상한 기분. 암튼.. 뭐라 형용하기 힘든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 노동 감사절
나는 책 제목인 [바다에서 기다리다]보다도 두번째 이야기 [노동 감사절]이 더 흥미로웠다. 옆집에 살고있는 노처녀 언니가 썼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우리 주변에 있을 만한 평범하고도 공감할만한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서른살 후반의 무직 노처녀. 남들이 보기에도 깝깝하고 자신이 생각해도 답답한 나이. 게다가 직업없는 백조. 어느날 옆집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급작스러운 선을 주선한다. 하지만 그 상대 남자는 얼꽝에, 분위기꽝에, 그녀를 무시하기까지 한다. 그녀는 선을 보다가 못참고 뛰쳐나온다. 그리고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후배를 불러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나라 사람이 썼다해도 믿을만한 현실성이 스며들어있는 문체와 하소연하는 어투, 백수 노처녀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재미있는 표현들.... 요즘같이 그렇고 그런 소재들의 현실성없는 이야기들보다 이 소설이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너무나 공감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했던 이야기 중에 하나..
"산타클로스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열살 전후에 모두 알았으면서
어째서 남은 70년 동안 계속 산타클로스를 찾는걸까?
꿈이 있다? 꿈 따위 꿀 시간이 어디있냐~
산타클로스여,
만약 존재한다면 온 세상의 직업 안정소를 돌며
실업자들의 구멍 뚫린 양말에 조건 좋은 직장이나 넣어주며 돌아다니시길..." [인상깊은구절] "산타클로스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열살 전후에 모두 알았으면서 어째서 남은 70년 동안 계속 산타클로스를 찾는걸까? 꿈이 있다? 꿈 따위 꿀 시간이 어디있냐~ 산타클로스여, 만약 존재한다면 온 세상의 직업 안정소를 돌며 실업자들의 구멍 뚫린 양말에 조건 좋은 직장이나 넣어주며 돌아다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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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야마 아키코(絲山 秋子)라는 작가의 소설은 접한 건 이번이 두번째이다. 처음에 읽었던 책은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袋小路の男)란 책으로 2004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川端康成文学賞)을 수상한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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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기다리다 노동감사절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의 그녀 이토야마 아키코의 소설. 아쿠다카와 수상작! 몇번 실망했지만, 나는 그녀의 팬이 틀임없는 지도 모르겠다. 거부할 수 없는 이 요상한 작가의 매력... 마치 그녀의 소설처럼 스며드는지도 모른다. 흑흑
무슨 동화책처럼 얇은 책 한권에 서체도 굉장히 크다. 게다가 경어체라니, 난 또 이 여자가 무슨 이야기를 벌였는지 그냥 가볍게 덜컹 거리는 버스에서 읽고 또 읽었다. 사실 클림트의 책과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빌리려고 당당히 도서관을 헤맸지만 둘 다 못찾고, 결국 표지에 이끌려, 혹은 작가 이름에 끌려 이 책을 손에 들었다. 게다가 단편이라니 정말 단숨에 읽기 좋은 책이었다.
이번에는 변기를 설치하는 기업(?)에 다니는 여자와 그녀의 동기 후토짱에 관한 내용이었다. 연애도 아니고 그저 그녀의 시선에 비치는 후토짱이라는 사람이 이렇고 저렇고 해서 죽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환상처럼 서로 만나는 과정을 역시나 담백하게 슥슥 붓질해 놓았다. 여기서 굳이 임팩트를 주자면 동기였다 서로 눈이 맞았거나, 그것도 안되면 마지막에 '나'와 소에지마가 결혼이라도 하면 난 좋아서 펄쩍 뛰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맹물처럼 그렇게그렇게 끝이났다. 핵심은 후토짱의 시에있었고, 그 잔잔한 파도도 아닌 강의 물살보다 약한 세수대야 위의 물처럼 이야기는 끝이나 버린다. -_- 그도그럴것이 작가 자신이 했던 일을 소재로 했으니, 그렇게 변기 설치 업무에 대한 묘사가 절반이니 신경질도 났다. 그러나 '이게 아쿠다카와 수상작이야? 일본 문학 형편없구만'이라 생각하기 전에 넘겨 짚어야 할 것은 무엇때문에 이 작가가 주목받는가이다. 물론 우리는 "상"이라는것이 어린시절부터 편견을 가지기 때문에, 혹은 문학이 가지는 무겁고 무거운 카리스마 때문에 망설이거나 주저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 질량과 그 깊이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인터넷 소설 같은 이 책이 일본에서는 수상작이되고 우리나라에서는 비판거리가 된다는 것이, 우리나라 문학이 국경을 넘지못하는 한계고 물귀신이된다.
다음 이야기는 백수 노처녀가 등장한다. 삐딱하고 예의란 것은 없으며 솔직함을 넘어 뻔뻔한 여자. 읽는내내 피식 하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엄마랑 살아가면서 자신은 결혼도 직업도 없기에 이 사회에 버려지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렇게 당당히 사람을 가려서 무시할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작가는 조울증으로 변기업체 직장을 그만두었다고도 했다. 조울증... <바보들이 도망간다>가 생각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백수로 살아가면서 마침내 소설을 썼을 이토야마 아키코 아줌마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내용이었다.
<바다에서 기다리다>는 이성간의 우정 또는 백수의 삶 말고도, 죽음에 대한 내용이 서글서글한 내용에 깊이있는 주름을 더해준다. 죽은 동기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약속한대로 HDD를 파괴하러 가는 '나' . 거기서 죽음이란 HDD처럼 짧은 문구의 영어 문장 2줄이라는 것을 깨닫고 슬퍼한다. 백수로 이 날을 살아가는 그녀에게도 삶의 목표는 장수하는 것이다. 오래오래 끝까지 살아가는 것, 남들보다 죽기싫어하며 이 밤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백수의 하루. 그 속에 우리는 죽음에 대한 작가의 조심스런 정의를 꺼내볼 수 있다. 재치에 파묻어버린 죽음의 무거움을 느끼면 결코 이 책이 얇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사람냄새가 좋은 것이다. 있을법한 이야기가 더 무서운 법이다.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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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에 받은 귀한 선물이었다.(화살나무님이 나에게 보내 주신 선물)
일본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고, 가끔 어쩌다 읽어 본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비교적 괜찮다 하는 느낌이었다는 기억. 이 책에도 두 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담백했다. 구질구질하지도 않았고, 깔끔했고, 어지럽지도 않았고, 신선했고. 감동은, 감동까지는 건지지 못했다. 일본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설은 이렇구나, 하는 것을 조금 알았다고나 할까.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되는 일본인의 삶은 그다지 낯설지 않은 편이다. 우리와 꽤 비슷한 것 같다. 삶의 스타일도, 사고방식도, 성격까지 서양인의 것과는 달리 우리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은. 다만 이름 때문에 영 거북했다. 이게 사람 이름인지, 도시 이름인지, 가게 이름인지, 음식 이름인지 고유명사들이 제대로 익혀질 때까지는 앞장을 되돌려 보아야 했으니까. 나는 아무래도 이름을 외우는 기억력이 예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게 틀림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본 몇 편의 일본 영화에서 받은 느낌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큰 사건도 없고, 잔잔하게, 일상의 흐름을 그대로, 가슴 뛰는 긴박감 같은 것 없이, 천천히, 그러나 깊이는 있게.
올 가을의 한 지점을 이 책에 담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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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엄청 예뻤다. "아쿠타카와상 수상작" 인 주제에 제목도 차분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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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34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주택설비 기기 회사에 취업하여 조울증으로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다가 결국 퇴직하고 쉬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 이토야마 아키코. 이 얇은 책 속에 두 개의 소설이 있습니다. 둘 다 작가의 경험담이 묻어있는 소설입니다. 수상작인 '바다에서 기다리다'는 설비회사에 다니면서 전근을 거듭하여 그곳에서 겪고 느낀 일들을 적절하게 섞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색했던 관계가 익숙해지고, 가까워지고 그래서 신뢰를 얻게 되는 내용인데 너무 간단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게 놀랍습니다. 동료가 다른 근무지에서 일하는데 만나서는 자신의 컴퓨터를 부숴달라면서 그 상세한 방법과 도구까지 배송해줍니다. 뭔가 대단하고 심각한 범죄인가 하고 놀랐지만, 알고보니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상대방의 인품과 추억들.. 그런 것들을 잘 조합하여 서정적으로 버무린 작가. 뭔가.. '아쿠타가와상'이라는 명칭에 좀 가볍지 않나, 짧지 않나..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 작품을 선택한 심사원들의 안목이 역시.. 라는 생각이 드네요 ^^ '노동감사절'은 36살의 노처녀가 실업수당 받을 수 있는 기간을 두 달 남겨둔채, 노동감사절인 12월 23일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퇴직했던 사연도 그렇고, 맞선남도 그렇고.. 어쩜 어떤 사람은 그토록 잔인하고 저급한지...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면 안되겠다 싶어지지요. 물론 그토록 저급한 사람일 수도 없겠다 싶긴 하지만요. 마음이 애잔해지지만, 마지막 그런 단골 가게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녀가 담아간 작은 밤 조각처럼, 저 또한 작은 마음의 휴식을 주머니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짧지만 인상적인 글을 쓰는 작가. 구입해서 소장하고 싶은 작가. 별표해두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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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일본 소설이란
늘 '가까이 하기엔 너무 가까운' 책들이었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일상 속에 어느 순간 웃게 만들고 또 어느 순간은 울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유 없이 말이지.. 아키코의 소설들은 이런 나의 생각을 더욱더 강렬하게 만들어주었다. 그저 평범한 이야기를 단문으로 짧게 풀어낸 이 책은 전문가들의 호평답게 아키코의 작가로서 타코난 능력을 가장 잘 표현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동기란, 참 희한하지." "왜?" "언제 만나도 즐겁잖아" "나도 즐거워"
이 네 문장의 대화 속에 모든 줄거리는 들어있다. 후토짱과 주인공은 입사 동기이다. 그와의 회사 생활을 통해 묻어나는 우정 이야기와 또 갑작스런 그의 죽음에서 비롯되는 황당한 이야기로 사실 줄거리로 보자면 이렇게 간단 명료하게 정리될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의 일상으로 이 이야기를 옮겨보면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性을 떠나 현실에서 동료들 간의 우정이란 사실 친구와의 우정에 비해 싸구려 취급을 많이 당한다. 함께 맘 써야할 동료임에도 항상 경쟁의 위치에 있기에 회사를 나오고 나면 연락이 끊기기 쉽고 또 필요치 않으면 찾지 않게 되는 사람들로 여겨지기도 한다. 후토짱과 주인공처럼 부모님, 친구, 혹은 동반자에게조차 보여주기 싫은 나만의 비밀을 회사 동료와 나눌 수 있을까? 이에 응! 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현실에선 많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나의 회사 동료들, 의견 충돌로 가끔은 맘이 상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같은 경험으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그들이기에 개개인의 감정 변화에 민감하고 행여 내가 맘 상하게 하진 않았나.. 늘 맘이 조마조마하기도 한다. 하지만 말 안해도 회사서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일들이기에 후토짱과 주인공처럼 남들이 모르는 우리들만의 비밀이 있단 생각도 든다.
한줄 리뷰> 책 표지 참 이쁘다~ -------------------------------------------------------------- 이토야마 아키코가 궁금하다면? [인터뷰] 화내는 일본 여자를 만나다-한겨레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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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편하게 글을 쓰는 작가의 장기가 잘 드러나 있다. 쓰는 사람이 편하니 읽는 사람도 쉬울 수밖에 없다, 이런 느낌... 언제나처럼 단문이며, 무뚝뚝하게 뚝뚝 이야기를 하는데도 은근하게 친밀한 감정이 갖게 되도록 유도한다. 미워할 수 없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책에는 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앞쪽의 중편 소설인 「바다에서 기다리다」가 아쿠다가와 수상작이다.
「노동감사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