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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감히 단언컨데 올해 나의 독서활동에서 가장 큰 수확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작가 '김영하'를 알게 된 일이 아닐까?싶다. 이미 국내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의 기수(旗手)로서 널리 알려진 그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나와는 통 인연이 없었다. 다소 편협(褊狹)한 독서관을 지닌 나였기에... 국내의 작가보다 국외의 작가의 거동에 더 이목을 집중시켜왔던 어리석은 나의 독서 행태는 국내의 훌륭한 작가가 이룩한 양질(良質)의 작품을 등한시(等閑視) 하였고, 그 결과 수많은 국내 작품들이 나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사장(死藏)되어갔다. '김영하' 같은 작가와의 만남이 이토록 늦춰진 까닭도 역시 그러한 연유에서 말미암았으리라......
'도마뱀'이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그의 짙은 색채가 배어있는 11편의 단편을 마주하노라면 사회라는 집단화된 군집(群集)속에서 피폐(疲弊)되고, 쇠락해진 우리네 자화상과 대면할 수 있다. 그리고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그 조우(遭遇)를 통해서 자기 내면에 움트리고 있던 욕망을... 욕정을... 그리고 고독을 조심스럽게 펼쳐 볼 수 있는 것이다.
'김영하'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고독'과 '허무', '일탈' 그리고 'sex'라는 공통된 성향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이는 마치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마치 '김영하' 작가의 작품에서 발화(發花)되기라도 한듯 그의 작품속에서 생동하는 지극히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문체와 그 흐름을 따라가노라면 '현대'라 불리우는... 저 거대한 장막을 드리운채 그 실상은 나락(那落)으로 인도하는 혼돈만이 가득한 그 어두운 늪 속으로 서서히 잠식되어 가는 느낌이다.
과연 '김영하' 작가는 그의 이 11편의 단편을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딘지 이상하고 기이하기까지 한 그와의 이 별난 대화에 참여해 버린 독자는 꺼림직한 기분이 들면서도 온 정신을 송두리째 그의 이야기에 빼앗기고야 만다. 그리고 깨닿는다. 이제 그와의 이별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 되어버렸음을......
웹 상에 버젓이 위치한 작가 답지 못한 그의 화려한 홈페이지를 보며 경탄해 마지 않았던 것도 그의 이 유별난 성향을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을까? 웹 공간에 존재하는 '김영하'라는 한 인간과의 '관계'를 요구한 낯선 나의 부탁에 그는 선뜻 수락을 해주었고 '1촌'이라는 그 표면적 어휘는 친밀하고 가깝기 그지없으나 어딘지 낯설고 인위적인 관계로써 우리는 서로 맺어지게 되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이렇듯 뜻하지도 않게... 그리고 미처 준비하지도 못한 순간에 다가오고 또한 멀어지고 그러는 것인가? 어쩌면 작가 '김영하'는 이 시대의 사람과 사람의 그 '관계'란 것에 대해 그의 식대로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공상속에서만 실재(實在)하는 '관계'라 해도... 소유(所有)를 위해 육체를 철저히 분해해버리고 냉장고 한켠에 담아놓는 그런 비이성(非理性)적인 '관계'라 해도... 거짓과 위선마저도 사랑의 한 형태로써 이해해야만 한 채 좁고 어두운 자동차 트렁크 속에 갇혀버린 그런 부적절한 '관계'일지라 해도... 그것은 '현대'에서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관계'의 한 형태인 것이다. 다소 과격하고 파격적인 '관계'에 대한 그의 이 슬픈 독백은 우리에게 가만히 다가와 소리없이 깊은 생채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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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출하는 자 스물여덟 해... 문득, 수지를 생각한다. 석 달 전, 그녀는 유학을 가겠노라고 했다. ... 2년을 사귀어온 나와 헤어지고 다른 남자와 덜컥 결혼해서 유학을 가겠다는 여자가 어떻게 저럴 수 있나? 하루 호출에 꼬박 두 편씩의 비디오를 보는 것과, 그녀에게 늘 싸구려 귀고리를 사준다는 것과,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따위를 전혀 쓰지 못했봤다는 것... 수지는 자신의 감정을 감출 줄 아는 여자이므로... 상상,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복수였고 오락이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앨범이 만들어지면 그녀는 남편과 함께 내 사진을 보면서 야륵한 흥분을 느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그러나, 결국 나는 결혼식장에 가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한번 호출을 해볼까?... 나는 안전할 수도 있었고ㅗ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나는 그런 경계가 좋다. 내가 가장 즐기는 경계는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이다.... 그 경계를 따라 걷다가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나처럼 위험한 경계 위에 서 있지 않았고 안전한 벽에 기대어 있었다... 나는 나체가 된 그녀가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상상을 해 보았다...바로 저 자세로 서서 워크맨을 들으며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는 장면을. 그리고 음악은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가 좋을 것이다. 나체와 죽음, 그 조화가 마음에 들었다. 나체와 죽음의 공통점은 드러낸다는 것에 있다. ... 청바지와 변혁의 몸짓이라. 광고적 상상력은 잡식성이다....그래서 그들의 상상력은 더 이상 상상력이 아니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 거냐고, 수지는 가끔 묻곤 했다. 대학교 교지나 몇몇 주변적인 잡지에 잡문이나 실으며 사는 인생이 나로서도 그리 탐탁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묻는 그녀에게 앞으로 정신 차리고 잘 살아 보겠다고 말하는 건, 더 못 견딜 일이었다. 또 내가 그런다고 해서 그녀가 믿을 리도 만무했다. 그런 대화란 그저, 정치판에서의 명분 쌓기 같은 것이었다. 결국은 떠날 것이면서 그전부터 그녀는 그런 식으로 결별의 근거들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떠난 수지보다는 어제의 그녀가 내 기질에 훨씬 더 잘 맞으리라는 예감이 든다는 것이었다. ...전신 거울에 자신의 나체를 비추어보는 여자라면(상상일 뿐)...그토록 인생을 '정치적'으로 살아가는 여자(수지)앞에서 나라는 존재는 그저 허둥대거나 말을 더듬는 역할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상상력이 없는 연애. 가끔은 끔찍했다....조각맞추기 퍼즐 같은(상상과 대립, 정치적 현실) 연애였다... 충무로역을 떠나 동대문운동장역을 향해 움직였다. 세 정거장만 가면 혜화역이고(현실적인 어휘들) 나는 거기서 하차해야만 했다. 그녀는 혜화역에 내릴까? 만약 내리지 않는다면?... 그 버릇 덕에 만져진 것이 삐삐였다. 언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남자친구에게만 삐삐 번호를 알려준 어떤 여자는 삐삐만 울리면 가슴이 융기한다고 했다. 파블로프의 개가 아닌가....사람은 가고 존건화된 반응만 남는다니... 3만원이면 살 수 있는 보급형 삐삐였다....오로지 자신을 호출한 전화번호만 찍히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호출기였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의 일은 마치 꿈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하기야 본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의 느낌들은 지나치게 강렬하여 오히려 쉽게 휘발되지 않는가...
2. 호출되는 자 그녀는... 그녀가 대역 배우 생활을 한 지 2년이 되었지만 단 한 번도 주연 여배우들이 제시간에 나타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런 흔적 때문에 촬영이 있기 나흘 전이 되면 그녀는 속옷을 입지 않는다... 이 생활이 벌써 4년 째...성적, 적성 검사 결과, 생활기록부 같은 것들은 그녀의 운명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그녀의 삶을 결정했던 것은 모델 학원 강사의 기분, 그날그날의 하늘빛, 습도, 어떤 남자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속의 그녀의 모습. 그래 그런 것들이었다. ... 그녀, 송화였다.... 하지만 온 몸에 오슬오슬 돋는 소름만은 속일 수 없는 것이었다.... 삐삐가 미아리 텍사스에 있는 쇼윈도 창녀라면 핸드폰은 고급 콜걸 같다고 생각한다.... 어이 대역! 송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거의 없는 그녀는 잠자코 일어나 침대로 간다... 그녀는 상상한다...
2장에서 작가는 유난히 광고라는 매체에 집착한다.
3. 호출은 없다 ... 상상은 또 다른 현실이야... 그렇듯 그녀(수지)는 빛의 자손이었고 빛의 자손은 상상력에 관심이 없었다... 이연식입니다... 일상은 지루하지만 상상은 멋지다... 컴퓨터의 화면을 켜면서 나는 이제 상상 속의 그녀를 호출하는 일을 포기하기로 한다...호출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결국 나 자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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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는 것은 과거 밖에 없는 사람들이 만나서 이 모든 부조화 속에서 고백성사를 치르는 의식에 대한 예감 때문이다. 고통 보다는 고통의 예감이, 패배보다는 패배의 예감이, 페스트 보다는 페스틍의 예감이, 사랑보다는 사랑의 예감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 삼국지라는 이름의 천국
* 언제나 그랬다. 성공보다는 성공의 예감에 들뜨고, 사랑보다는 사랑의 예감에 흥분하고, 실패 보다는 실패의 예감에 두려워 하며, 고통 보다는 고통의 예감에 가슴이 쓰렸다. 인간이 하는 걱정의 90%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 일어날 일들에 두려워하고 괴로워하고 쓰라려 하는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 걸까?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 지금 현실에 충실한 자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인공은 현실에 치여 그 현실을 외면하고 모니터 속으로 점차 침잠해가는 삶을 택한다. 모니터 화면에 보이는 그 환상 속에서 자신은 최고였고 최고 이고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아. 그러나 그건 희망을 가장한 절망일 따름이다. 조금씩 자신과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병. 그러나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현실을 마주할 수 없다. 모니터 앞에서 위로를 얻고 희망을 얻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은 시간을 죽이고 자신을 죽이고 절망을 쌓아갈까. 현실을 떠나 환상 속으로 망상 속으로 침잠해가는 그 불안하고 괴로운 뒷모습을 따라가는 이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김영하의 첫 소설집<호출> 불안과 목표와 방황과 서성임과 재능이 뒤섞인 이야기이 가득하다. 새로운 시대를 사는 새로운 세대의 방황과 고민과 허무와 고통에 대한 소설이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지금의 그와는 또 다르고 또 달라야 했던. - 오래전 책장을 뒤지며 다락방 허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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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받아 읽고 있는 소설가 김영하의 작품. 97년 발표된 이 책은 데뷔작 등 단편이 담긴 작품집이다.
80년대... 대학가... 그리고 그 이후... 역시 감성의 차이라고 하나...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80년대적인 사고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사실 생각해보면 몇 년 차이나지 않는 것이겠지만, 그러한 간격은 도저히 메우기가 힘들 듯...
그래도 몇 몇 작품에서 보여준 매력적인 모습으로 인해 아마도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아야 할 것 같기는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