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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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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의 최근 신작. 시험 기간동안 예약 주문한 책이 시험이 끝 난 바로 그 날 도착해서 마치 기념 선물! 이라고 말을 건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처음 이 책의 광고 문구를 봤을 때 주인공이 십대라는 것에 가장 이끌렸다. 유부녀들의 결혼이야기, 남자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녀가 십대들은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의 미혼여성 혹은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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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의 최근 신작. 시험 기간동안 예약 주문한 책이 시험이 끝 난 바로 그 날 도착해서 마치 기념 선물! 이라고 말을 건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처음 이 책의 광고 문구를 봤을 때 주인공이 십대라는 것에 가장 이끌렸다. 유부녀들의 결혼이야기, 남자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녀가 십대들은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의 미혼여성 혹은 30대의 기혼 여성들이 주로 나오는 그녀의 소설은 책장을 덮고나면 ''어떻게 그렇게 쿨 할수 있는 것일까? 나이 든 여자들은 그렇게 모든 일에 태연하고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할 수 있는 것일까?''하고 의문이 먼저 들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맛이 별로 없었다. 물론 낙하하는 저녁의 리카같은 예외적인 인물도 있었지만 대.개. 그러했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속에선 공감을 얻는다기보단 그녀가 만들어 내는 분위기를 읽는다는게 내가 그녀의 소설을 보는 태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분명 이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중 베스트 3안에들지만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건 언제나 말끔히 건조된 투명한 물잔을 보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그녀의 일관성이다. 다만 이번 신작은 10대들이 주인공이라고 하기에 물기를 잔뜩 머금고 깨질듯 말듯 위태롭게 서있는 물잔을 기대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이 소설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쿨 함은 나이에 관계없이 작용하는 것이었다. 십대라고해서 철 없는 여고생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연애 걈정에 사로 잡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랑 맹목주의형 여고생들도 없었던 것이다. 조금은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여자들도 보고싶었는데,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여자들을 에쿠니는 어떻게 표현할지가 보고 싶었는데, 언젠가 기억에 사라진다 해도 지금은 소중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그런 십대들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벌써 험난한 삶의 여정을 몇 번이나 밟아본 듯한 여고생들이란 아직 뭔가 낯설다. 다듬어져 가는 과정을 보고 싶었는데 벌써 다듬어져 있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9 2006.10.29. 신고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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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그 시절의 기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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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이 갖지 못한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전업 작가로서의 소설가는 남들보다 글을 잘 쓰는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갖고 있는 게 확실하지만 그밖에 이를테면 예지력과 같은 비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설가가 타인의 운명을 족집게처럼 알아맞힌다는 건 물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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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이 갖지 못한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전업 작가로서의 소설가는 남들보다 글을 잘 쓰는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갖고 있는 게 확실하지만 그밖에 이를테면 예지력과 같은 비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설가가 타인의 운명을 족집게처럼 알아맞힌다는 건 물론 아니다. 소설가가 운명을 예지하는 대상은 타인이 아닌 그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즉 예지의 방향이 자신에게 향한다는 점에서 점쟁이와 구별되는 것이다. 용한 점쟁이가 타인의 운명을 알아맞히는 것처럼 소설가는 어떤 나이가 되면 자신이 써야 할 소설의 방향이나 내용을 어렴풋이 감지하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조정래 작가가 춘향전과 같은 로맨스 소설을 써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1964년생인 에쿠니 가오리가 40대 중반에 출간한 소설집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역시 에쿠니 가오리라면 그 시기에 마땅히 그와 같은 내용의 소설을 써야 하지 않았을까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그런 소설들로 묶여 있다. 40대를 넘기면 그 시절의 감성이나 추억을 영원히 기억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20대와 30대의 젊은 시절에는 작가 주변의 또래 친구들 혹은 작가 자신의 넘치는 생명력으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할 만한 소재는 무궁무진 넘쳐났을 테고, 웬만한 사랑 이야기로도 소설 한 편은 너끈히 쓸 수 있었겠지만 상대적으로 관계의 폭이 좁아지기 시작하는 40대를 기점으로 소재는 빈궁해지고, 부족한 소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어렴풋한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에쿠니 가오리의 새 단편집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를 만났을 때도 이와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온갖 감정이 교차했던 여고 시절의 교실은 이미 내게서 멀어졌는데, 거슬러 올라가 더듬어 보면 분명 거기에 있다. 동성에 대한 야릇한 호기심에 몸을 떠는 기쿠코처럼, 현실을 버티지 못해 정신에 금이 간 에미처럼, 우정과 연애의 경계에서 덜 영근 사랑을 하는 유즈처럼, 비만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세상을 적으로 돌리고 일기장에 독약을 처방하는 카나처럼, 빨리 성숙한 육체로 남자를 혼란케 하는 미요처럼 많은 친구들이 그 의미조차 규정할 수 없는 감정과 경험 속에서 허우적거렸고, 나 역시 그랬다."  (p181~p.182 '역자 후기' 중에서)

 

소설을 번역했던 김난주 역시 당시의 자신이 낯설고 멋쩍다고 말한다. 질서정연하지 않고 안정감이 없는 것이 오히려 버겁게 느껴지는 탓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그 시절의 감성 충만하고 끈적끈적한 나날들을 단문 위주의 건조한 문체를 통해 작가 자신의 감정이 배제된 듯한 사실적인 기록으로 소설을 이끌어간다.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 자신의 경험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는 듯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데면데면한 관계를 지속한다.

 

"이모는 외할머니 집 근처에 혼자 살고 있다. 장소는 에코다. 독신 생활이 자유롭고 편하기는 한데, 한 가지 곤란한 일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가출할 수 없다는 것. "그렇잖아, 내가 가출을 해봐, 그건 절대 가출일 수 없잖아. 돌아오면 여행인 거고, 돌아오지 않으면 이사잖아." 이모는 가능성의 문제라고 말한다."  (p.162 '비, 오이, 녹차' 중에서)

 

책에는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전절에서 중년의 동성 여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경험을 이야기로 쓴 '손가락', 단짝이었던 친구가 현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병들어 가는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상을 그린 '초록 고양이', 숫기 없는 남자 친구 요시다가 만남을 이어가면서 점차 애인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갖게 된다는 내용의 '천국의 맛', 비만에 대한 피해의식을 해소하기 위해 일기장에 독약을 처방하는 카나의 일상을 그린 '사탕일기', 독신인 이모를 성숙한 어른처럼 챙기는 유코의 이야기를 다룬 '비, 오이, 녹차', 성숙한 몸으로 육체적인 사랑만 추구하는 미요의 이야기를 그린 '머리빗과 사인펜'이 그것이다.

 

"결국 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비굴함과 오만함이 뒤섞인 웃음과 땀에 젖은 싸늘하고 따스한 몸을 떠올릴 때마다, 라면 한 그릇으로 꽤나 행복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야 할지 라면 한 그릇 때문에 호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해 곤혹스럽다. "아저씨." 아직도 미요의 달짝지근한 속삭임이 귓가에 남아 있다."  (P.179 '머리빗과 사인펜' 중에서)

 

잰걸음의 겨울 해가 서둘러 하루를 마감하려 하고 있다. 고교 시절의 흐릿한 기억들이 석양빛에 걸려 아스라하다. 하루의 시간들이 어둠 저편으로 스러지는 것처럼 우리의 기억도 언젠가 사라지겠지. 돌이켜보면 너무나 짧았던 그 시절의 기억들이...

s*****l 2021.01.10.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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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인 저도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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受能이 일주일 여 남은 2006년 11월 9일 (뭐 딱히 내게 受能 일주일 남았다는 시간적 상황 자체가 큰 긴장감을 주지는 못한다) 나는 오랜만에 나온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인 이 책을 단숨에 두번 연속해서 讀破해 버렸다. 책을 주문하는 인터넷 웹사이트의 한 서평은 이 책의 제목인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와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라 하기도 했다. 누구나 겪는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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受能이 일주일 여 남은 2006년 11월 9일 (뭐 딱히 내게 受能 일주일 남았다는 시간적 상황 자체가 큰 긴장감을 주지는 못한다) 나는 오랜만에 나온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인 이 책을 단숨에 두번 연속해서 讀破해 버렸다. 책을 주문하는 인터넷 웹사이트의 한 서평은 이 책의 제목인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와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라 하기도 했다. 누구나 겪는 짧은 시간 하지만 人生의 어느 시점보다도 비중있다고 할 수 있는 열일곱의 나날... 이 열일곱의 약간은 특별한 경험이라고 할만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 그래 특별하다고 하는 것은 결코 기억에서 사라지기 힘든기에 스래서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라 했는 지도 모르겠다. 비... 6개의 단편에는 줄곧 비가 내린다. 비는 어떠한 의미일까? 책 제목처럼 기억에서의 사라짐 처럼 씻어낸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어깨를 젖는 끈적한 눅눅한 그런 기억의 상징일까? 아닐 것이다. 아마도 아주 평범한 일상 그중에 전혀 特別할 것 없지만 그렇다해도 평소완 다른 그런 特別한 경험 그래 그런날을 넌지시 상징하는 것 일 꺼다. 열일곱살의 여자고등학교 교실은 마치 지구촌 뉴스 같다고 한다. ''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大入 受能을 목전에 두고 있는 나에게 내 급우들을 한번 돌아보게 한다. "저친구의 방과후는 어떤 모습일까?" "아버지가 없는 저애의 집안 분위기는 어떨까?" 이런 덧 없는 생각이 떠오른다. 아무리 평범한 고교생이라도 그 소소한 일상들 중의 특별한 경험은 가지고 있을테니... 에쿠니는 이러한 여학생들의 일상중의, 특별한 경험을 따로 또 같이 비슷한 날짜의 각각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6개의 이야기의 10명의 소녀들은 어찌보면 에쿠니의 다른 소설의 그녀들과 상당히 비슷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 소녀들에게는 그녀들에게는 없는 아니 그녀들과는 다른 풋풋한 두근거림이 있다. p.s : 그토록 애타게 유성펜을 찾는 다카노씨의 의미를 해석 할 수 있는 사람은 좀 알려줘요.
k*****0 2006.11.09. 신고 공감 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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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느껴보는 에쿠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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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말하라고 한다면 , 언제나 일순위가 에쿠니 가오리씨였다. 도쿄타워 이후로 작품이 나오지않고 있어서 항상 소담에 문의까지 할정도니 말이다. 에쿠니라는 이름만으로 그녀의 작품은 꽤나 내게있어서 좋은 작품이 되버린다... 하지만,............................ 이번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뭐랄까? ..... 그녀의 작품에서 내가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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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말하라고 한다면 , 언제나 일순위가 에쿠니 가오리씨였다. 도쿄타워 이후로 작품이 나오지않고 있어서 항상 소담에 문의까지 할정도니 말이다. 에쿠니라는 이름만으로 그녀의 작품은 꽤나 내게있어서 좋은 작품이 되버린다... 하지만,............................ 이번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뭐랄까? ..... 그녀의 작품에서 내가 느꼈던 공허함,부족함,알듯모들듯한 미묘한 무언가가 있었는데, 말로 설명하기 꽤나 내게 있어 힘겹지만, 예로 들자면... 조금 오래된 원두커피의 찌꺼기처럼 바삭바삭한 건조함이 있었다면, 지금막 커피를 내리고 난후의 찌꺼기 같달까?? 아직은 살짝 물기가 베어있는........ 조금씩 향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마시던 커피 였는데..... 이번에는 벌꺽벌꺽 마시고 마는 물이되어 버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까지는 아니다. 2%가 다르다고해도 역시 그녀의 소설이기에..
h****u 2006.10.27.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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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 여고생 때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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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의 여주인공 아오이의 이야기를 담은 로쏘편을 쓴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이라는 이유와 제목에 들어있는 ‘기억’이란 단어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부터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손가락’에 나오는 ‘여자고등학교는 참 이상하다.‘라는 구절대로 여고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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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의 여주인공 아오이의 이야기를 담은 로쏘편을 쓴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이라는 이유와 제목에 들어있는 ‘기억’이란 단어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부터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손가락’에 나오는 ‘여자고등학교는 참 이상하다.‘라는 구절대로 여고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담은 여섯 편의 단편소설은 모두 열일곱 살 여고생들의 생각과 감정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불감증이라고 생각하는 기쿠코는 전철 안에서 몸을 더듬는 사십대 여자에게 끌리는데...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습니다. ‘초록 고양이’에서는 주변의 묘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을 앓아 병원에 입원까지 한 오랜 친구 에미와 관계를 이어가는 모에코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천국의 맛’에서는 엄마와 쇼핑을 하는 것이 취미이던 유즈에게 엄마보다 더 좋은 남자친구가 생기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사탕일기’는 뚱뚱한 카나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쓴 일기인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다양한 색깔의 사탕을 준다는 것입니다. 상처의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사탕도 독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160cm의 키에 76kg나가는 카나의 비만 수준을 적은 구절을 보면, 코는 볼에 파묻혀 있는데, 눈까지 없어지면 이목구비의 구별이 없어져 햄버거빵처럼 될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비, 오이, 녹차’는 독신으로 사는 서른여섯 살 이모와 친한 유코는 이모의 자유로운 생활을 동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가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데, 만약 이모가 가출을 하면 실종신고를 내고 찾아나설 것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단편 ‘머리빗과 사인펜’은 스물일곱 살인 남자와 거리낌 없이 동침을 하는 미요의 이야기입니다. 그녀에 따르면 서른명 정도의 남자와 동침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별로 오래지 않아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을 보면 독특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주인공과 함께 등장하는 친구들의 이름이 눈에 익다는 느낌이었는데, 단편 여기저기에서 중복 출연(?)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출판사의 소개처럼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열 명의 여고생들은 모두 한 반이 아닐까 싶습니다. 옮긴이는 ‘간혹 어린 시절의 친구들 모임에 나갔다가 내 기억 속의 나와는 다른 나를 만나곤 한다(180쪽)’고 후기를 시작하는데, 친구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과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누구의 기억이 틀린 것인지는 모를지라도 말입니다.

저자의 의도는 알 수 없습니다만, 옮긴이는 여섯 편의 단편소설의 주인공들의 감정들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온갖 감정들이 교차했던 여고 시절의 교실은 이미 내게서 멀어졌는데, 거슬러 올라가 더듬어보면 분명 거기에 있다. (…) 많은 친구들이 그 의미조차 규정할 수 없는 감정과 경험 속에서 허우적거렸고, 나 역시 그랬다. 나만 동떨어져 있는 듯해서 모든 것에 더욱 매달리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그 모든 것을 탓하고 세상을 미워하면서 자학과 파괴의 탈출을 꿈꿨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들은 모든 이의 성장기에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가지분열이고 열정과 치기의 폭발이 있었을 텐데, 그 때는 마치 삶의 전부인 것처럼 크고 무겁게 덜 자란 육체와 정신을 짓눌렀다.(181-182쪽)”

45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인지 저 역시 학교 때의 기억들은 대부분 단편적으로 남아있습니다. 특별한 장면은 몇 가지 떠오르기는 하지만 전후 사정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결코 잊지 못할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회가 된다면 사죄를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살아온 날들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현업을 마쳐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y*****2 2018.06.13.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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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괜찮다...또 기억날 때가 있을테니...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괜찮다...또 기억날 때가 있을테니..." 내용보기
학창시절 특히 여고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 가물가물한 기억을 뚫고 몇가지 에피소드들이 생각난다. 물론 그녀들 같은 사건(?) 혹은 일들은 아니지만 그냥 재미있었던 혹은 어이없던 에피소드들이 몇몇 떠오른다.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그런... 옛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글은 좋은 글일까? 개인적으로 그녀가 쓰는 소설들은 조금은 거북한 경우가 있었다. 남녀 사이의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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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특히 여고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

가물가물한 기억을 뚫고 몇가지 에피소드들이 생각난다. 물론 그녀들 같은 사건(?) 혹은 일들은 아니지만 그냥 재미있었던 혹은 어이없던 에피소드들이 몇몇 떠오른다.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그런...

옛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글은 좋은 글일까?

개인적으로 그녀가 쓰는 소설들은 조금은 거북한 경우가 있었다. 남녀 사이의 문제들이 조금은 파격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내 정서로는 잘 이해가 되질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 속 그녀들의 이야기는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고 옛날 교복입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니까...

언젠가부터 누군가를 좋아했던 기억이나 친구들과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살지 않게 되었으니 이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니까 괜찮은거 아닐까?
 

각 장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같은 듯 다른 성장기를 지나고 있다. 주변인들과의 여러가지 상황들로 인해 고민하고 그 고민들은 그녀들을 성장하게 한다.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인해 이상한 경험을 하지만 그게 또 그녀를 한단계 성장하게 한다. 

친구의 아픔을 보고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상황에 방황하지만 그녀 또한 그로인해 성장한다. 

남자친구를 만나지만 전혀 발전이 없을 것 같던 순간들이 지나 점점 나아지는 것에 기대를 걸어 수줍은 소녀가 되기도 한다.

뚱뚱해지는 것이 싫으면서도 벗어날 수 없어 다른 수단을 통해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며 성장한다. 

혼자살고 있는 이모를 위해 어른스럽게 그녀를 챙기며 한단계 성장하는 소녀도 있다. 

성숙한 사랑(?)만을 쫓지만 아직은 미성숙해서 좀 더 성장해야하는 그녀도 있다.

 

읽는 동안 이해도 했고 공감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분명 있었다. 도대체 왜 그래야하지? 의문을 가지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화가 그녀들을 향한 것인지 나를 향한 것인지 조금 헷갈리기도 했다. 어쩌면 이 또한 성장통이겠지.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그녀들의 이야기였다. 한번쯤 고민해 봤던 것들도 있어 조금 더 가깝게 느끼며 읽었다. 

그녀들의 걱정과 고민들이 남일 같지 않으면서도 낯설었다. 어쩌면 이 또한 책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아닐까? 내가 다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래서 책을 읽는동안 나도 함께 그녀들과 성장했는지도 모르겠다.

k********y 2021.02.03.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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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혼란 속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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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명의 여고생, 여섯 가지 이야기.   서로를 이해하기도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그건 비단 서로간의 관계만은 아니다.자기 자신을 이해못하기도 하고 그건 상황이기도 사물이기도 하다.하지만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이해하지 못한 채 끌어안으면 그만이다.   <손가락>자신이 불감증이라 생각하는 기쿠코.등교길 지하철에서 자신의 몸을 더듬는 화사한 모습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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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명의 여고생, 여섯 가지 이야기.

 

서로를 이해하기도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건 비단 서로간의 관계만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이해못하기도 하고 그건 상황이기도 사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이해하지 못한 채 끌어안으면 그만이다.

 

<손가락>
자신이 불감증이라 생각하는 기쿠코.
등교길 지하철에서 자신의 몸을 더듬는 화사한 모습의 한 여인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 여인과 이야기하고 그녀의 집까지 함께 간다.
하지만 그뿐이다.
더이상 대답도 질문도 없다.
그리고 갑작스레 알게 된 것처럼 헤어진다.

 

<초로고양이>
단짝 친구 에미와 모에코.
어느 날 갑자기 에미는 모에코에게서 멀리 정신적으로 떠나기 시작한다.
모에코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고 무섭기만 하다. 하지만 언제나 에미를 걱정하고 사랑한다. 갑자기 닥친 혼란속에서 자신도 고통받고 있지만.
초록고양이가 되고 싶다는 에미.
"그 고양이는 외톨이로 타어나 열대우림 어딘가에 살고, 죽을 때까지 다른 생물과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아."
철저히 모에코를 떠나 혼자만의 세상에 침잠해가는 에미.
새해가 되는 자정에 에미의 보고 싶단 말에 모에코는 다음 날 첫차를 타고 에미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결국 에미는 학교를 떠난다.
에미가 왜 혼자만의 세상에 침잠했는지 모에코처럼 나 역시 모른다.
혼란스럽고 마음아프지만 모에코는 그런 에미를 지켜본다.

보고싶단 에미의 말에 달려가는 모에코를 보고 <Sex in the City>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브룩클린으로 이사한 미란다에게 캐리는 한달음에 달려간다.
그리고 새해인사를 한다. 에미와 모에코처럼.


언제나 다정하게 수다를 떠는 친구, 호들갑스럽게 내 걱정을 해주는 친구가 필요하다. 또 그런 친구가 되어주면서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때론 그저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고 침묵해주는 친구의 모습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있다.

 

아직은 남자친구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우정에서 다른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유즈의 이야기 <천국의 맛>

 

비만으로 마음에 상처가 생길 때마다 일기속에서 사람들에게 독이 든 사탕을 나누어 주는 <사탕일기>


<머리빗과 사인펜>
첫번째 이야기부터 잠깐씩 등장하는 이상한 아이 다카노의 이야기는 그녀가 아니라 그녀를 좋아했던 남자의 입을 통해 이야기된다.
<손가락>에선 펜을 빌려달라고 하고 <초록고양이>에서는 에미의 우산을 뻔뻔하게 가져갔다.
그리고 그녀의 특별한 연애.
남자는 그녀에게 중독되지만 다카노는 그저 잠깐의 상대로 대할 뿐, 그 뿐이다.
그런 그녀를 어떤 기준으로 생각해야 할까.

 

열 명의 여고생, 모두 감정의 혼란 속에 있다.
헷갈려 하고 명확한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 것일까.
감정의 혼란 속에서 때론 화내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그러다 이해하면 이해한 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못한대로 살아가면 그만이다.



v********e 2010.09.05.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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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시간은 당신에게 어떤 시간이 될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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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지나다니는 차들을 바라보며 이어폰이 들려주는 음악과 버스 안의 여유로움을 느끼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한적이 있다. "버스 안의 여러 사람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지만,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목적지 혹은 그(녀)들이 가는 도중에 내리는 이들이 있더라도 짧은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서로 내리는 방향,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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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지나다니는 차들을 바라보며 이어폰이 들려주는 음악과 버스 안의 여유로움을 느끼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한적이 있다.

"버스 안의 여러 사람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지만,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목적지 혹은 그(녀)들이 가는 도중에 내리는 이들이 있더라도 짧은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서로 내리는 방향,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다르더라도 순간 혹은 긴시간을 공유하며 함께 가는 것은 아닐런지..."

철없던 시절, 분위기 탓에 생각해본 짧은 지나감이였지만 몇년이 흘러 아직도 그 시간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분위기에 심취했었나보다.

 

에쿠니가오리의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생각했던 나의 기억들이 시간의 틈 사이로 삐져나와 오버랩 되어 마음 한 켠을 묘하게 만들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수업을 듣고 같은 옷을 입고 학창시절을 보내는 여고생들의 모습. 겉으로 보기에는 차이가 없는 영락없는 여고생들의 모습이지만, 이야기 속에 그려지는 그녀들의 모습은 교복 속에 감추어진 본연의 모습이었다. 치한이라 할 수 없는 한 여성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 기쿠코, 현실을 벗어나고자 했던 에미, 평범하지만 이성에 감정이 없는 유즈 등등....교복 속에 감추어진 그녀 아니 그녀라고 하기에는 풋풋함이 느껴지니...소녀라는 단어가 어울리겠다. 소녀들의 모습은 지난 날 나의 학창시절은 어떠했을런지 궁금증을 야기 시켰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학창시절이 아니라...다른이들이 바라본 나의 학창시절말이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이 뒤에 적절한 말은 무엇일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지나온 추억은 지금의 내가 존재하게 된 이유 입니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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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숨을 쉬는 지금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그다지 아쉬움은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은 과연 이 뒷 말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기쿠코, 유즈, 마미코, 미요........

그리고 지금의 나는.......

 

오늘따라 베란다의 창문을 통해 들려오는 밤 기차 소리가 서글프게 들리는 듯하다.

l***u 2010.02.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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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마음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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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어찌도 이렇게 놓치지 않고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 십대 소녀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그렸다. 한 사람이 쓴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심하게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생각과 느낌이 각각의 이야기에 베어있다. 낯선사람에게로 부터의 호기심과 두려움, 사랑하는 친구가 고통스러워 할 때 함께 하지 못하는 괴로움, 풋풋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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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어찌도 이렇게 놓치지 않고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 십대 소녀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그렸다. 한 사람이 쓴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심하게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생각과 느낌이 각각의 이야기에 베어있다. 낯선사람에게로 부터의 호기심과 두려움, 사랑하는 친구가 고통스러워 할 때 함께 하지 못하는 괴로움, 풋풋한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레임, 시야와 생각이 커지면서 다르게 보이는 부모님의 모습들. 처음 읽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었는데, 왜 에쿠니 가오리가 일본을 대표하는 여류 작가에 속할 수 있었는지 확인 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었다.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지...^^
YES마니아 : 로얄 h*****7 2007.01.0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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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그리운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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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에 적절하지 않은 보수성과 애국심으로 일본 문학이라면 절레 절레 고개를 흔들었던 내가 일본 문학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만들어 준 작가, 에쿠니 가오리. 늘 동화 속 공주를 꿈꾸지만 그녀들과 나는 동떨어져 있다. 동화 속 공주들이 그러하듯 소설 속 여주인공들도 마찬가지로 나와는 동떨어진 인물들 뿐이라는 생각에 그 캐릭터에 쉽게 몰입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에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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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에 적절하지 않은 보수성과 애국심으로 일본 문학이라면 절레 절레 고개를 흔들었던 내가 일본 문학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만들어 준 작가, 에쿠니 가오리. 늘 동화 속 공주를 꿈꾸지만 그녀들과 나는 동떨어져 있다. 동화 속 공주들이 그러하듯 소설 속 여주인공들도 마찬가지로 나와는 동떨어진 인물들 뿐이라는 생각에 그 캐릭터에 쉽게 몰입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그렇지 않다. 평소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말들을 에쿠니 가오리는 특유의 섬세함으로 여주인공들의 입을 빌려 대변해주고 있다. 목욕을 하면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오이도 내가 될 수 있었고, 사랑하는 남자와 이별을 준비하는 여자도 내가 될 수 있었다. 그녀와 나는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감정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그녀의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열일곱 살 날들을 기억하나요? -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그리운 날들의 이야기   메인 카피를 발견하자마자 어느새 나는 기억 속을 더듬고 있었다. 내 나이 열일곱 살 때, 아직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나도 분명 훨훨 날 수 있을거라는 확신에 세상을 향해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 때는 정말 꿈이 많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향한 열정 또한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그 때는 그게 아니면 살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이렇게 일부러 기억을 더듬지 않으면 잊혀져버린채 어딘가에 내동댕이쳐져 있다. 비록 잊은채 살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떠올리면 쓴웃음보다는 입가에 미소를 띄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참 행복하다.   이 책에는 열일곱 살의 여고생들이 겪는 여섯 가지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한번도 경험해 본적은 없지만 자신이 불감증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지하철에서 만난 낯선 여성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여고생,  무언가에 대한 강박강념으로 점점 정신이 이상해지는 친구를 둔 여고생, 단순히 만나기 시작한 남자친구에게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는 여고생, 비만이라는 컴플렉스 때문에 자신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건네거나 화를 돋구는 사람에게 사탕을 주는 일기를 쓰는 여고생 등 얼핏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 그 시절에는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법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은 그냥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것들이 아닌 그 시절에는 어느 무엇보다 중요한 것들의 이야기이다.   같은 교복에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여고생들이지만, 내 짝도 나와 다르고 내 앞에 있는 친구도 나와는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 한반 친구들이 둘러앉아 들려주는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그런 비밀스런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탓인지, 그동안 그녀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던 등장인물을 향한 깊은 몰입과 공감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이렇게 떠올리면 그립고 행복한 이야기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h*******0 2006.10.27.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