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현대미술 쪽으로 책을 읽었는데(그래봐야 몇 권 안 된다는;;;) 작품들이 거론될 때마다 걸쳐가는 이름이 있는거라. 페기 구겐하임이라고. 응? 구겐하임? 그 뉴욕에 있는 으리으리한 미술관 말하는 건가? 했다지. 아무튼,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볼때도 마크 로스코를 볼때도 블랑쿠시를 볼때도 여기저기 거론되더니 잭슨 폴록에서 방점을 콱 찍더라. 아...그녀를 건너뛰고는 당최 현대미술을 말할 수 없겠구나....해서, 예술계의 팜므파탈 페기 구겐하임을 읽었다. 다이나믹하고 버라이어티하면 센세이셔널하고 어메이징한 징글징글하게 돈많고, 소유욕도 강하고, 그 모든 것만틈 성욕도 강했던 페기 구겐하임.
그녀를 검색하면 첫 머리에 타이타닉의 침몰로 사망한 아버지 벤자민 구겐하임이 제일 먼저 뜰 정도로 그녀의 인생은 남다르다. 말할 때마다 꼭 세번씩 반복하는 어머니에 "페기, 이렇게 하랬잖니? 하랬잖니? 하랬잖니?", 아이와 함께 죽은 가장 사랑했던 언니 베니타, 그리고 자신의 두 아이를 옥상에서 던져 죽여버렸다는 의혹이 가득했던, 평생을 질투의 대상이었던 헤이즐까지. 그녀의 가족들이 보여주는 상류층의 화려하지만 일그러진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물론, 그녀의 성생활보다야 덜 충격적이겠지만.
이런 그녀가 로렌스 바일, 존 홈즈, 더글러스 가맨, 사무엘 베케트, 막스 에른스트와의 결혼생활에서 보여주는 것은 파격 그 자체랄까? 그녀의 자서전 "금세기를 벗어나며"는 그 다시 굉장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는데...한 편 생각해 보면 그녀가 최상류층의,그것도 여자이기에 이런 가십거리로 전락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그녀가 이룩한 현대예술의 막대한 영향력은 돈많은 여자의 값비싼 취미생활로 치부되고 말이다. 만약에 그녀가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심지어 그녀와 관계했던 몇몇의 화가들을(당연히 그녀의 도움으로 부와 명성을 거머쥐기도 한다.) "페기에게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대단했고, 절대 스스럼이 없었으며, 서투르기는 했어도 일을 이루어냇다. 예술가든, 비평가든, 미술가든, 명사든 누구나 그녀의 갤러리에 들렀다. 그곳에 전시가 되면 알아둘 가치가 잇는 사람들을 다 알게 되었고, 미술계에 있는 중요한 사람들은 누구나 작품을 보아주었다." 하지만 몇몇의 예술가들은 그녀와의 관계를 전면부인했다. 심지어 있지도 않은 말을 지어낸다며 화를 내기 일쑤였고, 생활비를 보조받던 친구들은 돈이 줄어든데 대해 불쾌해하곤 했을 정도로 그녀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속박당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 페기에게 자신이 컬렉터란 배신하지 않는 단 하나의 소유물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말한다. "재산을 소유한 여자에게 가능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누구나 재산을 소유했다고해서 이런 삶을 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녀의 값비싼 취미가 현재의 미술역사를 바꿔놓았으니! 페기 구겐하임! 그녀는 놀랍다.
 말년에 페기는 베니스에 팔라초를 매입해서 30년을 살았다. 자신의 모든 컬렉터를 자신의 집에 전시해서 일반 관람객도 받으면서 자신의 옥상에서 수영복을 입고(때론 누드로) 일광욕을 했다고 한다. 멋지게 살다간 그녀...후회는 없었을까? 책속의 챕터마다 모빌을 들고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왜 그렇게 쓸쓸하게 보였던 걸까?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앞에서 나는 또 잠시 망설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