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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서적, 특히 기독교 서적에 대해서는 막연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편이라 종교 서적에는 쉽게 손길이 가지 않는다. 아마도 '성경엔 없다'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이 아니었다면 이 책도 선택하지 않았으리라.
언론인 출신으로 자칭 종교 다원주의 입장의 구도자라고 하는 필자 고준환 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대해 연구하되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역사적으로 입증, 혹은 추정되는 사실들을 서술하고 있다.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는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나, 크리스천은 싫어한다. 예수를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저자 역시 이런 관점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찬이건 아니건 예수의 청소년-청년기에 이르는 감춰진 18년에 대해 의혹을 품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핵심이 되는, 또한 많은 지면을 할애한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필자는 1894년 러시아의 니콜라스 노토비치가 쓴 '예수의 알려지지 않은 생애'와 미국 리바이 도링 목사가 쓴 '보병궁 복음서'를 기반으로 해서 예수가 18년간 인도, 티벳, 페르시아, 앗시리아 등지에서 구도 생활을 한 '이사'와 동일인물이라는 논지를 펴고 있다. 아쉬운 것은 방대한 자료를 나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가 '예수'와 동일인물이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특히 맹목적 신앙에 비판적 태도를 지닌 필자가 축자영감설 처럼 쓰여진 보병궁 복음서를 절대적으로 의존해서 논리를 전개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예수의 청소년기-수행기에 대한 다소 지루한 첫 번째 장을 넘기고 나면 책은 비교적 쉽게 읽힌다. 논란이 예상되면서도 흥미를 자극하는 부분들도 많다. 이를테면 예수의 탄생에 얽힌 동정녀 잉태설에 대한 반론이라든가,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비롯한 가족관계들, 예수부활론에 대한 반론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그리스도교의 역사에 대해 서술한 8장은 종교인이건 비종교인이건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그리스도교 전사를 다룬 부분에서 한민족의 뿌리와 창세기의 기원을 한 지점에 놓는 파격이라든가, 성경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며 오류들을 지적해나가는 부분들, 마녀사냥과 십자군 전쟁,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등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어온 수많은 폭력과 만행을 고발하는 부분 등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그리스도교가 왜곡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장인 9장은 필자의 종교관을 설파한 것으로 좀 주관적인 면이 강하다.
참고로 이 책과 함께 종교학자 오강남 씨의 '예수는 없다.'라는 책을 비교해 읽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한다. 두 책 모두 왜곡된 기독교신앙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같지만 성경엔 없다가 예리한 칼날과 같다면 예수는 없다는 달콤한 당근과도 같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책이 나와서 명쾌하게 설명한들 무엇하리. 정작 이런 책을 읽어야 할 왜곡된 기독신앙을 가진 이들은 분명 이 책을 사탄의 유혹이라며 금서 취급을 할텐데! [인상깊은구절] 예수는 종교회의에서 인간이냐 신이냐를 투표에 붙여, 다수결로 인간에서 신으로 바뀌어 신이 되었다. 인간적ㅇ니 존재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역사학자 아널트 토인비와 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사도신경에 있는 동정녀 탄생, 육체부활, 십자가 대속 등을 무조건 믿는 '근본적인 믿음'을 잃으면 안된다는 근본주의, 즉 사도신경에 의한 교의 신학은 극복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