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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초록색에 유머러스한 그림과 글씨체의 표지를 보고, 재미나고 유쾌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빗나갔네요. 누구나 내 나이쯤 되면 갈팡질팡하던 암울한 시절을 지나온 경험이 있을 것인데, 그러한 시간들 중에 있었을지도 모를 이름 붙일 수 없는 묘한 감정이라 하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칼 융의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대립이 떠올랐습니다. 갈팡질팡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인간의 감정과 욕망은 어쩌면 공감하고 싶지 않은 나의 그림자적인 면모인지도 모르겠어요. 이러한 것들을 다소 가감없이 드러낸 작가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뭔가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긴 할까? 외로움이었던 걸까? 갈팡질팡한 삶을 살아온 작가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작가의 존재감 자체의 불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내 무의식의 어딘가 불안정한 나를 자극하기도 하고 불편감을 만들어내기도 하였어요. 필력이 좋은 작가이다보니 글은 술술 읽혔는데, 가슴은 밤고구마 먹다 걸린 듯 답답하여, 읽으면서도 몇 번을 덮고 하~아 한숨을 쉬었다가 읽곤 했네요. 독서모임 이후 회원님들로부터 카프카와 결을 같이한다는 내용을 듣고 나니 제 어려움도 이해가 갑니다. 언젠가 나도 카프카적인 글을 경탄하며 읽을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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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단편집 읽는것을 그렇게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추리 단편, 스릴러 단편, 과학 단편 ㅡ 같은 장르문학들의 단편이라면 모를까, 일반 문학 작품들의 단편들은 읽기가 꽤 힘들다. 일단, 뒤에 소설가, 혹은 비평가의 서평이나 비평이 들어갔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특히,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소설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힘들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김영하 작가님께서 팟캐스트에서 읽어주셨던 '원주통신' 때문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기호 작가님을 완전 몰랐는데, 이 방송으로 인해서 작가님의 소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른 책이기도 하고. 읽기 바로 전까지만 해도 이게 단편집이였을줄은 몰랐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이기호 특유의 유머코드 같은게 있다는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처럼 막 우스꽝스럽기보다는, 피식, 하고 웃으면서, '이게 뭐야 ' 하게 되는, 웃음의 강도는 작지만 일상적이면서도 찌질한듯한 면이 있어서 오히려 더 리얼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제일 웃겼던 것은 방송에서도 들었던 '원주통신' 실제로 원주에서 사셨고, 어떤 방송인가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는데, '土地'라는 이름을 가진 유흥업소가 있었다고 하더라. 그 다음은 당신이 잠든밤에, 국기계양대 로맨스 이 두가지 소설들은 웃기면서도, 뭔가 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방에서 상경한 두 청년. 편의점 알바마저 짤리고, 돈이 필요하게 된 상황에서 자해공갈을 하거나, 국기계양대의 국기를 훔쳐서 팔아 돈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하는 일마다 잘 안된다. 크게 보면 비극적이고 슬프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주인공들의 대사나 행동들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수인'은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무겁고,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듯하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셨다고 했는데, 이 소설을 통해 작가님께서 소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느껴지는 듯 했다. 나라가 무너지고, 소설가라는 직업이 무시를 당하는 세상에서도 소설로 인정받고 싶은 사람. 소설만 쓸 수 있다면 어디든 괜찮은 사람. 어쩌면 소설 속 주인공이 자신의 책을 찾기 위해 곡괭이를 휘두르듯이, 작가님께서는 한땀 한땀 자신의 글을 쓰기위해 손을 움직이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머지 작품들에 대한 평도 써보고 싶은데, 솔직히 생각이 잘 안난다. 역시 나에게 단편소설은 아직도 어렵다.... 그래도, 이기호 작가의 작품들은 재미있다. 좋아하는 작가가 하나 더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