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개약진. 한국영화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물론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도 있을 것이고,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도 포함될 것이다. 사실 어느 하나만 뛰어나서는 종합적으로 아름다울 수 없다. 영화란 미장센이 중요한 예술이니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뼈대인 대본이 아닐까. 허접한 대본으로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소문을 나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대본은 기본적으로 훌륭해야 하는 것이다. 훌륭하면 기본이고, 허접하면 모자란 것은 아니겠지만. 그 해를 빛낸 뛰어난 대본들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한겨레 신문 기자인 임범기자의 심사총평으로 시작된다. 웰컴 투 동막골, 너는 내 운명, 말아톤, 연애의 목적, 친절한 금자씨, 혈의 누 등등 그 해 나조차도 빼놓지 않고 봤던 영화의 대본들이 수두룩하다. 놀라운 것은 하권이라는 사실이다. 상권에도 이만큼의 대본들이 실려 있을테니 이 해에는 좋은 영화가 많이 개봉되던 해인가보다. 새로운 시도, 새로운 시각, 이런 부분들이 많이 엿보이는 대본들이었다. 화면으로 보던 것을 지면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 하지만 좋은 대본이란 페이지를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장면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어 교차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수록된 대본들은 비록 활자체지만 자연스레 머릿속에 장면장면이 그려진다. 이미 영화를 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쉽게 쓰여진 대본,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되는 대본. 아름다운 대본들이다. 전쟁중 평화의 지역을 그러낸 색다름, 장애인을 주인공으로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동원률이 대단했던 새로운 시도. 야하지만 살짝살짝 구렁이 담넘어가듯 설레임을 동반한 대사들이 즐비했던 점, 사극과 미스테리의 혼합성....기존의 것들을 뛰어넘는 것이지만 결코 작의적인 내용들이 아니다. 그래서 좋다. 이 책, 언제 상권을 구해서 꼭 다시 감동을 이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