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잘 어울리는 책이 있어 소개한다. 『문화 콘텐츠, 스토리텔링을 만나다』. 최혜실이 쓰고 삼성경제연구소가 냈다. 저자는, ‘이야기 하기’ 정도로 번역이 가능한 스토리텔링이 디자인과 광고, 텔레비전 방송, 만화, 테마파크 등 우리가 쉽게 마주치는 각종 문화적 장치에 어떻게 각인되고 어떻게 그 영역을 확장해 왔는지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여기서 실감난다는 것은 신문을 뒤적이다 우연히 눈에 꽂힌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를 지금처럼 우연한 기회에 책을 통해 마주치게 되면, 대뜸 마지막 장을 덮어야 비로소 용어를 이해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해서 지레 움츠러들거나 최종적으로 구입을 유보하고 마는 독자의 심리를 어루만지듯 참 맛깔스럽게 요리해 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학술적이거나 지나치게 경박하지도 않다. 다음 장을 넘기도록 부추기는 흥미와 한번 더 그 의미를 되새기도록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하는 사색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음식으로 치자면 식탁 위에 자장면과 단무지를 함께 놓고 있는 것과 같다. 아무리 맛있는 자장면이라도 느끼함을 물리치는 단무지가 없으면 첫 술을 떴을 때의 참 맛을 오래도록 맛볼 수 없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스토리텔링이 차지하고 있는 문화적 위상과 그것이 예고하고 있는 문화 내부의 지각 변동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것 또한 이 책이 주는 큰 힘이다. 판형은 작지만 내용만큼은 더없이 풍부한 책과의 조우를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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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장단에 도낏자루가 썩는다’는 말이 있다. 어렸을 적에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밤이 새는 줄을 모르곤 했다. 이렇듯 ‘이야기’라 하면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 속에서 나오는 옛날이야기가 보통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의 의미가 확장하여 이 시대의 거대한 패러다임이 되었다. ‘이야기학(學)’이란 말이 생겼을 정도로 ‘이야기’는 우리가 알아왔던 이야기의 의미에 또 다른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면서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된 것이다.이렇게 현대사회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이야기’의 정체를 규명하는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을 만나다』를 보자. 책의 시작은 앞서 말했듯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이야기’를 정의한다. 작가가 말하는 ‘이야기’란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발화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이야기’를 이토록 중요한 발화방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이야기가 추상적 논리에 의한 발화 방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줄거리를 가진 발화방식이어서 청자의 감정이입을 극대화하여 이해를 쉽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현재성과 화자와 청자의 상호작용성을 중요시하는 ‘이야기하기’의 구체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이야기하기’가 곧 책 제목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인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문화 환경은 스토리텔링의 현실화, 그리고 그에 이은 현실의 스토리텔링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디지털 매체 속에 있는 가상의 이야기를 현실에 적용하고 또 이것을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여 또 다른 가상의 이야기로 가상화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점차 디지털 매체가 인간이 사는 공간 곳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가상공간은 현실공간과 중첩되고, 더불어 놀이의 개념이 일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함에 따라, 작가는 현대의 인간을 ‘가상놀이인간’이라고 명명한다. 여기서 말한 현대 인간의 놀이 개념과 연관되는 문화산업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여 CT(Culture Technology;문화 기술)를 발달시켰다. ‘문화콘텐츠’는 이제 디지털 매체를 매개로 하여 ‘스토리텔링’을 만나게 되었다. 이러한 ‘(디지털)문화콘텐츠’는 광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만화, 테마파크 등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을 만나다』는 현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트렌드를 ‘스토리텔링’으로 개념화하는데 성공했으나, 형식적인 면에서 약간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책의 구성에 있어 내용상 비중에 비해 분량이 너무 앞쪽에 쏠려있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과 ‘문화콘텐츠’의 결합이라는 주제에 이르기까지, 그것의 배경 설명에 책의 절반을 할애하였다. 구체적으로, ‘2장: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문화적 지각변동’부터 ‘4장: 디지털 매체와 스토리텔링’까지, 디지털시대의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설명을 너무 장황하게 말하고 있다. 이렇게 장황하게 풀어 말하면서 똑같은 설명과 예시가 반복하여 나타났으며 큰 주제와는 다소 벗어난 사족(蛇足)이 보였다. 반면에 ‘지면관계상 이 책에서는 다섯가지 스토리텔링 방식밖에 소개하지 못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결합 후 그 결과 나타나는 현상의 예시는 겨우 ‘5장: 문화콘텐츠 산업과 스토리텔링’에서 짧게 제시하고 있다. 독자로서는 현 시대의 세태와 잘 맞아 떨어지는 5장의 여러 제시가 흥미로웠으나 그 흥미는 너무 짧게 끊겼다. 독자로 하여금 초반에 책장을 넘기는 데에 지치게 하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서 허무하게 만들어 책 전체가 ‘용두사미’의 꼴이 나고 말았다. 이 책은 형식상의 문제점을 제하면, 내용상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스토리텔링’ 트렌드와 문화콘텐츠간의 결합을 잘 설명하고 있다. 21세기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대학생인 독자에게 몸소 접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 교양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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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한 보통의 사람들이 '이야기'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공유하는 바는 대부분 유사하리라 생각한다. 이는 '구술성(Orality)'과 '문자성(Literacy)'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어릴 적 할머니께 들었던 구전 동화’나, ‘소설이나 동화책으로 읽었던 이야기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의 본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저자는 보다 확장된 시각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이야기란 실제로 우리 생활 전반에 숨쉬고 있으며,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각과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야기란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근본적인 방식중의 하나’라는 저자의 정의는 무척이나 타당성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이야기' 정도로 번역이 가능한 '스토리 텔링'이 디지털 매체와 결합하면서 문화 컨텐츠 사업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저자는 과거 인쇄매체의 발달로 인해 서사학 수준의 논의에 편중되었던 이야기학을 이제는 디지털 매체의 등장과 더불어 새로이 확장시켜야 함을 주장하며, ‘스토리텔링’의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학문적 접근에 있어 자칫 딱딱하고 어려운 설명이 이어질 수 있으나, 오히려 저자는 전문가적 입장에서 비전문가적 입장에 서있는 사람들을 위해 매우 간결하고 쉽게, 하지만 경박하지 않는 수준에서 말해주고 있으며, 이러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디지털 매체의 등장은 예술과 상품의 경계를 허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과거 사람들은 튼튼하고 실용성 있는 상품을 선호하였지만, 이제는 자신의 만족과 효용을 위해 물건을 소비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볼수 있다. 즉, 기존의 상품에 한층 더하여 ‘이야기적 요소’가 가미되어야만 사람들은 이를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품 하나에도 디자인을 중시하여 더 예쁜 것을 사려하고, 뭔가 특이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물건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 이러한 예술과 상품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은 ‘문화 기술(Culture Technonogy)'의 등장을 필연적으로 유발하게 된다. 문화 기술이란 말 그대로 ’문화·예술 산업을 위한 기술‘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저자는 결론적으로 이러한 문화 기술과 스토리텔링의 접목은 현재의 문화사업 전반의 미학적 가치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데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예술과 상품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을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언급이 없이 긍적적인 측면에만 가치를 두는 저자의 주장은 자칫 편중된 시각을 독자에게 줄 우려가 있지 않나 생각이 된다. 한편, 저자는 문화 컨텐츠의 구성 요소를 텍스트, 비 텍스트, 시청각, 디지털 콘텐츠의 네 부분으로 명명하는데, 각 장르를 유기적으로 규합할 수 있는 하나의 공통 분모가 존재하며 이것이 바로 ‘스토리 텔링’이라고 소개한다. 실례로 기존의 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한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의 흥행은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산업 등의 문화 컨텐츠 각 분야로의 확산을 유발하였으며, 이는 문화 컨텐츠를 이루고 있는 각 분야를 관통하는 무엇인가가 바로 ‘이야기’ 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할수 있다. 저자는 디자인, 광고, 텔레비전, 만화, 테마파크 등의 5가지를 예로 들어 문화 콘텐츠와 스토리 텔링이 어떠한 형식으로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문화기술(CT)과 스토리 텔링의 유기적인 결합이 필요한 시점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인해 문화 산업이 어떠한 판도로 변해가고 있으며, 이러한 장래 판도에 문화 콘텐츠과 스토리 텔링의 유기적 조합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현재의 문화산업에 긍정적인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문화산업의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들 중에서 스토리 텔링과의 연계를 통한 저자의 논의는 매우 생소하고 색다른 시도이기에 그 자체만으로 주목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저자의 이러한 논의는 주로 긍정적 효과에만 편중되었다고 느끼기에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언급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