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에서 애완견을 데리고 걷는 이들을 보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핵가족에서 단독 가구까지 오늘날 가족의 모습은 과거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끊임없이 축소, 변화해온 가족의 영역에 애완동물이 끼어들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같은 사람에게 상처입은 이들이 애완동물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인간 세상에서 얻기 힘든 무한한 신뢰를 애완동물을 통해 획득하는 것을 볼 때면 가족으로서의 애완동물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동생이 가족 어느 누구의 동의도 받지 않은 체 데리고 온 강아지에 의해 집안이 지저분해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녀석들의 재롱을 볼 때마다 나는 텅빈 집을 들어설 때마다 접하는 공허함이나 혼자라는 생각이 불러 일으키는 우울함으로부터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간단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아픔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치우를 보살피는 주인에겐 가족이 없었다. 마치 사람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받은 듯 그녀의 모습은 한결같이 차가웠고, 때로는 무섭기까지 했다. 하지만 냉정함 이면에 존재하는 그녀의 따스한 마음씨는 그녀가 아무리 노력한다 하여도 숨겨지질 않았다. 그녀가 운영하는 돈가스집이 상처입은 자들의 치유를 위한 공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그녀가 지닌 따스함 덕택이었다. 치우에게 가장 좋은 친구인 자밀라는 외국인 노동자이다. 그녀는 자신의 고향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고 있는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 낯선 땅까지 밀려왔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이 놈의 돈이 뭐길래...''라는 한탄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이 곳에서의 생활은 힘겨웠다. 그녀는 익명의 외국인일 뿐이었다. 아무리 노력한다 할지라도 그녀의 한국말은 서툴 수밖에 없었으며, 아무런 사심을 품지 않은다 하여도 그녀는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이방인일 뿐이었다. 그런가 하면, ''머리아파 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영우 역시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그가 배운 것은 침묵 뿐이었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심히 놀라곤 하는 이 청년에게 가장 힘든 것은 어쩌면 누군가를 믿는 것이 아닐지 싶다. 순지 역시 해체된 가족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쉽사리 정을 붙이지 않고, 한 번 자신과 친해진 대상에겐 과도하게 집착하는... 또한, 꼬마 친구인 상재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이다. 사회는 비정상이라는 잣대를 상재에게 들이댔고,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상재는 유치원에서도 거절당했다. 마음이 닫힌 이 아이에겐 삽살개 치우만이 세상과 상재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이 책의 등장인물들처럼 하나같이 병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삽살개 치우의 눈으로 그려진 세상은, 그러나 검지만은 않다. 사회가 저버린 사람들에게서 치우가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희망이었다. 골골 거리며 앓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모두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었다. 무뚝뚝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여주인에서부터 ''장애인''이라는 단어 하나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다 세상이 말한 상재에 이르기까지... 작은 돈가스집에서 그들은 마치 만병통치약을 만난 것마냥 자신의 아픔을 치유한다. 비록 그 아픔이 궁극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치우의 눈을 통해 그려진 세상에서는 아픔도 인간이 서로 나눌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감정과도 같았다. 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이야기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인칭 시점의 글들이 그러하듯 이 책은 나에게 치우의 일상을 엿보는 흥겨움을 선사해주었다. 떠나간 사랑과 또 다시 다가온 새로운 사랑,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통해 삶을 ''즐거움''으로 포장하는 치우... 따스함이 물씬 느껴진다. 이제껏 인간 세상에선 느끼기 힘들었던... 어쩌면 우리 모두가 너무도 오래전 상실해 버린,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리워할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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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넘어갈 정도로 정확한 표정을 알 수 없는 개 얼굴이 가득하다.
말하는 개란 뜻인가, 입 주변의 말풍선은.
어쨌든 우선 개가 나온다는 사실에 손이 간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개띠 해구나. 벌써 몇 달 안 남았지만.
<말리와 나>를 살까 이 책을 살까 하다가 속에 사진이 많아
이 책을 집어들었다.
삽살개가 멸종될 위험까지 갔다는 기사 내용을 본 듯하다.
삽살개의 특성상 충성심이 강하고 ''액마''인 살을 잡는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삽살개 치우는 귀신은커녕, 낯선 사람보고도 제대로 짖지 않는 그런 개가 되어버렸다. 주인 눈치, 동네 사람들 눈치보느라.
수많은 사진 속에 둘러싸인 치우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소박하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이 소박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옮기는 치우의 표현(치우는 이 책에서 1인칭 화자가 되어 자기 눈으로 거른, 자기 눈으로 해석한 대로 말한다)이 소박하다.
그래서 날 감정이 살아난다.
생생한 감정.. 그건 진짜 위로다. 세상의 어떤 달변가도 줄 수 없는 진짜 위로...
가족없이 사는 돈가스집 주인은 겉으로는 상처입지 않으려 무장하였지만 어쩔 수 없이 따듯한 마음의 소유자요, 치우가 만나는 이웃들은 모두 우리들의 무의식적 내면의 상처받은 모습들이다.
악수청하기가 유일한 특기인 보통 강아지 치우는 그가 부릴 수 있는 재주보다
공감하는 능력, 함께 옆에 있어주는 능력으로 강한 치유의 빛을 발휘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어떤 행동과 말보다 함께 있어줌으로 해서 위로를 전하는 그런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우리 개들은 엄마를 금방 잊어버리는데 인간들은 죽을 때까지 엄마가 그리운 모양입니다. - 24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