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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은 나와 몇 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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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이 나와 다른 뮤지션을 뒤늦게 발견하면그의 음악 인생과는 무관한 나만의 디스코그래피를 만들게 된다.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을 <소녀>보다 먼저 만났고,마이클 잭슨의 <Thriller>는 <Bad> 앨범보다 나중에 손에 넣었다.조지 마이클의 <Faith>를 거슬러 Wham!이란 듀오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그들은 이미 해체한 뒤였다. 그렇게 유물 발굴하듯 팝음악의 재
"스팅은 나와 몇 촌?" 내용보기

시대의 흐름이 나와 다른 뮤지션을 뒤늦게 발견하면
그의 음악 인생과는 무관한 나만의 디스코그래피를 만들게 된다.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을 <소녀>보다 먼저 만났고,
마이클 잭슨의 <Thriller>는 <Bad> 앨범보다 나중에 손에 넣었다.
조지 마이클의 <Faith>를 거슬러 Wham!이란 듀오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그들은 이미 해체한 뒤였다.
 
그렇게 유물 발굴하듯 팝음악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던 중학생 때,
스팅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는, <Englishman in New York>이란 곡을 들은 것이 먼저고
스팅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이 나중이다.
 
<Englishman in New York>은 모 화장품 광고의 배경 음악이었다.
 
현악기의 피치카토와 관악기의 울림이 어우러지는 초반부,
전체적으로 깔끔, 발랄한 세련됨이 조성된다.
화장품 광고 배경음으로는 딱이다.
그러나 느닷없이 허스키한 남자의 음성이 들릴 때 쯤, CF는 후다닥 끝난다.
 
그 때만 해도 CF에 쓰인 음악의 저작자와 제목을 굳이 화면 구석에 밝히지 않았다.
광고는 끝났는데, 도대체 곡에 대한 정보를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가수와 제목은 둘째치고, 노래를 끝까지 듣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TV 광고 시간이 3~4분이 아닌 것을 원망하며.
 
하지만 역시 음악에 관한 한 구원 투수는 라디오였다.
 
방학이었다. 주야장천 라디오만 들었다.
가요 전문 프로가 나오면 주파수를 바꿨다.
초대손님 인터뷰, 광고, 사연 소개 순서에서도 다른 곳으로 다이얼을 돌렸다.

 

드디어 개학이 다가오는 어느 날,
오매불망 기다리던 잉글리쉬맨이 하루에 무려 세 번(!)이나 방송을 타셨다.
3연타석 홈런에 헤트트릭을 합친 것보다 기뻤다.

 

세 번을 들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스.팅....잉.글.리.시.맨.인.뉴.욕.
게다가 미리 꽂아둔 공테이프에 녹음까지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새로운 궁금증이 쏟아졌다.
스팅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 노래 말고 다른 노래는 어떨까?
훨씬 더 좋은 곡이 많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생긴 또 하나의 도전 과제, 바로 CD를 손에 넣는 것이었다.

 

종로 뮤직랜드에 한 번 나가서 점원 누나에게 물어보면 바로 해결되었을텐데,
버스를 삼사십분 타고 시내 나가는 것이 귀찮기도 했고
어릴 때라 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덕분에 동네 음반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좀 고생을 하셨다.
"배트맨 OST 나왔어요?"라고 물으면 "베토벤은 없는데..."라고 하는 분이셨다.

 

구구절절 설명은 생략하고, 미리 준비한 메모지를 건넸다.
[가수 : 스팅 / 노래 : 잉글리시맨 인 뉴욕]

 

사흘 뒤에 오랬는데 일부러 일주일 뒤에 갔다.
미리 기대를 접고 가게에 들어섰다.
기분을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아주머니의 표정...
"전에 부탁한거 이거 맞냐"며 쓱~ 뭔가를 내미셨다.

 

Sting...Nothing Like the Sun
그렇구나... <Englishman in New York>이 수록된 앨범명은
<Nothing Like The Sun>이었구나...
매서운 눈빛에 깎다 만 수염, 목소리랑 정말 잘 어울리네...

 

음악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고객의 요구에는 최선을 다하는
아주머니가 너무나 고마웠다.
스팅의 CD가 내 손안에 있다는 것은 감동 그 자체였다.

 

잰걸음으로 집에 와서 인켈 뮤직센터에 CD를 넣었다.
당연한 듯, 1,2번을 건너뛰고 3번 트랙인 <Englishman in New York>을 선택했다.
그토록 듣길 원하던 음악, 게다가 CD로 처음 들으니 색다른 감흥이 일었다.

 

대여섯 번 정도 재생했다.
한 번은 전주에 집중, 또 한 번은 목소리에 집중,

또 한 번은 후반부 타악에 집중하는 식으로.

 

그러고 나서 찬찬히 CD 케이스와 속지를 들여다봤다.
<Englishman in New York>의 관악기... 어라? 클라리넷이 아니네?
소프라노 색소폰이구나... 브랜포드 마살리스? 음... 좀 하는걸?

 

이젠 스팅이 직접 정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앨범의 순서대로 들어봤다.
<We'll be together>, <Straight to My Heart> 등, 의외로 비트가 강한 곡이 많았다.
<Fragile>은 감수성 자극제로서는 <Englishman in New York>보다 나았다.
<Sister Moon>은 역시 광고에서 들은 기억이 났다.

 

전체적으로 최고였다. 정말 '제대로'라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계속 지켜보리라 마음먹었다.

 

그 후, <사랑이 지나가면>을 거슬러 <소녀>를 만났듯,
스팅을 거슬러 폴리스라는 밴드를 알게 되었을까?

 

거슬르긴 했는데 위가 아니라 샛길로 빠져서,
<Englishman in New York>에서 소프라노 색서폰을 피처링한
브랜포드 마살리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를 통해 색소폰을 다시 보게 되었고, 존 콜트레인과 소니 롤린스를 발견했다.
그들이 평생을 바친 재즈를 접하기 시작했고, 결국 마일즈 데이비스를 알아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재즈사를 줄줄 꽤고 있는 도사님이 되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마치 숙제하듯, 공부하듯 음악을 찾아듣는 것은 영 체질이 아니라서,
재즈건 팝이건 소리 자체가 좋으면 거기서 만족이다.

 

음악에도 촌수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뮤지션과 팬 사이, 작품과 이를 발견하고 즐기는 사람 사이에는
그리 멀지 않은 촌수로 연결된 인연의 끈이 있을 것만 같다.

 

<Englishman in New York>처럼 나에게 다가온 음악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그만큼 촌수가 가까웠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스팅 형님과 나는 실제로 몇 촌 지간일까?

 

y*****e 2009.06.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