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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나는 정말 미쳤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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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되지 않은, 그러니까 여타한 언론이나 평론가들이 그다지 관심가져주지 않은, 다시 말해 그 작가는 이러저러한 사람이라고 성격 규정을 해 놓지 않은 신인의 작품을 읽는 일은 꽤나 흥미롭다. 글쓴이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낯선 땅에 발을 들여놓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곳이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이 당연한, 풀 한포기 자라지 않은 황
"사랑이라니, 나는 정말 미쳤던 게 아닐까" 내용보기
검증되지 않은, 그러니까 여타한 언론이나 평론가들이 그다지 관심가져주지 않은, 다시 말해 그 작가는 이러저러한 사람이라고 성격 규정을 해 놓지 않은 신인의 작품을 읽는 일은 꽤나 흥미롭다. 글쓴이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낯선 땅에 발을 들여놓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곳이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이 당연한, 풀 한포기 자라지 않은 황무지일지 혹은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황금이 숨어 빛나는 옥토일지는 전적으로 내게 주어진 판단의 몫이다. 게다가 평론가들의 소설평은 사실 소설을 읽는데 더러더러 방해가 된다. 읽다 보면, 그들의 평에 공감할 수 없거나 그들이 이 책을 읽기는 한 걸까 싶어질 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위에 눌려 나는 그저 만만한 내 독법이나 탓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간에! 한차현의 소설은 그런 점에서 일단 읽기에 부담이 없었던 터. 독특하고 발랄한 제목이 눈길을 끄는 소설은 그러나 기대 혹은 상상했던 만큼의 발랄하고 가벼운 소설은 아니다. 물론 소설이 전개되는 상황적 설정은 중년 남자의 임신이라든가 중세시대 인물과의 대화라든가 하는 기발한 상상력이 뒷받침되고 있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질문은 꽤나 존재론적이다. '나는 나인가? 너는 너인가?, 왜?'하는 질문이 책을 읽는 내내 들린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의 공통점 하나, 핵심질문은 반드시 지켜간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가 궁금해지는 온갖 상황 설정을 만들어 놓고, 작가는 그에 대한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다. 화자를 통해서 묻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왜 그러한 일이 생겼을까가, 아니라 그리하여 지금 어찌하고 있다, 라는 것처럼. 근원을 회피하는 태도일 수도 있고, 지난 근원을 밝히는 건 쓸데없는 집착이거나 미망이 아니겠느냐는 냉소적인 태도일 수도 있다. 과연 작가의 의도가 어느쪽에 있느냐는 다음 작품을 보아야 알 수 있을 터... 사족 하나, 꽤 괜찮은 작품인데, 그닥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는 듯해 안타깝다. 독법에 방해를 받더라도 그가 평론가들의 권위에 둘러쌓이길 바래조야 하는 건 아닐까, 작가의 말에는 그런 건 바랄 생각도, 그럴만한 능력도, 멋도 없다고 씌어 있긴 했지만,,,
f*****t 2001.08.2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모던한 상상력과 감수성, 그리고 헛헛한 메시지...
"모던한 상상력과 감수성, 그리고 헛헛한 메시지..." 내용보기
풍경 1. 부모님이 계신 신도안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타고 있다. 두 개의 의자에 한 사람이 앉을 정도로 한산하다. 그렇게 내 왼쪽의 좌석을 젊은 여자가 온통 차지한다. 그녀가 내 쪽을 향해 아예 의자에 올라 무릎을 가슴팍으로 모으고 앉는다. 신경이 쓰인다. 누가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는가? 난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조바심을 쉽사리 해소시키지
"모던한 상상력과 감수성, 그리고 헛헛한 메시지..." 내용보기
풍경 1. 부모님이 계신 신도안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타고 있다. 두 개의 의자에 한 사람이 앉을 정도로 한산하다. 그렇게 내 왼쪽의 좌석을 젊은 여자가 온통 차지한다. 그녀가 내 쪽을 향해 아예 의자에 올라 무릎을 가슴팍으로 모으고 앉는다. 신경이 쓰인다. 누가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는가? 난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조바심을 쉽사리 해소시키지 못한다. 대신 한차현의 소설집 {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를 읽는 것으로 조바심을 달랠 뿐이다. 풍경 2. 성장한 자식이 오랜만에 방문했다고 아버지가 횟감을 뜨러 가자고 하신다. 그럴 필요 없다며 말리지도 못하고, 아버지에 앞서 계산하는 성의를 보이지도 못한다. 그렇게 달리는 차 안에서 멀리 주홍빛 꽃이 선명한 나무들을 확인한다. 회색 빛 가지들과 선명한 주홍빛 꽃의 조합을 다시 한 번 바라보니 그것은 감나무다. 열매만 남기고 앙상하게 사그러들고 있구나, 그것들에 눈 맞추는데 올해말로 정년을 맞으시는 아버지의 왼쪽 얼굴이 겹친다. 풍경의 바깥이거나 안, 에 위치하여 소설을 읽는다. 잔망스런 제목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된 소설집, 하지만 그 호오의 감정은 일단 유보해야 할 듯하다. 작가의 남다른 소설적 상상력과 모던한 감수성은 인정해야 할 듯하고, 자잘한 문장 기술의 남발과 헛헛한 메시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듯하다. [자비로운 그녀]. 자비심이라는 이름을 가진 보살이었던 그녀. 그녀에 대한 이야기 중에 끼어 든 중독된 남자. 간간하게 간 맞추어진 주먹밥이라도 먹는 것처럼 잘 읽힌다. 그렇게 살다보면 스쳐가는 인연들이 있고, 또 우연히 그 인연을 아는 다른 인연을 만날 수도 있는 법, 이라고 말한다. [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 표제작이다. 50년생의 남자 임산부 여름씨와 겨울까지 380만원이라는 돈이 필요한 남자 파출부 하인의 이야기. 요염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퍼뜩 든다. 늙은 남자의 임신이라니 말이다. 억지스러운 설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작가의 침착함이 돋보인다. [승재]. 나 상우에게 공부를 부탁하던 너 승재의 이야기. 언감생심 전문대조차 꿈꿀 수 없는 점수이던 승재가 일년여의 각고의 노력을 거쳐 명문 S대에 합겹하게 된다.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승재는 자신이 그 대학에 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실제의 진학은 포기한다. 만화에서나 이루어질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가, 만화에서도 쉽게 이루어지지 못할 설정이구나로 생각을 바꾼다. 어쨌든 읽다보면 나름의 통쾌함을 주는 승재, 파이팅. [당신을 만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 도서관에서 마주치는 그와 그의 그녀인 고등학생 겨울. 그리고 그가 간직하고 있는 늑대인간의 비밀. "개의 조상은 늑대이다. 수천 년, 어쩌면 수억 년 전쯤이었을 야생의 시절에."라는 화두에서 시작된 듯한 소설은 나, 그, 그녀, 쑥색 가디건의 남자만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이 겹치는 공간은 용산 도서관이다. [슈베르트, 1986]. '미친 년'이라는 흔한 변명을 가졌던 여자 음악 선생님과 나의 이야기. 염전의 소금더미만큼이나 건조한데, 또는 그래서 왠지 느낌이 짜다. 여선생의 행동에 대한 작가, 그러니까 소설 속 고등학생의 묘사가 흥미롭고 절치부심의 과정없이 단순하되 짜릿하다. [에티카,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증명된] 이단의 짧은 생애에 대한 기록. 한 종교 집단의(매우 결속력이 강해 그만큼 배타적인) 일원이었던 그가 파문을 당하게 되는 과정 또는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고행처럼 그리고 있다. 물론 그 고행의 의미를 독자인 내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니 고행이 고행같지 않고 다만 애처로울 따름이지만. 스피노자, 존 위클리프, 존 후스 등 실존 인물을 끼워넣는 수법이 소설의 전체 양식과 잘 맞는다. [악령]. "...남자는 대부분의 하루를 또한 하루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다..." 으앗 내 얘기 아닌가, 화들짝 놀란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아이의 소리,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여름 한 낮 끝이 없는 줄자라도 잡아 빼는 것처럼 늘어져 있는 일상. 그 일상 속의 불안감과 살인의 고백. 그러나 그 살인조차 증명되지 않는, 그래서 형성되지 않는 그의 일상. 이 얼마나 지루한가.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01.11.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