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대학 초년 시절에 시사 영한대역문고 씨리즈를 가끔 사봤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기 때문에 영문으로 된 원서를 일부러 사서 읽는 것은 비용이나 시간이 만만치 않았고, 그렇다고 한글로 번역된 책들은 예전에 읽었을 뿐 아니라, 그 원문의 오묘한 맛을 느끼기에는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차에 영한대역문고를 만났다. 달과 6펜스를 중학교 다닐 때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영문을 보면서 읽으니 더 재밌었다. (정말, 대학생들은 한 번쯤 읽어보시길 바란다) 특히 모옴의 문장을 확인하면서 읽는 것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물론 독해 실력도 향상된다. 시사영어사 편집부에서 한 번역도 꽤 신뢰가 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원문을 다 싣지 못하고 축약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 읽으려면 책을 직접 구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실린 것만으로도 그 재미와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 지하철에서 오가는 시간에 읽으면 그만일 것 같다. 다만, 달과 6펜스의 영문이 초반에는 약간 추상적이라는 점을 미리 알려둔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진행되니까 그땐 알아서들 흥미를 느끼시리라 본다. |
| 어찌 들으면 상당히 괴상한 제목이다. 달과 6펜스 짜리 동전에 무슨 관계가 있길래... 언뜻 보기엔 그저 둘 다 둥글고 반짝인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보이지만, 이 두 가지는 중요한 대조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달은 찰스 스트릭랜드의 위대한 예술혼을 상징하는 반면에 달과 비슷해보이는 6펜스는 그가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경멸하던 사람들의 속물적 삶을 돈으로... 그것도 가장 작은 화폐의 단위인 6펜스로 표현한 것이다. 영국의 전형적인 증권 중개인이며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평범한 소시민이었지만, 그가 어느날 갑자기 그림을 그리겠다고 가정을 버려둔 채 파리로 향한다. 그림에 열중하던 중 질병과 굶주림에 못이겨 쓰러지지만, 자신을 돌보아준 스트로브의 아내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는 블랑시를 버리고 그녀의 음독 자살로 동거 생활은 끝난다. 스트릭랜드가 그린 블랑시의 나체화를 보고 그의 천재성을 확인한 스트로브는 함께 네덜란드에 가길 권유한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는 그의 제의를 거부하고 부랑자같은 생활을 하며 떠돌다 타히티에서 원주민 여인 아타를 처로 맞이하여 일생에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낸다. 행복도 잠깐.. 스트릭랜드가 나병에 걸리고 고통속에서 그는 일생일대의 최대 걸작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림이 완성되면서 나병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뻐하지만, 끝내 죽음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유언에 따라 그의 걸작도 그와 함께 태워진다. IMF 이후 경제적 상황에 찌들어가는 세상에 오직 예술만을 위해 미친 듯이 열정을 뿜어낸 한 사나이의 마음이 더없이 순수하게 보인다. 6펜스 동전은 사람들의 손을 오가며 점점 빛이 바래지만, 언제가지나 빛나며 우리를 내려다보는 초연한 달과 같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고픈 사람들에게 한 번쯤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