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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의 향연이라는 표현에 가장 어울릴 오페라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 <일 트로바토레>가 될 것입니다. 이 작품보다 더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는 오페라는 많지만, 이 작품처럼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면서도 등장인물들의 감정도 음악에 오롯이 담아내는 작품이 과연 또 있을까요? <일 트로바토레>처럼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메조소프라노 4인방의 팽팽한 신경전이 총천연색 중창으로 연이어 펼쳐지는 작품이 또 있을까요? 그야말로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오페라입니다.
이렇듯 네 명의 성악가가 불꽃튀는 가창 대결을 펼치는 작품이라, 네 명의 주역 성악가 중 한 명의 기량이 조금만 처져도 곧바로 티가 납니다. 게다가 네 명의 균형을 고루 잡아 주도록 지휘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이 작품의 음악 자체는 그다지 난해하지 않은데도 공연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고른 기량을 갖춘 네 명의 성악가를 두루 기용한 <일 트로바토레>는 과연 어떤 공연이 될까요? 이상적인 <일 트로바토레> 공연에 가장 가까운 선택은 바로 이 음반일 것입니다.
메조소프라노 코소토와 바리톤 바스티아니니는 각각 최고의 아주체나, 루나 백작으로 불리는 성악가입니다. 테너 베르곤지는 베르디 작품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 성악가로, 역대 최고의 만리코로 불리는 코렐리보다 아주 약간 아쉬운 정도의 절창입니다. 레오노라 역에 <일 트로바토레>를 공연한 적이 거의 없는 소프라노 스텔라를 기용한 것을 두고 아쉬워하는 분이 종종 있는데, 역대 최고 수준은 못 미칠지라도 호화 캐스팅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고 극의 흐름 속에 녹아들기에 부족함 없는 노래를 들려줍니다. 여기에 지휘도 노련하고 유려하여, 네 성악가의 개성을 떠받치며 작품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녹음된 지 50년 된 음반이지만 음질도 좋습니다. 게다가 염가반이라 가격도 저렴합니다. <일 트로바토레> 음반 중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추천 1순위요, 여타 오페라 음반 중에서도 오페라 입문자에게 우선적으로 권할 만한 음반입니다.
또 하나, 이 음반의 장점은 깔끔한 CD케이스와 멋진 음반 자켓입니다. 요즈음 저렴한 염가 오페라 음반이 쏟아지듯이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이 무성의하거나 음반 케이스가 조악한 경우가 많아 아쉬웠지요. 하지만 이 <일 트로바토레>는 cd 2장짜리 음반을 한 장 가격으로 판매하면서도, 웬만한 정규 음반 못지않은 멋진 표지와 견고한 cd케이스 안에 담겨 있습니다. 게다가 음반 표지는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 사진이지요. 불꽃같은 오페라에 불꽃 사진이니 정말 멋진 디자인입니다. 사진 자체도 분위기 있고, 오페라 내용과도 잘 어울리지요. 내용물도 좋고, 포장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 세라핀 지휘의 <일 트로바토레>, 정말 만족스러운 음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