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겨울에 4박5일로 빠리를 다녀왔다. 신혼여행이자 나의 첫 해외여행 되겠다. 본인으로 말하자면 보수국수내지는 열혈애국애족주의 뭐 그런 주의주장을 신봉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위기상으로 어느정도는 그쪽으로 경도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과거에 본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문화수준이 서양에 못지않고 나아가서는 더 뛰어나다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어느정도 견지하고 있지만(우리문화가 서양에 못지않다는 점에서 말이다.), 빠리여행후 흰둥이 코쟁이들이 이룩한 서양 기독문명을 바라보는 시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 같다(우리문화가 서양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 점 말이다). 서양문명을 예찬하는 사람들을 얼마간 문화적 허영에 들뜬 문화사대주의자내지는 탱탱골빈족으로 치부하던 생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거이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고인 물이 썩듯이 변화가운데 발전이 있는 것 아닌가? 꼴리는대로 해석해본다. 유홍준이 감포의 감은사 삼층석탑을 일러 '돌이 말을 한다'고, '아! 감은사 석탑이여!! 아! 감은사 석탑이여!!' 운운하며 '느낌표없이는 표현할 수 없다', '감탄사로만 한페이지를 채우겠다'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약간은 감동적인 톤으로, 조금은 격정적인 표정으로 주절거렸던 것을 기억한다.(지금 생각해도 그 부분은 약간의 오바가 아닌가 생각되지만, 누구나 느낀대로 표현할 권리가 있으니 나로서도 별 이의는 없다.) 사연없는 인생이 없듯이 돌이 속삭이는 건 감은사 석탑만이 아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안과 밖을 장식하고 있는 그 수많은 조각상들, 그 이끼낀 돌조각들이 모두 수군수군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컴컴한 성당안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은은하게 뿌려지는 색색의 광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나는 어쩔수 없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민족의 오천년 역사와 정신이 감은사 석탑에, 불국사 석굴암에 모두 녹아 스며있는 것이 아닐진댄, 노트르담 대성당 그 고색창연하고 아름다운 석조물 앞에서 내가 위축될 필요도 없었고, 터져나오는 감탄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 일러 문화적 충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만고 진리라는 것을 새삼재삼 느낀다. 책으로 읽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것과의 사이에는 천지지간만큼은 아니라도 상당한 여백이 존재하는 것 같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추녀 끝 풍경소리를 들으며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찬히 음미해 볼 수 있듯이,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돌기둥에 기대어 이름모를 코쟁이 석공의 땀과 눈물을 생각하며 감상에 젖어 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해질녘 몽마르뜨의 샤크레퀘르에서 내려다본 파리시가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으다. 아! 빠리여! 노트르담이여!! 어찌 감탄사와 느낌표가 빠질 수 있으리오.... 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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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를 속속들이 알고 안내한다는 것은 그곳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사진작가이면서 서양사학자로서 오랜 경륜과 문화사적 시각, 미적 감각으로 우리를 파리로 이끌어간다. 이 책을 누워서 읽다보면 내가 사흘간 머물렀던 파리가 내게 보여준 얼굴과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최소 한달이상, 혹은 대여섯번정도 여행을 하고 한해정도는 살았던 사람이 보여주는 파리는 깊이와 한가함에서 차이가 난다. 역시 무슨 견학을 하는 것처럼 겉으로 달리면서 관광해서는 그 속맛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아마도 쇼우사브로가 60세쯤에 쓴 이책은 식생활에서 골목길의 역사, 도시의 발전사를 꽤뚫는 중세문화의 전문가다운 글솜씨도 좋지만 사진도 참 좋다. 이 많은 정보와 장소를 종회무진하는 역사(로마에서 프랑스대혁명, 2차대전)를 흐트러지지 않고 설명해내는 저력이 놀랍다. 빵에 대해, 서점에 대해, 다리와 성당, 성과 궁전...일상적인 파리지앵의 삶과 미술관들까지 파리처럼 뒤엉켜있지만 또한 파리처엄 빛의 발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다시 파리를 꿈꾸면서 읽어보았다. [인상깊은구절] 그러나 과거는 그 속에 계속 살아 있다. 이것은 파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파리를 방문할 때 사람들은 세계의 어떤 도시에서도 느끼지 못한 역사를 실감하며, 그와 동시에 격동하는 현대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역사와 현대가 실제로 같은 것임을 이해한다. 역사가 없는 현대는 없고 현대가 없는 역사 또한 아무 의미가 없다. 무대를 잃은 배우가 보통 사람이 되고 배우가 없는 무대는 단순한 장치에 불과한 것과 마찬가지다. 파리는 어디를 가나 한 걸음 떼뗄 때마다 새로운 경관과 역사가 펼쳐진다. 산책하다 피곤하면 언제든지 카페로 들어간다. 그곳이 번화가든 변두리 후미진 곳이든 웨이터는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봉주르!','봉수아'하며 미소로 반겨둔다. 해질녘 거리에선 빵이 담긴 쇼핑 봉투를 안고 빠른 검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 앞에서는 아이들을 마중 나온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여행의 피로를 느끼면서 멍하니 앉아 그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한잔만 하려던 술이 어느 사이 두 잔이 되고 서서히 기분이 좋아지면서 자신이 여행객인지 주민인지 구별이 안 가게 된다. 불가사 |
| 흔히 생각되는 화려한 파리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현재 파리에서 살고 있는 파리인들의 삶의 모습을 아주 깊이있게 보여주었다. 파리인들의 음식문화, 분위기, 생각, 추구하고자 하는 사고방식, 가치관, 다시 말해 이것은 곧 파리의 문화가 아니겠는가? 내가 전혀 알려고 의도하지 않았던 분야를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성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오히려 그 도시 아니 그 나라의 문화를 깊이있게 알게 됨으로서 파리가 먼 나라가 아닌 아주 친숙한 나라로 느껴지게 된 것이다. 내가 만약 파리인이었다면, 저런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살았다면 어땠을까? 이런 상상을 자주 해보면서 중요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