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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불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중의 하나는 불륜이라는 형태의 관계를 통해 크나큰 쾌락을 얻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하지만 사실 불륜은 생에 불필요하게 많은 긴장감을 불어 넣기 때문에, 그만큼 에너지의 소모가 많아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될 뿐이다.
사실 작가의 문학동네 신인상 수상작이었던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에 비하여 이번 소설은 너무나 범상하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나름의 방식으로 개조했다고는 하지만 위에서 얘기한 불륜이 가지고 있는 속성인 그 피로감을 조금 부각시킨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주인공인 연우는 애초에 살아가는 것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인물 아닌가. 그러니 그녀가 불륜이라는 행위 앞에서도 나태하고, 피로해 한다고 하여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주인공 연우는 지금의 남편과 사귀기 이전 형이라고 부르는 선배와 사귀던 시절에 지금의 불륜 상대인 희수를 만났다. 이후 형으로부터 관계 두절의 통보를 받고 만난 남자와 연우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연우가 살림에 올인을 하면서 살아가던 시절이 지나, 이제는 연우의 남편이 워커홀릭이 되어 버렸다.
“극과 극이 자기들끼리는 통할지 몰라도 중간에 낀 입장은 난감하기 그지없다. 지나치게 붙어 지내려 해서 나를 피곤하게 했던 남편이었다. 그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할 일이 남았다며 먼저 자라고 할 때마다 나는 오던 잠도 싹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아주 오래전 형과 함께 들렀던 결혼식장에서 만났던 희수를 어느 날 우연히 야구장에서 다시 발견한 연우... 과거의 연인이었던 형과도, 지금의 남편과도 다른 희수와 그녀는 아주 가끔 만난다. 섹스를 하기도 하고, 섹스를 하지 않기도 하는 두 사람의 불륜은 여느 불륜들과 달리 불꽃처럼 타오르지 않는다. 살림에서 손을 놓아버린 연우와 일에 완전히 빠져버린 남편 사이에 애초부터 불꽃같은 사랑이 없었던 것처럼, 연우와 희수의 불륜에도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막연하게 희수의 전화를 기다리는 연우도 그렇거니와 자신의 삶이 가지는 곤궁함도 처치하기 어려운 희수도 도대체 서로를 사랑하기는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 수영을 배운 사람은 죽으려고 물에 들어가서도 헤엄을 친다지. 죽고는 싶은데 숨을 못 쉬면 괴로우니까. 자신의 가면을 알아버린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든싫든 그것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어쩌면 그들은 가면 쓴 자신들을 내세워 불륜이라는 연기를 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한없이 피곤한 자신들의 삶에 드리워진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보려는 시도는 그리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남편은 연우의 옛 애인이었던 형과 사업상 관계를 맺으면서 묘하게 아내를 옥죈다. 아내의 현재의 불륜 상대가 아니라 아내의 옛 애인을 질투하는 남편, 그리고 자신의 옛 애인을 의심하는 남편을 앞에 두고 현재의 불륜 상대인 희수를 떠올리는 아내...
“... 남편과 나는 대체로 무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남들이 그런대로 정상적인 부부라고 봐줄 만한 사이. 남편이 뺨을 한 대 얻어맞고 정신차려 딴사람이 됐다거나 담요 한 장으로 아내의 사랑을 확인하고 모든 의심을 접었다는 식의 억지를 부릴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그날 이후 그의 뭉치고 꼬인 마음이 서서히 풀려갔던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밤 그가 다시 내게로 다가왔고, 그를 받아들여서는 안 될 이유 따위는 내게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하는 것들로 채워진 삶을 살아가는 연우는 결국 장례식에서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희수와 멀어져간다. 갑작스럽게 가까워졌던 것만큼이나 뜬금없이 그와 멀어져가는 연우의 삶이 어떻게 되어갈지 소설은 짐작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어차피 생이 피곤한 연우는 다시금 중독처럼 불륜에 빠져들 수도 있고, 살림에 올인하면서 희수를 기다리면서 피곤함을 상쇄시켰던 것처럼 또 다른 무엇을 찾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피곤해 보이는 삶이 바뀌기는 할까? 대답은 노, 아무래도 부정적이다. 이 나이브한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의 요인에 지배되지 않고서도 자신 내부를 구동시킬 수 있는 어떤 자존감이니, 그것이 갖춰지기 전이라면 그녀의 삶은 언제까지나 안쓰러운 모양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작가는 왜 이런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