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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대구오페라축제 개막작 《파우스트》관람을 위해, 2010.10.2일 토요일 오후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주말 오후의 여유로움과 공연관람을 위해 찾은 수많은 관객들로 공연장 안팎은 즐거운 기대감이 가득했고 로비 등에는 사람들로 만원이었습니다. 곳곳에서 같이 구경 온 일행들과 삼삼오오모여 간단한 음식을 먹기도 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 년 중 대구시민들에게 가장 즐거운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페라 축제인 듯 합니다. 이날 상연작인 《파우스트》처럼, 좀처럼 보지 못하던 외국작곡가의 유명오페라를 축제기간에 여러 편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색다른 기대감을 주는 일상의 즐거움입니다.
특히 이번 공연기간에는 예전과 비교해서 새로운 공연작품을 올리는 등 많이 달라진 공연레퍼토리를 예고하고 있어서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무척 고무되는 축제프로그램이었습니다. 괴테의《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하는 오페라들에는 구노의 《파우스트》외에도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징벌〉, 오펜바흐의 〈천국과 지옥〉등 여러 작품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구노의 《파우스트》는 가장 많이 알려진 레퍼토리입니다. 처음 접하는 새로운 오페라 구노의 《파우스트》도 그 이전에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많이 볼 기회가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관람의 의미는 큰 것 같습니다.
구노의 《파우스트》는 원작의 이야기 중에서 파우스트 박사와 마르게리트의 사랑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학문과 지식을 공부하고 철학하며 생각했지만 결국 삶의 의미와 진정성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파우스트 박사는 악마 메피스토펠에게 자신의 영혼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젊음과 마르게리트라는 여성의 사랑을 소유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마르게리트는 아이를 임신하고선 파우스트에게 버림받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오빠는 파우스트 박사에게 죽임당하고 자신도 자기아기를 죽이고 감옥에 갇혀버리는 신세가 됩니다. 무척 비극적이고 패륜적인 줄거리를 가진 오페라입니다.
《파우스트》공연에는 대구시립교향악단, 시립무용단, 시립합창단 및 프랑스 현지에서 대구로 찾아온 지휘자 기 콩데트, 연출 앙투안 셀바 그리고 메피스토펠레 역의 필립 뿌르까드등 그 출연진이 많고 화려합니다. 이날 공연에서 이들을 제외하고는 주인공들은 모두다 한국성악가들로 채워졌습니다. 파우스트 역에 나승서, 마르게리트 역에 최윤희, 지벨 역에 은재숙, 발랑텡역에 공병우 등이 출연했습니다.
무대미술이나 장면전환 등은 기존의 대구오페라단등의 자체제작 오페라 시스템과 유사한 면모를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오페라 공연 도중 여러 부분에서 무용수들의 무용과 동작들이 많이 삽입되었고 무대 위의 합창단들의 모습 그리고 배경들도 고전적인 느낌의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약간 아쉽다면 오페라의 줄거리만큼이나 좀 더 색다른 느낌의 무대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파우스트》자체도 새롭게 시도되는 작품이니 만큼 그 무대나 배우들의 모습들도 기존의 일반오페라와는 확실히 차이나는 좀 더 색다른 시도가 뒤따랐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날 오케스트라는 구노의 음악을 아주 훌륭하게 잘 연주해주었습니다. 음향 및 전반적인 음악적 느낌과 화려함은 오페라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독특했던 것은 중간 중간에 사용된 오르간 음향이었는데 오페라 중간 중간 장면의 비극성, 심도 있는 의미전달에 큰 역할을 한 독특한 악기 사용으로 느껴졌습니다. 다른 오페라에서 오르간의 사용이 거의 없었던 것을 기억해본다면 이번 오페라 관람시 독특하고도 재미있었던 부분으로 생각됩니다.
이날 구노의 《파우스트》는 프랑스어 대본의 가사였는데, 독창자로 연기한 성악가들의 노래 및 가사낭송에 있어서 배우들 간의 프랑스어 노래의 소화력에 차이가 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가장 화려하고 막힘없는 이날 독창의 하이라이트 배우는 필립 푸르카드였습니다. 완벽한 불어 낭송 실력과 화려한 노래를 통해서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화려한 무대 연기를 소화해 냈습니다. 파우스트 역의 나승서, 발랑텡 역의 공병우도 이에 뒤처지지 않는 노래와 무대연기로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해낸 것 같습니다. 마르그리트 역의 최윤희, 지벨역의 은재숙 등은 대구출신의 성악가로서 이번 오페라에 참여했는데, 프랑스어 대본과 성악에 있어 약간의 불완전함을 드러낸 듯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악가로서의 노래에 대한 여러 다양한 경력과 레퍼토리들을 구비하고 있지만, 프랑스 오페라 특유의 독특한 발음과 화성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기에는 약간의 부족함이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앞으로 대구오페라계 및 대구지역 성악가들이 극복해 나가야할 점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이번 달 하반기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으로 보이토의 파우스트를 토대로한 또 다른 오페라 작품인 〈메피스토펠레〉공연이 있습니다. 구노의 《파우스트》가 파우스트 박사가 지옥으로 떨어지는 반면,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에서는 파우스트 박사가 천국으로 가게되는등 약간 내용도 다르고, 음악적인 느낌도 많이 차이 납니다. 구노의 《파우스트》가 화려하고 장중한 비극적인 낭만적 프랑스 오페라의 느낌을 많이 주는데 비해서,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에서는 이태리 오페라에서 느껴지는 화려한 기교와 고음, 격렬한 음악의 사운드 등이 나타납니다.
이날 줄거리중 ‘파우스트’박사가 학문과 지식인의 길을 벗어나 탐욕과 욕망, 악마와 협상하는 모습을 두고 어떤 감상자는 “당시 왕정시대에서 막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부상하던 시절, 혼돈스런 사회상과 개인의 혼란 이런 것들의 총체적인 표현인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또 당시 19세기 유럽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도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중에 나타난 파우스트 소재의 오페라들이 각각 어떤 느낌과 감상을 줄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대구오페라축제 개막작 《파우스트》는 대구지역 시민들의 문화감상에 새로운 기회와 감상을 준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또 새로운 시도이기에 그 의미가 있고 칭찬받을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더더욱 이런 방향성은 계속 유지해나가면서도 그리고 질적으로 더욱 개선되고 낳아지도록 하는 노력과 모습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레퍼토리와 이야기의 발굴을 통해 재밌고 흥미로운 오페라작품이 많이 오르도록 하면 더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