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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쓰는 일기이다. 새해가 되면서 새롭게 결심했던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아이랑 함께 쓰는 일기였다. 올해 드디어 초등학생이 되는 아이가 매일 일기를 쓸 때 나도 옆에서 나만의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가 좀 더 크면 교환일기도 써봐야지 하는 꿈 많은 엄마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아이 일기 쓰는 것 옆에서 봐주는 것도 힘이 든다. 좀 더 시간이 걸릴 듯싶다. 지난 주말 온 가족이 함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 전>에 갔다 왔다. 요즘 참 좋은 전시회가 많은데 아이랑 가장 처음 간 전시회였고,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앤서니 브라운’이나 ‘데이비드 위즈너’와 같은 작가의 그림책 역시 무척 좋아하기에 무척 기대를 하면서 갔던 전시회였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기념품도 사고 아이랑 그렇게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사랑 파란 나무 숲> 이란 책을 읽었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었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푸르다는 말을 숲을 가리켜 많이 사용하기에 난 왜 파란 나무숲이 이상할까 하는 의아심을 가지며 읽었다. 처음 책을 읽기 전 중간 부분을 본 적이 있는데 마그리트가 등장해서 저는 정말 르네 마그리트 화가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마침 전시회도 갔었고, 르네 마그리트에 대한 책도 읽었는지라 “와, 너무 좋아!” 하면서 읽기 시작한 책. 이 책 주인공은 마그리트란 이름의 소녀였고,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는 결코 아니었지만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를 배제할 수 없었던 책임은 분명했다. 르네 마그리트와 초현실주의, 결코 그 둘을 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흔히 마그리트를 가리켜 초현실주의의 거장이라고 칭하니까 말이다. 전시회에 가서 그가 그린 그림 이외에 친필편지와 습작 노트, 상업광고와 포스터, 영화까지 보고 오면서 정말 대단한 화가이자 예술가였으며, 아직도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대단함을 느꼈다. 처음 르네 마그리트를 잘 모르고 있을 때에도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초현실주의 기법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초현실주의 하는 이름과 그 화풍의 화가를 알고 나서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파란 나무. 주인공 마그리트가 사는 마을의 서쪽에 있는 숲에 있는 나무는 모두가 파랗다. 난 눈을 감고 파란 나무숲을 한 번 상상해보았다. 파란 나무 기둥과 파란 나뭇잎과 파란 열매가 가득한 숲. 그래서 마그리트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던진 채 파란 나무숲으로 가서 파랑에 둘러싸여 파랑을 보고, 파랑을 들이마시고, 파랑을 듣기도 한다. 너무 좋은 파란 나무숲이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이 내 준 자신의 ‘꿈’에 대한 숙제도 파란 나무를 그렸다. 또한 그 마을은 파란 나무숲만이 이상한 게 아니다. 마그리트의 집 괘종시계는 기분에 따라 고양이 소리며 개구리 소리를 내고, 하늘에 둥실 뜬 달은 파인애플처럼 변한다. 학교 숙제로 내 준 ‘꿈’ 파란 나무숲을 그리고 마치 정말 바다처럼 물고기가 뛰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마그리트는 물고기를 그림 속에 그려 넣는다. 연한 파랑, 진한 파랑, 서로 다른 파랑색으로 그린 숲과 마그리트의 꿈이 담긴 여러 나뭇잎 모양의 물고기들을……. 멋지게 그린 그림을 본 엄마와 아빠가 물고기를 신발이나 입술로 착각하고 마그리트는 고명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고상하고 현명해 고명 할아버지라고 하는데 번역이 기가 막히다. 고명 할아버지는 마그리트 가족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신 분이다. 처음 그 마을에 와서 마을 풍경이 초현실주의 그림과 같았기에 이런 이름이 딱 알맞다고 하며 지은 이름. 마그리트의 엄마는 ‘미로’, 아빠는 ‘달리’, 난 이런 이름을 지어준 화가인 고명 할아버지는 누구일까 하며, 내가 알고 있는 화가들을 하나 둘 떠올리기도 했다. 고흐, 고갱, 고야 등 역시 멋진 할아버지. 나이에 걸맞은 연륜이 녹아있는 마그리트와의 대화가 무척 인상적이다. “귀여운 마그리트, 나무에서 자라는 물고기가 꼭 물고기처럼 생겨야 할 필요가 있니? 신발이나 입술 모양으로 생긴 게 더 그럴듯하지 않을까?” 그 말에 용기를 낸 마그리트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다양한 물고기를 그렸고, 그 그림은 ‘최우수상’을 받게 된다.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또한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그림 위에 표현할 수 있는 상상력 또한 아이들에게는 상상력과 표현력을 길러주기에 참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마그리트는 자신의 그림 ‘꿈속의 파란 나무숲’을 파란 나무숲에서 감상하고 싶어 숲으로 갔고, 그 다음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정말 파란 나무에 물고기 같은 물고기가 수없이 열린 것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 한바탕 소란을 피운 후 잠잠해졌다. 예전에 달걀노른자 같은 저녁 해나 파인애플 같은 달에 익숙해진 것 같이……. 마을 사람들의 호기심은 줄었지만 낯선 사람이 나타났다. 그 이름은 황금동 아저씨. 예전에 살다 그 마을이 싫어서 떠난 황금동 아저씨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자신의 땅이라고 생각해 파란 나무숲의 파란 나무를 팔려고 온 황금동 아저씨, 그리고 그가 왕 선생님께 나무가 건강한지 진찰받는 과정에서 마그리트 역시 말하는 나무를 알게 된다. “나뭇잎은 우리들의 머리카락이고, 나뭇가지는 우리의 손과 팔이에요. 바다는 우리의 색깔이고, 물고기는 우리들이 즐겨 꾸는 꿈이에요. ~ 사람들이 우리처럼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아마도 파란 나무숲은 그 나무로 인해 변하게 된 것은 아닐까! 황금동 아저씨가 나무를 베어 가고 난 파란 나무숲은 정말 최악의 환경이 되고 만다. 물고기들은 온 몸에 상처가 난 채 죽어있었고, 파란 나무숲은 텅 비고 바다처럼 파랗던 모습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언제나 그 숲이 영원히 있을 거라 생각하고 늘 혼자 있었던 마그리트의 공간.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마그리트의 얼굴엔 눈물만이 맺혔다. 고명 할아버지의 따뜻한 위로와 배려 속에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오고, 고명 할아버지로부터 파란 나무숲에서 가져온 나무로 된 물고기 조각을 선물 받는다. 처음 나 혼자 읽고 또 아이와 함께 읽고 두 번 세 번 그렇게 읽을 때마다 내 마음속은 파란 나무숲으로 가득 찬다. “귀여운 마그리트, 그러면 안 되지! 넌 계속 꿈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해. 상처를 입었다고 성장을 멈춰서는 안 되지 않겠니?” 고명 할아버지가 마그리트를 위로한 말은 아마도 작가가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정말 아이 뿐 아니라 내 가슴에도 깊이 간직할 수 있는 말인 것이다. ‘파란 꼬마 물고기’. 그런데 그 물고기는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변하고 괘종시계 속으로 들어간 물고기는 ‘파란 색 물고기 알 씨앗’을 낳는다. 씨앗은 싹이 돋고 마그리트는 그 씨앗을 다시 땅에 뿌린다. 얼마 후엔 마그리트가 원하던 파란 나무숲을 다시 볼 수 있겠지? 마지막으로 마그리트 뿐 아니라 나 역시 다시 생명이 자라는 파란 나무숲을 만나보고 싶다. 이제 서쪽 숲처럼 큰 숲은 아닐지라도 내가 꿈꾸는 멋진 파란 나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편지를 쓴다. 책 속에 있는 엽서에 한 장 가득 사랑을 담아서……. 생명의 소중함을 더불어 배울 수 있었던 책. 그리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고 아이들만의 순수함과 표현력을 길러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던 책이다. 그리고 아이랑 함께 멋진 파란 나무숲을 그려보련다. 나와 아이의 꿈을 닮은 파란 물고기도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