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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라 불릴 수 있는 연령대는 이미 오래 전에 통과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었다고 하여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게 아닌지라 가끔씩은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책들을 찾게 된다. 이해하기 쉬운 문체, 하지만 무엇보다도 페이지마다 만날 수 있는 상세한 사진 자료들이 나의 마음에 든다. 책장을 넘기는, 청소년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면 특권이랄까? 이번 책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는 1등만을 기억한다. 서글프게도 이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의 역사는 승자를 중심으로 쓰여져 있고, 우리 자신의 시각보다는 서구의 시각에 의해 쓰여져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1등이 성립하기 위해선 뒤쳐진 자들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1등이란 개념은 상대적인 것이다. 어떠한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1등이 아닌 것이 1등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우세한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을 일컫기 위해 우리는 ‘라이벌’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역사에 있어서도 라이벌은 성립했었다. 순간 나의 머리 속에는 전장에서 만나 서로를 향해 무기를 드리우는 장면이 떠올랐다. 하지만 작가의 라이벌에 대한 정의는 보다 포괄적인 듯해 보인다. 실제로 작가는 직접적인 대면이 없을지라도 혹은 꼭 동시대가 아니더라도 특정 사건, 특정 요소들을 대결 구도 하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취하고 있었다. 책의 가장 처음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남성과 여성이었다. 여성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남녀의 갈등은 겉으로 드러난 것 이상의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오늘날 사회 곳곳에서 너무도 쉬이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인간이란 종이 끊이지 않는 이상 성에 따른 이와 같은 대결 구도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수많은 대결구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했다. 이슬람교 대 크리스트교, 자본가 대 노동자, 백인 대 흑인 등은 분명 오늘날에도 합의점을 찾기에 난해한 쟁점들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결구도는 나란히 달리기에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과는 또 다르다. 인간 사회에는 명확한 경계선이 없기에 라이벌끼리는 서로 대면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소 혼란스러울지라도 갈등이 해결되고 나면 현재보다 높은 지점을 향한 진보가 인류의 역사에선 항상 있어 왔다. 역사보다 정-반-합의 변증법적 논리가 더욱 잘 적용되는 사례는 찾기 힘들 듯. 아무튼,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대결구도들 역시 지금까지의 역사가 그러했듯 갈등이라는 터널을 통과해 언젠가는 융합이라는 보다 높은 차원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리스 대 이란, 정화 대 콜럼버스 등 한쪽은 익숙한 반면 다른 한쪽은 생소한 대결구도를 보고 있자니, 내 자신의 시각이 얼마나 서양 편향적이었는지를 느꼈다. 이러한 나의 시각이 다름 아닌 제도권 교육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생각할 때,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리 자신의 시각에서 우리의 역사를 기술하는데 꽤나 초보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