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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아주 웃기고 즐거운 책을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마치 그냥 생각없이 웃고 깔깔댈 수 있는 영화가 땡기듯이, 책도 또한 읽으면서 웃다가 기분좋게 내려놓을 수 있는 책이 필요할 때. 하지만 코미디 걸작 영화가 정말 많은 데 비하여 코미디 걸작 소설은 그 정도만큼 찾아보기 쉽지는 않다. 다양한 방식으로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영화에 비하여, 순전히 문자 텍스트로만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여 흥겹게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내 취향에 맞는 이런 종류의 책을 만나게 되면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 된다. 예컨대 수의사 제임스 해리옷의 책들같은.
뭔가 기대를 하면서 종종 시도해 보곤 하는데 최근에는 실패가 많았다. 등산 소설이니 북극 소설이니..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심봤던 시리즈가 있으니 바로 이 약소국 그랜드 펜윅 시리즈이다. 출판 기획자 박중서 씨가 발굴해 낸 책들. 그가 PC통신 등에 글을 가끔씩 남길 때부터 그 어마어마한 독서량과 다양한 주제들의 글들을 머릿속에서 엮어내는 서지에 관한 지식들에 항상 감탄해왔고, 그러한 것들이 배경이 되어 일반적인 출판기획과는 조금씩은 다른 기획을 내왔기 때문에 신뢰를 하고 있었기에 이 시리즈도 관심이 있었다.
네 권을 모두 구한 다음 집어 들었던 첫 권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었다. 얼토당토하지 않지만 절묘한 해학과 풍자로 엮어낸 사건들. 그리고 그 얽힘이 또한 묘하게 풀어져 나가는 즐거움 등 걸작 코미디 풍자 소설의 면모를 정확히 갖추고 있었던 첫 권. 아껴두고 한권 한권 읽고 싶어 천천히 읽었고 이번 설 연휴에 세번째 권을 읽어냈다.
미소 간의 우주 전쟁을 소재로 삼아 달에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와 공주의 모피 코트 자금이 얽힌 이야기라니. 꿀꿀했던 기분을 한방에 날려주는 시원함. 이제 한권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만이 아쉬울 뿐이다. |
| 그랜드 펜윅이 뉴욕을 침공한 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정말 달까지? 아니 읽을 수가 없었다. 콧구멍이 발랑발랑 거리게 궁금하니까. 이번에는 그랜드 펜윅에서 미국에서 차관을 들여와 수도공사도 하고 달로 우주선도 쏘아올린다. 어찌 쏘아 올리냐면, 뉴욕 침공기 때 납치(?)한 교수의 연구로 그랜드 펜윅 최고의 와인에서 방사선 물질을 발견하여 철과 반응 시켜 우주선 동력으로 쓰는데, 그 우주선도 미국에서 천덕꾸러기로 있던 못쓰는 우주선 동체다. 어쨌든, 달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점령하고 미국과 소련에 비자비도 받는다. 그 상황들이 너무 재밌다. 언제나 솔찍한 그랜드 펜윅의 방식을 비꽈서 생각하는 사람들, 다 보여줘도 안 믿는 사람들, 언론과 강대국에 대한 비아냥 거림이 재밌다. 꽤 오래전에 쓰여진 소설임에도 그 경쾌함이 독서를 즐겁게 한다. 차관 얻은 것을 다 써버려 본래 목적 중에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다시 미국에 차관을 얻으려 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를 받은 미국의 대처방법도 재밌다. 마지막까지 즐겁게 해주는 책이다. 상태는 깔끔하니 좋고, 특별히 모나지 않는 책이다. 모난건가? ^^ |
| 더 유쾌해진 그랜드 펜윅 시리즈 제 3권. 그랜드 펜윅 공국이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세계의 강대국들을 의도하지 않게 조롱하게 되는 그 공식 그대로 이번에는 우주로 진출한다. 우주 탐사를 사이에 두고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있었던 신경전과 자존심 싸움을 완연히 보여준다. 그랜드 펜윅 공국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미국이 준 몇 푼 안되는 (그들은 몇푼 안되는 돈이라고 말한다) 5천만 달러와 중고 로켓을 가지고 우주 탐사에 성공하는 모습은 그들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어서 읽는 이를 통쾌하게 만들었다. 약소국이라고 비웃으며 제대로 상대를 하지 않다가 크게 당하고서 당황하는 그들의 모습, 달에서의 말도 안 되어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조약서 아닌 조약서 이 시리즈의 유쾌함은 여전하다. 이 시리즈에 대한 리뷰는 언제나 비슷하게 흘러가는데, 작가가 보여주는 유쾌한 광경이 매우 흡사한 공식을 밟으며 전개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용이 각 시리즈마다 매우 참신하고 흥미롭기 때문에 전혀 질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