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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시절 남편을 만나 여느 친구들과는 달리 이른 결혼으로 표피적인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지만 각기 다른 가치관과 생활방식으로 쉽게 화합하지 못한 채 심리적 방황이 컸다.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은 생각만큼이나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가서는 결혼 생활에 염증을 불러일으켜 자괴감마저 들게 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을 무렵 갈망해 오던 인도 여행을 감행하기로 했다. 불혹(不惑)을 앞둔 서른아홉에는 뭔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삶에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강렬했다. 그동안 바깥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지낸 점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남편의 응원 한 마디가 여행 준비에 좀 더 적극성을 띠게 했다. 인도여행 준비를 마쳤을 때 이웃의 지인들은 왜 하필이면 오지로 여행을 가는 것이냐며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 급변하는 사회에 우위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속도를 내며 지내는 현실에 지쳐 갈 때 잊고 지냈던 유년시절의 향수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을 때가 있다. ![]()
6개월 이상의 장기 여행을 계획하고 길을 나설 때는 한정된 돈을 어떻게 소비하며 길 위에 설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그 당시 첫 여행지인 홍콩에서는 경비를 아끼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때로 비춰진다. 여행지에서 전통 음식 중 하나인 김치를 맛보는 일은 호사스러운 일 중 하나다. 홍콩에서 반찬가게를 하던 아줌마는 유학 간 딸을 떠올리며 딸 같은 여행자에게 김치를 선물했고 그 뒤 저자는 여름 이불로 감사의 선물을 전했다니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길 위에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길이 달갑지 않는 돌연한 일들도 많이 생기지만 이 역시 그동안 호사를 누리며 살았던 삶의 대가라 치부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40도를 웃돌아 조금만 걸어도 흐르는 땀에 먼지가 뒤섞여 지친 몸으로 그늘을 찾아 망연해 있을 때 청량음료를 내밀어 괜찮냐고 손을 내미는 청년의 따사로운 손길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며 현지인들의 살가운 모습을 회상했다. 빈부의 겨차가 심한 나라 인도에서 빈자들에게 자식은 생계 수단으로 전락한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을 자신의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를 봐 줄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들은 저자의 말대로 갖지 못한 것을 갖기 위해 욕망하기보다는 현세의 삶에 순응하고, 신을 향한 기도가 더 소중하다고 여긴다. ![]()
![]()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 편의시절이 갖춰진 선진국은 서로 간에 에티켓을 지키며 편리하게 움직이는 여행이라 불편함이 덜하지만 공허함으로 쓸쓸해질 때가 있다. 무질서하지만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살며 뿜어내는 열기와 자유로움을 체득하기는 힘들다. 다니던 직장을 과감하게 그만 두고 문명적 질서 와는 거리를 둔 동남아에서 여행자로 자리하다 여행중독자로 변화했다.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에 사는 이들은 각기 다른 인생 이야기가 깊숙이 자리하듯이 낯선 공간으로 길을 떠나는 이들 역시 가슴속 묻어 둔 사연을 풀어 내느라 힘든 여행길에 기꺼이 오르는지도 모른다. 콩깍지 속의 콩들이 햇볕 아래 튀어오르듯 나역시 갑갑함을 벗어나 자유로움을 동경하며 길을 나섰다. 썬셋 포인트에 올라 일몰을 본다. 주변을 붉게 물들이며 황홀한 아름다움을 주고 흔적 없이 자태를 감추고 마는 노을의 강렬함이 그 동안의 피로를 삭여 준다. 현재를 불살라 혼신의 힘을 다하고 주위를 뜨겁게 달구고 이내 사라지고 마는 황혼은 늘 매캐한 연기로 가득하고 타다 버려진 주검 앞에 어슬렁거리는 짐승들 너머에는 바라나시 강가가 있다. 영혼의 젖줄인 바라나시의 성스러운 물로 오욕을 정화하는 이들과 주검이 재로 화하는 순간이 공존하는 바라나시는 늘 순례객으로 넘쳐 난다. 바라나시에서의 여행담을 맨 뒤로 보낸 저자는 어쩌면 삶과 죽음의 순환전 질서에 순응하느라 더 강한 인간적 체취를 뿜어내는 현지인들의 열기를 가슴에 안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가슴보다는 머리를 쓰며 타산적으로 살았던 정교한 삶의 질서를 이탈하여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관념적 사슬을 풀고 조금은 느리게 걷고 사유하며 지내는 여행을 선호한다. 여행은 돈을 쓰고 시간을 허비하며 지내는 소모품이 아니다. 세파에 시달리고 찌든 나를 정갈한 에너지로 채우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더욱 열심히 살아갈 삶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더 많은 변화를 추구하며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를 갈구하는 이편 너머 세상을 꿈꾼다. 언젠가는 길 위에 서서 여행자로 나설 날을 꿈꾸며 황홀한 자유에 흠뻑 젖었다. |
| 우리는 일상에서 언제나 떠남을 꿈꾼다. 그러나 떠나본 사람은 알 것이다. 막상 떠나서 발을 내딛는 순간, 여행 또한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을.. 몸과 마음이 고되어 다시 귀향을 꿈꾸지만 돌아오는 순간, 또 다시 우리는 떠남을 꿈꾼다. 황홀한 자유에서 내가 느낀 것은 향수이다. 과거의 시간에 대한 향수, 사람에 대한 향수. 지은이의 발걸음이, 그의 마음이 마치 시간과 사람의 흔적을 찾아떠나는 내 마음의 여행인 것 같이 느껴진다. 전혀 낯선 시간, 공간, 사람들 속에서 나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여행.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지은이와 함께 중경삼림의 거리를 누비고, 2등 열차에 올라타고, 카오산 로드 어느 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느낌이었다. 이번 연말 나도 훌훌 털어버리고 배낭 하나 짊어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먼지가 폴폴 나는 어느 시골길을 걸으며 호수가 담긴 크고 맑은 눈망울의 아이들, 자신들의 음악과 춤에 취해 있는 거리의 악사들과 마주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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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은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행기 저자이다. 그를 가장 먼저 만나게 한 책은 <겨울의 심장> 이었다. 그의 여행 스타일과 문체에 반해 그가 쓴 여행기를 더 읽게 되었는데, 한동안 그의 책이 출판 되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어느날 그의 책이 새로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점에 들어갔더니 무려 3권이나 출간이 된게 아닌가.. 이번 포커스는 아시아, 특히 동남아시아가 된 것 같다. 특히 이책은 뭐랄까... 여행기라기 보다는 그 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떠오른 상념들을 적은 일기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짧은 수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전의 그의 저작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지만, 그리 거부감이 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여행작가.. 이 얼마나 자유스러운 직업이란 말인가... 가이드 처럼 일정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세상 여러 곳을 다니고 그 경험을 글로 쓰는 것.. 정말 행복한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황상이 얼마나 컷던가를 느끼게 되었다. 장기 여행에서 오는 무력감, 미래에 대한 불안,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순간이든 어느 길 위에 서있든 초심을 유지하기란 어려운 법이라는 그 간단한 사실조차 환상이라는 가면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이지상이 느끼는 여러가지 사고를 이 책을 통해 옅볼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아무리 생각의 결합체라도 국가별로 어느 정도 구분ㅇ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슬픈인도>, <실크로드 여행>, <호치민과 시클로>, <앙코르와트>가 발간된 시점에서 읽은 이 책은 이들 여행기의 짜집기 같은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성의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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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여행후에 느낌을 적은 수필과 같은 성격의 글이다. 아시아 지역 특별히 동남아시아와 인도 각 지역을 수십년간 여행 하면서 겪은 추억들을 담담한 필체로 인생을 들여다보며 반성하는 자세로 써나간 감동이 있는 글이다. 책장 사이사이마다, 글과 관계된 풍부한 인물사진이 들어있고 , 보는이로 하여금 동경심 을 품게하는 풍경이 있다. 이미 가본사람들에게는 지난 추억을 회상하게 하고 , 또 못보 고 지나간겄들을 알게해주며 , 아직 안가본 사람들에게는 간접체험을 하게해주고 가고싶어 지게 만드는 지침서로서 추천할만하다. 여행에 나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다듬어주는 좋은책으로 추천 할만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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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살았다. 단 한번 떠났던 유럽배낭여행이 나에게 남긴 것은 끝없는 동경이었고, 반복되는 현실이 지겨워질 때마다 일탈자만이 느끼는 감성으로 기억을 더듬어갔다. 그렇다. 솔직히 나에게 여행은 환상이었다. 그래서 비참해졌다. 여행을 생활로 받아들인 저자의 고백은 나의 헛된 환상을 산산히 쪼개버렸기에. 그리고 행복해졌다. 나와 똑같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 작은 공감이 있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려 하는가. 왜 떠나고 싶어하는가. 나 역시 끊임 없이 나에게 묻곤 했던 그 질문을 접한 순간, 세상이 낯설지 않아진다. [인상깊은구절]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슬며시 외곽으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내 뒷덜미를 잡아끌었고 한동안 빈둥거리다 온 나에게 정색을 하며 질책했다. 이봐,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구. 매일 여행이나 하고, 술이나 마시고 커피나 마시고, 바람이나 쐬고, 침묵만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겠어? 그래, 생존하려면 안 되지. 나는 짐짓 말 잘듣는 부하처럼 그 말에 순종하며 열심히 땀 흘린다. 그러나 반역은 나의행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