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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서두부터 나와 딱 맞는다. 얼굴은 대충 기억나는데, 배우의 이름이나 그가 출연한 작품이라거나 딱 생각이 나질 않아 애매한 질문이 오갔던 기억이 내게도 있다. 게다가 주인공 사에키 부장은 나이도 곧잘 잊어먹는단다, 나도 그렇다. 삼십대중반이후부터는 왠지 내가 몇살인지 세어봐야!!! 된다. 물론 난 알츠하이머 환자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주인공이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게 이 책의 매력이다. 아주 평범한 사람이 알츠하이머 환자가 되었지만 아직도 내게 그는 친구이고 이웃사촌이며 동시에 나이기도 하다. 컴퓨터게임을 좋아하던 내가 게임을 접고 책만 죽어라 보게된 이유이기도 하고 와이프가 이책을 모든 아버지들에게 읽혀 애들에게 책읽는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변하게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다. 좋은 책이 늘 그렇듯이, 마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속에서 알츠하이머 환자가 되어 내가 잊지 않기를 바라는 기억이 무엇일까를 뒤돌아본다. 우선은 내가 사랑하는 가족, 너무도 절절히 가족만큼은 잊지말아야 하는데 기원하는 사에키부장을 가슴 저리게 보면서 오히려 가족에 대한 사랑을 지켜야 한다는 전형적인 30대가장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아울러 하루에도 열두번은 때려치고픈 직장이 있고 도대체 머리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없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평범한 현상들이 얼마나 행복한 것이며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인지 느껴본다.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본다. 아, 꼭 따듯하다고 평가되지 않더라도 내 마음을 충만하게 해주는 것이 이렇게 많았구나 새삼 고맙다. 이런 것들에 대한 기억을 잃어간다는 건 내 마음을 버려야만 한다는 거다, 내 가슴도 미어진다. 사에키부장의 필사적인 기억노력을 안타까이 바라보다 마지막 자신의 부인마저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에선 눈물이 흐른다. 나, 아직 한 감수성 하나보다. 손예진처럼 이쁜 얼굴을 가지진 않았으리라 확신하지만, 왠지 정감가는 남자 사에키의 절절한 기억 안잊기 노력을 보며 지금 나에게 잊지 않아야 할 기억들은 무엇이 있는지 되새겨본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해 주고 싶다. ps : 표지 정말 절묘하다. 책과 너무 잘 어울린다. 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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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저격수의 오기하라 히로시다. 쉰 살의 광고회사 영업부장 사에키는 댓명의 부원을 거느리고 고객인 기가포스에 시달리면서도 비위를 맞춰가며 살아가는 데 어느 날 , 약속을 착각하고 하늘같은 고객의 한참 어린 과장한테 모멸을 겪는 다. 어느 순간 길을 나섯지만 여기가 어딘 지모르고 헤멘다. 진단결과 알츠하이머 초기.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점점 기억이 사라져 간다. 소노다라는 부하 직원이 국장에게 일러 바치고 사에키는 권고 사직을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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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사회적 동물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추억은 우리네 심상에 자리잡은 기억의 잔상들이 쌓인 고유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추억이 사라진다면.. 아니 기억의 잔상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 잊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즉, '기억의 죽음'에 이르게 되면 인간의 정신적인 사망신고인 셈이자 인지사고의 붕괴로 이어져 육체마저 죽음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기 기억이 점차 잊혀져가는 일종의 희귀병인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으니 자체 평(評)한 일본 인생소설의 대가 '오기와라 히로시'의 대표적 걸작 <내일의 기억>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세 번째 읽게된 소설이다. 첫 시도는 <그 날의 드라이브>라는 인생소설로 어느 40대의 가장이 은행직에서 강퇴당해 택시 운전대를 잡으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유쾌한 인생 이야기, 두 번째로는 <벽장 속의 치요>라는 펑키호러 단편집으로 각 에피소드마다 호러를 접목시킨 사회풍자가 담긴 인생 이야기, 그리고 이번에 세 번째로 읽게된 <내일의 기억>.. 우선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직 광고계에서 일한 경력으로 자신의 머릿속을 헤집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역시 오기와라 히로시의 대표적 걸작이라는 느낌이다. 어떤 재미와 반전을 꾀하는 일본의 추리소설들처럼 스릴러적 미스터리가 아닌 지극히 드라마적인 요소로 우리네 일상을 담은 이야기다. 그래서 자칫 뻔한 이야기에 진부해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 이야기는 그런 진부함 속에도 무언가 심상을 건드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에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이제 50줄에 접어든 어느 광고대행사의 영업부장 '사에키'.. 그는 20여년 넘게 해온 직장생활에서 유능하진 않아도 모나지 않게 그럭저럭 직장 후배들에게 인정받으며 지내온 상사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광고 시안문제로 회의를 하는데 인물 섭외를 위한 배우의 이름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넘어간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이런 증세는 심각해지고 급기야 직장 후배나 동료의 이름까지 생각이 안 나기도 하고, 또 거래처를 방문하러 가다가 길을 잃기도 한다. 또, 이런 광고 영업중에 잡아놓은 약속등을 잊어먹기도 하며 그는 어려움에 봉착한다. 아니 내가 왜 이러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로 생각한다. 하지만 집안에서 생활도 무언가 다시 살펴봐야 하는등 결벽증에 시달리고, 급기야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여러 진단끝에 '약년성 알츠하이머'의 진단을 받는다. 청천벽력같은 소리다. 자신의 아버지 또한 이 병을 앓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부인 '에미코' 또한 남편의 병명에 망연자실해 한다. 이 '알츠하이머'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사실이 결국에 언어나 사고에 이어 몸의 기능마저 앗아가버리고, 급기야 몸이 살아가는 방법과 삶 자체를 잊어가는 것이기에.. 어떻게 해야할까.. 난 이대로 기억을 잃어가며 죽는 것일까.. 두려움이 앞서지만 분노와 한탄이 교차한다. 그래서 사에키는 그때부터 자신만의 기록 비망록을 쓰며 일상의 나날들을 적어간다. 그리고, 점차 어려워진 회사생활을 견디기 위해서 메모지를 활용해 매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 메모를 한다. 그 메모만 해도 한 움큼이다. 그러다 또 길거리를 헤매다 메모를 쏟는등.. 그는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결국 이 처절함을 달래볼 심산인지 그는 소싯적에 배웠던 도예공방을 다시 찾아가 도예를 배운다. 그 차분한 그릇을 만드는 환경속에서 자신을 찾고자 했음이다. 또 얼마 안 남은 20대의 무남독녀 '리에'의 결혼식 선물로 그는 부부찻잔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선물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세는 점차 악화돼 회사 생활이 어려워지고 또 그런 병세를 알아차린 회사측에서 그를 한직으로 몇 달간 좌천시키고 만다.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그 속에서 마지막 직장 생활을 버텨내고 딸의 결혼식까지 무사히 마친다. 물론, 결혼식 중간에 사위를 몰라보는 사고를 치긴 했지만서도.. 이제 가정으로 돌아온 사에키와 부인 에미코 단 둘이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지만 죽음을 앞둔 그였기에 막막할 뿐이다. 급기야 스스로 정신병 보호시설을 찾아가 입원 절차를 받고, 소싯적에 친구와 함께 도예를 가르쳐 주었던 노스승을 찾아가 인생을 반추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그는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며 기억의 저편으로 쓸쓸히 걸어갔다. 그 누군가는 누구였을까? 이렇게 이 소설은 내용에서 알다싶이 우리네 인생 이야기다. 특히 40-50대 중년 가장들의 삶.. 치열하게 가족을 위해서 살아왔던 어느 한 가장이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 어느 날 기억을 잃어가며 일상의 나날들까지 점차 사라져가 급기야 기억의 죽음으로 치닫게 되는 애환이 담긴 인생의 드라마같은 이야기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든 병에 대한 동요, 분노, 수용의 과정을 제 삼자의 시선이 아닌 환자 본인의 입장에서 비망록과 메모를 기록하는 일상과 연계하여 전개해 나간 이야기였다. 그래서 자칫 투병기처럼 보일지 몰라도 투병기 이전의 마음의 기록으로 전달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아내에 대한 사랑과 연민, 결혼을 앞둔 딸을 생각하는 마음, 직장 생활의 고충과 애환, 그리고 마음의 의지처자 안식처로 삼아온 도예, 기타 다양한 인간상까지.. 이 모든 것을 전면에 걸쳐 생생하게 또 울림있게 고루 묘사했다는 점에서 '오기와라 히로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의 끈대신 절망이 찾아들때마다 한없이 약해지는 인간의 모습, 그래서 그런 기막힌 현실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갈망하고, 마침내 도예를 통한 마음의 구원을 얻었을때 이 남자는 모든 기억을 잃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자신도 모를 남겨진 그 극한의 애상감까지.. 바로 제목 '내일의 기억'이 암시하듯 내일이 되면 오늘은 또 어떤 나날로 기억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 기억이 점차 사라져가 함께 해온 나날들까지 사람들 마음속에 사라진 것일까.. 하지만 여기 주인공은 마지막 절망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다. 자신이 기록한 삶의 심상을 누군가는 기억하기에 말이다. 여기 그 문구로 대신하며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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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평범한 40대 후반의 직장인이자 가장인 사에키에게 어느날 닥쳐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 알츠하이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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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환자들의 임종을 예견하는 고양이에 대한 에세이를 읽었다. 그 고양이가 있는 곳은 노인환자 전문 요양원으로 치매에 걸린 노인환자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치매에 걸린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의사와 환자의 가족 입장에서 묘사한 글들을 보며, 환자 자신도 그렇겠지만, 가족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고, 힘들어 하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내일의 기억은 약년성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은 50대 가장의 입장에서 이야기되는 소설이다. 언급했던 에세이는 의사와 환자의 가족이라는 다소 객관적인 입장이었으나, 내일의 기억은 환자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주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외부적인 요소보다는 환자가 겪는 내부적인 갈등, 어려움, 번민, 고통,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최대한 극복하기 위한 노력 등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것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치매와 알츠하이머가 똑같은 병인줄 알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고 한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치매는 뇌혈관의 문제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주로 노인들에게 발병하지만, 알츠하이머는 뇌세포가 죽어가면서 생기는 것으로 연령에 제한이 없으며, 유전 가능성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제 50대에 들어선 광고회사 부장 사에키씨. 그는 최근 들어 두통과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 과중한 업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클라이언트. 그러나 회사에 나가는 시간이 제일 편안하다고 느낄만큼 일에 열심이다. 가족은 외동딸 하나. 그리고 곧 결혼 예정이다. 평범하기만 했던 그에게 이상징후가 찾아온 것은 그저 과로와 업무적 스트레스라고만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검사를 받은 결과, 약년성 알츠하이머라는 선고가 내려진다. 이제 50대라면 아직 살 날도 해야할 일도 많은 나이이다. 그런 사람에게 갑자기 알츠하이머 진단이라니. 사에키씨는 처음엔 부정을 하고, 분노하지만, 결국 수용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회사에는 알리고 싶지 않아 모든 걸 메모하고, 잊지 않기 위해 애쓰지만 병은 조금씩 그의 기억을 갉아 먹어 들어 간다. 최근의 일에 대한 기억이 자꾸만 없어지고, 길을 헤매기도 하고, 아내가 약속이 있다고 나간다고 하면 혹시 외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생긴다. 하지만 그와 그의 아내는 그를 지키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잊지 않도록 메모하고, 또 메모하고, 알츠하이머에 좋다는 생선 요리며, 호박 요리를 먹고, 발아 현미차를 마시는 등 끊임없이 병과 싸워간다. 딸의 결혼과 출산까지 회사에 남기 위해 애쓰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서 그는 요양원을 알아보러 다니기도 한다. 가족들에게 최대한 폐를 덜 끼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기억을 잃어가는 상황이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전구의 필라멘트가 툭하고 끊어지듯 툭툭 끊어져가는 기억들. 사에키씨의 병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빨리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딸의 얼굴도 사진을 보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고, 사위의 이름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점점더 그는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사에키씨는 자신의 병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보통 발병해서 5년, 길어야 7년정도에 사망까지 이르게 되는 병. 그러나 절망하고 힘겨워할 시간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에키씨의 기억이 완전히 소멸하는 것으로 끝난다. 아내의 얼굴을 알아 보지 못하고, 이름을 묻는 장면. 가슴이 시리고, 코끝이 찡해졌다.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병, 그리고 기억의 소멸과 더불어 인격까지 변해 겉모습은 똑같지만, 속알맹이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리는 병. 이 소설은 이 병이 가져오는 환자와 환자 가족의 고통이나 절망, 슬픔 보다는 병을 극복하려 애쓰고, 남겨진 시간을 사랑으로 채우려는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물론, 사에키씨가 늘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절망하지만, 그래도 의지마저 꺾지는 않는다. 주인공의 행동과 심리 묘사는 세세하고 치밀해서 사에키씨란 사람이 이 글을 쓴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또한 광고제작회사에서 일했던 자신의 경력을 살려 만들어낸 주인공 광고 제작 회사 부장과 그들이 하는 일들은 이 책의 현실감을 더욱 살려준다. 이제껏 읽었던 오기와라 히로시의 책중에는 배꼽 잡게 만드는 유머코드를 가미한 책도 있었고, 기담류의 책도 있었다. 그때도 감탄했었지만, 이 책까지 읽은 지금, 작가의 저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달까. 이 책은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든다기 보다는, 한 남자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의 사에키상의 모습이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담담하게 그에게 절대 찾아 오지 않을 미래를 준비하던 그의 모습은 쉬이 잊힐 것 같지 않다. 우리는 현실에서 아등바등 살다 보니, 자신의 기억속에 남겨진 것들이 얼마나 따사로운 것들이었는지, 아름다웠던 것들인지 잊고 살기 쉽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그 모든 것이 사라진다라는 선고를 받게 된다면? 그제서야 후회를 하는 게 바로 우리들 인간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현재 우리에게 내린 행복에 감사하고, 사랑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의 삶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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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알츠하이머 환자는 아니다. 그렇지만, 사에키의 생각 하나하나는 나와 비슷하다. 정말 그렇다. 결혼 초, 나는 처음으로 건망증이 이런 것이구나를 생각했다. 열심히 도마질을 하다가 뭔가가 생각나서 냉장고로 걸어갔다. 조리대에서 냉장고까지는 불과 서너 발짝. 그런데 냉장고 문을 열기도 전에 내가 여기로 왜 왔는지를 잃어버렸다. 냉장고 문을 활짝 열고 처음부터 끝까지 쭉 훑어본다. 그런데도 도대체 뭘 가지러 왔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도로 조리대 쪽으로 몸을 돌린다. 순간, 뭘하다가 왔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내게는 처음 닥친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후에 아마 그것이 갑작스럽게 기억해야하고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져서 기억 용량이 딸렸었나보다라고 혼자 생각했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나는 나의 그런 건망증에도 많이 익숙해져있다. 처음과 다른 것이라면, 이젠 그런 건망증을 가진 나를 아주 너그러이 생각하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사에키는 내게 너무나 친숙한 또 하나의 나다.
스스로도 인정하기 어려웠던 병명을 자기 입으로 처음으로 알려주었던 사람. 그에겐 믿을 수 있는 친구라 여겨졌을까. 그렇지만, 기자키 선생은 그렇게 미더운 사람도 그가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를 줄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내 약점을 쥐면 내 믿음 따위는 쉽게 져버리고 날 이용해버릴 수 있는 사람, 사람들. 싸구려 신뢰가 슬퍼서 돌아서버려야하는 그 마음과 현실세계. 소위 세상이란 그런 사람들과 그런 싸구려 신뢰들로 가득차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끝까지 나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에미코가 있어서 그들이 함께 걸어가는 그 뒷모습이 위로가 되었다.
사에키를 향해 마이페이스를 또 한번 외쳐주고 싶었던 순간, 어쩌면 그가 지나온 시간은 이미 몇 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의 기억은 그가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그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기억인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환영이었다고 생각하며 부인했던 그 기억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에키를 또다른 나로 여길 수 있게 했던 작가의 놀라운 심리분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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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를 보면 이 파란색 부분이 입체적으로 되어 시계들이 떠있는 것 처럼 보인다. 표지도 책 내용을 보고서 만든 거겠지. 기억을 잃고싶지 않는 한 남자의 생각들을 나타난 거라 생각이 된다. 처음 도입부를 읽으면서 거,,,누구 있잖아,,, 이 소리에 나또한 이러는데,,,,하면서 공감을 했다. 사람이름등을 굉장히 기억을 잘했는데 나이가 40이 되면서부터는 머릿속으로 맴도는 때가 생겼다. 참 답답했었는데, 50세인 이 책의 주인공 사에키는 그런 순간들이 잦아 지는 걸 느끼고 아마도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려니 하고 병원을 찾게 되고 거기서 알츠하이머란 병명을 듣는다. 알츠하이머란 병은 직전의 기억과 단기기억을 다음 순간에 잊어버리고 새롭게 기억한 내용이나 며칠전에 한 약속 따위가 머리에서 사라져 버리는 병이다. 광고업계의 영업부장으로 있는 사에키는 자꾸만 약속이나 회의시간을 잊어버리게 되어 약속이나 회의했던 내용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메모장을 주머니 가득 쓰게되고 수첩을 속기하듯 쓰기 시작하지만 잊어버리는 것들은 어쩔수 없다. 사에키가 도예교실에서 딸 부부에게 줄 찻잔과 젓가락들을 만들고 굽기위한 소성비를 지급했는데도 알츠하이머란 사실을 안 도예선생은 자꾸 돈 이야기를 하며 아직까지 지급을 안했다는 말을 할때 마음이 아팠고,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는 나도 모르게 통곡을 하고 말았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어 한참이나 침대에 엎드려 울었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살아온 만큼의 기억들을 한조각씩 꺼내어 볼때가 있다. 그때는 이랬었지 하며,,,,, 누군가 그랬다. 나이가 들면서 추억을 먹고 산다고,,,,, 그만큼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보며 행복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는때가 많아지는데 그런 소중했던 기억들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참 힘들것 같다. 그런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할까,,,,,, 사랑했던 가족들의 얼굴도 잊어버리고 볼때마다 저사람은 누구일까 하고 고민하고 두려워하는 감정들을 느껴야 하다니 그것처럼 안타까운게 어디있을까 싶다. 기억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사랑했던 이들과의 감정의 소통일수도 있는데 그것들을 함께할수 없다는 건 아픔이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쯤이었을때 우린 증조할머니랑 같이 살았었는데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 밥 안준다고 엄마한테 소리쳤던 일들 벽에 대변을 발랐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때는 몰랐다. 우리 엄마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지금이야 치매환자들을 수용하는 병원도 많지만, 그때는 집에서만 병간호를 했었다. 나중에 엄마한테서 3년을 치매 병수발을 했었다는 말을 듣고 엄마 많이 고생하셨었구나 하고 느꼈다. 그 때문이었을까? 엄마가 전에 장사하실때 전날밤 할머니가 꿈에 보이면 장사가 아주 잘 됐었다는 말씀을 하셨었다. 아마도 도와주고 싶으셨던 것일까. 솔직히 나는 우리 엄마처럼 할 자신이 없다. 병수발을 하셨던 우리 엄마 대단할 뿐이다. 물론 치매와 알츠하이머는 약간씩 다르지만 결국에는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건 같은거라 생각이 된다. 나는 피해갈 수 있을거라는 확신도 못하고 피해가기만 바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 뼈저리게 느꼈다. 아픈 기억들도 소중한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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