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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단 하나의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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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은 단 한 달간 사면의 약속(베사)을 받은 살인자 청년 그조르그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햄릿처럼 그는 형의 원수를 갚고 남자로서의 위엄을 갖고 죽을 것인가, 곡식을 거두면서 비굴하게 살아갈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내몰린다. 선택이 자유로운 것 같지만 알바니아의 라프쉬라는 고원지대는 유럽의 근대국가임에도 여전히 관습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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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서진 사월은 단 한 달간 사면의 약속(베사)을 받은 살인자 청년 그조르그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햄릿처럼 그는 형의 원수를 갚고 남자로서의 위엄을 갖고 죽을 것인가, 곡식을 거두면서 비굴하게 살아갈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내몰린다. 선택이 자유로운 것 같지만 알바니아의 라프쉬라는 고원지대는 유럽의 근대국가임에도 여전히 관습법이 강고한 곳이다. 그가 속한 가문, 그가 속한 깃발이 그의 연약한 어깨에 내려놓은 젖은 옥수수 자루 같은 운명의 무게는 그에게 자유의지를 허락하지 않는다.

 

   카눈이라는 관습법 아래서 모든 사람의 생명은 다른 사람의 생명으로만 회수될 수 있는 빚이므로 한 사람의 피는 피로서만 지불될 수 있고 피는 끝없는 피의 복수를 부른다. 한 쪽 집안  남자의 씨가 마르지 않는 한 복수는 끝나지 않는다. 눈 덮인 알프스의 고원에 떨어지는 선홍색의 피, 희생자의 흰 셔츠에 스며든  피, 망자들의 하얀색 돌무덤과 도망자들의 검은 유폐탑은 한 치의 빈틈도 용납되지 않는 완벽한 카눈의 지배하에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관습법이 악한 것인가? 과거의 피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곳에 신혼여행 삼아 책의 소재를 발굴하러 온 작가가 있다. 어떠한 손님이라도 신적인 존재로 접대 받는 이 고원지대에는 항상 죽음과 피를 마주하고 있어서 반은 인간, 반은 신인 명예로운 남자들이 살고 있다. "죽음이라는 차원은 그 자체의 위대성으로 인해 인간의 운명에 어떤 영원한 것을 부여해주는데, 그것은 죽음이 삶의 비천함과 왜소함으로부터 인간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도시인으로서 신화의 장소에 들어온 작가는 지옥에 들어간 오르페우스처럼 조공을 바치지 않고 나갈 수는 없다. 살인을 피할 도리가 없는 것 처럼 죽음 또한 피할 길이 없으며, 죽음의 형식 또한 카눈에 정해진 법도대로 순서에 따라 집행되는 모습이 숙명을 거스를 수 없는 인생의 비극미를 보여준다.

 

   책 뒤의 해설을 보면 이스마일 카다레라는 작가는 알바니아 공산독재치하에서 프랑스로 온 망명작가라고 한다. 공산독재시대의 고문과 무자비한 처형 보다는 오히려 과거의 관습법에 장엄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일까? 고귀한 사람들은 모두 죽고마는 한 편의 오페라를 보고 난 것 처럼 심장이 조여온다. 청년 그조르그에게 단 한 달의 시간이 있었던 것 처럼, 사람들에게도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사람은 어차피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마치 영원히 살 것 처럼 죽음에 대해 잊고 살아간다. 그러나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남은 시간에 대한 절실함 때문에 일체의 허식을 벗어버리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삶을 산다고 한다. 사랑이어도 좋고 방랑이어도 좋다. 하루하루 나에게 오는 손님같은 시간들, 알맹이 없는 쭉정이 같이 버리지 않게 되기를... 



y***d 2012.02.0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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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숭고미! 20세기 최고의 비극 걸작!
"압도적 숭고미! 20세기 최고의 비극 걸작!" 내용보기
소설의 제재인 삶과 죽음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카눈의 관습법', 즉 죽음의 법칙이 우선시되는 기괴한 서사시를 읽으면서 어떤 위대함, 숭고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데, 문득 칸트가 분류한 숭고함의 유형에 맞닿으면서 두려움과 아름다움이 뒤엉킨 곳에서 숭고함이 피어난다는 감성의 보편성 같은 것을 확인하게 된다. 끔찍하고 부조리하고 숙명적인 죽음의 법칙이 지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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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재인 삶과 죽음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카눈의 관습법', 즉 죽음의 법칙이 우선시되는 기괴한 서사시를 읽으면서 어떤 위대함, 숭고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데, 문득 칸트가 분류한 숭고함의 유형에 맞닿으면서 두려움과 아름다움이 뒤엉킨 곳에서 숭고함이 피어난다는 감성의 보편성 같은 것을 확인하게 된다.

끔찍하고 부조리하고 숙명적인 죽음의 법칙이 지배하는 ‘라프쉬’라는 알바니아 북부지방의 마치 전설 같은 피의 복수에 얽힌 침울한 이야기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신비스러움과 친근함, 아름다움, 욕망의 감정이 어우러진 그 어떤 위대함, 경외를 떨 칠 수 없게 한다.  아마도 죽음이 내재하고 있는 그 자체의 위대성으로 인해 인간의 운명에 어떤 영원한 것이 부여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기도 한데, 자신이 죽음의 위협을 받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삶이 이어질 수 있다는 삶이 두 동강 난 청년이 발하는 비극성이 수반하는 감당키 어려운 위엄, 육중한 무게가 직접적인 영향일 것이다.

 

“피는 피로 갚는다!” 바로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이라 할 수 있는데, 죽음을 당한 집안은 반드시 죽음을 일으킨 집안에 죽음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명예라는 자본을 축적하려는 것인데 이 역시 아름다움을 야기하는 한 요소라 볼 때, 우리네가 성스러움이라고 부르는 것의 한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어떤 감성의 소용돌이가 그치질 않는데, 그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줄기차게 작동하여 아마도 시종 아련한 그리움, 동경, 연민, 그리고 미(美)로서의 숭고함 같은 것에 마음이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네 형의 피를 회수하지 않는 한, 너는 다른 어떤 것을 위해서도 살 수 없다.” 형을 죽인 크리예키크 가문의 남자에게 복수를 하여야 하는 것이다. 칠십년 전 손님으로부터 비롯된 이 처절한 복수의 반복은 카눈의 엄격한 법칙이며, 이를 어길 수 없다. 사람을 죽이기 전에는 살 권리가 없다는 이 기이한 삶과 죽음의 모순법, 이제 피를 회수해야 한다. 피를 회수당한 형의 피를 다시 회수해야 하는 것, 그리고 피를 회수하면 역시 그의 피도 회수당한 가문으로부터 회수당할 것이다. 이 작품이 위대한 것은 이처럼 생명의 법칙을 압도하는 죽음의 법칙이 뿌려대는 그 음울한 숭고함 때문만은 아니다.

 

신화와 같은 서사적 아름다움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또 다른 층위의 비판이 그것인데, 카눈의 관습법이 지배하는 라프쉬를 신혼 여행지로 선택한 관찰자, 이 불행한 산악주민들로부터 예술적 재미를 찾으려는 작가 ‘베시안’의 오만함이 대변하는 지배자와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에 대한 은밀한 비난이다.  아름다운 신부 ‘디안’과 함께하는 라프쉬의 마차여행은 살인의 의식으로 점철(點綴)된 카눈의 관습법이 삶의 모든 행위를 실타래처럼 얽어 도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 속에서 미를 찾는 양태이다. 그러나 피를 회수하고 피의 세금을 내기위해 피의 관리인인 오로쉬 성을 나선 청년‘그로즈그’와 먼발치에서 눈을 마주한 디안은 죽음의 표시를 몸에 달고 있는 그 비극적 광휘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죽음이 내려앉은 청년이 발산하는 두려움과 그 속에 동반된 전율, 그것은 마음을 끄는 그 무엇이다.

 

소설은 애초에 생명의 법칙보다 죽음의 법칙이 우선시 되는 이 지역, 즉 카눈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 바로 그러한 장치 속에 베시안과 디안이 뛰어들게 함으로써 비극의 씨를 잉태하게 하는 것인데, 그래서 소설이 온통 비극적 숭고함에 빠져들게 한다.  그조르그, 죽음의 표상인 검은 리본을 단 파리한 청년의 모습에 디안은 고통스럽게 그러나 동시에 감미롭게 무너져 내린다. “아무리 비싼 대가라도 기꺼이 치르리라”고 디안은 마음속으로 되뇐다. 이것은 남편 베시안의 의도를 무참하게 전복시키는 것이며, 자신의 예술을 살찌우기위한 행동, 즉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지배 권력의 이기적이기만 한 탐욕에 대한 파멸의 예고이기도 하다. “당신의 예술에선 범죄 냄새가 나오!” “피비린내 나는 연극을 공연하라고 몰아넣고는 그 연극을 관람하는 거요.”바로 그걸 ‘살인의 미학’이라 부르면서.

 

한편 이 작품을 미학의 향연장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인데, 칸트를 비롯해서, 바타이유, 랑시에르의 숭고미와 죽음의 사유들과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그 지적 감수성을 깨워대는 통에 정말 예술의 지고한 즐거움에 빠진다는 것이 이런것이구나 하고 내심 기쁨의 탄성을 질러대게도 된다. “날짜도 계절도 연도도 미래도 없는 영원의 시간, 더 이상 어느 것도 그와 결부되지 않는 추상적 시간”속에 누워 부서진 사월을 어둠에서 맞는 그 비극적이고 부조리한 삶에서 오히려 삶의 무한성을 발견하게 하는 작가의 위대함에 그저 찬사를 보낼 밖에 없다.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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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그 속에 담겨 있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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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누나에게 추천받아서 읽어본 책이었다. 기대가 큰 만큼 책에서 얻을수 있는 것도 많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었는데 몇번 들어보지못한 알바니아라는 국가와 내 지식이 부족해 처음들어보는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전혀 아는바가 없는 작가와 책의 세계에대해 읽으면서 조금씩 알수 있었다. 모든행돌이 정해져 있는 '카눈' 주인공 그조르그는 카눈에 정해진 데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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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누나에게 추천받아서 읽어본 책이었다. 기대가 큰 만큼 책에서 얻을수 있는 것도 많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었는데 몇번 들어보지못한 알바니아라는 국가와 내 지식이 부족해 처음들어보는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전혀 아는바가 없는 작가와 책의 세계에대해 읽으면서 조금씩 알수 있었다. 모든행돌이 정해져 있는 '카눈' 주인공 그조르그는 카눈에 정해진 데로 살아간다.

 모든법이 정해져 있는 '카눈'에 갇혀 사는 사람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과 이야기 그리고 '카눈'에 의해 판결되는 내용.

 한번 읽으면서 이 책의 내용에 줄거리와 사건들은 알수 있었지만 이 책에 내면을 다 이해하지 못하였다. 이 책에 대해 설명을 하라고 한다면 줄거리 흐름에 따라 설명을 할수 있을테지만 그것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s******8 2007.03.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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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부서져버린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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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살인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날, 살인을 저지른 남자. 죽임을 당한 형을 위해 피를 회수했고 또한 그 때문에 자신의 피를 지불해야 하는 남자. 아버지의 유령을 보고 고뇌하는 햄릿처럼, 피묻은 셔츠의 변색을 보며 살인할 것을 강요받는 산중의 햄릿. 베리샤 가의 그조르그.   알바니아라는 이름이 내게 연상시키는 것은 많지 않다. 어린시절 신문에서 얼핏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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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살인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날, 살인을 저지른 남자.

죽임을 당한 형을 위해 피를 회수했고

또한 그 때문에 자신의 피를 지불해야 하는 남자.

아버지의 유령을 보고 고뇌하는 햄릿처럼,

피묻은 셔츠의 변색을 보며 살인할 것을 강요받는 산중의 햄릿.

베리샤 가의 그조르그.

 

알바니아라는 이름이 내게 연상시키는 것은 많지 않다.

어린시절 신문에서 얼핏 본 코소보라는 이름이 떠오를 뿐.

그들의 현대사가 참혹했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어,

난 오로지 책 속의 이미지에만 의존해 책을 읽어야 했다.

 

70년 전 우연히 시작된 두 가문의 싸움으로 인해서 그간 마흔 네개의 무덤이 새로 생겼음에도 그들은 멈출 수 없고 멈춰야하는 이유도 알지 못한다.

카눈-그들의 관습법은 그들을 온전히 지배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남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를 포기할 것인지는 너 자신의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받는 무언의 압박과 그가 살아온 스물다섯해 동안 그 속에 뿌리깊게 자리한 타성 때문에 그는 끝내 형을 죽인 원수의 가족 중 한명을 죽이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한달이라는 짧은 휴전기간만이 주어졌다.

한달이 지나면 그에게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

 

작품 전체에 삶과 죽음이라는 양면의 그림자가 날을 세우고 깊게 드리워져 있지만,

그림자는 점점 깊어지다 못해 결국은 하나가 되어버린다.

70년동안 44개의 무덤, 그리고 내 가족이 죽는다면

(당연히) 내가 살인을 해야하고 내가 살인을 해야한다면

나는 또다시 그들에게 죽는다는 것을 문신처럼 안고 살아간다면...

죽음이라는 것이 그토록 가까운 이들에게 삶이라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한국사도 자세히 다 모르면서 알바니아史 공부를 해볼까 생각했다.

인상 깊은 작품임은 분명하나, 유쾌하진 못했다.

w****0 2008.10.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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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부서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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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은 이미 그에게 시퍼런 고통으로 다가왔다. ... 그랬다. 그에게 사월은 늘 그런 느낌을 안겨 주었다. 사월은 뭔가 마무리 되지 않는 달이었다....'    말문이 막힌다. 치밀하게 구성된 작품이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내려간다. 하긴 여러번 고쳐 쓰는 일이 이스마일 카다레의 특징이라고  하니 갈수록 치밀해 지고 있겠지.  구성은 그렇다 치고 의문점이 있는데 주막집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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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월은 이미 그에게 시퍼런 고통으로 다가왔다. ... 그랬다. 그에게 사월은 늘 그런 느낌을 안겨 주었다. 사월은 뭔가 마무리 되지 않는 달이었다....'

 

 말문이 막힌다. 치밀하게 구성된 작품이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내려간다. 하긴 여러번 고쳐 쓰는 일이 이스마일 카다레의 특징이라고  하니 갈수록 치밀해 지고 있겠지.

 구성은 그렇다 치고 의문점이 있는데 주막집 주인이 가르쳐 준 오로쉬성으로 가는 길에 대해서. 2장에서 그조르그에게는 크루쉬크 무덤에서  반드시 오른쪽으로 가라고 했고 3장에서 베시안 부부에게는 반드시 왼쪽으로 가라고 했다. 번역자의 실수인가, 작가의 실수인가, 작가의 의도인가? 모를 일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세번째 읽는다. <죽은 군대의 장군>은 충격적이었고 생각의 보편성에 깊이 공감한 바 있다. 마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서를 장군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어서 그랬다. <광기의 풍토>는 조금은 다르다. 해학적 요소들이 있다. 이 책(부서진 사월)에서는 이스마일 카다레 특유의 음습하고 우중충하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정서적 환경은 그대로 나타난다. <죽은 군대의 장군>에서도 비가 계속 왔다.

 

국가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알프스의 후미진 어느 고원지대의 관습법 '카눈', 에 의한 살인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수십 수백년간 계속된다. 피의 회수와 피값의 지불, 돌고 도는 거역할 수 없는 수레바퀴...

 

한 현상, 한 사건을 두고 세 가지, 세 측면, 세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살인자이며 동시에 예정된 피살자인 당사자, 제 1세계인과, 관습법의 상층부에서 그것으로 인해 호사를 누리는 피의 관리인인 제 2세계인, 그리고 외부세계에서 온 관찰자인 제 3세계인이 그것이다.

  관습의 굴레 속에서 거역할 수 없이 순응하며 출구고 뭐고 없는 비장하고 갑갑한 제 1의 세계가 계속 진행돼다가 제 3자, 외부세계에서 두 인물이 들어 옴으로써 갑자기 제 1세계는 우화 속으로 들어 가고 제 1세계인은 신화 속의 인물이 된다.

 

 "... 이 불행한 산악지방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하기는 커녕, 당신은 관객이 되어 그들의 죽음을 구경하고, 재미있는 소재나 찾고 있소. 당신은 당신의 예술을 살찌우기 위해, 美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소. ...살인의 미학... 한 민족 전체를 피비린내 나는 연극을 공연하도록 몰아 넣고는, 당신은 귀부인들과 함께 박스 좌석에서 그 연극을 관람하는 거요!"

 

 그러다가  제 3세계인과 제 1세계인이 서로 정서적으로 동화되고 어느 순간  영적 랑데뷰가 일어난다. 우화가 되었던 1세계는 다시 현실이 되고 신화 속의 인물은 현실의 나, 즉 제 3세계의 인물이 된다. 1세계인은 3세계인을 영적으로 지향하고 3세계인은 1세계인으로부터 영적으로 빨려 들어 가버려 헤어 나올 수가 없다. 그것을 인지하고서는 외부세계로 빠져 나가, 말그대로 외부, 제 3의 세계가 되지만 진정한 외부세계가 아닌 이미 제 1세계의  연장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1과 3이 뒤엉켜 버린다.

 

 다 채워지지 않는 반쪽짜리 4월, 어쩌면 아니 확실히 인간의 삶이라는 것 자체가 완성되지 않는 것일 진대 반쪽짜리 4월과 뭐가 다른가.

 

c******1 2015.02.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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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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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관하여]  이 책의 저자 이스마일 카다레는 알바니아의 대작가로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자'로 손꼽힌다. 알바니아, 이름도 친숙하지 않고 이스마일 카다레라는 더욱 생소하다. 부서진 사월로 검색을 해보니 기사 하나가 떴다.    「카다레 소설은 신화와 전설, 구전민담 등이 작품의 주요 모티프로 작용한다. 피의 복수를 정당화하는 관습법 '카눈'을 소재로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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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관하여]

 이 책의 저자 이스마일 카다레는 알바니아의 대작가로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자'로 손꼽힌다. 알바니아, 이름도 친숙하지 않고 이스마일 카다레라는 더욱 생소하다. 부서진 사월로 검색을 해보니 기사 하나가 떴다.
 
 「카다레 소설은 신화와 전설, 구전민담 등이 작품의 주요 모티프로 작용한다. 피의 복수를 정당화하는 관습법 '카눈'을 소재로 알바니아 세계를 그린 <부서진 사월>, 인간의 꿈마저 통제하는 전제주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우화풍 소설 <꿈의 궁전>,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연구하러 알바니아를 찾은 두 외국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비극 , 독재 권력에 의한 여인의 희생을 그리스 신화와 오버랩시킨 <아가멤논의 딸> 등이 대표적이다.」이윤주 기자, 한국일보, 2012. 12. 17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212/h2012121721362284210.htm)

알바니아에서 살아가는 저자에게는 정부의 압력도 존재하는 듯 했다. 그렇지만 그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활동을 활발히 하며, 문학의 보편성을 추구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스마일 카다레는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해 보였다. 책 <부서진 사월>은 알바니아의 산악지방 사람들 이야기를 적어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관습적인 법이 있는데 바로 '카눈'이다. 카눈에 명시된 사항들을 지키지 않으면 무릎 아래로 커피를 건네주는 일, 곧 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처럼 카눈은 개인의 권리, 삶보다도 더 우위에 있으며 그것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절대적이다. 카눈에 의해 사람들은 죽음도 불사하는 것 또한 감수한다. 그리고 더욱 독특한 점은 그것을 명예로운 죽음으로 여기며 평범한 삶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와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저자는 이야기를 쏟아내며 동시에 강한 인상으로 무거운 질문들을 퍼붓는다.     

 

 

[ 감상평 ]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책이 있다. 아샤르 케말의『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가 그것이다.부서진 사월』은 알바니아의 산악 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는 터키가 배경이다. 그러나 둘 모두 피의 복수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에서는 충격적이게도 어머니를 죽인 소년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점은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이었다. 소년 하산이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은 어머니를 죽이라고 속살거린다. 아버지의 피의 복수를 하라는 것이다. 하산은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어머니에 대한 소년의 질투와 어머니가 떠나갈 것을 염려하는 마음을 이용해 결국 하산이 어머니를 살해하게끔 만든다.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의 하산이 가장 가까운 사람을 죽여야 했다면,『부서진 사월』의 그조르그는 피를 갚아야할 가문의 제프를 죽이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조르그의 소매에 달린 검은 천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 제한적인 이미지는 그에게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비석이 세워지는 것에 명예를 삼고 그로 인해 죽을 지라도 기꺼이 수락하는 사람들이라니. 뭔가 고매한 정신같아 보이면서도 바보같았다. 사람들의 신념이란 삶보다도 우위에 있을 수 있는 거구나 다시금 깨달았다. 카눈, 그것은 대체 언제부터 생겨났으며 누가 만든 법일까? 비합리적이고 쓸데 없는 절차들로 가득하며 어길 시에 사회적인 죽음과 그로 인해 삶을 끝내게 만들 수 있는 카눈. 세계에 있는 종교법들 중에 가장 무서운 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조르그는 처음에는 카눈에 의해 죽는 삶에 번민하면서 겉으로는 따르더라도 마음 속에서는 수용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였었는데 카눈을 따른 명예로운 죽음이 주는 제한적인 아름다움에는 도취되면서 카눈에 순종하는 듯한 자세를 보인다. 그러던 그조르그에게 유부녀 디안이 나타나고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그의 앞에 나타날 듯 말 듯 하는 그녀와 그조르그에 대한 디안의 감정이 묘사될 때마다 이 소설은 점차 흥미로워졌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몽환적이고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답답하다는 인상을 주로 받았다. 물론 문화는 상대적인 입장에서 이해되어야 하지만 왜 굳이 이런 문화를 지켜야 하는 걸까? 그조르그의 비극적인 삶을 지켜보면서 만약 이것이 실화고 아직도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라면 또 다른 사람들이 비극을 맞지 않도록 막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에서 또 기억에 남는 부분은 피의 관리인이(사실 이 부분은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디안의 남편 베시안에게 한 말이었다. 이 소설 속에서 베시안의 직업이 카눈에 대해 쓰는 작가였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지도 모르지만 이 부분은 마치 작가가 작가 본인에게 하는 반성적인 말처럼 보이기도 했다.
 
< "당신의 책들, 당신의 예술에서는 범죄의 냄새가 나오. 이 불행한 산악 지방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하기는 커녕, 당신은 관객이 되어 그들의 죽음을 구경하고, 재미있는 소재나 찾고 있소. 당신은 당신의 예술을 살찌우기 위해, 미(美)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소. 십중팔구 당신이 좋아하지 않을 어떤 젊은 작가가 지적했듯이, 당신은 그것이 살인의 미학이라는 것을 보지 못하오. 당신은 내게 러시아 위선자들의 궁전에서 상연되던 연극을 연상시키오. 그곳의 무대는 수백 명의 연기자들이 공연을 할 수 있을만큼 넓은 반면, 객석은 오직 왕가만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요. 당신이 나에게 연상시키는 것이 바로 그 위선자들이란 말이오. 한 민족 전체를 피비린내 나는 연극을 공연하도록 몰아넣고는, 당신은 귀부인들과 함께 박스 좌석에서 그 연극을 관람하는 거요!"> 
 
 많은 소설들이 충격적이거나 비극적인 주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나도 그 부분에 관해 생각을 해오고 있었지만 저와 같은 반성적인 접근은 미처 돌아보지 못했었다. 그런 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처럼 잘못 쓰인 펜은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겠구나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 뿐만 아니라 죽음을 기다리는 그조르그의 생각과 느낌, 이방인으로서 산악 지방 사람들을 바라보는 디안의 시선 등에서도 부조리한 사회법 속에서 인간의 다양한 모습 등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미숙한 내 생각으로는 그 부분을 다 다루는 것이 어려울 듯 하다. 소설 속 다양한 묘사와 인간 내면을 다루었던 모습들이 인상적이었고 역시 노벨 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사람은 뭔가 다른 게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국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면 좋을텐데, 가당찮은 꿈을 꾸어보면서 책을 덮었다.

 



 



p****p 2013.10.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부서진 사월-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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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관습에 따라 서로를 죽고 죽이는 곳, 신화가 지배하는 듯한 고원의 고립된 사회. 죽이는 행위로 명예를 되찾고 한달의 유예기간 후에 나 또한 표적이 된다면,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가문의 명예와 사회적 관습에 의해 이러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면.... 이 소설은 이러한 극단적 관습에 놓인 특수한 공간과 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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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관습에 따라 서로를 죽고 죽이는 곳, 신화가 지배하는 듯한 고원의 고립된 사회.

죽이는 행위로 명예를 되찾고 한달의 유예기간 후에 나 또한 표적이 된다면,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가문의 명예와 사회적 관습에 의해

이러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면....

이 소설은 이러한 극단적 관습에 놓인 특수한 공간과

이 공간에 들어온 외부인의 이야기 이다.

그조르그는 형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형을 죽인 남자를 죽인다.

그리고 그 죽은 남자의 가문은 한달의 유예기간이 지나고 그조르그를 죽인다.

그리고 그런 죽음을 앞둔 그조르그와 스치듯 만난 외부인-디안-.

디안은 그조르그에게서 풍기는 죽음의 이미지에 매혹되고,

그런 디안을 보며 남편인 베시안은 죽음의 땅에 발을 딛인 댓가가 디안의 마음임을 느끼며

괴로워 한다.

 

죽음의 냄새가 나는 곳에서 그 당사자의 모습은 타인과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조르그가 갖은 한달의 유예동안 그조르그는 어떤 행동들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조르그는 그저 살던대로 삶을 살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디안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서다가 죽는다.

이는 죽음의 그림자가 그조르그에게만 특별히 드리운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어둡게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역설적으로 그 덤덤함에 더욱 죽음의 느낌을 강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외부인인 디안과 베시안은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본인들이 변화하는 것을 느끼고 두려워하며 그 공간을 떠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더욱 비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비극이 비극이 아닌 공간...나는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이 책을 읽기 때문에

비극성이 더욱 강화된다.

 

내부자로 산다는 것은 어찌보면 그 삶의 공간에 무력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익숙하여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문제를 인식하기 바쁘게 망각하는 삶.

물론 이 책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비극성이 강한 이 소설에서

나는 오히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해 본다.

c****e 2012.06.1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047. 부서진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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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제목 : 부서진 사월저자 : 이스마일 카다레ISBN: 89-546-0189-9 03890출판사 : 문학동네분야 : 장편 소설출판년도 : 2006 쪽수 : 334 Page전집권수 : 1권독서기간 : 2013.03.14~17평가 : ★★☆☆☆           저자에 대하여매해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인 거장. 1936년 알바니아 남부의 기이로카스터르에서 태어났다. 알바니아 최고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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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제목 : 부서진 사월
저자 : 이스마일 카다레
ISBN: 89-546-0189-9 03890
출판사 : 문학동네
분야 : 장편 소설
출판년도 : 2006
쪽수 : 334 Page
전집권수 : 1권
독서기간 : 2013.03.14~17
평가 : ★★☆☆☆

 

 

 

 

 

저자에 대하여
매해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인 거장. 1936년 알바니아 남부의 기이로카스터르에서 태어났다. 알바니아 최고의 명문 티라나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으며, 스물여섯 살에 발표한 처녀작 ‘죽은 군대의 장군’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등장으로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던 알바니아의 정치적 상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공산 독재정권하의 조국 알바니아의 혼과 집단기억을 문학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리는 그의 작품들은 마르케스의 그것에 비견되며, 전제주의와 유토피아의 위험을 고발하는 헉슬리와 오웰의 뒤를 잇는 반유토피아 가계의 후예로 꼽히기도 한다. 우스꽝스러운 비극과 기괴한 웃음의 조화, 우화와 신비에 싸인 놀라운 이야기로 세계적 작가의 자리를 굳혔으며, 1990년 독재정권의 탄압을 이기지 못하고 프랑스로 망명한 이래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문제에 직면한 인간 실존의 비극적 상황을 그려낸 대표작 ‘부서진 사월’은 유럽 전역에서 극찬을 받으며 영화화되기도 했다. 그 외 주요작품으로 ‘광기의 풍토’,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아가멤논의 딸’, ‘꿈의 궁전’, ‘H서류’등이 있다.

 

 

 

 

 

 

인상깊은 구절
1) [page 8] 그는 어서 황혼이 지고 어둠이 찾아와 이 저주받은 매복지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햇빛은 그를 볼모로 잡아두는 것이 만족스럽기라도 한 듯 물러갈 줄을 몰랐다.

 

2) [page 17] 이제 날은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횃불의 불빛은 엉겨붙기라도 하듯 점점 더 커져갔다. 그 불빛은 점차 짙은 붉은색을 띠어갔으며- 무저갱의 심연에서 분출하는 용암과도 같았다- 앞으로 벌어질 유혈을 예고라도 하듯 붉은 불덩어리에서는 불꽃이 타닥타닥 튀어오르고 있었다.

 

3) [page 28] 죽음의 사월. 그리고 영원히 그렇게 지속되겠지. 죽음의 사월, 그리고 더 이상 오월은 오지 않을 거야. 결코 오월은 다시 오지 않을 거야.

 

 

4) [page 32] 셔츠에 생긴 변화는 그만큼 신비로운 계시로 해석될 것이며, 감히 그것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5) [page 45] 시월의 바로 그날, 낯선 길손을 쏜 사람이 누군지 밝혀졌다. 그를 쏜 자는 옛날에 한 카페에서, 한 낯선 여자의 면전에서 당한 모욕 때문에 오래전부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그를 염탐했던 크리예키크 가의 한 청년이었다.

 

 

6) [page 46] 마법으로, 그날, 낯선 길손이 그의 집의 대문을 두드렸던 일이 현실에서 지워질 수 있다면(이처럼 그의 그조르그는 전설들을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래, 그렇다면 마흔네 개의 무덤의 육중한 묘석이 자리를 옮기고, 마흔네 명의 죽은 자들이 일어나, 그들의 얼굴로 땅바닥을 진동시키고, 산 자들 사이로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 돌아온다면, 태어날 수 없었던 아이들이 태어날 것이고, 또 그 아이들이 낳을 수 없었던 아기들이 태어나는 등,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달라져도 무척 달라졌을 텐데! 그랫다. 만일 마법으로 일의 흐름을 바꿀 수만 있다면 그런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다.

 

 

7) [page 48] 어깨동무를 하듯 펼쳐진 산들의 정상 위로 호기심이 발동하기라도 한 듯, 불쑥 고개를 내민 다른 산들과 벙어리같이 조용한 촌락이 여전히 펼쳐져 있었다.

 

 

8) [page 58] 한동안 그는 주변의 울퉁불퉁한 산들과 구름과 자신이 혼연일체가 된 듯한 느낌으로, 온갖 상념들을 떨쳐버린 무념무상의 상태로 걷는 데 성공했다.

 

 

9) [page 58] 비와 바람에 의해 화재의 흔적은 이미 말끔히 지워져 있었으나, 단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오래전부터 가슴속 깊이 억눌러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처참한 잿빛 광경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10) [page 60] 이 지붕 아래서 어떤 불충한 일이 벌어 졌을까. 그는 발로 돌멩이 두세 개를 툭툭 차면서 생각했다. 돌은 둔탁한 소리를 냈다.

 

 

 

 

 

 

 

11) [page 62] 처벌의 예들이 머릿속에 한꺼번에 줄줄이 떠오르자, 그조르그는 그것들로부터 벗어나려는 듯 걸음을 재촉했다.

 

 

12) [page 65]
“피가 누렇게 바래기 시작했어. 망자가 복수를 원하는구나.”
아버지가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실제로 셔츠의 핏자국은 누렇게 바래 있었다. 아니, 바랬다기보다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수도꼭지를 처음 틀었을 때 흘러나오는 녹물 색깔을 띠고 있었다.

 

 

13) [page 70] 피의 법칙에서 벗어났으나 망각의 먼지로 뒤덮인 조용한 삶과, 떨리는 시침실 한끝에서 다른 한끝으로 번쩍이며 흐르는, 위험하기는 하나 죽음의 광휘로 장식된 삶 중에서 어느것이 더 나은지 말할 수 없게 되었음을 그는 느꼈다.

 

 

14) [page 75] 두세 차례, 그조르그는 저녁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결코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오후였다.

 

 

15) [page 85]
“올겨울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그래요, 정말 지루하군요.”

 

16) [page 89] 무슨 불화나 가라않히기 힘든 분노 때문은 아니었지만, 우아한 차량과 어울리지 않는 말들의 헐떡임이나 말발굽 소리만 없다면 한결 조용하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17) [page 101] “유령의 지역이, 생명의 법칙보다 죽음의 법칙이 우선시되는 지역이 가까워지고 있어.”

 

 

18) [page 117] 어깨에 배낭을 짊어진 초라하기 짝이 없는 길손이 우리집 대문을 두드리는 순간, 그는 우리의 손님으로 우리에게 자신을 맡기며, 그 순간 그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인물, 범할 수 없는 지배자, 입법자, 이 세상의 불꽃으로 변하는 거지. 이런 변신의 돌연성이야말로 신성의 특성이라 하겠지.

 

 

19) [page 127]
“그게 아니야. 나 자신도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런게 아니란 말야. 조금 전에 당신은 신성이니 운명이니, 숙명이니 하는 말을 했짢아. 그것들은 정말 너무나 아름다워. 하지만 그와 동신에 겁도 난다구. 나는 아무에게도 불행을 가져다주고 싶지 않단 말야.

 

 

 

20) [page 134]
“몰라. 당신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것은 사물의 이중성 때문인 것 같아. 위대한 현상들에는 불완전성이 내포되어 있지. 그런데 그 불완전성은 그 현상을 격하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그것에 한층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지.”

 

 

 

 

 

 

 


21) [page 161]
“내가 짊어지고 있는 이 흙과 돌, 그리고 우리의 조상들에게서 들은 것에 대고 맹세컨대, 목장의 옛경계가 있었던 곳은 이곳과 저곳이며, 내가 새로 정하는 곳은 이곳과 저곳이다. 만일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면, 나는 이 돌과 흙더미를 영원토록 짊어지게 될 것이다.

 

 

22) [page 209] 일반적으로 가족의 일원이라면 회수되지 않은 피에 대해 대대로 기억했다. 회수되지 않은 피는 일족의 기억의 핵심이었으며, 만약 망각했다면, 그것은 죽음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일상적이며 집단적이 되어서 죽음 자체가 평범하고 아무런 비중도 지닐 수 없고, 화해나 죽음의 위대성이나 죽음의 규범이나 죽음의 독특한 성격 등이 상실되고 마는, 이른바 큰 재해나 전쟁, 대탈출, 그리고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 등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건이 일어난 경우에만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23) [page 232]
“피라뇨?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는데요.”
그는 놀라서 말했다. 그러나 노인은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게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별수 없어. 자네의 직업이 피의 병에 걸리게 하는 거니까.”

 

 

 

24) [page 238] 때는 삼월 말이었다. 곧 사월이 닥칠 것이다. 절반은 밝게,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어둡게. 죽음의 사월. 만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유폐탑에서 시들리라. 어둠 속에서 시력은 약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할지라도 그는 이 세상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25) [page 247] 그가 지나는 모든 길은 그녀를 보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더욱 사무치게 할 따름이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그녀를 향한 사랑 때문에 자신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26) [page 249] 동강 난 사월 속에서 제자리를 맴도는 불행한 몽유병자인 그에게 남겨진 한 줌의 나날들이 다할 때까지 그는 자신이 영원히 그릇된 방향으로만 걸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27) [page 291] 카눈의 규정에 따르면, 두 남자가 총구를 들이대고 서로 상대방을 쏘았는데 한 명만 죽고 다른 한 명은 부상만 입었을 경우, 부상을 당한 측이 차액을 지불하지요. 일종의 피의 잉여금이라고나 할까요?

 

 

28) [page 298] 무중력 상태의 가벼움이 그녀의 총체적 조심성을 흩뜨리는 데 기여하고, 그녀로 하여금 운명의 한 걸음을 떼게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실제로, 이제 사람들이 기억이 난다고 말하는대로 그녀는 불빛으로 날아드는 나방과도 같은 가벼움으로 무리로부터 벗어나 탑으로 다가갔던 것이다. 그녀는 어떤 의미로는 날아갔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날아서 그곳에 들어섰거나 혹은 그 문턱에 떨어진 것이다.

 

 

29) [page 308] 그날 그의 일상사는 그렇듯 하늘과 태양의 움직임과 직결되어 있었다. 이윽고 그는 처음인양, 여전히 부신 눈길을 도로로 떨어뜨렸다. 도로는 마치 빛의 바다에 침몰한 듯했다.

 

 

 

 


감상평

 

내가 이해한 '부서진 사월'의 첫 배경 장소는 고대 왕국의 고원지대이다. 이곳에 찾아온 손님을 시발점으로 비극의 복수극이 시작된다. 관습법에 의해서 양가 삼 대에 걸쳐 마흔네 기의 무덤을 파게 만드는 복수극이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이고 또 죽임 당하지만, 나로써는 왜 그렇게 까지 살인을 해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기서는 카눈(관습법을 모아놓은 법규집. 오스만 제국에서 샤리아를 보완하기 위해 시행된 것으로, '규칙'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의 힘이 무엇보다도 강력하게 작용한다. '피를 회수하다'라는 말은 복수를 뜻하는 것 같은데 복수를 위해서 마을을 나서게 되는 그조르그 조차 그가 왜 피를 회수하러가야하는지에대해서 확신이 없는것 처럼 보인다. 내가 만약 번역가라면, 누군가가 이런류의 소설을 번역하라고 나에게 덮썩 제의를 하게 된다면 여러모로 난감할것 같다. 솔직히 책의 내용에 20퍼센트도 이해를 못 한것 같다. 일반 독자도 아니고 저자만큼이나 책의 내용을 꿰뚫고 있어야할 번역가가 책의 내용을 이해 못했다면, 정말 창피한 일일것이다. 왜 이렇게 소설읽는데에는 젬병인지 책을 다 읽고 잠시동안 생각해보았다. 첫번째로 나는 평소에 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일 것이다. 한글을 읽고 있지만, 가끔씩 내가 제2 외국어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때가 많다. 한 문장 한 문장은 이해가 되지만, 줄거리가 잡히지 않고 상황이 머릿속에 도통 그려지지가 않는다. 두번째로, 외국소설에서 생소한 외래어를 접하게 되면 해당 지식이 없으니 헷갈리기 시작한다. 지난번에 '사람의 아들'이라는 이문제 시인의 소설을 읽을 때 난무하는 외계어(?)가 계속 나오니 소설을 읽기가 싫어진다. 이 책은 그나마 덜 한편이지만, 그래도 읽는데 어려운것 같다. 세번째로 내가 소설책을 읽는 속도가 너무 빠른것 같다. 나름 천천히 그리고 곱씹어가면서 읽어가려고 애를 쓰지만, 습관적으로 빨리빨리 읽게 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의 독서 습관도 소설을 읽는데 많은 어려움을 준다. 요즘에는 한권씩 읽지 않고 여러권의 책을 조금씩 동시에 읽어나가는데, 다른 종류의 서적은 상관 없지만 특히나 소설을 읽을 때는 책의 흐름을 잡지 못하는것 같다. 몇 일에 걸쳐서 책의 1장을 읽다가 보니 전체적인 내용을 잡기가 더더욱 어려운것 같다. '그냥 소설을 읽지 말까?'하는 고민도 해봤지만, 최소한 한 달에 한권씩은 꾸준히 읽어야겠다. 대충 나의 문제점은 보이니깐 고치려고 노력하면서 천천히 읽어야겠따. 대중적인 소설을 적어도 2~30권은 읽어보고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소설읽기를 접어야겠다.
 

d******2 2013.06.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