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에 대한 생각이 시작된 것은 아주 오래 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파고들어 탐구하는 일에 매진했던 것은 아니다. 30대 중반에 슈타이너를 알게 되었고 오래된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을 찾은 것 같아 반가웠다.
슈타이너의 다른 책들과 달리 영혼달력은 설명을 위한 책이 아니라 영혼의 상태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적인 용어와는 다른 말들로. 하여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그래도 인내와 탐구정신을 가지고 나의 영혼에 대해 알고자, 내 존재의 한 구성요소에 대해 알고자 도전해 보았다. 읽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책이 있다고 했다던가.... 슈타이너가 이 시집을 출간한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시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가 서문에서 제시한 자기인식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된 것만으로도 수확이라고 하겠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깊어지면 우리 영혼도 자신을 작열하게 드러내는 여름과는 달리 그 계절처럼 자신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내 영혼의 리듬에 따라 시간의 흐름과 주기에 따라 다시 한 번 영혼달력을 손에 잡아 본다. [인상깊은구절] 영혼 깊은 곳으로부터 정신은 우주 존재로 향하고 드넓은 공간에서 아름다움이 샘솟을 때, 삶의 능력은 아득한 천상에서 인간의 몸으로 옮겨지고 정신의 본질은 힘차게 움직이며 인간 존재와 하나 되네. - 3월 30일(52번째 주) |
|
이 책은 책상 위에 조그마한 달력의 구석에 쓰여져 있을 법한 5-6절의 경구의 연속이다. 그 것도 딱 52개! 책의 분량은 한쪽 면을 백지로 남겨두는 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경구들은 선문답에 가깝다. 기계론적, 모더니즘에 따른 세계관이 당연했던 19세기 말 유럽에서는 뭔가 새로웠고 충격적이었겠지만 모더니즘은 한번도 당연한 적이 없고 먼저 포스트모더니즘이 당연한(?) 한국에서라면 그냥 한국의 고승, 또는 중국의 고승들의 선문답을 읽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내용 별이 추락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똑같은 내용을 번역한 다른 책과 달리, 독일어 원어가 병기되어 있고, 병기가 되어 있어서인지 번역도 좀 더 신경쓴듯하다.
그래서 내용 별이 3개, 편집별이 4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