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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마의 수도원』은 주인공 파브리스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파브리스의 삶을 이해하려면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부터 알아야한다. 1권에서 나폴레옹을 흠모하는 마음만으로 전쟁에 참전하는데 전장에서의 파브리스는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처럼 비현실적이다. 좋게 말하면 열정적이거나 낭만적이라고 하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인물이라 하겠다. 파브리스의 이런 성향은 죽음이 눈앞까지 온 상황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사람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페르네제 탑 꼭대기 방에 감금되었을 때 살아서 나갈 수 없으리란 공포로 절망에 빠질 법한 상황에서도 파브리스는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이란 감정에만 집중하고 행복에 잠겨 지낸다. 처음에는 이를 현실도피로 봐야할까 고민했는데 천신만고 끝에 감옥에서 탈출한 뒤 비록 독살당할 위험은 사라졌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보지 못해 불행하다는 이유로 다시 성채 감옥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파브리스는 ‘무모하지만 열정적인 인물’이란 표현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파브리스는 흠모하거나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서는 목숨을 잃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전형적인 귀족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이는 귀족 집단 전체가 가진 인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모스카 백작과 산세베리나 공작부인이 파브리스를 고위성직자 자리에 앉히려고 해도 파브리스는 이의 없이 받아들인다. 파브리스가 질레티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였지만 질레티가 파브리스의 칼에 찔려 목숨을 잃게 된 결과는 분명 죄가 있다. 하지만 귀족 집단은 청년에 대한 처벌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귀족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대공과 파브리스의 고모 산세베리나 공작부인의 관계가 원만했다면 파브리스가 감옥에 갇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주목할 만 한 점은 그가 대주교가 되려는 계획을 죄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는 모스카 백작이 수상이기 때문에, 그리고 공작부인의 조카에게는 대주교의 지위와 그것이 누리도록 해주는 호사스런 생활이 합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자리를 원했다.(1권 p.300) 그는 모스카 백작의 권세를 이용해서 출세한다는 것이 성직매매에 해당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1권 p.301) 질레티의 살해 같은 것은 하찮은 사건에 불과했지만 정략적인 음모가 그것을 중대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다.(2권 p.15) 진정한 사랑을 알기 전에 파브리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위성직자의 지위와 화려한 생활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클렐리아를 만난 후에는 사랑이 우선이었다. 파브리스는 오롯이 사랑 안에서만 행복했고 사랑이 없으면 불행한 인물이었다. 시간이 흘러 파브리스는 성직자가 되었고 클렐리아는 후작부인이 되었는데도 감정을 끊어내지 못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부분은 도덕적이지 못하지만, 사랑하는 아들과 여인을 잃은 뒤 평생 보장된 부와 명예를 버리고 파르마 수도원에 들어가 세상을 등지고 생을 마감한 파브리스의 선택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처음 『파르마의 수도원』을 읽기 시작했을 때 스탕달의 다른 작품 「적과 흑」의 주인공 쥘리앵과 파브리스가 유사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두 인물을 비교해 보고 싶었는데 2권까지 읽으며 너무나도 독특한 파브리스에 심취했는지 쥘리앵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깡그리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적과 흑」을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1권과 2권에 걸쳐 이어지는 이탈리아 귀족들 간의 정치적 모략은 지루하지만 파브리스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고모 산세베리나 공작부인과 조카 파브리스 사이를 넘나드는 묘한 감정에도 집중하고 싶었는데 2권부터 파브리스의 파격적인 행보에 놀라 곁가지로 치부해버렸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게 된다면 고모와 조카의 감정에만 집중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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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천재 귀족이지만 고작 사랑때문에 불행해진 파브리스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다. <적과흑>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는 예상과 달리 흘러가며 그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열정이 폭발한다. 하지만 공작부인과 그 주변 인물들이 펼치는 궁중암투 부분은 재밌지만, 파브리스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는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아서 <적과흑>에 비하면 좀 지루하긴 했다. 이야기의 전개나 배분 역시 <적과흑>에 비하면 이렇게까지 늘릴 부분인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황망하게 서둘러서 끝낸다고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의 백미는 지위를 이용해서 공작부인과 하룻밤을 보내려고 용을 쓰는 대공과 어떻게든 원하는 것만 얻어내고 빠져나가려는 공작부인의 티키타카 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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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동안 통념, 상식, 도덕은 혼동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이건 뭐지?하는 의문이 든다. 어쩌면 19세기초가 마치 혼돈의 시대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나폴레옹전쟁 후의 반동의 시대인데다가 변방의 소공국에서 일어나는 중세적 사건들. 선뜻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 많다.
이탈리아 북부 멀리 알프스가 보이는 포강유역의 한 작은 공국, 인구가 4만정도 되는 대공이 다스리는 작은 나라. 가상의 나라, 파르마공국. 대공이 절대권력을 구가하는 군주국가이다. 국가로서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가지고 있지만 합리적이고 법적 공정성을 유지하기보다는 군주인 대공의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되는 나라이고 귀족의 나라이다. 사실 '공국'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좀 어렵다. 프랑스나 영국처럼 왕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던 것과는 달리 이탈리아나 독일은 공국의 시대였나보다.
"......오 절대군주의 폭압이여, 이탈리아가 그런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때는 언제일지! 돈에 매수되는 비굴한 심성의 소유자들이 우글거리고 있으니!......" <파르마의 수도원2>-15장 클렐리아 콘티의 독백-
절세미인이며 총명한 산세베리나 공작부인의 삶의 편력과 그녀의 조카 파브리스 델 동고의 삶의 열정과 사랑의 열정이 이 책의 기본 모토이다. 파브리스는 삶에 대한 열정은 있으되 딱히 사랑에 대한 것은 가슴에 와 닿지 않으면서, 그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고모의 관심 아래 살아가고 있었다. 살인혐의에 대한 궁중의 음모에 말려서 체포되고 감옥에 이송되던 중 성채감옥 사령관의 딸,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클렐리아 콘티를 만나면서 사랑이 가슴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이후 죽음도 음모도 직위도 도덕도 그의 사랑을 이기지 못한다. 사랑을 향한 순수성인지, 자연적 본성인지, 열정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랑외의 모든 것은 그에게 허상이고 사랑만이 그의 삶을 이끌고 갈 뿐이다. 19세기 초 역동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중세의 고립된 어느 먼 나라의 전설같은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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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에서 표현된 18세기 프랑스의 사회구조의 모순과 이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생생한 모습에 감명을 받아 본 작품을 구입해서 읽어 보았는데, 스탕달이 50여일만에 구술로 완성한 작품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구성도 짜임새가 떨어지고 등장인물들의 쌩뚱맞은 행동이나 필요 이상으로 길게 늘어지는 작중 화자의 마음속 상태 표현이 본 작품을 끝까지 읽기 힘들게 만들었다. 작품해설을 보니 등장인물 각자가 반도덕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걸 보여준다고 하는데, 주인공의 고모가 주인공을 연인으로 삼는 동기도 약하고, 주인공이 다른 여인들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설득력이 약했고, 결정적으로 작가가 말하고 싶은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