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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가끔 멍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아니 어렸을 때도 느낀 거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엄마, 아버지가 덜 힘든 건 아니다. 자식인 사람들도 나름대로 힘들지만 생각해보고 겪어보면 부모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자리인지를 알게 된다.
사와코의 집은 독특한 집안이다. 아빠의 자살 사건 이후 자책감에 힘들어 하던 엄마는 집을 나가서 따로 살면서 왕래를 하고, 아빠는 아빠 자격을 내놓고 입시 준비를 선언한다. 머리 좋고 공부 잘했던 오빠는 대학 진학을 안 하고 농부가 되었고 그 중에서 사와코는 평범한 학생이며 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이들은 전혀 충돌이 없다. 충돌이 없는 집이라 더 문제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폭력적으로 폭발하는 것보다 가정의 유기적인 해체와 자발적인 스스로의 문제 해결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그런 것이 낯설지만 가정의 해체와 심각한 폭력성이 드러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식으로의 접근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서상 안 맞겠지만.
어쩜 이런 모순된 가정이었기 때문에 사와코는 평범한 오우라를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전혀 독특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그 아이에게서 사람 냄새를 맡은 것은 아닐까.
사와코는 다시 한 번 시련을 만나지만 또 극복한다. 그리고 해체된 가정은 복구를 시작한다. 그런 해체가 있었기에 그 자리에 대한 소중함과 책임 회피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걸 알게 된 것일 것이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와 함께 낯선 곳에 갔던 적이 있다. 그때 난 어쩔 줄 몰라 아버지한테 의지했지만 아버지도 그곳이 처음이라 아무 것도 모르셨고 당황하셨다. 그때 알았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어른이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라는 걸. 아버지는 솔직하게 말씀하셨다. “나도 처음 와서 모르겠는데?”그때 아는 척, 어른의 권위를 지키려 하셨다면 더 이상했을 것이다.
그 말씀이 아직까지 내 맘에 남아 있는 것은 가족이란 어른과 아이의 집합이 아니라 모르는 것은 서로 알려주며 공유하고 서로를 지켜주는 울타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일방적으로 지키고 베풀기만 하고 누군가는 일방적으로 보호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가정의 모습이 우리가 지향하는 진정한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민망하게 마지막에 울고 말았다. <전 일본을="" 눈물로="" 적신="" 감동의="" 성장소설="">이라는 띠지의 문구에 콧방귀를 꼈는데 참... 눈물이 흘렀다. 사와코와 사와코의 가정이 행복해져서, 물론 지금도 행복하지만, 행복한 식탁에서 진정하게 오붓한 식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간결하면서도 썩 괜찮은 작품이었다. [인상깊은구절] 53p 책상을 둥그렇게 배치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게 하면 칠판도 잘 보이지 않고 수업도 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면 아빠가 아빠 노릇을 그만두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식구 모두가 함께하는 아침 식사. 균형과 영양을 갖춘 메뉴. 늘 정해진 자리. 우리는 우리의 식탁을 지나치게 고집하고 있다. 128p ''심각함만 버리면 곤경을 극복할 수 있다.''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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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겉표지를 보고 하이틴 로맨스같은 느낌이 들어 줄거리도 읽어보지 않고 외면해 버렸던 책이다. 북카페에서 어떤분이 참 괜찮게 읽었다는 얘기에 내용을 살펴보게 되었고 끝내 손안에 쥐게 되었다. 읽어보니 왠걸, 잔잔하고 소소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생각할 것도 많고 가족에 대해 느껴지는 바가 많은 소설이었다.
아침이면 모든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의 정해진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한다. 모든 가족이 모이는 시간이 이때뿐이니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중차대한 일까지 모두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초등학교때부터 줄곧 천재소리를 들으며 전교1등을 놓치지 않던 오빠는 대학에 가지 않겠다며 농사일을 하고 아빠는 느닷없이 아빠역할을 그만 두겠다고 선언한다. 아빠는 아빠노릇을 그만두겠으니 앞으로 자신을 이름으로 불러달라하며 학교선생님인 직업까지 그만둬 버린다. 백수가 되고 수능을 보겠다며 입시공부까지 하는 아빠..엄마는 집을나가 따로 살고, 모든일이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대충.. 그래도 유쾌하게 지내는 오빠와 희안한 가족속에서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람은 주인공 소녀밖에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 가족은 몇해전 겪었던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모두 상처를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빠의 자살시도로 인해서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의 유서를 읽은 오빠는, 고민하고 진지하게 사는 삶을 포기했으며 목욕탕에 쓰러져있는 아빠를 본 소녀는 장마철만 되면 심각한 후휴증을 겪으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모든것이 위태로워 보이고 곧 깨질것만 같은 이 가족이 너무도 평범하게 잘 지낼 수 있는것은 서로간의 깊은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아빠노릇을 그만두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어린딸을 보살피고~ 딸의 상처를 치료해주기 위해 약사가 되려 공부하고 따로 떨어져 사는 엄마도 자주 집에들러 반찬이며 청소를 도와주고 오빠또한 집안 살림이며 모든것에 신경을 쓴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 소녀에게 첫사랑이 찾아온다. 학원에서 만난 이 소년은 지극히 단순하며 밝은 아이다.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예쁜 교제를 해오던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 소년이 등장하고 부터 나는 쿡쿡 거리는 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 주인공 소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나한테 까지 보였다고나 할까. 마지막 부분에 너무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서 가슴이 철렁하면서도 잠깐동안 멍 한 상태가 되었다. 소녀가 받은 충격과 상처에 나도 너무 가슴이 아팠고 모든가족이 소녀의 마음을 다독여 주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엔 진정한 가족애를 느낄 수도 있었다.
자칫하면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내용을 잔잔하고 너무도 평범하게 그리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 가족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흐믓하게 지켜볼 수 있는 것같다. 청소년들이 읽어보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한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학창시절 풋풋했던 느낌과 학교친구들과의 관계로 고민했던일.. 첫사랑에 가슴 설레여 하던 일들까지 많은 생각들이 들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게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어렸을적 모든가족이 모여 하하 호호 오물오물 냠냠~ 맛있는 식사를 하던 그때가 그리워 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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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오늘부로 아빠 노릇 그만두련다."라는 아빠의 충격적인 한마디로 시작되는 소설.
아침 식사만은 언제나 온 가족이 한데 모여하다는 규칙이 있던 사와코의 가족들. 어느날 갑자기 벌어진 아빠의 자살 미수 사건으로 평범했던 사와코의 가족들에겐 많은 변화가 생긴다. 아빠가 자살을 시도할 정도의 상태였음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던 엄마는 결국 집을 나가 혼자 살게 되고, 어릴 적부터 천재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오빠 나오는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농사일을 배우며 일하고 있고, 주인공인 사와코는 그날처럼 끈끈한 장마철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통에 괴로워한다. 아빠조차도 아빠노릇은 그만두고, 일도 관둔 채 다시 대학시험을 치겠다고 공부를 시작한다. 어째보면 이 가족은 뿔뿔히 산산조각 난 것처럼 보이지만, 너무 큰일을 겪은 후 입은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또 다른 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기위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서로 감싸주기 위해 노력한다. 딸의 두통을 낫게 해주기 위해 아빠를 포기하고 약사가 되기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한 아빠, 현실에서 물러난 듯 진지하지 않은 태도로 살아가는 듯 보여 여자친구들에게 항상 채이기만 하지만 누구보다 항상 가족들을 생각하는 오빠 나오,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집을 나갔음에도 항상 찾아와 가족들의 식사를 챙겨주고 딸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엄마, 남자친구의 죽음으로 다시 한번 절망하지만 그 상처들을 잘 극복해가는 사와코. 이런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꼭 함께 해야만, 꼭 같이 아침식사를 해야만 가족이란 집단이 성립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각자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어쩌면 식탁에서 함께 하는 밥 한끼가 서로의 유대감을 더하고, 가족이라는 관계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건 아닐까? 시간이 흐른 뒤, 상처가 아물고 다시 일상을 찾아가는 사와코의 가족들을 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어떤 형태로 존재하든, 힘들때,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든 나를 지탱해주는 최고의 힘은 역시 가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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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말 많은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그저 '핵가족' '대가족' '편부모가족' 등등 간단히 이름붙일 수 있는 가족도 있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엔 가족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 누가 알겠는가. 사실 마음만 먹으면 생판 남도 가족이 될 수 있고, 피를 나눈 형제도 남이 될 수 있는 세상인데!
<행복한 식탁>은 어쩐지 조금 묘해 보이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아빠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아빠와 집을 나가 따로 살고 있는 엄마, 성적우수한 모범생이었으나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농부가 되려는 오빠나 장마 때만 되면 머리가 아픈 얌전한 나 사와코는 세상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면 완전히 가정붕괴라 할 만한 구성이다.
아빠의 자살시도로 인해 엉망으로 무너져버린 가족의 틈은, 사실 언젠가 한 번은 무너져야 할 예정된 수순이기도 했다. "아빠가 자살하지 않았으면 내가 죽었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하는 오빠의 모습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살면서 누구나 자신이 어딘지 모르게 빗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물론 그것이 일시적이냐 지속되느냐는 차지하고서 말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모종의 사건이 일어난 후에 "왜 죽으려고 하는 아빠가 살아난거냐.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사와코와 그녀를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목이 메었다. 자신의 딸이, 동생이 그렇게 독한 말을 내뱉았다는 것을 슬퍼하거나 탓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까지 독을 품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것을 이해하고 안타까워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새삼 가족이란 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이토록 모진 말을 해도 나를 감싸줄 수 있는 존재.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그리고 다들 제각각의 말못할 가정사를 품고 있을 것이다. 사와코네도, 그리고 우리네도 결국 자신들의 사연을 받아들이고 버티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평범한 가족이라는 건, 사실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평범하다"고 믿고 있는 가족들만이 덩그러니 그 자리를 대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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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탁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은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일요일이요. 라고 말할 것이다. 평소에는 가족들의 생활이 있기때문에 시간이 맞는 사람끼리 밥을 먹는다. 특히, 나나 동생은 좀 더 자려고 아침은 안먹고 학교를 가기때문에 평일아침에 밥을 같이 먹기란 하늘에 별따기가 되었고, 아빠는 말씀하신다. 가족끼리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밥먹을 때 뿐인데, 요즘엔 가뜩이나 니들이 밥도 안먹고 다녀서 말을 할 기회가 적어진다고..
행복한 식탁인 이 책에서는 자살시도를 했지만, 이겨내고 살다가 아빠노릇을 그만 두겠다고 선언한 아빠, 아빠의 자살시도 자책감으로 집을 나간 엄마, 항상 우등생이었으나 농사를 짓겠다고 선언한 오빠, 아빠의 자살시도를 목격해서 그맘쯤때만 되면 두통이 시작되는 딸 사와코. 하지만, 사와코에게는 항상 의지할 수 있는 오우라가 있었고, 오우라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좀 더 값진 선물을 주고자 신문배달에 뛰어든 오우라와 엄마에게 뜨개질을 배워 오우라에게 줄 목도리를 완성한 사와코 다가온 설레이는 크리스마스. 그들에겐 무슨 일이? 적어도 오우라와 사와코의 예쁜 사랑은 너무나도 예뻤고 순수했다. 그래서 나조차도 너무나도 부러운 그들의 사랑이었다.
이 책은 사와코의 성장소설이지만, 나의 마음도 쑥쑥 커가는 내 또 다른 성장소설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있지. 이렇게 말하면 싫겠지만, 애인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물론 지금 이런 얘기해봐야 소용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사실이 그래. 친구나 애인은 노력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어. 넌 아주 좋은 애잖아. 아니,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괜찮아. 애인은 반드시 또 생길 거야. 내가 보장할게. 아니, 안 생기면 내가 찾아줄 수도 있고. 하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잖아? 오빠를 대신할 사람도, 아빠를 대신할 사람도, 네 힘으로는 찾을 수 없잖아."
-요시코가 사와코에게
절로 고개가 끄덕끄덕여지는 글귀였던 거 같다.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또 한번 일깨워주는 그런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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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오 마이코 / 한스미디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더럽게 거지같은 것이다. 우선 잔머리가 점점 늘어가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써먹을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그래서 과거에 바보같이 흘려보낸 무수한 기회들을 하나하나 회상하며(한가해서 그럴까) 땅을 친다. 그리고 주름살과 다크서클, 셀룰라이트, 아이까지 낳았다면 숨어있는 뱃살들까지, 껍데기로 나이를 소리치게 된다.(물론 머리 속은 20대? 아니, 솔직히 말하면 10대--;) 좋은 것들을 볼 줄 알게 되고, 어떤 기회에 의해서든 몇 개는 가질 수 있게 되지만 결정적으로 걸칠 몸이 안받쳐준단 얘기다. 또한 인생이 심심해진다. 그 시절에도 죽어라 지하 주점에서 술이나 퍼마시고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가끔 뻔뻔해져야 할 때도 있지만) 신나는 일들에 끼어들 수 있었다. 그리고 때론 반짝반짝 즐거워 죽겠는 일들도 코웃음을 치며 뻥뻥 걷어찰 수 있었다. 왜냐, 가만히 있어도 그런 일들이 다시 다가올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오라는 데도 없고, 갈 곳도 없다. 가슴 두근거리며 나가봤자, 쌓이는 건 헉소리나는 카드 영수증 혹은 나이와 처지때문에 흘러나오는 한숨? 나보다 몇 살 더 먹은 S모씨. 한동안 통화할 때마다 나오는 고정레파토리. '뭐 신나는 일 없냐. 심심하다.' 이런 거지같고 짜증나는 일들의 종합세트, 거기에 사은품 증정행사까지 해 주는 '나이먹기'에서 딱 하나. 불평불만 세계1등 나에게도 마음에 드는 일이 하나 있다. 물론 거기엔 어둡고 슬프고 끈적끈적한 이면이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순 없지만. 그건 바로 '나 자신을 알기'. 물론 이것은 태어나면서부터 철이 거꾸로 들기 시작한 나의 경우에만 해당될 수 있는 얘기이기는 하다. 이제까지의 꿀꿀한 인생을 돌아볼 때, 내가 가장 뛰어났던 일은 '자신에 대한 지나친 과대평가와 과소평가'이다. 그래서 나의 팔할은(--;) 근거없는 자신감과 이해불가의 열등감. 따라서 지금도 나보다 내 주변인들이 나에 대해 더 제대로 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뒤통수가 선득해지며 내 실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다. 물론 공포영화같은데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야의 한 구석을 스쳐지나가는 정체모를 그림자들처럼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깨달음이긴 하지만. 허나 그 위력은 베트남고추 한 양동이 못지 않다. 보통 눈물 콧물을 쪼옥 빼줄 뿐더러, 며칠 잠 정도는 간단하게 걷어 가준다. 그렇게 감정의 쯔나미와 생각의 마리아나 해구에서 몇 박 며칠 허우적거리고나면 음식 탈수기에서 며칠 돌린 야채들처럼 건더기만 남아주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직 헛점투성이지만 나라는 인간에 가까운 모습인 것이다. 어떻게 이 나이를 먹을 동안 나는 나 자신을 갑상선 한 쪽 만큼도 제대로 알지 못햇던 것일까. 그리고 자신을 탐구하기 시작한 지금 역시 나머지 한쪽만큼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무서웠다. 하지만 두 눈을 가리고 이불에 머리만 처박고 있는 상황 역시 하나도 즐겁지 못했다. 두려움과 무지 속에서 퐁당거리고 있는 탓에 나는 내게 맞는 것, 내게 즐거운 것, 내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따라서 매개가치처럼 개도 안물어 갈 것이 그나마 미약한 기준이 되어 주었다.
작고 재미있는 이 책에 대한 이야기의 서두가 웬 자기 고백서 한 권이냐 하겠지만,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당연히 이 책 때문이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조금 어긋나있다. 아빠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학교 선생이란 직업을 버리고 방황하다 결국 대입 재수생의 길을 선택한 아빠. 그는 5년 전, 욕실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그 옆에서 정신을 놓은 엄마와 방에서 그의 유서를 몇 번이고 읽으며 자살의 원인을 찾고 있던 오빠 대신, 초등학생인 주인공이 구급차를 불러 그를 구했다. 이후, 가족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 것 같았지만 결국 엄마는 같은 동네이지만 다른 집에서 혼자 생활하게 되고, 오빠는 '심각함을 버릴 수만 있다면 곤경을 극복할 수 있다'라는 유서의 한 구절에 자극받아 부유하듯 살아간다. 그리고 주인공은 조로해버렸다. 겉으로 보기엔 *판 오분전이 이 가족. 하지만 그들은 불행해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행복한 것, 맞는 것, 즐거운 것을 찾아가는 데 더 이상은 주저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가족이라는, 엄마라는, 아빠라는, 장남이라는, 막내딸이라는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행복 앞에 주저하지 않고, 변화에 움츠러들지 않는 그들은 앞으로 자꾸자꾸 행복해져갈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일구는 식탁은 누가 뭐래도 항상 '행복한 식탁' 다름아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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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허겁지겁 챙겨서 나오느라 아침밥을 못 먹은 것은 물론 식구들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아침밥도 든든히 먹고 여유있게 나올텐데 늘 아침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나와는 너무나 상반된 한 가족이 있다.
시간에 관계없이 아침에 식구들은 모두다 반드시 식탁에 앉아 같이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가족간의 중요한 이야기가 아침 밥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엄마가 집을 나간다든가 아빠가 아빠노릇을 그만 둔다던가 오빠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는 충격적인 발언들이 아침 식탁에서 이루어지고 태연하기까지 하다.
얼핏 보면 단란해 보이는 사와코네집.
그러나 아빠의 자살미수로 가족들은 죄책감과 자괴감등 삶의 색깔을 잃어 버린채 살아가고 있다. 아빠의 자실을 막지 못하고 그러한 생각이 들때까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는 죄책감에 벗어나지 못한 엄마는 결국 집을 나간다.
도저히 이 집에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늘 식구들의 끼니와 청소같은걸 해결해 주며 엄마는 나름대로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죄책감을 지워나가고 있다.
아빠의 자살사건이 있은 후 엘리트였던 오빠는 대학 진학을 포기한채 농사를 짓고 아빠가 자살했던 그 시기가 돌아오면 앓아버릴뿐 사와코는 평범한 10대 소녀이다.
각각의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래도 가족의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와코네 가족.
그 안에서 그들은 서서히 가족의 끈끈함을 느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엄마와 함께 다시 단란하게 살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내 나름대로 그려보지만 지금의 모습도 썩 나쁘지 않았다. 그러한 모습에 박차를 가한 것은 사와코의 첫사랑이였다. 우연히 학원에서 사와코의 오빠가 엘리트라는 사실을 알고 사와코도 그런줄로 착각하며 도전장을 내민 오우라.
그 도전장은 다름 아닌 학원에서 치르는 시험에서 사와코를 이기겠다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독특한 오우라와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서로 노력한 끝에 같은 고등학교를 진학한 그들은 좀더 값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설레임으로 기다리던 어느날.
그러한 크리마스를 앞두고 비극이 일어난다.
분명 슬픈 사실이지만 결과가 궁금해 밤을 새며 책을 읽었던 나는 너무나 허망했다. 비극의 결말은 식상했기 때문이다.
오우라의 죽음 앞에서 식상하다는 말을 던지는 내가 참으로 거슬리지만 왜 꼭 그렇게 식상한 방법으로 결말을 내야 했는지 조금은 속상해서 하는 말이다. 여자친구를 위해 한달동안 신문배달을 하고 선물을 주기 전날 교통사고로 죽는 오우라. 둘다 서로에게 줄 선물은 목도리.
이러한 사실들은 참으로 재미나게 따스하게 책을 읽었던 나의 마음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어느 정도의 내성으로 뭉쳐있는 나는 이러한 식상한 결말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사와코의 가족 이야기, 그리고 오우라와 사와코의 이야기가 참으로 좋았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분명 그들의 이야기는 식상하지 않았지만 여기 저기서 많이 보아온 결말로 인해 나는 그들의 분위기까지 똑같이 몰아가고 있었다.
분명 사와코의 아픔과 오우라의 죽음이 안타까움으로 밀려 왔지만 왜 나는 오우라의 죽음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제 막 희망을 향해 나가려던 사와코가 안쓰러웠고 순수했던 오우라가 그렇게 사와코 곁을 떠난 것이 분명 안타까워서 그랬으리라. 식상한 결말이네, 허망하네 이런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안타까움에서 오는 것이리라.
다른 사람의 행복으로 대리만족을 취하려던 나는 이렇게 정면 충돌을 해버렸다.
그러면서도 사와코와 오우라가 각자의 모습을 기억속에서 더이상 진척시킬수 없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와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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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오붓하게 둘러앉아 함께 아침 식사를 한 지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날만큼 오래된 듯 하다. 저마다 다른 스케줄로 같은 시각에 앉아 식사를 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의미 일 텐데, 언제부터인가 그 소중한 의식이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었다. 저녁 식사는 고사하고, 아침 식사를 함께 하는 것조차 힘들어지다니. 같은 집에 살기만 한다고 모두 진정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형제, 자매는 그들대로 사정이 바빠서 얼굴 맞대고 진지한 대화를 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 반면 신기하게도, 직장 동료나 친구, 애인과 함께 보내고 있는 시간은 늘어나고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하루 24시간 중, 내가 가족과 함께 보내며 대화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물론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이 더 많으리라 짐작한다. 「행복한 식탁」은 요즘 허물어져 가는 ‘가족’이라는 의미를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여자 아이 ‘사와코’의 눈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책이다. 사와코의 가족은 아침에 반드시 모두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는, 외형적으로 본다면 충분히 평범한 가정이다. 인자하신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 그리고 동생. 이렇게 4명으로 구성 된 지극히 평범한 가정. 그러나 아버지의 자살미수 사건 이후로 그들의 가정은 점점 눈에 띄게 균열이 가고 있었다. 아빠 노릇을 그만하겠다고 선포하고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 둔 아버지, 집을 나가 혼자 살고 계신 어머니,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우등생을 길을 걷다가 돌연 농사를 짓겠다는 오빠, 그리고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했던 여름처럼, 장마철만 되면 매년 극심한 두통을 앓고 있는 사와코. 이 정도만 본다면 완전 분열되어 폭발 일보직전인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가족을 상상하기 쉬운데, 희한하게도 또 그렇지는 않다.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점점 파괴되어 가고 있는 가정의 울타리가 비록 위험스럽기는 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꿋꿋하고 슬기롭게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었다. 고조되어 가는 가족들의 갈등도 없고, 몰락 할 만큼 아찔한 재정상의 문제도 없이, 그저 확연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점점 위태로운 빙판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식탁」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동조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필요하지 않을 때는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외면하면서, 끝내는 깨닫게 되는 소중한 존재들의 확신. ‘있을 때 잘해!’라는 단순한 문장에서 찾을 수 있는 그 쉬운 진리의 법칙을, 성장 통을 앓는 어린 소녀의 눈으로 명쾌하게 설득하고 있었다.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소중함,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제 3의 인물에 대한 소중함 등. 일상에서 묵과해 버리기 쉬운 주제들에 대해서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굉장히 소박하고 편안하게 이어지는 내용들로 읽고 난 후에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일 아침은 힘들겠지만, 오늘 저녁에는 꼭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가족들과 모두 함께 모여 단란한 저녁 식사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평범한 가정이란 게 그런 것이 아닐까? 있는 듯 없는 듯, 끈끈하게 맺어진 운명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들의 모임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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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식탁'을 지나치게 고집하고 있다 |